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리그의 첫 시즌 우승자가 탄생했다. 모든 게 새로웠던 첫 시즌의 우승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오버워치 리그와 팀, 선수들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한 리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승팀은 최초, 초대 우승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런던 스핏파이어였다. GC 부산 시절부터 처음 올라온 무대인 오버워치 APEX에서 당당히 우승하며 로얄로더가 됐다. 오버워치 리그 역시 스테이지1 첫 타이틀 매치를 우승으로 장식하며 탄탄대로를 걸어올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첫 시즌 그랜드 파이널 우승을 하기까지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 정규 시즌 중-후반부에 팀원들이 팀을 떠나고 부상 등의 이유로 점점 성적이 떨어지기도 했다. 자신들보다 뛰어난 성적을 냈던, 상대 전적에서 크게 앞섰던 팀을 포스트 시즌에서 만날 수밖에 없었다. 포스트 시즌 첫 경기 역시 0:3 완패라는 결과로 시작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스테이지4 9위가 1위를 이기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다시 본인들이 우승했던 스테이지1으로 되돌아온 느낌이었다. 그렇게 리그의 마지막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듯한 런던 스핏파이어가 내로라하는 우승 후보를 넘어 우승까지 차지했다.

결승전은 3:1, 3:0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가 나왔다. 어떻게 정규 시즌에서 부진하던 런던이 놀랍게 변화해 돌아올 수 있었을까. ‘최초’가 되기 위해 강해졌던, 초대 우승자라는 타이틀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런던 스핏파이어의 말을 들어봤다.

▲ 화상 인터뷰 진행한 런던 스핏파이어 '로빈-비도신-잭 에티엔-제스처'(좌측부터)



Q. 오버워치 리그 첫 시즌 우승을 축하한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우승 소감부터 말해보자면?

‘비도신’ 최승태 : 런던 스핏파이어의 지원가를 맡고 있다. 우승해서 기쁘다. 힘든 여정이었다. 하지만 결승에 오면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제스쳐’ 홍재희 : 런던 스핏파이어 탱커 '제스쳐' 홍재희다. 이렇게 첫 시즌을 우승하게 돼 뿌듯하다.

잭 에티엔 구단주 : C9의 경영자 및 창업주, 런던 스핏파이어의 공동 구단주이자 오너인 잭 에티엔이다.

'로빈' 이승환 매니저 : 런던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는 매니저 '로빈' 이승환이라고 한다.


Q. 리그가 진행되면서 밸런스 패치가 이뤄졌는데 부담스럽진 않았나?

‘비도신’ 최승태 : 프로라면 어떤 메타에서도 충분히 연습해야 한다.

‘제스쳐’ 홍재희 : 원래 로스터가 많을수록 더 유리하다. 선수들마다 잘하는 영웅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습 열심히 해서 플레이오프 전까지 실력을 완성할 수 있었다. 프로게이머이기에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오버워치 리그가 쉬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리그 진행 중 휴식은 충분했다고 생각하나?

‘비도신’ 최승태 : 시즌1에서는 짧다고 생각했지만, 오버워치 시즌2에는 휴식 시간을 늘린다고 들었다.

‘제스쳐’ 홍재희 : 선수와 코치진들에게 휴식 기간이 애매했다. 조금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Q. (잭 에티엔 구단주에게)런던 스핏파이어가 오버워치 리그 초대 챔피언이 됐는데, 선수들에게 어떤 포상을 줬나?

잭 에티엔 구단주 : 우리는 우승한 기념으로 호화롭게 스테이크를 먹었다. '퓨리' 김준호 선수와 '너스' 김종석 선수는 2인용 스테이크를 혼자 다 먹더라. 연봉 협상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런던 매니저가 코스프레도 한다고 들었다(웃음).


▲ 출처 : 런던 스핏파이어 공식 페이스북


Q. 시즌 중에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들었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

‘제스쳐’ 홍재희 : 아무래도 메타 변화와 '버드링' 선수의 손목 부상이 있었다. 나 같은 경우는 심리적으로 시즌 중반에 안 좋기도 했다. 하지만 팀에서 주전 팀원들 중심으로 가겠다는 결단을 내리고 팀에 남은 멤버들끼리 잘 지낸 것 같다. 오버워치 리그는 오버워치 최고의 리그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어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도신’ 최승태 : 시즌 3, 4 때 많이 지치고 질려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 와서 적응보단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해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Q. 스테이지4와 확실히 달랐다. 어떻게 급격히 기량을 포스트 시즌에 달라진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나?

