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리에 갇힌 페이커
김병호 기자 (Haao@inven.co.kr)
바라던 '페이커' 이상혁은 있었지만, 그와 소통할 순 없었습니다.
6일 새벽, 게임 전문 스트리밍 채널 트위치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첫 방송이 치러졌습니다. 그의 방송에 대한 팬들의 열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미 전날 시행됐던 SKT T1 선수들의 파일럿 방송이 많은 호응을 얻었기에, '페이커'의 첫 방송에 거는 기대도 점점 커졌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켜볼지, 방송 내용은 얼마나 재미있을지, 아마 모두 같은 생각이었던 듯합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방송에 대해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실망했습니다. 마이크 음향 문제를 포함한 장비 세팅과 관련된 문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페이커' 이상혁을 보고 있지만, 그와 소통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왜일까요?
이상혁의 방송을 보면서 가장 불편했던 부분은 통역사의 존재였습니다. 해외 팬들까지 시청하는 방송이기에 통역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나 팬들과 '페이커' 사이에 통역의 존재가 지나치게 크게 느껴졌습니다. 통역사의 사담이 들리고, 방송에 개입하는 것이 느껴지면서 '페이커'의 방송을 보고 있는지, 통역사의 방송을 보고 있는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콩두가 통역사 모집 과정에서 보여준 비상식적인 자격 요건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방송 송출이 원활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도 문제였습니다. 방송이 재송출되면서 하나 이상의 컴퓨터를 거치게 되었고 채팅과 방송 사이에 1분가량의 딜레이가 생겼습니다. 선수와 시청자 간에 주고받는 즉각적인 피드백이 개인방송의 큰 재미이거늘, '페이커'의 반응과 팬들의 소통창구인 채팅창 사이 괴리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습니다. 한 명이 아닌, 수십 명이 아닌 3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느낀 답답함입니다.
개인방송의 묘미는 소통입니다. 팬들은 방송을 통해 '페이커' 이상혁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 '페이커' 이상혁 역시 팬들의 직접적인 질문과 반응을 즐기는 것. 팬과 이상혁 사이에 있어야 할 것은 컴퓨터일 뿐, 다른 것들이 느껴진다면 당연히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스트리밍 사업 전문 회사 콩두가 이 부분을 놓친 것은 이들이 얼마나 방송에 대해 안일했는지 보여주는 일례입니다.
'페이커' 이상혁의 첫 방송이 그렇게 망가지고, 팬들이 보여준 분노는 예상을 훨씬 웃도는 크기였습니다. 팬들이 '페이커' 이상혁과의 소통을 얼마나 원했는지 느껴지는 반응이었습니다. 방송 관계자들도 이 반응에 놀라, 허둥지둥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첫 방송에서 실망한 팬들의 마음을 쉽게 돌릴 순 없을 겁니다. 시청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소통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면, 콩두는 비지니스 파트너가 아닌 숟가락을 얹은 모양새를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앞으로도 '페이커' 이상혁의 방송은 계속될 것입니다. SKT T1 최병훈 감독은 다음 날 저녁, '울프' 이재완 선수의 방송에서 "송출 관련 문제는 앞으로 없을 것입니다. 문제가 됐던 통역 시스템도 없을 것입니다"며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첫 번째 방송과 같은 문제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관련기사 : 소통에 대한 생각의 차이? '페이커' 첫 방송에서 불거진 오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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