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이스포츠에 입문한 ‘LS’라는 인물을 들어 보셨나요? 아주 오랜 기간동안 이스포츠 씬에 헌신을 하고 있으며, 현재는 스타크래프트가 아닌 리그오브레전드 이스포츠 씬에서 가장 유명한 코치 및 전략 분석가로 손꼽히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특유의 치밀하고 깊게 파헤치는 분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알려져 있죠. 그런 날카로움 덕분에 그는 과거 스포티비 해설 및 롤드컵 분석가로도 활동한 전적이 있습니다.


독특한 점은, 그의 코칭 스타일이 북미보다는 한국의 스타일에 훨씬 더 가까우며, 그로 인해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많은 팀과 선수, 유저들에게서 코칭 요청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특유의 집요함과 철저함은 가혹할 정도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로 인해 만들어진 성과는 거부할수 없기에 여전히 러브콜을 받고 있는 LS. 오늘도 그만의 빡빡한 스케쥴을 만들고 엄격한 마음가짐과 태도로 선수들에게 접근하며, 단순한 실력 상승 뿐만 아닌 선수들의 불필요한 자존심과 습관들을 지워내는, 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도 집중합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 코치, LS는 무슨 계기로 한국에서 활동하게 되었을까요? 왜 이스포츠 씬에서 북미의 자유로운 문화보다 한국의 치열한 문화를 선호하게 된 것일까요? 외국인 코치로서 지내는 한국에서의 삶은 어떠할까요? MVP팀과 같은 부천의 한 건물에서 살고 있는 LS, 그와 연락이 닿은 후, 숙소 근처 카페에서 얘기를 나누어 봤습니다.

※ 해당 인터뷰는 6월 7일에 진행되었습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한국 독자분들께 자기소개를 부탁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LS라고 합니다. 미국인이고, 7년전에 한국에 왔습니다.


Q. 현재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지금 현재는 스트리밍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작년 8월까지 템포스톰에서 코치로 활동하다 나왔는데요, 그 후로 부터 쭉 같은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방송과 코칭을 하는 롤 유저 중 하나입니다.


Q.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로 오셔서 아예 자리까지 잡으셨는데요, 한국으로 온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한국에 온 이유는… 솔직히 당시 저에게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제 어린 시절은 굉장히 거칠었습니다.

처음에는 스타크래프트 때문에 한국에 오고 싶었는데, 그 때 당시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서 성사되지 못했었어요. 그렇게 방황하던 저의 어릴 적,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만난 사람-제가 한때 코칭을 해주던 사람과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그와 그의 가족들은 저를 친절하게 받아 주셨었어요. 저 역시 가족의 허락도 받고요.

그렇게 이사를 간 후 스타크래프트 2가 출시 되었습니다. 몇 주동안 스타크래프트 2만 하고, MLG 대회에도 참가했었죠. 하지만 이윽고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가게 되었을때는 스타2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캠퍼스에서 친구들과 같이 살기 시작했으며, 그 곳에서 불법적으로 포커를 플레이하기 시작했습니다.

▲ 당시 LS의 앳된 모습

제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아졌고, 그 해 겨울 방학때는 이곳 저곳을 다니며 포커를 할수 있는 여건을 다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와중, “고수게이머” 라는 게임단에서 제안을 받고 다시 스타크래프트2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당시 고수게이머에서는 저에게 노트북 한대를 주었으며 100유로(한화가치 대략 12만 원) 정도의 월급을 줬었어요, 그 당시에는 정말 불쌍할 정도의 수준이었죠. 저는 스타벅스와 던킨도너츠 구석에서 간신히 와이파이를 잡고 게임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부턴 어머니 집에 몰래 들어가서 게임을 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발각되었고, 어머니께서 경찰에 신고한다는 위협까지 하셨죠.

한참 이 사건이 일어나고 있을때, Skew라는 스타크래프트 선수와 스카이프를 하던 중이었어요. 그리고 스카이프를 통해 그가 이 모든 상황을 듣게 되었죠. 바로 다음날, Skew가 비행기표를 하나 건네주며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주었어요. 그래서 바로 비행기를 타고 갔습니다. 물론 여전히 가진 게 없었기 때문에, 가서도 매일 매일을 라면만 먹으며 버텼지만요. 그 와중에 MLG 애너하임도 참석했었어요.

