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처럼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던 이번 여름. 인벤팀에서는 섬머 시즌 종료를 맞아, 각 팀별로 섬머 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첫 번째로 만나볼 팀은 섬머 시즌을 각각 10위, 9위로 마무리해 승강전 무대를 앞두고 있는 팀, MVP와 bbq 올리버스다.
■ 중요한 시기에 에이스의 부재, 악재가 겹친 'MVP'의 안타까운 여름
MVP는 이미 지난 시즌, 승강전에서 위너스와 콩두 몬스터를 잡아내며 롤챔스 잔류에 성공했다. 이미 한 번 지옥을 경험한 만큼, 승강전 무대를 누구보다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승강전이 성장의 계기가 되었었던 걸까? 이번 섬머 시즌 대망의 개막전에서 MVP가 bbq 올리버스를 잡아내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혼란한 메타 속 핫한 챔피언 조합이었던 마스터 이&타릭이라는 파격적인 조합으로 1세트에 가볍게 승리를 가져왔고, 2세트에선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천천히 스노우 볼을 굴리며, 승기를 잡았다. 승강전을 치른 멤버에서 로스터가 크게 바뀌지 않아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낮았던 MVP였지만, 시즌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승리를 쌓아갔다.
이어서 젠지 e스포츠와 그리핀에 덜미를 잡히며 연패의 수렁에 빠지는가 싶었지만, 무섭게 연패를 쌓던 다른 팀들과 달리, 엎치락뒤치락하며 하위권으로부터 멀리 달아나는 데 성공했다. 승강전을 피하기 위해선 시즌 초반부터 승점을 쌓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더욱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러한 MVP의 행보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무서운 기세로 승리를 쌓지도, 연패의 늪에 빠지지도 않게 밸런스를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때문에 순위도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던 만큼, 예비 승강전 후보에서는 조금 멀어져 있는 팀으로 보였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MVP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연패를 기록하던 진에어 그린윙스와 bbq 올리버스가 연패를 끊으며 승점을 쌓기 시작했고, 바로 밑에 있던 SKT T1도 폼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또한, 중요한 시기에 '애드' 강건모가 건강 문제로 출전하지 못하게 되는 악재가 겹쳤다.
MVP의 숨은 'MVP'로 볼 수 있는 애드의 부재는 컸다. 실제로 애드를 대신해 '마하' 오현식이 탑 라이너로 첫 출전한 킹존 드래곤X와의 경기에선 MVP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가장 중요했던 시기에 애드의 부재로 팀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 되었다.
독특한 팀컬러에 맞게, '3강타'라는 획기적인 전략으로 아프리카 프릭스에게 세트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하며 분전을 기했지만, 이어진 세트를 따내지 못해 안타깝게 패배를 기록하고 만다. 신선했던 3강타 전략은 2세트에서 완전 봉쇄당했고, 다른 전략이 없던 MVP의 패배로 돌아오게 된다.
애드의 부재로 난항을 겼던 MVP가 연이어 패배를 기록하며 바로 밑의 진에어 그린윙스와의 격차도 크게 나지 않는 상황. 젠지 e스포츠와의 경기를 포함, 남은 3경기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소한 한 번의 승리를 가져와야 승강전에서 탈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리핀전부터 회복을 마친 애드가 다시 탑 라이너로 투입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이미 꺾인 기세를 되찾아 오기란 쉽지 않았다. 생존이 걸린 kt 롤스터와의 마지막 경기마저 무기력하게 패배하며 결국 MVP가 승강전행을 확정 지으며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번 섬머 시즌은 MVP에 있어 어느 때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즌일 것이다. 개막전부터 메타에 맞는 새로운 조합으로 승리를 가져오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패배가 쌓이며 기세가 꺾였다. 또한, 팀의 에이스인 애드의 부재로 분위기는 한층 더 악화되었다. 이렇게 한풀 꺾인 기세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고, 승강전행을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MVP는 이번 여름에 아쉬움을 남긴 채 지난 시즌에 이어 또다시 승강전 무대를 치르게 되었다. 누구보다 승강전에 대한 압박을 잘 알고 있을 MVP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태껏 보여주었던 MVP의 팀컬러와 저력이라면, 이번 승강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앞선다. 이번 시즌 역시, 독특한 팀컬러와 독특한 밴픽 전략 등으로 여전히 저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 1라운드 전패 기록, 시즌 초부터 승강전 후보로 올랐던 'bbq 올리버스'
지난 스프링 시즌에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한 bbq 올리버스와 승강전에서 기사회생에 성공한 MVP의 경기로 이번 여름의 막이 올랐다. 승강전의 압박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두 팀 모두 승강전이라면 치가 떨릴 정도로 근처에 얼씬도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초반부터 가능한 많은 승수를 쌓아야 했다.
