이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2013년 11월 인비테이셔널 때는 해외 팀 병영 구경만 해도 엄청난 선전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2014년 초에는 제퍼에 치이기 바빴던 한국 도타. 해외 리그는 여러 번 출전했지만 번번이 패자전 직행 후 조기 탈락하는 게 일이었고, 2015년 초에는 DAC라는 최악의 흑역사까지 생긴 데 이어 TI5 8강 진출이 무색하게 2015년 말, 한국에서는 퍼블리셔였던 넥슨이 손을 떼고 한국 서버도 증발해버렸습니다.

당장 언제 선수 생활을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을 최악의 환경에서도 MVP 피닉스는 포기하지 않았고, 그 숱한 실패 속에서 교훈을 얻으면서 성장을 계속했습니다. 그 결과, 상하이 메이저 때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4위라는 성적을 기록했고, 곧이어 펼쳐진 도타 핏리그 시즌4에서는 세계 최강인 EG를 3:0으로 대파하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챔피언 타이틀을 달고 당당히 한국으로 돌아온 MVP 피닉스. 개인적인 사정으로 숙소에 없었던 '페비' 김용민 선수를 제외한 MVP 피닉스의 다른 네 선수는 인터뷰에서 TI5 이후 있었던 못다 한 얘기들을 털어놓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챔피언 여러분!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큐오' 김선엽 : 안녕하세요, 미드레이너 '큐오' 김선엽입니다! 사실 이젠 제가 캐리인지 미드인지도 모르겠네요.

'두부' 김두영 : 안녕하세요, 바지 사장 '두부'입니다!

'포렙' 이상돈 : 7990 mmr에서 수직 하락한 '포렙'입니다.

'MP' 표노아 : 한국 8k 1호 'MP'입니다!


Q. TI5 이후 정말 오랜만이네요. 못다 한 얘기부터 해보죠. TI5 후 멤버들이 흩어진 뒤에는 어떻게 팀을 꾸리기로 했나요?

김선엽 : 핫식스와 피닉스 팀이 갈리고 한국인들만으로 팀을 꾸리고 싶다는 의견이 있어서 'MP'와 '힌' 형이 들어왔는데, 프랑크푸르트 메이저 예선에서 떨어지고 나서 '마치' 형과 '힌' 형이 빠지고 '포렙' 형과 '두부'가 들어왔어요. '두부'는 TI5 때 코치를 하기도 했고, 이 친구를 드래프터로 쓰면 편하겠다는 느낌이 왔어요. 캡틴은 저지만 '두부'가 오더 정리를 하는 편이죠.

이상돈 : 사실 현재 로스터를 꾸린 후에도 반신반의했고, 저는 캐리 포지션에서 갑자기 오프레이너가 되니까 적응이 안 됐어요. 그런데 게임쇼 글로벌 e스포츠컵에서 현재 로스터로 경기를 치렀을 때 이 로스터는 뭔가 된다는 느낌이 왔죠. 저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걸 느꼈어요.

김두영 : 우리가 없으면 안되겠다는 걸 느낀 거죠(웃음).


Q. 프랑크푸르트 때는 예선에서 탈락했고, 미네스키에게 치이는 등 고생이 많았는데, 그때는 어떤 심정이었나요?

김선엽 : 그때는 솔직히 암울했죠.

이상돈 : 모 해적 만화에서 에이스가 죽고 2년 동안 수련에 들어가는 기간이 있잖아요? 딱 그랬던 것 같아요. 맹연습을 통해 6k인 친구가 7k가 되고 7k는 8k가 되는 시기였죠. 스크림을 하면서 영웅 상성, 레인전에 대한 정보를 쌓고 드래프트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진행하니까 점점 더 발전하게 됐어요. 도타 핏리그에선 상대 팀이 우리 페이즈에 말려들 정도가 됐죠.

표노아 : 한참 지던 당시엔 스크림 자체를 거의 안 했던 것 같아요. 사실 핏리그 이후에도 동남아 팀들과 스크림을 몇 번 했는데 다 졌어요(웃음).