시간이 지나자, Skew의 형은 제가 집에서 나가길 바랐어요. Skew의 형은 집의 주인이고, Skew는 제가 얼마동안 같이 살 것인지에 대해서 그의 형에게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었죠. 저에게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었어요. 전기도 없던 EvilGenius 팀 하우스에서 머물 지, 아니면 노숙을 할 지. 그 때 Skew가 제 일처럼 나서서 해답을 찾기 위해 많이 도와줬어요.

그러다 MVP팀의 저그 선수, Galaxy가 저보고 MVP팀 입단에 도전해보라고 추천해줬어요. 그래서 많은 크로스서버 게임으로 연습을 많이 했고, 결국 시험에 통과하여 B팀 하우스에 초대되었습니다. 고수게이머의 오너가 여행비를 모두 털어 저에게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표를 끊어주었고, 저는 한국에 24만원 정도의 현금만을 가진 채 도착했습니다. 그 후로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절대로 없었습니다.


Q. 파란만장했네요. 그렇게 오신 한국은 어떤가요? 여기 삶에 적응은 잘 하셨나요? 한국말도 굉장히 유창하게 잘 하신다고 들었어요.

아, 아니에요! 유창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롤에서 한국말로 소통할 때 문제는 없어요. 거의 모든걸 다 읽고 이해할 수 있어요. 문법에는 문제가 좀 많지만, 한국말도 누구의 도움 없이 제 스스로 배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롤을 통해서 한국말을 배운 것이라고 할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포탈 번역기를 통해 많이 배웠고, 한 단어 한 단어 천천히 외웠어요. 그러다보니 영어를 전혀 모르는 한국인들과 데이트까지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옛날에는 정말 많은 어려움을 느꼈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확실히 제 문법에 문제가 많지만, 그 때보다 훨씬 더 많은 한국어 단어들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들을때는 거의 100% 다 알아 듣습니다.


Q. 코치로서, 선수들 뿐만이 아닌 프로가 되기를 꿈꾸는 유저들을 도와주신다고 들었어요.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때는 저렴하게 살수 있는 방법을 몰랐어요. 고시텔에 대해서 몰랐고, 싸게 컴퓨터와 음식을 구하는 방법도 몰랐죠. 그래서 한국으로 전지훈련 하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있다면 그것부터 알려줍니다. 금전적인 고민을 최대한 잊고 오로지 전지훈련에만 몰두할 수 있게 말이죠.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게 있는데, 한 달에 60만 원 정도면 한국에서 충분히 먹고 삽니다. 근데 아무래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에서 많은 돈을 뜯기고, 저렴하게 먹을 것을 못 구해 불필요한 지출을 하게 됩니다. 프로팀에서 전지훈련과 관련해 제게 연락이 오면 저는 경험이 많은 조이럭을 추천해주거나, 조이럭을 전혀 모르는 팀단에게는 제가 직접 이어주기도 합니다.

저는 간혹 선수들이나 더욱 잘 하고 싶어하는 일반 해외 유저들에게 코칭 패키지를 제공해주는데요, 그들을 한국으로 불러 면대면으로 만나 직접적인 코칭을 해줍니다. 한국 서버는 정말, 정말 좋아요. 코치로서 더 많은 걸 할수도 있고요. 지연률(핑) 등 게임 외의 외부적 문제가 일어나지 않으니, 한 선수의 문제점을 찾고 고치는데에 있어 집중하기에 정말 좋습니다.



Q. 인터넷 환경 외에, 한국에서 게임을 하는데에 있어 또 어떤 장점이 있나요?

먼저, 서버에 존재하는 유저들의 수준이 훨씬 높습니다. 오버워치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도 마찬가지에요. 항상 그래왔지만, 한국 서버의 유저들을 상대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는 평가가 많아요. 더 좋은 질의 연습을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겠죠.

