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들은 하스스톤을 가위바위보와 비교하곤 합니다. 단순히 운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이 아닌 덱 간의 상성이 뚜렷하기 때문이죠. 다행히 하스스톤에는 9개의 직업과 수많은 덱이 존재해서 단순히 가위, 바위, 보 세 가지 선택지만 있는 것이 아닌 다양한 경우의 수와 선택지가 존재합니다. 또한, 상황에 따라 가위가 바위를 부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덱 상성에서 밀린다고 해서 쉽게 게임을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밸런스가 무너질 경우 강력한 일부의 덱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부족한 선택지로 가위바위보를 해야 하죠. 선택의 폭이 좁아지면 게임이 단조로워지고 보는 재미도 떨어집니다. 이것이 밸런스 패치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난 23일 진행된 11.1 밸런스 패치도 이러한 단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됐습니다. 지나치게 강했던 컨트롤 흑마법사, 짝수 성기사, 퀘스트 도적, 빅스펠 덱의 너프가 이루어졌습니다. 밸런스 패치로 인해 지금 당장은 모든 직업이 고르게 등장하며 황금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죠.

이 순간에도 기상천외한 새로운 덱이 등장할 만큼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덱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스스톤 선수이자 HTCK 해설을 맡고 있는 '플러리' 조현수, '던' 장현재 선수는 하스스톤의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하스스톤 e스포츠 씬에서 잔뼈가 굵은 두 선수와 나눈 대화를 지금 전해드립니다.



Q. 오랜만이네요. 최근 근황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플러리' 조현수 : 방송을 열심히 하면서 메타 파악 중입니다. 투어 스탑 서울을 앞두고 대회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던' 장현재 :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저도 방송을 열심히 하면서 메타 파악 중이었어요.


Q. 최근 '플러리' 선수의 스트리머로서 성장세가 무서운데, 인기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플러리' 조현수 : 요즘 개인 방송 시청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시청자들이 저를 도와주는 것도 있고 얘기할 것도 많아져서 방송이 잘 되고 있어요. 원래 방송을 잘 하는 성격이 아닌데, 환경이 저를 바꾸더라고요.

'던' 장현재 : 오래전부터 방송을 열심히 했고, 매력적인 형이니까 지금 빛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Q. 지난 23일(한국 시각) 하스스톤 밸런스 패치가 진행됐습니다. 적절한 패치였다고 생각하나요?

'플러리' 조현수 : 저는 적절한 패치라고 생각해요. 너무 세 가지 직업밖에 없었어요. 흑마법사, 성기사, 도적 이 세 직업으로 가위바위보를 하듯 꺼내면 이기는 메타였어요. 마법사, 사제, 드루이드도 보이긴 했지만, 앞서 말한 세 직업이 압도적으로 많았죠. 밸런스 패치로 인해 지금은 다른 직업들도 많이 보여요. 하스스톤에서 변화는 항상 좋다고 생각해요.

'던' 장현재 : 정말 필요한 패치였어요. 긴급 소집이 들어간 짝수 성기사는 어그로 덱, 컨트롤 덱, 미드레인지 덱 상대로 모두 강력했어요. 마치 예전의 '자군야포' 드루이드를 보는 것처럼 완전무결한 모습이었죠. 아마니 광전사를 넣고 굴러갈 정도면 말 다했죠. 그 정도로 밸런스가 맞지 않았는데, 이제라도 패치를 했다는 것이 긍정적이에요. 하지만, 원한 맺힌 소환사를 넣는 덱은 크게 타격을 받지 않은 것 같아요. '빅스펠' 드루이드의 경우 1~3턴에 초반 템포를 맞춰가면서도 4~6턴에 충분히 하수인 밸류 싸움에서 앞설 수 있거든요.


Q. 퀘스트 도적은 결국 2차 너프를 당했습니다. 그럼에도 퀘스트 도적이 여전히 사용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플러리' 조현수 : 4/4 스탯은 너무 큰 타격이에요. 컨트롤 덱 상대로 여전히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컨트롤 마법사 상대로 광역기에 쓸리는 각이 생각보다 잘 나와요. 데미지도 줄었기 때문에 원턴 킬도 어려워져서 쓰기 힘들다고 봐요.