김선엽 : 이번에는 스크림을 너무 대충 했어요. 사실 모두가 그런 게 아니고 그런 주범들이 딱 두 명 있어요. 누구라고 말은 못하겠지만...(웃음)

김두영 : 북쪽 나라에서 온 친구 한 명하고 남서쪽 나라에서 온 친구 한 명이죠(웃음). 사실 제가 보기엔 먼 남쪽 나라에서 온 친구도 약간 그런 과고, 순수 한국인 두 명만 진지하게 스크림을 하는 것 같아요(웃음).


Q. MVP 피닉스가 경기를 계속 치를 때마다 TNC의 참교육이 계속 회자되고 있어요. TNC에게 지고 나서 팀에 어떤 변화가 생겼죠?

표노아 : 솔직히 TNC가 잘해서 졌다기보다는 우리가 신나서 골드 부활을 하다가 던져서 졌어요. 그 후로 경기할 때마다 TNC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때 방심하다가 던져서 진 걸 되새기는 의미에서 말하는 거죠. 이번에 핏리그에서도 유리할 때 TNC 얘기를 하면서 방심하지 말자고 얘기를 계속했어요. 물론 TNC가 우주 최강인 건 변함없지만...(웃음).


Q. 상하이 메이저 때는 팀리퀴드와 EG에게 무너졌어요. 그 패배 후 팀이 뭔가 크게 각성한 듯한 기분인데요?

표노아 : 팀리퀴드전을 준비할 때는 픽을 미리 짜서 경기했어요. 그런데 픽을 미리 짜서 가는 것보다는 상대의 팀에 맞춰서 유동적으로 픽을 가져가야 한다는 걸 배웠죠. 핏리그 때 다른 팀들이 우리 픽에 맞춰서 밴픽을 하려다가 드래프트가 말려서 졌는데, 우리는 그걸 상하이 메이저 때 배운 셈이에요.

이상돈 : 그전에는 우리끼리 S급, A급, B급 티어를 나눠서 우선순위를 두고 드래프트를 했었는데, 상하이 메이저 이후론 다 부질없다는 걸 깨닫고 그런 제한을 전부 풀었어요. 티어 같은 거 나누지 않고 모든 영웅을 그때그때 뽑기로 한 거죠. 그러니까 상대가 우리에게 맞추기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김선엽 : 핏리그 당시 '이터널엔비'가 패널로 있을 때 했던 말이 MVP 피닉스를 상대로는 자연의 예언자를 빼앗던가, 밴하던가 해야 한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또, 원소술사가 요즘 굉장히 좋은 영웅인데, MVP 피닉스를 상대로는 환영 창기사 때문에 첫 픽에 가져갈 수 없다는 말도 했고요. 그런 식으로 상대가 우리 밴픽에 말려든 덕분에 드래프트가 굉장히 편했죠.


Q. MVP 피닉스에서 제일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선수가 '두부'인 것 같아요. KDL 때는 티어2 팀에 있었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요?

김두영 :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주변에 좋은 본보기가 많으니 밥 먹고 자고 도타만 했죠.

이상돈 : 끈기와 노력의 결실이 '두부'에요.


Q. 티어2 소속 선수였다가 한국 최고 드래프터 '마치'의 뒤를 이어 TI5 8강 팀의 드래프터가 됐는데 부담이 심하진 않았나요?

김두영 : 부담감보다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로 랭크 mmr이 높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저절로 붙더라고요. 당시엔 많이 부족했지만 받쳐주는 사람들이 워낙 대단하기 때문에 같이 성장했어요. 밥 먹고 할 거 없을 때 팀원들 게임하는 걸 보면 알아서 공부할 거리가 생겼으니까요.


Q. 도타2 드래프트가 하루 이틀 해서 되는 게 아닌데, 어떻게 연습했나요?

김선엽 : 드래프트는 개개인의 선호 영웅이 날뛸 환경을 깔아주는 게 제일 중요해요. 팀원들이 선호하는 영웅들 간의 시너지를 얼마나 잘 맞춰주느냐에 달린 거죠. '마치' 형이 있을 때는 제 위주로 영웅을 선택했는데 지금은 개개인이 하고 싶은 영웅이 있으면 그걸 잡고 연습을 하는 편이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들 실력이 좋아지니까 예전에 안 좋아 보였던 영웅들도 쓸 수 있는 수준이 됐어요.