추가로, 한국의 게임 문화는 정말로 좋습니다. 이스포츠의 성장에 있어서 이토록 경쟁이 치열한 문화는 아주 좋습니다. 북미는 대개 좀 더 느긋한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한국의 철저하고 진지하게 게임에 임하는 면과 다르게 말이죠. 한국의 게임 문화는 선수들에게 더 치열한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Q. 북미 리그 오브 레전드 커뮤니티에서 굉장히 깊고 정확도가 높은 전략 분석으로 유명하신데요, 다소 거친 성격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혹시 이 성격을 고치려 하고 있나요? 아니면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인정하고 계신가요?

제가 그런 면에서 논란이 된 이유는 제가 강한 개인 의견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이스포츠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기 때문이죠. 이 업계에 들어온 지 12년이 되었는데, 저와 같은 경험과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가 않아요. 특히 롤 씬에서는 말이죠. 물론 저랑 비슷하거나 더 오래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동시에 12년 동안 은근히 높은 수준의 게임 실력을 유지해 왔어요. (매 시즌 다이아 2~마스터 유지) 이스포츠가 거의 제 인생인 셈이죠.

그래서 저는 게임과 이스포츠를 굉장히 엄격하고 진지하게 바라보며, 누군가와 이에 관한 대화를 할때 강한 개인 관점을 가지고 얘기합니다. 이걸로 인해 대화를 나눌 때 공손하지 못해 보일 때가 많아요. 대화 상대의 경력 배경이 얕거나 그럴만한 자격이 없다면 더욱 더 말이죠. 그리고 논쟁을 할 때 감정 없이 팩트로만 대화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와 논쟁을 했던 많은 분들이 감정에 이입되어 얘기를 많이 하셨는데, 그러면 논점이 많이 흐려진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이런 생각을 가진 제가 예의없고 거들먹거리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무례한 사람으로 알려지는건 싫고, 고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저는 항상 자기방어를 하고 있는거 같아요. “너가 어떻게 이런일을 하는거고, 너가 어떤 자격이 있냐” 라는 질문을 평소에도 수시로 받기 때문이죠.


Q. 혹시 스타와 롤, 코칭을 하는 데 있어 이 두 게임에 공통점이 있나요? 그리고 당신의 스타크래프트 배경이 롤을 하는 데에 있어 도움이 되었나요? 아니면 그냥 단순히 두 게임을 보는 눈이 모두 좋은 것인가요?

저는 2살 때 부터 게임을 하기 시작했어요. 제 삼촌들이 게임을 소개시켜줬고 그 중 한 삼촌으로 인해 게임의 경쟁, 그리고 전략 요소에 눈을 떴어요. 삼촌은 항상 게임에서 저를 이기고 많이 놀리셨거든요 (웃음).

스타와 롤을 비교하자면, 솔직히 롤이 스타보다 훨씬 단순합니다. 처음 롤에 입문했을때, 전 6개월 안에 LCS팀의 코치로 입단했었어요. 그 때 저에게는 굉장히 단순해 보이는 컨셉들도 사람들은 쉽게 이해를 하지 못했어요. 저는 단순히 테란, 저그, 그리고 프로토스처럼 각기 다른 챔피언들이 맵 안에서 이동하는 것처럼 생각했을 뿐인데 말이죠.

그리고 스타에서 쓰이는 몇몇 전략 또한 롤에서 운영으로 쓸만해 보이는 것들도 많았어요. 두 게임은 정말 맵 움직임과 자원 관리에 있어 비슷한 면이 굉장히 많아요.


Q. 저 역시 당신의 많은 코칭 영상들을 보았습니다. 선수들의 태도와 마음가짐, 그리고 그들의 겸손한 마음가짐에 중점을 두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 유저가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미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먼저 자신에게 물어볼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무엇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 같은 자기 발전 욕구 말이죠. 스스로에게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깊게 볼 줄 모르는 것 같아요,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리고 그들의 성적이 좋다면 더욱 더 그런 모습을 보여요. 그냥 ‘현재 잘하면 장땡’ 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예를 들자면, 저는 시즌4 시절에 ‘페이커’가 최고의 선수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최고라 할지라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분명히 그 당시 페이커가 인간적인 능력 내에서 더 잘할 수 있던 부분들이 많았어요. 최고이되 완벽하지는 않았다는 거죠.