‘제스쳐’ 홍재희 : 정규 시즌 경기는 선수들 입장에서 패배가 이어지면서 힘들기도 했고, 단기전처럼 매 경기 모든 것을 쏟을 수 없었다. 정규 시즌은 장기적으로 봐야했다. 반대로, 플레이오프부터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이겨낼 수 있었다.


Q. (잭 에티엔에게) 한 해를 돌아봤을 때, 이번 선수단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다음 시즌에 기대하고 있는 게 있나?

잭 에티엔 구단주 : 스테이지1 이후로 힘들어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무대 퍼포먼스에서 행복하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낸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당연히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 나와서 이렇게 프로게이머로 활동한다는 것이 힘든 일인데 잘 해내줬다.

처음에 두 구단을 합쳐 팀을 만들 거라고 했을 때 쉽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규 시즌이 진행되면서 합치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게 됐다. 하지만 매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선수들이 사람으로서, e스포츠 선수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았다. 힘든 시기를 잘 넘어왔기에 우승이 더욱 기뻤다.

내년에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이점이 있다면, 올해 코치진이 신뢰를 많이 쌓은 시기였다. 서로의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로빈' 이승환 매니저 : 나는 선수들과 같이 살다 보니까 그 누구보다도 어떻게 힘들게 보냈는지 잘 알고 있다. 구단주가 말한 것처럼 그것을 견뎌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어린 친구들이 큰 대회에서 꾸준히 잘 버텨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당연히 잘 해야하지만, 힘든 점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Q. (‘제스처’에게) 윈스턴을 할 때 과감하게 플레이한다. 팀원과 호흡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진 않았나?

연습할 때 스크림에서 많은 실패를 겪어봤다. 내가 과감하게 플레이하는데 있어서 팀원들과 코치진과 대화를 많이 해서 가능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우승까지 한 것 같다. 힐러진이나 함께 탱커를 맡은 '퓨리' 김준호가 최고의 선수라는 것이라는 것을 다 알기 때문에 팀워크만 다지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Q. GC 부산, 콩두 판테라 시절부터 런던팀까지 함께 해왔던 팀원들이 나갔다. 팀원들과 떨어져서 아쉽진 않았는가?

‘비도신’ 최승태 : '라스칼-피셔' 동생들이 나가서 조금 아쉽긴 했다. 하지만 다른 팀에서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서 다행이다.

‘제스쳐’ 홍재희 : GC 부산 선수들이 함께 왔다가 떠나게 됐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GC 부산이 아니라 런던 스핏파이어다. 12명이 시작했는데 최상위 선수들만 참여했기에 로스터 조정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쉽긴 했지만, 시즌 중이라 팀의 결정을 따라갔다.


Q. 결승전 1세트 도라도 패배를 통해 어떤 피드백을 했는지 궁금하다.

‘비도신’ 최승태 : 50% 기량 밖에 못 보여준 것 같다. 실수 만회를 최우선으로 했다.

‘제스쳐’ 홍재희 : 큰 무대라 긴장하긴 했다. 결승전을 위한 연습을 충분히 해놨기 때문에 즐기자는 마음으로 다음 세트에 임해서 잘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Q. 내년 시즌에 가장 경계하는 팀이 있는지 궁금하다. 구단주 입장에서 특정 팀에게는 절대 패배하고 싶지 않은 팀이 있나?

‘비도신’ 최승태 : 뉴욕 엑셀시어를 라이벌로 생각한다. 그리고 LA 글래디에이터에게 정규 시즌 상대 전적이 안 좋기 때문에 차기 시즌에 꺾어보고 싶다.

‘제스쳐’ 홍재희 : 뉴욕 메타를 완벽하게 분석해와 정규 시즌에서 굉장히 잘해온 팀이다. 뉴욕이 메타 분석을 완벽하게 한다면, 충분히 무서운 팀이라고 생각한다.