이상돈 : 그리고 우리의 조합에 따라 게임 속도만 잘 조절할 수 있으면 괜찮은 게임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기본적으로 게임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는 상황을 만들고 거기서 우리가 쓸 수 있는 영웅만 고르면 게임을 이기는 거죠.


Q. '포렙'과 'MP' 선수는 TI5 때 아픔이 있었죠. 때문에 좋은 성적에 대한 욕심이 더 컸을 것 같은데요?

이상돈 : TI5 때 게임 외적으로 제가 자주 흥분을 하고 화도 많이 냈어요. 팀적으로 폐를 많이 끼쳤죠. 그런데 그게 좋은 선수로 거듭나기 위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런 큰 무대에서 이러면 안 된다는 교훈을 배우니까 이제는 팀 게임에서 절대로 화를 내지 않아요. 핫식스 당시에는 스크림에서 결과가 안 좋으면 쓰지 말자는 얘기를 했었어요. 이제는 아주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됐어요. TI5 이후에 리빌딩에 고통받고 있었는데 MVP 피닉스로 팀을 옮기게 되면서 예전의 안 좋았던 버릇을 다 버렸죠.

김선엽 : '포렙' 형이 그 당시에 비해서 굉장히 많이 변했어요. 당시엔 굉장히 맞추기 힘든 형이었는데 지금은 정말 없어선 안되는 존재가 됐죠. 모든 선수들이 MVP 피닉스로 오기 전에 포커페이스, MVP 핫식스, 5인큐, 티어2 팀 등에서 이런저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때처럼 행동하면 더 높이 올라갈 수 없다는 걸 배웠고, 이젠 그걸 컨트롤할 수 있게 됐죠.

표노아 : TI5에서 우리가 못했던 이유는 팀 내에 불화가 너무 많았어요. 예전에는 피닉스나 핫식스나 팀 내에 불화가 생기면 그게 너무 오래갔어요. 하지만 지금은 최대한 팀 내 불화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혹 불화가 생기더라도 빠르게 해결이 되고 깔끔하게 넘어가니까 훨씬 분위기가 좋죠. 예전의 저는 팀 내에 불화가 생겨도 그 속에 끼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방관하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함께 중재하는 입장이 돼서 분위기를 같이 만들어가고 있어요.


Q. '포렙' 선수는 MVP 핫식스 때부터 '제락스'와 악연 아닌 악연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상하이 메이저에서 팀리퀴드를 상대했을 때 어땠나요?

이상돈 : 아...(웃음). 제가 팀리퀴드와 경기를 하기 전에 '이 팀은 정말 무조건 이기고 싶다'는 욕심이 너무 앞서서 이전 같은 냉철한 판단을 내리질 못했어요.

김선엽 : 우리 팀에서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딱 두 명 있어요. 팀리퀴드 만날 때 '포렙' 형하고 EG를 만날 때 '페비'가 죽어도 지기 싫다고 항상 말해요(웃음).

이상돈 : 상하이 메이저에서 경기를 진 후에 '제락스'와 마주친 후에 짧은 영어로 과거 얘기를 했는데 이젠 다 지나간 일이니 그냥 그러려니 해요. 다음에 팀리퀴드를 만나면 냉정하게 잘 할 자신이 있어요. 그리고 그 팀은 약점이 눈에 잘 보이고, 저희가 그걸 발견했기 때문에 다음에 만나면 확실하게 이길 자신이 있어요.


Q. '포렙' 선수 캐리를 할 때도 굉장히 잘했는데 막상 본인은 캐리 소질이 없다고 늘 말했어요. 본업인 오프레인으로 오랜만에 돌아가니 어떻던가요?

이상돈 : 오프레인으로 돌아온 후에는 cs를 각 재면서 먹는 습관이 남아서 약간 욕심을 부리는 경향이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니까 챙겨야 할 때만 확실히 챙기고 서포터와 합을 맞춰서 움직일 수 있게 됐죠. 거기다 캐리를 했던 경험이 있으니까 조금만 저에게 시간이 주어져도 금방 고수입을 기록하게 되는 장점도 있고요.