지금은 시즌 8인데, 옛날 경기 영상들을 보시면 놀라실 거에요. 현재 최고로 불리는 선수들, 예를 들면 ‘칸’, ‘비디디’, ‘우지’, ‘프레이’ 등의 플레이를 보고 옛 시즌 플레이들을 비교해보면, 그 시절의 플레이가 정말 형편없거나 거칠어 보일거에요.

제가 스타크래프트 씬에서 활동 했을 시절, 이제동과 이영호 선수와도 함께 했었어요. 그리고 저는 그들의 옆에서 그들이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을 제 두 눈으로 계속 볼 수 있었죠. 프로게이머로서 전략이든 픽이든, 무엇이 자신이 가진 최선의 수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 ‘다음’을 어떻게 습득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타크래프트 씬의 과거를 보시면 이해가 되실거에요, 롤에도 수많은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는걸 말이죠.


Q. 무엇이 평범한 코치와 좋은 코치를 가리나요?

굉장히 좋은 질문이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코칭에 대해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코치의 역할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종류도 많아요. 생활코치, 전략코치, 그리고 몇몇 팀들은 더 다양하게 코칭 스태프들을 꾸려 놓기도 했구요. 많은 사람들은 코치의 역할이 단순하게 ‘한 사람이나 한 집단에게 명령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이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옛날 같았으면 어느 정도 맞다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코치의 중요성, 그리고 코치의 역할에 대한 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코치란, 단순하게 A가 B에게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A가 B에게 명령을 하는 동시에 이해를 시켜, B가 C에게도 명령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항상 직접적인 답을 주는 것 보다는 선수 손에 지도를 쥐어주고 길을 알려주며, 성공의 주춧돌을 세워 주는 겁니다. 이런식으로 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만들수 있게, 계속 성공을 촉진시킬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코치라고 저는 생각해요. 가끔 이걸 달성하기 위해 선수들을 꾸준하게 밀어 붙이거나 여러 도전을 하도록 시켜야 합니다. 물론 이로 인해 선수들의 마음이 상하거나, 화내거나, 감정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어요.

코칭을 한다는 것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가끔은 선수들에게 거칠게 대할 줄도 알아야 하고, 그들을 충분히 이해해야 할 줄도 알아야 해요.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이 가진 감정의 중심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또한, 가끔 선수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들도 시켜봐야 합니다. 그들이 직접적으로 하기 싫다고 말할지언정 말이죠. 가끔씩이라도 이런 식으로 고비를 넘기고 충격을 받고, 그로 인해 깨닫게 만들어줘야 돼요. 그래야 삶을 바꿀 수가 있어요. 선수들의 감정을 흔듦으로서 일반 유저로 생활을 했을 적 몸에 배긴 안좋은 습관들을 없앨 수 있어요.


Q. 한국 게임과 이스포츠 문화에서는 코치의 권력이나 영향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 저희 기자 중 한명이 북미에 있는 C9 팀 하우스에서 하루종일 함께 지낸 적이 있는데요, 북미 선수들이 본인들의 컴퓨터 앞에서 밥을 먹는걸 보고 많이 놀래시더라구요. 이런식의 자유로운 팀 환경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과거의 MVP팀원들(나중에 삼성 갤럭시가 됨)과 함께 지낼 때, 저는 정말 즐겁게 보냈습니다. 다 같이 살고 있는 가족 같은 분위기면서도, 게임을 할 때는 엄격하고 철저한 스케줄을 지키는 것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북미나 유럽의 게임단들이 이런 면을 참고하여 똑같이 적용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이 부자연스러워요.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서부 게임단들이 주는 많은 자유에는 다소 규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두 문화 둘 다 장단점이 있는거 같아요. 서로에게서 한 두개 씩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봅니다.


Q. 최근 지휘관의 깃발 수정 등 많은 핫픽스가 있었는데요, 그걸로 인해서 커뮤니티가 뜨거웠습니다. 라이엇의 패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기분이 상하거나 라이엇에게 실망하지는 않았어요. 가장 최근에 주목 받았던 핫픽스가 아마 지휘관 삭제였죠?