'던' 장현재 : 타격이 큰 것은 맞아요. 하지만, 저는 퀘스트 도적이 계속 쓰일 것 같아요. 원턴 킬이 어려워지면서 퀘스트 도적은 플레이에 정교함이 필요해졌어요. 여전히 퀘스트 도적의 필승 전략이 남아있기도 하고요. 환영자객 발리라로 변신해서 돌진, 속공 카드로 필드를 전개하면 4/4 스탯으로 줄었어도 필승이에요. 단, 거기까지 끌고 가는 것 자체가 힘들지만요. 난이도가 많이 올랐지만, 성기사의 약화로 컨트롤 덱이 증가했기 때문에 대회에서 컨트롤 덱 카운터로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퀘스트 도적이 여전히 컨트롤 마법사, 전사, 도발 드루이드 상대로 괜찮아요.



Q. 덱 상성이 워낙 뚜렷해서 소위 '가위바위보' 메타가 계속되고 있는데, 그것이 해소될 수 있을까요?

'던' 장현재 : '가위바위보' 메타는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어요. 어떤 덱이든 특정 덱 상대로 강한 덱이 있고, 약한 덱이 있어요. 성기사와 흑마법사가 너프를 당한 이유는 두 직업이 모든 덱을 상대로 승률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패치가 되면서 9개 직업 모두 나오게 된 상황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봐야 해요. 하스스톤의 본질인 어그로 덱과 컨트롤 덱의 상성 자체가 깨진 것은 아니에요. 상성이 유지되면서 다양한 덱이 등장해야 좋은 거예요.

'가위바위보' 메타는 예전부터 계속 있었어요. '빙결' 마법사와 '방밀' 전사의 관계도 그렇고요. '자군야포'는 모든 덱을 상대로 강력해서 너프를 당했어요. 밸런스 패치는 메타의 단조로움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봐야 할 것 같아요. 가위바위보의 선택지가 3개밖에 없었는데, 이제 더 많아진 거죠.

'플러리' 조현수 : '가위바위보'라는 것이 덱 간의 상성을 뜻하는데, 그것이 하스스톤의 특성이에요. 덱 간의 상성이 있다는 것이 좋은 거예요. 아직 패치 초기라서 다양한 덱이 나오고 있는데, 메타가 확립되면 1티어 덱 위주로 나올 거예요.


Q. 현재 비셔스 통계를 보면 모든 직업이 고른 직업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상황인데,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 있을까요?

'플러리' 조현수 : 지금 당장은 다양한 덱이 나오고 있어요. 결국, 나중에는 어그로의 정점, 컨트롤의 정점, 미드레인지의 정점이 살아 남을거예요.

'던' 장현재 : 정수기에 물이 들어가서 필터로 걸러내는 단계에요. 메타가 자리 잡을 때까지 도태될 덱은 아래로 빠지고 살아남을 덱은 위로 올라가겠죠. 최종 단계에 살아남을 덱이 얼마나 있느냐가 문제에요.


Q. 그렇다면 앞으로 1티어가 될 가능성이 높은 덱을 예상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플러리' 조현수 : 흑마법사가 약해지면서 홀수 성기사가 다시 떠오르고 있어요. 그리고 도발 드루이드도 상당히 강력해 보이고요. 물론, 도발 드루이드는 컨트롤 마법사 같은 특정 덱에게 매우 약하긴 해요.

'던' 장현재 : 어그로 덱 중에서는 긴급 소집을 사용하는 멀록 성기사 덱이 가장 강해 보여요. 광역기에 필드가 쓸려도 다시 필드를 장악하는 능력이 대단해요. 개인적으로 도발 드루이드는 어그로 덱에게 약하고 카운터 덱이 많아서 애매한 것 같아요. 저는 템포 마법사와 빅스펠 드루이드가 가장 무난해 보여요. 사제는 덱 자체가 너무 특정 덱의 카운터 느낌이라서 애매하고요.



Q. 확장팩이 등장할 때마다 메타가 빠르게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메타 고착화를 늦추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플러리' 조현수 : 고착화를 피하려면 카드 풀이 넓어야 해요. 하지만, 유저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돼서 메타 고착화는 점점 빨라질 것 같아요.