Q. 예전에 비해 게임에서 '포렙'이 휘두르는 영향력이 정말 엄청나졌어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이상돈 : 1년 전과 비교를 하자면 당시에 비해 막타를 잘 먹게 됐어요. 예를 들어 박쥐기수를 한다고 하면 옛날엔 점멸 단검을 맞추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상대는 그 타이밍만 맞춰서 연막 물약 대비를 하는 등 우리를 카운터 쳤고요. 하지만 이제는 레벨 6만 찍으면 아군의 스킬과 연계해서 바로 상대를 공격하니까 상대가 대처를 잘 못하죠. 그런 식으로 발상의 전환 플레이를 하니까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게임 플레이가 편해졌어요.


Q. 'MP' 선수는 너무 무난한 것 같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젠 미드를 서나 캐리를 서나 슈퍼플레이가 빛나요. 본인 스스로는 무난한 게 단점이라고 생각했었나요?

표노아 : 팀마다 있는 메인 플레이어는 무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선수들은 높은 자리를 절대로 못 가죠. 예전에는 제가 그냥 무난해서 그런지 높은 자리는 못 갔어요. 사실 저는 아직도 제가 안정적인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팀원 중에 워낙 공격적인 '큐오' 형이 있어서 같이 팀 생활을 하다 보니 저도 어느 정도 물드는 것 같네요(웃음).

김선엽 : 'MP'는 옛날의 안정성에 더해 최대한 슈퍼플레이를 해 보려는 노력이 합쳐지니까 이제는 수비적인 플레이도 잘하고 공격적일 때는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선수가 됐죠.

김두영 : 그 대가로 대신 제가 항상 죽어요(웃음). 원래 캐리들은 킬을 따고 싶어하고 서포터들은 오브젝트를 챙기고 싶어 하거든요. 저는 뒤에 있다가 둘이 들어가면 항상 대신 맞아죽죠.


Q. '큐오'와 'MP' 선수가 미드-캐리 스왑을 하는 기준이 따로 있나요?

이상돈 : 고통받는 레인은 'MP'가 가고 고통을 덜 받는 레인은 '큐오'가 가죠(웃음).

표노아 : '큐오' 형이나 저나 똑같이 원소술사를 하더라도 저는 힘든 레인에 서야 하기 때문에 항상 W 원소술사를 하는 거예요(웃음).


Q. '큐오' 선수는 예전에 비해 황당하게 잘리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는데, 팀원들이 본인을 통제하고 있나요?

김선엽 : 그런 것도 어느 정도 있기는 하죠. 하지만 팀원들이 전체적으로 저한테 맞춰주는 면도 있어요. 제가 깊숙하게 진입했다고 했을 때 제가 살짝 후퇴하면 팀원들이 크게 진입하는 식으로 합을 맞추면서 맵 점유율을 높이는 식의 운영을 하는 거죠. 그리고 팀원들이 맞춰줄 능력도 돼요. 항상 '두부'와 '페비'가 얘기를 많이 하면서 사전에 어디를 치자고 합을 맞추면서 저를 봐주고 있어요.


Q. 상하이 메이저 때는 모든 팀을 상대로 쉽다고 말했는데,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나요?

김선엽 : 거기서 한글이 안되는데 (정)인호 형이 자꾸 뭐라고 물어봐서 대답하기 귀찮으니까 그냥 EZ라고 쳤어요(웃음). 그런데 사실 모든 경기가 쉽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긴 해요.


Q. 평소에 캐리를 할 일이 많지 않았는데 적응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나요?

김선엽 : 예전부터 캐리가 더 편할 때가 있었어요. 슬라크같은 영웅을 할 때 미드로 자주 갔었는데, 사실 세이프레인에 보낼 때 확실히 더 좋았거든요. 그런 식으로 세이프레인에 보냈을 때 더 좋은 영웅들이 많았어요. 예전에는 그런 상황이 있을 때 '마치' 형이 흑마법사나 바이퍼 미드만 했는데, 지금은 원래 미드를 보면 'MP'가 미드를 가면 되고 'MP가 저보다 유틸적인 면에서 더 뛰어나기 때문에 별문제는 없어요.


Q. 이 자리엔 없지만 '페비' 선수 얘기도 듣고 싶네요. 평소에 어떤 팀원인가요?

김선엽 : C9과 EG가 최대의 목표인, 서방권 팀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선수죠(웃음). 예전부터 말은 항상 '나 C9 갈 거다, 나 EG 갈 거다' 그렇게 하면서도 팀 내에서 가장 농담을 많이 하고 분위기를 잘 띄워주는 선수에요. 상하이 메이저 때 4위를 하고 나서는 '나 그냥 EG 안 가면 안 될까?' 하더라고요(웃음).