패치 8.11까지 지휘관의 깃발이 엄청나게 인기가 많았어요. 제일 문제가 되었던 것이, 서폿 뿐만이 아닌 사이온, 오른, 룰루, 카르마처럼 라인전을 빨리 끝내거나 라인전 자체를 피해버릴 수 있는 미드 라이너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던 거죠. 안정적인 라인전을 이미 가진 챔피언들이 미드 라인으로 와서 수비적인 능력치와 액티브까지 달린 지휘관까지 들고 들어오니, 이걸 상대하는 상대방은 숨이 막힐 수 밖에 없어요. 이 아이템은 주로 AP 챔피언을 상대로만 만들었죠. 하지만 패치를 통해서 AD 챔피언을 상대로도 효과적이게 설계되면 더욱 쓸만한 아이템이 되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또 중요한게, 원래 지휘관을 가던 많은 미드 라이너들이 이미 AD챔피언을 상대로 제법 좋았다는 거죠, 예를 들어 룰루나 카르마요.

그래서 갑작스럽게 지휘관이 AD 챔피언을 상대로도 쓰이기 시작했고, 아이템이 가진 스플릿 푸쉬 능력 덕분에 게임 중반에도 큰 힘을 실어줄수 있게 되었고, 유틸리티-서폿과 정글러들도 지휘관을 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직접 여러번 플레이 해보고 여러 한국 선수와 대화를 나누어본 결과, 지휘관에 대한 패닉은 좀 과장되었던 것 같아요. 그 정도의 반응을 초래할 정도로 그렇게 OP라고 생각이 들진 않았어요. 물론 일반 랭크 게임에서는 확실히 공포의 대상이긴 했지만요. 일반 게임에서 그러한 이유는, 지휘관은 어긋난 팀플레이- 즉 합이 잘 안맞는 팀을 아주 자연스럽게 망가뜨립니다. 그런데 일반 랭크 게임에서 실제로 대부분은 합이 잘 맞지 않죠. 텔레포트를 든 사람이 없다면 더욱 더 말이죠. 이러한 환경에서는 즈롯 차원문과 지휘관의 깃발이 강할수 밖에 없어요.

추가로, 지휘관은 엄청난 스노우볼 아이템입니다. 앞서 있는 상황이라면 차이를 더 벌릴 수 있고, 뒤쳐진 상태일지라도 차근차근 수비적으로 플레이를 하며 한타를 차곡차곡 이겨내면, 상대방에게는 엄청나게 골치덩어리가 되는 아이템입니다. 어떻게 보면 만능 아이템으로 보이겠지만, 중간 노선이 있어요. 뒤쳐진 상태인데 거기서 수월하게 수비적으로 플레이를 못한다면 지휘관을 간 것이 문제가 될수도 있어요. 선수들에게서도 듣고, 일반 유저들에게도 많이 들은 것이 있어요. ‘내 원딜이 지휘관 말고 그냥 일반적인 아이템들을 갔으면 딜을 더 넣을수 있었을텐데…’ 여러 게임을 분석할 때 일반 아이템 대신 지휘관을 가서 패배한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Q. 그럼 제일 최근에 적용된 정글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휘관이랑 비슷하게, 북미 쪽에서 바위게 변화에 대한 반응이 너무 격했던거 같아요. 북미에서는 패치 후에 ‘리그 오브 바위게’ 라고 부르더군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서까지 바위게를 노리려 하진 않아요. 한국에서는, 탑, 미드, 그리고 바텀 라인 유저들 까지도 다 라인 프리징, 스플릿 푸쉬, 그리고 라인 관리를 할 줄 알아야 해요. 대부분의 정글러들 또한 라인 위주로 플레이를 할 줄 알아야 하고요. 많은 한국 라이너들과 정글러들은 서로를 위한 플레이를 더 잘 할 줄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너들은 게 하나 때문에 본인의 라인을 망칠 수 있는 리스크를 피하고, 정글러들 또한 게 하나때문에 갱킹을 생각해두고 짠 정글 동선을 망칠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아요.

오랜 기간을 두고 보면, 이 바위게 변화가 좋은 변화가 될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싫어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제 정글러로서 상대 정글러를 압도적인 경험치 차이로 제압하긴 힘들다는 점이에요. 제가 아마 바위게 변화를 좋아하는 극 소수중 한명일 거에요(웃음).