'던' 장현재 : 이번 패치도 메타 고착화를 피하기 위한 패치였고요. 코볼트와 지하 미궁 확장팩에서 마녀숲으로 넘어오면서 덱의 아키타입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흑마법사도 거의 비슷하게 넘어왔고요. 메타가 빠르게 고착화되면 이런 식으로 패치를 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여요. 확장팩이 1년에 세 번 나오고 확장팩 중간에 한 번씩 밸런스 패치를 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6번은 신선한 메타를 즐길 수 있는 거잖아요. 밸런스 패치가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하면 가장 좋겠지만, 이렇게라도 변화를 주려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하스스톤이 아시안 게임 e스포츠 시범 종목 중 하나로 채택돼서 화제입니다. 하스스톤 선수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플러리' 조현수 : 확실히 하스스톤이 보는 재미가 있어요. 보는 사람도 많고요. 하스스톤의 인기를 어느 정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던' 장현재 : 하스스톤 선수로서 당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하스스톤이 국제 e스포츠를 대표하는 게임 중 하나라는 뜻이잖아요. 출전할 기회를 얻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Q. 아시안 게임에 출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나요?

'플러리' 조현수 : 당연히 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뽑힐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던' 장현재 :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명예로운 일이잖아요. 게이머로서 그렇게 큰 무대에 나갈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기회이기도 하고요. 나갈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Q. 곧 HTCK 2018 시즌1이 펼쳐집니다. 이번에도 해설로 함께하게 됐는데, HTCK 시즌을 어떻게 예상하나요?

'플러리' 조현수 : 저는 RD 팀이 잘할 것 같아요. RD 팀은 하스스톤 팀 리그에서 항상 꾸준히 활약하고 있는데, 정말 놀라워요. 다른 팀들과 다른 전략적인 생각이 있는 것 같고, 연습도 꾸준히 체계적으로 잘 하는 것 같아요. RD 선수들의 경험을 높이 사고 싶어요.

'던' 장현재 : RD 팀은 팀전에 대한 노하우가 있는 것 같아요. 간혹 플레이에서 실수가 나오긴 하지만, 그것은 긴장이나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준비 단계에서는 굉장한 팀이에요. 하스스톤은 준비 단계도 다른 의미의 실력이거든요. 새로 올라온 팀들은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팀적인 측면에서 많은 적응이 필요할 것 같아요.


Q.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대회에 출전한 팀 중에서 주목할 선수가 있나요?

'플러리' 조현수 : 저는 ZSMR 팀('삼디', '즐디', '라파엘') 선수들을 기대하고 있어요. '즐디' 선수는 등급전 4만 승 경력을 가진 경험 많은 선수에요. 그동안 대회서 빛을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잘할 것 같아요. '라파엘' 선수는 중학생인데, 열심히 하고 잘 하는 선수예요. ZSMR 팀이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던' 장현재 : 저는 헌터 팀('루카스', 'lxlxlxlx', 'FUF')의 행보가 궁금해요. 새로 만들어진 팀인데, 다들 경력이 많아요. 그리고 예선전에서 마지막에 올킬을 하며 본선에 진출했는데, 본선에서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한 팀입니다.


Q. '플러리'-'던' 두 선수 모두 굵직한 하스스톤 대회 우승자 출신입니다. 해설자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선수로서 우승컵을 다시 들어 올리고 싶은 생각도 강할 것 같습니다.

'플러리' 조현수 : 큰 대회서 우승을 한 번 더 하고 싶어요.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에서 우승하고 나서 관객들 앞에서 저 혼자 주목받는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고 너무 좋았어요. 그 우승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죠. 그래서 해설 활동을 하면서 선수 활동도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던' 장현재 : '다시'라는 단어가 슬프네요. 잘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어요. 그래도 올해는 작년보다 분위기가 많이 좋아요. 더 노력해서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Q. 하스스톤 전문가로서 하스스톤에게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플러리' 조현수 : 저는 항상 하스스톤이 지금처럼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카드 게임 중에서 하스스톤만큼 유저가 많고 인지도가 높은 게임이 없잖아요. 하스스톤은 좋은 방향으로 계속 흐르고 있는 것 같아요.

'던' 장현재 : 최근에 열렸던 '스톤 페스티벌'처럼 모든 하스스톤 유저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행사를 통해 유저들이 서로 소통하며 다양한 방향으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Q. 끝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플러리' 조현수 : 항상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던' 장현재 : 선수, 해설자, 방송인으로서 노력하고 있는데, 지켜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