어떻게 보면 제일 필요한 선수 중 하나죠. 원래 4번 포지션이 팀 운영과 벗어나는 행동을 많이 할 수밖에 없어서 마찰이 심한 편이에요. '아우이2000'이나 '쿠로키'처럼요. 예전에는 '페비'와 제가 불화가 좀 있었는데 서로 얘기를 많이 하면서 서로 맞춰주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까 그런 불화가 거의 사라졌죠. 4번 포지션에서 그런 선수는 정말 얼마 없어서 귀중한 인재에요.

표노아 : 4번 포지션도 2번과 마찬가지로 팀이 전체적으로 4번 포지션에 맞추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페비' 형은 4번이면서도 우리 팀에 맞춰주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Q. 핏리그에서 자신들을 꺾었던 EG를 다시 만났었죠. 두렵진 않던가요?

김두영 : 전혀 없었어요. 그냥 피곤해서 3:0으로 이기고 쉬고 싶었어요. 처음 레인 서고 30초 지나니까 우리가 이기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레인전을 우리가 훨씬 잘하는 게 눈에 보였거든요. EG가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이긴 했지만 우리가 더 잘해진 것도 있죠.

김선엽 : 1세트를 이겼을 때 3:0이라는 느낌이 왔어요.


Q. 챔피언이 되기까지 3년이 걸렸습니다. 마지막 GG를 받아냈을 때 무슨 생각이 들던가요?

김선엽 : 이제부터는 힘들었던 시간 다 털어버리고 다 우승하겠다는 생각 뿐이었죠.

이상돈 : 앞으로 더 우승하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세계 최정상 팀 하나를 꺾으니까 처음이 어렵지 그 후는 그렇게 어렵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붙었죠.

김두영 : 별생각이 없었어요. 이겼다는 생각과 함께 빨리 집에 가서 누워 자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죠(웃음). 이동하는 데 비행기만 24시간을 넘게 탔더니 너무 집이 그리웠어요.

표노아 : GG를 받았을 때 기분은 정말 좋았는데, 상하이 메이저에서 EG에 져서 4위를 했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좀 더 큰 대회에서 이겼으면 좋았을걸 하는 기분도 들었죠. 나중에 대회 2개 정도를 더 우승하면 그때는 기쁠 것 같아요. 아직도 우리의 성적이 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진짜 강하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나면 정말로 기분이 좋을 것 같네요.


Q. 여기저기서 초청이 들어오고 있어요. 이제 상대 팀도 MVP 피닉스를 죽어라 연구할 텐데요.

김선엽 : 우리 팀 스타일은 연구를 해도 따라오기 힘들 거예요. 현존하는 팀들의 상식을 많이 벗어난 방식으로 게임을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도타를 해온 선수들은 우리의 플레이 자체를 이해를 못할 거라고 봐요. 조금만 삐끗하면 전부 리스크로 돌아오는 방식이거든요. 오히려 상대 팀은 우리에 맞추려고 하기보다 자기들 스타일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게 차라리 더 나을 거예요.

김두영 : 우리 입장에서는 상대가 분석을 많이 해주면 고마울 것 같아요. 상대 팀이 우리를 대비하면 할수록 우리는 그냥 그걸 안 하면 그만이고, 오히려 상대만 머리가 아파지니까요.

이상돈 : 이젠 전혀 걱정이 없어요. 솔직히 핏리그 내내 오프레인 밴만 내내 당해서 제가 할 게 없었는데, 그 상황에서 제가 하고 싶은 영웅을 했죠. 컴플렉시티전 2세트에서 어둠현자를 꺼냈는데, 사실 그 카드는 저희가 한 달이 넘도록 연습 한 번 안 한 영웅이었는데도 막상 쓰니까 괜찮더라고요. 상대가 저희를 연구한다고 해서 저희가 쉽게 파훼당할 것 같지는 않아요.


Q. MVP 피닉스 최대 단점이라면 패치 후 적응이 느리다는 건데요. 마닐라 메이저나 TI6 전에 패치가 있을 확률이 높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이상돈 : 이제는 자신이 있어요. 패치가 되자마자 랭크 게임을 1주일 동안 한참 돌리다 보면 윤곽이 드러나거든요.