Q. 혹시 현재 메타에서 숨겨진 OP 챔피언이 있나요?

현재 정글, 서폿 탈리야 얘기가 많아요. 그리고 지금 한국 랭크 게임 랭킹을 보면, 잘 보이지 않던 챔피언들로 엄청나게 높은 승률을 가진 마스터/챌린저 유저들이 꽤 있어요.

이런 장인들을 제외하면, 카서스와 서폿 자이라가 연구가 덜 된 것 같아요. 대부분 유저들이 이 두 챔피언을 간과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재 메타에 탄생한 진정한 OP 챔피언은 없는 것 같아요. 챔피언 메타가 몇 패치동안 변화가 그렇게 크게 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Q. 요즘 뜨거운 마스터이-타릭 조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전략은 도박이라고 봐요, 대회에서는 더욱 더요.

당연히 이 전략에도 장단점이 있습니다. 대회에서는 상대 팀의 합이 좋기 때문에, 이 전략으로 성공하려면 더욱 더 많은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마스터이가 겉으로 보기엔 엄청 쉬워 보입니다. 바닥이 낮지만 천장이 높다고 표현해야 될까요? 이 챔피언을 완전히 마스터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그리고 여기서 또 자신에게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이 전략을 연습할 가치가 있을까?’ 특히나 타릭이나 마스터이가 하나라도 밴 되면 이 전략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 지는 고민해봐야 해요. 프로 게임에서는 이 ‘마타’ 조합을 충분히 카운터 칠수 있는 방법이 많아요. 하지만 일반 랭크 게임에서는 더 어렵겠죠.


Q. 파이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회에서 등장할 수 있을까요?

파이크가 처음 출시 되었을때 저는 정글로 플레이를 해보았어요. 그리고 바로 ‘별로다’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죠. 스킬 구성만 보면 정말 미친 수준이에요. 그리고 왜 라이엇이 체력 수치 등으로 파이크가 탱키하게 아이템을 가지 못하게 막아 놓은 지 눈에 보여요. 파이크가 체력, 방어력, 그리고 쿨감까지 맞추게 되면, 옛날 ‘탱에코’가 스팀팩 맞고 돌아온 모습을 다시 보셨을 겁니다.

며칠 전에, ‘여진’ 룬이 인기가 많아지기 전에 제가 이론을 제시한 적이 있어요. ‘막눈’이 ‘포식자’ 룬을 든 채 파이크를 데리고 탑을 가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현재 같이 사는 북미 아카데미 선수에게 물어봤어요. ‘저거 좀 안 좋아 보이네, 근데 여진 룬을 들면 어떨까?’ 라고 말이죠. 파이크에게 부족한 방어 능력치를 주어 초반에 조금이라도 더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죠.

파이크가 심하게 밸런스가 안맞는 챔피언이라고는 생각이 들진 않는데, 기본 수치에 대해 손을 좀 봐야 할 것 같긴 해요. 일반 랭크 게임에서는 확실히 골치아픈 존재가 될수 있다고 생각해요. 바드 같은 경우는 대회에서 안 보이지만, 높은 티어에 등장하는 바드 장인들을 보면 정말 괴물같은 챔피언이거든요. 진짜 악몽같은 수준으로 상대하기 까다롭습니다. 파이크는 살짝 바드와 라칸을 섞은 느낌이에요. 현재 파이크의 스킬 구성은 정말 아름다울 정도로 좋지만, 기본 수치가 낮아서 대회에서는 쉽게 안 쓰일 것 같아요.


Q. 라이엇이 파이크를 서폿 챔피언으로 디자인했다지만, LS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파이크의 스킬 구성을 보면 정말 정글러로서 아주 좋아보여요. 그래서 정글러로 쓰일 것이라고 예상을 했었죠. 근데 막눈이 탑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보았는데, 정말 결과들이 나쁘지 않더라구요. ‘탑 라인에서 라인전을 빨리 끝내야 되는 챔피언이다’ 라는 생각도 들었고, 방어력이랑 마법 방어력 위주로 템을 맞춘 서포터로서도 쓸만할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먼저 템포스톰과 스폰서들, 트위치, 엔비디아, 그리고 레드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저의 롤과 이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MVP 게임단의 임현석 감독님과 최윤상 감독님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임현석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이 모든게 불가능했을 겁니다. 아마 롤이라는 게임도 못 찾았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