잭 에티엔 구단주 : 위험한 질문과 답변일 수 있다. 개인적인 LA 글래디에이터즈를 뽑고 싶다. '피셔' 백찬형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웃음)


Q. 시즌 중에도 '비도신' 선수는 우승할 수 있다고 말하더라. 우승을 예감한 순간은 언제인가.

‘제스쳐’ 홍재희 : 100% 예감한 순간은 2차전 1세트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이겼을 때다. 그 때 우승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

‘비도신’ 최승태 : 해당 인터뷰 당시 성적이 안 좋았지만, 팀원을 믿었던 것 같다. 우승 DNA가 있다. 우승 2번이나 해본 팀원들이 많다. 4명의 팀원들 믿고 결승만 가면 이긴다고 생각했다.




Q. 한국에 돌아와서 휴식할 시간이 생겼다. 어떻게 보낼 것인가.

‘제스쳐’ 홍재희 : 뉴욕에서 일정을 마치고 2주 정도 친구들과 여행을 갈 것이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올스타전에 출전해야 한다. 아직 확정된 일정은 없는데 영국으로 갈 것 같다.

‘비도신’ 최승태 : 짧은 기간이지만 푹 쉬고 내년 시즌도 열심히 준비할 예정이다.


Q. (구단주에게) 차기 오버워치 리그에 새롭게 합류하는 팀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잭 에티엔 구단주 : 프렌차이즈 때문에 리그 자체가 성장하는 것 같다. 리그가 프렌차이즈팀에게 기대했던 것 이상을 전달했다. 선수 관리나 컨텐츠 제작 등 모든 면에서 말이다. 강력히 추천한다.


Q. 뉴욕 바클레이스 센터가 화면으로 보기에도 크고 화려해 보이더라. 현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

‘비도신’ 최승태 : 큰 무대가 처음이라서 모든 게 놀라웠다.

‘제스쳐’ 홍재희 : 최고의 무대라고 생각했다. 할 수만 있다면, 이런 경기장에서 경기하고 싶다.


Q. 결승전 2세트 끝나고 일어나서 관객들 호응을 유도하더라. 어떤 의미가 있었나?

‘비도신’ 최승태 : 우리의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상대 팀에게 심리적으로 견제도 하는 의미로 했던 것 같다.




Q. 시즌2에서는 어떤 목표가 있을까?

‘제스쳐’ 홍재희 : 리그가 굉장히 길게 진행된다. 이번 시즌에는 힘든 적도 많았다. 다음 시즌에는 멘탈이나 컨디션 관리에 더 신경쓰겠다. 나도 다음 시즌 우승을 장담하진 못한다. 내가 내 플레이에 만족할 정도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

‘비도신’ 최승태 : 다음 시즌도 이번 시즌처럼 힘들 거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겪어봤기 때문에 잘 해결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우승해보고 싶다.

잭 에티엔 구단주 : 올해 우승의 기세를 잘 이어갔으면 좋겠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절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그만큼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번 극복했다고 방심하지 않고 시즌1의 기세를 시즌2까지 이어가겠다.

'로빈' 이승환 매니저 : 나는 선수들과 생활하고 있다. 올해 서로 존중하고 단체생활을 하는 기본적인 것들이 많이 좋아졌다. 내년에는 건강 관리를 비롯한 더 많은 것에 신경쓰겠다.


Q.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비도신’ 최승태 : 지금 뽑힌 선수들만 보더라도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다른 해외팀들도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제스쳐’ 홍재희 : 해외 팀들도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왔다. 많이 미국이 굉장히 강력하다고 들었다. 지금 메타에서 어떤 선수들이 국가대표 팀 간에 빠르게 적응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Q. 우승을 계기로 런던에서 프렌차이즈와 관련된 이벤트나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구장을 운영할 계획은 없는가?

잭 에티엔 구단주 : 10월쯤 런던 팀원들과 런던 탐방을 하는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에 팬들이 많다는 것도 알기에 한국에서도 이벤트를 할 것이다. 홈 구장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상태고 리그에서 현지화를 확정짓는다면, 더 진전이 있을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비도신’ 최승태 : 한국의 팬들이 많은 응원줘서 정말 감사하다. 한국에서 팬미팅 같은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나를 싫어하는 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제스쳐’ 홍재희 : 팬분들이 강한 팀을 응원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중반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끝까지 응원해준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잭 에티엔 구단주 : 한국이 엄청 덥다고 들었다. 관심을 많이 가져줘서 감사하다. 우리를 응원해주는 팬들이 세계 곳곳에 있다는 게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