bbq 올리버스는 그간 기량 문제가 지적되었던 '고스트' 장용준을 대신해 '아리스' 이채환을 선발 투입하며 개막전부터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교체 출전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한 패배를 기록하면서 bbq 올리버스의 문제가 선수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삐걱 거리는 팀워크가 bbq 올리버스의 발목을 잡았고, 개막전 첫 승리의 주인공 타이틀은 MVP에 돌아갔다.
계속해서 연패를 기록하던 bbq 올리버스는 이기는 방법을 잊은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섬머 시즌 첫 세트 승리를 거둔 그리핀과의 경기에서도 모든 지표가 bbq 올리버스에게 유리한 상황임에도 한타에서 대패하는 등 유리한 경기도 쉽게 풀어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구보다 연패 탈출이 가장 시급했던 bbq 올리버스지만, 연이어 다른 팀들의 연패 탈출 재물이 되어버렸다. 간신히 세트 승리를 따내며 저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리그 시작 후 가장 빠르게 최약 팀이라는 평가를 받기까지 이르렀다. 또한, 이번 섬머 시즌 최약 팀으로 내려앉은 팀들 중에서도 bbq 올리버스의 상황은 더욱 참혹했다고 볼 수 있다.
선수 개인의 폼 문제로 정체기에 있던 SKT T1이나 운영의 부재로 흔들리고 있던 진에어 그린윙스처럼 명확하게 문제를 진단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총체적 난국이라고 볼 수 있는 bbq 올리버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쾌한 대안을 생각해내는 것도 쉽지 않았기에, 더 깊은 연패의 수렁으로 내몰렸다.
0승 7패로 시즌 전패의 성적을 기록한 bbq 올리버스는 20일 차 일정에서 동률인 진에어 그린윙스와 맞붙게 된다. 안타깝게도 결과는 bbq 올리버스가 진에어 그린윙스에 참패하며 섬머 시즌 1라운드를 전패로 마무리하게 된다. 단숨에 승강전 후보 1순위로 올라온 bbq 올리버스는 2라운드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간다면, 승강전은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패의 고리를 끊은 진에어는 상위권에 있던 킹존 드래곤X까지 잡아내며 순항을 이어갔고, bbq 올리버스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이렇게 순항 중이던 진에어 그린윙스와 2라운드에서 다시 한번 맞붙게 된 bbq 올리버스.
이번 리벤지 매치에서는 탑, 정글, 미드 상체가 번갈아 캐리하며 섬머 시즌 첫 승리를 거두게 된다. 특히 마지막 3세트에서는 '템트' 강명구 조이를 선택해 진에어 그린윙스의 '그레이스' 이찬주의 야스오를 거세게 압박했고, 2연 솔킬을 달성하며 팀을 승리로 견인했다.
10연패를 끊고 반등의 가능성을 엿본 bbq 올리버스가 승리의 기류를 탄 모습을 보였다. 이어진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경기에서도 장기전 끝에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2:1의 값진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하위권 팀의 반란이라는 타이틀도 잠시, bbq 올리버스는 다시 무기력한 패배를 연이어 기록하며 8월 5일 킹존 드래곤X와의 1세트를 마지막으로 승강전을 확정지었다.
가까스로 승강전을 벗어났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에는 숨 막히는 승강전 무대에 올라야만 하는 bbq 올리버스. 승강전을 통해 승격한 그리핀이 이번 시즌에 일궈낸 성적을 본다면, 승강전 무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 섬머 시즌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안고 승강전 무대에 임한다면, 이번에는 정말 위험할 수 있다. 더 이상의 발전 없이는 반전을 기대할 수 없는 bbq 올리버스가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다. 단기간에 깔끔하게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순 없겠지만, 미래를 위해선 승강전에서의 생존이 먼저인 지금. 가장 집중해야 할 무대인 승강전에 만전을 기해야할 것이다.
Kaka@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