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시즌이 시작됐다.

어김없이 선수 이동과 관련한 소문이 무성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1년 단위 계약이 대다수인 e스포츠의 특성 상, 많은 선수들의 이적이 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이미 많은 자본을 바탕으로 한 차례 한국 시장을 뒤흔든 중국과 NBA 자본이 대거 유입된 북미, 파리 생제르망 등 빅 클럽들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유럽까지 가세하면서 '제 2의 엑소더스'가 이뤄질거라는 예측도 팽배하다.

요동치는 이적시장 속 많은 소문들이 돌고 있다. 중국에서 비자 문제로 인해 한국 선수들의 대규모 귀환이 일어날거라는 소문, LCK에 우승 전력을 보유한 또 하나의 새로운 팀이 등장할 거라는 이야기, 롤드컵 상금 증가로 선수들의 이적이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을 거라는 예측 등이다. 과연, 여러가지 이야기들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 선수, 관계자들과의 취재를 통해 소문의 진위를 가려봤다.


◈ 소문 ① : 비자 문제로 중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선수들이 한국으로 복귀할 것이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비자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문제다. 취업비자가 아닌 여행비자를 발급받아 활동하는 선수들이 있어 이들이 한국으로 돈을 가지고 들어올 경우, 세금과 관련된 문제에 당면할 수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국과 중국의 e스포츠 관계자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중국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연맹 L.ACE는 차기 시즌부터 중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외국인 선수가 취업비자를 발급받아 활동해야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대거 한국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팩트는?

취재결과, 중국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라이엇과 텐센트의 도움으로 대부분 비자 수급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자 문제로 인해 한국에 복귀해야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이들이 발급받은 취업비자가 상업비자인만큼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다고 볼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중국에서의 활동을 계속 희망하는 선수들도 여전히 많다. 이들은 한국과 비교해 높은 연봉과 자유로운 연습 환경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다. 지리적으로도 매우 인접해있고, 불안요소였던 비자문제까지 해결됐기에 한국 선수들에게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 소문 ② : 한국에서 우승을 노릴 전력의 새로운 프로게임단이 탄생할 것이다.


중국에서 활동했던 (구)삼성 프로게이머들이 잇따라 한국 복귀를 선언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소문이다. 실제로 '데프트' 김혁규, '마타' 조세형, '폰' 허원석, '스피릿' 이다윤 등 (구)삼성 선수들은 지금까지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에서 뛸 팀을 찾고 있다. 더욱이 이들 네 명의 포지션은 겹치는 선수가 없어 모두 계약에 성공한다면 삼성 왕조의 부활도 가능한 상황이다.

팩트는?

한국에서 팀을 알아보고 있는 한 선수는 "중국내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국제대회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해 한국 복귀를 마음먹었다. 중국에서 활동할 때와 비교하면 이야기되는 연봉이 크게 줄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낼 수 있는 우승권 팀 ⓑ 높은 연봉을 맞춰줄 수 있는 게임단, 이라는 조건을 만족시킬 한국 프로게임단은 많지 않다. 때문에 이들의 선택지는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다만, 프로게임단 기존 선수들의 재계약이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선결조건이다. 때문에 우승을 노릴 프로게임단의 탄생은 중국에서 복귀한 (구)삼성 선수들의 행보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 소문 ③ : 롤드컵 우승 상금이 오르면서 우승권과 인접한 팀의 선수는 이적을 원하지 않는다.


롤드컵 우승 상금이 크게 올랐다. 올해만 하더라도 롤드컵 우승 상금은 약 25억 원 수준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2.5배 가량 증가했다. 롤드컵 우승에 대한 메리트가 커지면서 기존의 우승 전력을 보유한 팀 내 선수들이 잔류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이적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정상급 기량의 선수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예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팩트는?

우승 전력으로 평가받는 팀의 한 선수는 이적과 관련하여 "우승을 경험해본 선수들은 대부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년에 다시 우승을 할 수 있을거라는 보장도 없고, 다시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은 우승을 다시 노리는 것보다 계약을 통해 연봉을 높이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다"고 말했다.

e스포츠 선수들은 다른 스포츠 선수들과 비교해도 수명이 짧은 편이다. 또한, 게임의 수명 역시 기존 스포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흥망성쇠가 급격하기에 미래가 불투명한 선수들은 최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고자 한다. 때문에 우승권에 속한 선수라도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면, 이적을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국내 프로 선수들의 연봉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해외시장과 비교하면 여전히 자금이 부족하다. 선수들은 짧은 수명동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이적을 결심하고 있다. 우승 상금의 증가는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막는 확실한 방파제가 되진 못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