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 SKT T1 VS 야당 ROX 타이거즈!

23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2016 롯데 꼬깔콘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시즌 결승전에서 왕년의 챔피언 SKT T1과 왕좌를 노리는 ROX 타이거즈가 맞붙는다. 양 팀의 대결 구도는 작년 롤챔스 스프링 당시와 놀랍도록 흡사하다.

1년 전, ROX 타이거즈(당시 KOO 타이거즈)는 SKT T1보다 훨씬 뛰어난 성적으로 승승장구했고, SKT T1은 초중반에 영 맥을 추지 못했으나 해외 대회를 다녀온 후 각성해 결승까지 올라선 바 있다. 결국 SKT T1은 시즌 초반의 부진을 모두 씻고 ROX 타이거즈를 무너뜨리면서 왕좌를 내어주지 않았다. ROX 타이거즈로서는 작년과 똑같은 흐름이지만, 결말만큼은 반드시 바꿔야 하는 입장이다.

왕좌를 내놓지 않으려는 집권 여당인 SKT T1과 그들의 왕좌를 빼앗으려는 야당 ROX 타이거즈. 현실의 선거 운동에 롤챔스를 비유한다면 이들의 선거 포스터는 꼭 이런 느낌이 아닐까?


빅토르 그 자체인 '쿠로' 이서행은 지난 시즌에는 '페이커' 이상혁에게 밀려 우승컵을 내주고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5에서도 울분을 삼켜야 했지만 이번 롤챔스 스프링에는 SKT T1을 완벽하게 누르면서 다시 한 번 왕좌 탈환에 도전하게 됐다. 이서행의 꿈은 이번에는 결실을 맺을까?



현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스멥' 송경호는 사용 가능한 모든 탑 라이너를 다룰 줄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그의 피오라는 등장할 때마다 매서운 칼부림으로 상대를 베어넘기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 송경호처럼 이 말이 잘 어울리는 탑 라이너가 또 있을까? 이번엔 어떤 캐리력을 선보이면서 '세체탑'의 면모를 과시할지 기대된다.



'우리 정글은 뭐했나'란 말은 최근 LoL 커뮤니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종의 밈이다. 전혀 관계없는 일도 일단 덮어놓고 정글 탓으로 돌리자는 블랙 유머인 셈이다. 대부분의 정글 유저들은 이 말을 들으면 부들부들 떨며 제대로 된 항변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인민재판을 당하기 일쑤지만 '피넛' 윤왕호는 '나 지금 캐리 중이다'라고 반박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20살도 되지 않은 학생 신분의 윤왕호. 어린 게 최고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아닐까?



잔나라는 챔피언이 있었다. 쓰레쉬와 나미 등 다른 좋은 서포터 챔피언에 밀려 주류 메타에서는 잘 찾아 볼 수 없었던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고릴라' 강범현의 손에 잔나가 쥐어지자, 잔나는 1티어 서포터 픽으로 급부상했다. 2014년 롤드컵 '잔나 돌풍'현상을 만들어 냈던 선수가 바로 강범현이다. 이후 나진 쉴드를 나와 ROX 타이거즈로 이적, 신중하고 예리한 스킬 적중률을 보여주며 ROX 타이거즈의 연승 행진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나진 시절부터 유독 한 끗 차이로 우승을 놓쳐야 했던 강범현. 이번 결승에서는 SKT를 꺾고, 그토록 바라던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도도리아'나 '도도갓'이란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프레이' 김종인은 롤챔스의 살아있는 화석이다. 나진 소드 소속으로 롤챔스를 제패했던 김종인은 국내 최고 원거리 딜러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푸근한 이미지와 함께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LoL 올스타전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에 시드권 한 장을 더 가져다주기도 했던 김종인. 햇수로 3년 만에 다시 롤챔스 우승에 도전하는 김종인의 노력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안정적인 탑솔러의 대명사라면 바로 '듀크' 이호성이 아닐까? SKT T1과 ROX 타이거즈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탑 라인은 창과 방패의 대결이 진행되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번 시즌 롤챔스 정규 시즌에서는 송경호의 창이 이호성의 방패를 뚫었었다. 과연 이번에는 이호성의 방패가 창을 부러뜨릴 수 있을까?



'뱅' 배준식은 김종인과 함께 국내 원딜러 중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무슨 사태가 터져도 결코 망하는 법이 없는 배준식의 원딜러는 언제나 키워준 만큼의 보답을 했다. 세상 모든 자식들이 이렇게만 자라준다면 부모님들의 소원이 없을 정도로.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배준식의 숨겨졌던 미모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외모와 함께 실력도 같이 빛나고 있다. '뱅 2.0'으로 진화한 배준식의 활약상을 기대해보자.



'블랭크' 강선구의 IEM 월드 챔피언십 시즌10 기용은 굉장한 모험수였다. 해외 대회 경험이 전무한 선수가 그런 큰 무대에서 얼마나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쉽게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선구는 보란듯이 매서운 갱킹, 완벽한 정글 장악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전 세계에 과시했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뛰어난 실력을 선보였다.

팀 내 정글러 동료인 '벵기' 배성웅과 확연히 다른 스타일로 자신만의 입지를 다진 강선구. 해외 대회 트로피는 있지만 아직 국내 우승 트로피를 잡아보지 못한 강선구에게 이번 결승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무대가 될 것 같다.



'울프' 이재완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뛰어난 스킬 적중률과 메카닉으로 유명했던 선수이다. 때문에 라인전에서 항상 '뱅' 배준식과 호흡을 맞추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강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SKT T1의 팀 색깔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 특유의 공격성과 스킬 적중률로 '푸만두' 이정현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꾼 이재완. 현재 한껏 기세가 올라있는 ROX 타이거즈의 봇라인을 꺾고 그의 말마따나 '듀크' 이호성과 '블랭크' 강선구에게 우승컵을 안겨 줄 수 있을까?



'페이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페이커' 이상혁을 표현하는 말은 그저 그의 아이디 3글자만 대도 충분할 것 같다. 시즌 초중반에는 롤드컵 챔피언이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플레이를 하면서 팬들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폼은 일시적이어도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증명하듯이 이상혁은 다시 한 번 날아오르고 있다.

이젠 '세계 최고 미끼'란 농담 섞인 별명까지 얻은 이상혁. 우승을 놓쳐본 일이 거의 없는 이상혁에게는 과연 이번 결승전도 지나가듯이 우승컵 하나 가지고 가는 대회일 뿐일까? 아니면 어느 때보다 긴장되는 진검승부의 장일까?



팀 동료 강선구가 매서운 갱킹이 특징이라면 협곡 그 자체인 '벵기' 배성웅은 운영과 한타에 더 힘을 싣는 '큰 그림 장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강선구가 대회에 자주 등장하면서 배성웅이 출전하는 경기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SKT T1의 최병훈 감독은 "필요하다면 배성웅도 기용하겠다"라며 그의 출전 가능성도 암시했다. 팬들에게 온갖 익살스러운 별명을 얻은 배성웅은 과연 이번 결승전에 출전해 오랜만에 협곡의 지배자로 군림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