김선엽 : 픽만 바뀔 수도 있고 게임 템포 자체가 바뀔 수도 있겠죠. 지금은 게임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든, 천천히 가져가든 우리가 운영 방식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생각해요.


Q. 25일 자정이면 에피센터와 ESL 리그를 위해 또 출국하실 텐데, 대회에 임하는 각오와 마지막으로 꼭두새벽에 밤을 새우며 응원해준 팬분들께 한 마디 해주세요!

김선엽 : 새벽에도 600명이 넘는 분들이 생방송을 보셨다고 들었는데, 서버도 없는 환경에서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메이저 대회, TI에서 1위를 하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꼭 서울 메이저 대회를 한국 서버와 함께 열 수 있도록 성적을 내겠습니다! 그리고 제 트위터도 많이 팔로잉 해주세요!

이상돈 : 이왕 정상을 밟아봤으니 앞으로도 TNC를 외쳐가면서 냉정하게 경기에 임하고 한국 서버가 다시 생기는 그날까지 최고의 성적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김두영 : 이왕 가는 거 꼭 이기고 와야죠. 항상 그래왔듯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 할 것이고, 설령 결과가 나쁘더라도 실망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팬분들께서 기다려주신 기간이 있으니 조금 더 기다리시는 게 어렵진 않겠죠(웃음)? 조만간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큐오'님 가시는 길 편하시라고 와드 더 열심히 깔겠습니다(웃음).

표노아 : 도타 핏리그에서 처음 우승을 했는데, 정상은 올라가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이 있잖아요? 우승했다고 해서 게을러지지 않고 랭크 게임과 스크림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후의 목표는 어쨌든 TI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로 응원에 보답해드리겠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 MVP 피닉스의 선수들은 에피센터:모스크바 TNC전을 치르기 위해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저 또한 팀의 허락을 받고 TNC전을 숙소에서 관전할 수 있었죠. 생각보다 더 거대한 도타 핏리그 우승 트로피가 거실 한가운데에서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아, 참고로 MVP 피닉스가 몰라서 트로피를 대회장에 두고 온 것이 아니라 트로피가 너무 무거워서 나중에 가져가려고 잠깐 놓은 건데 해외 유저들은 MVP 피닉스가 트로피를 버린 걸로 오해했다고 하더군요.


'우주최강' 팀을 이겨야 한다는 말을 하며 선수들은 경기를 시작했고, 저는 방송 2분 딜레이 때문에 방 너머에서 들려오는 선수들의 환호성, 비명, 탄식 등에 실시간으로 스포일러를 당하며 TNC전을 감상했습니다. 1세트가 끝나갈 무렵,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던 방에서는 끝없는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고, 방송 화면에서 한참 전투가 진행되던 중에 선수들이 "우리 졌어요!"라며 나오는 탓에 진짜로 진 줄 알았습니다. 물론 결과는 말도 안 되는 대역전승이었고요. '포렙' 이상돈 선수는 "핑 때문에 너무 억울해서 살 수가 없다. 이것 좀 봐 달라"며 핑과 패킷로스가 뜨는 개인 화면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2세트 때 200이 넘는 핑과 패킷로스, 거기다 초반의 큰 실수가 겹치면서 무기력하게 패배했고, 선수들은 다소 조용해진 채 방에서 나왔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주최 측의 인터넷 문제가 발생하면서 경기가 다소 지연됐고, 그동안 이상돈 선수는 거실에 있던 전자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기도 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3세트는 상대적으로 손쉽게 승리를 따냈고요.

프나틱전을 치르게 된 MVP 피닉스는 더 좋은 환경에서 에피센터 동남아 예선과 ESL One 마닐라 동남아 예선을 치르기 위해 25일 자정에 싱가폴로 출국을 할 예정입니다. MVP 피닉스의 임현석 감독님은 "싱가폴에 가서 프나틱을 잡고 그 팀의 점수만 흡수하면 랭킹 3위까지도 노려볼 수 있겠다"며 벌써부터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한 차례 기적을 일궈낸 MVP 피닉스, 한 번 정상을 밟은 그들이 앞으로 어떤 드라마를 쓸지 지켜보는 게 벌써부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