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많은 선수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떠났다. '고릴라' 강범현은 유럽 미스핏츠로, '앰비션' 강찬용은 스트리머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이밖에도 LCK를 대표했던 선수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 중이다. 비단 한국 선수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LMS의 간판이자 플래시 울브즈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소드아트'도 LPL에 입성했다.

'소드아트'는 국내 팬들에게 매우 친숙한 이름이다. 한국팀 킬러인 플래시 울브즈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선수였다. 2012년에 데뷔한 '소드아트'는 2013년부터 플래시 울브즈 소속으로 활동했다. 국제 대회에서 첫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2013년이었다. 당시 감마니아 베어스 소속이었던 '소드아트'는 별다른 성과 없이 패배만 떠안은 채 세계의 벽을 느껴야 했다.

본격적으로 전성기를 맞이한 시기는 2015년과 2016년이었다. 이미 LMS에는 적수가 없었고, 롤드컵과 MSI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국내 '빅3'였던 쿠 타이거즈와 SKT T1을 단판제에서 모두 꺾으며, '소드아트'라는 이름을 한국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특히, SKT T1과의 대결에서 선보인 알리스타는 '지옥에서 온 알리스타'라 불리울 정도로 상대를 집요하게 괴롭힌 것은 현재까지도 회자된다.



Q. 쑤닝 게이밍(SNG)으로 이적하면서 한국 팬들 사이에서도 꽤 화제가 됐다.

내가 한국에서 인지도가 있는 줄은 몰랐다(웃음). 경력이 오래됐으니 LMS 팬이 아니더라도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한국에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들으니 쑥스럽다. 어쨌든 이렇게 나를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겨 감사하다.


Q. 오랫동안 활동한 플래시 울브즈를 떠났다. 현재 팀 분위기는 어떤가.

우선 현재 함께 하는 팀원들의 실력이 무척 만족스럽다.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나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아직 팀워크를 맞춰야 하는 단계라 100%의 기량을 보여주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일단은 좋은 느낌은 든다.


Q. 대체로 신인 선수들인데, 무엇이 가장 만족스럽나.

플래시 울브즈에 있을 때부터 LPL과 LCK를 즐겨 봤다. 그때부터 우리 원거리 딜러인 'Smlz'가 무척 잘한다 생각했고, 기회가 되면 한 번 같은 팀을 해보고 싶었다. 이전에 함께했던 원거리 딜러들도 훌륭했지만, 'Smlz'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선수 같았다.



Q. 플래시 울브즈를 떠난 배경이 궁금하다. 팀의 간판이자 LMS의 대표 선수가 아니었나.

플래시 울브즈에 5년 정도 몸을 담았다. 꾸준히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팀이었다. 하지만 계속 한 팀에만 있게 된다면 고일 수 있다. 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떠날 시기라고 생각했다. (한국 팀에는 관심 없었나?)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웃음). 만약 가고 싶은 팀을 꼽으라면 SKT T1이다. 정말 훌륭한 역사를 지닌 팀인데, 전성기 시절 SKT T1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면 다른 세계의 팀 같아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Q. '메이플'과 함께 이적했다. 평소에는 어떤 관계인가.

'메이플'과 정말 좋은 친구 사이다. 플래시 울브즈에 입단하기 전부터 알고 지냈으니 7~8년 정도 됐다. 마치 나이 먹은 부부같이 지긋지긋한 사이지만 말이다(웃음). 종종 티격태격해도 친형제처럼 신뢰가 꽤 두텁다. 꼭 게임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도 믿을 수 있는 동료다.


Q. 처음부터 같이 이적할 생각이었나. 그럼 누가 먼저 SNG 행을 권유했나.

처음부터 함께 이적할 생각은 아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둘을 동시에 원하는 팀이 SNG라는 걸 공유하기는 했다. 그럼에도 선택은 개인의 몫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권유하지 않았다. 이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을 때, '메이플'도 SNG를 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부분을 보면서 진짜 통하는 사이가 아닌가 싶었다(웃음).



Q. 또 새로운 경험이라면 한국인 코칭스태프다. 임혜성 감독과 이지훈 코치와 지내보니 어떤가.

나는 LMS를 경험했고, 임혜성 감독님은 LCK 출신이다. 그리고 이지훈 코치님은 은퇴 전까지 LPL에서 선수 생활을 했으니 이론적으로 정말 많은 경험치를 지닌 팀이 됐다. 현재까지 우리 코칭스태프에 정말 만족하고 있다. 감독님은 LCK 출신답게 전체적인 운영을 많이 체크하는 편이고, 게임 내 자세한 부분은 이지훈 코치님과 상의하는 편이다.


Q. 이번 부트 캠프에서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는지.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김치다. 한국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 음식인데, 나는 아직 김치의 매력을 찾지 못했다(웃음). 개인적으로 한우를 좋아한다. 중국에서 먹었던 고기와 달리 색다른 맛도 나고, 불고기보다 더 진한 느낌이다.


Q. 꼭 음식뿐만 아니더라도 2013년부터 한국 서버에서 연습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은데.

당시 팀에서 한국 서버에 훌륭한 선수들과 아마추어들이 많으니 해보는 게 어떻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금이야 큰 문제가 없지만, 그때는 핑이 온전치 못해 제대로 플레이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한국 서버에서 만난 수준 높은 아마추어들과 선수들 덕에 많이 발전할 수 있었다. 본의 아니게 새로운 개념의 욕설도 배우고(웃음).


Q. 당시 솔로 랭크에서 만난 인상 깊었던 선수는 누구였나.

솔로 랭크에서 정말 인상 깊었던 선수는 '울프' 이재완이다. 적으로 만날 때마다 라인전 단계에서 굉장히 섬세하다고 느꼈다.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서포터였다. 그리고 또 다른 선수는 '마타' 조세형이다. '울프'랑은 정반대 스타일인데, 라인전 단계보다 전체적인 운영이나 판을 짜는 능력이 월등한 선수였다. 둘 다 매우 훌륭하지만, 대회까지 포함하면 '마타'는 정말 상대하기 어려운 서포터였다. 그렇게 많이 돌아다니는 서포터는 질색이다(웃음).



Q. 플래시 울브즈가 한국팀을 잘 잡는 비결이 한국 서버를 많이 접했기 때문일까. 정확한 비결이 궁금하다.

정말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명확한 답일지 모르겠지만, 플래시 울브즈는 LCK 팀들과 유사한 색깔을 지닌 팀이었다. 운영적인 측면이 흡사하기 때문에 밴픽의 성향도 큰 차이가 없었다. 우리가 하나라도 더 좋은 챔피언을 가져왔을 때, 한국 팀을 꺾었던 것 같다. 수월하게 풀린 경기들은 한국 팀들이 실수를 많이 했던 반면, 우리는 실수를 최소화해서 승리할 수 있었다.


Q. 하지만 다전제에서는 한국 팀을 꺾은 적이 없다. 이 또한 이유가 궁금한데.

단판 경기는 변수가 많다. 아무리 우리보다 강한 팀이더라도 맞춤 전략을 준비할 수 있다. 반대로 우리보다 약한 전력의 팀과 맞붙더라도 되려 당할 수 있다. 하지만 다전제는 준비 과정과 호흡이 다르다. 경기가 거듭되면서 상대의 전략이나 의도를 파악하고, 다음 경기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팀의 대처에 따라 승자가 가려진다. 기본적인 전력도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한국 팀들이 우리보다 앞섰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는다면 2016 MSI다. 그 시절 SKT T1은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보다 강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경기는 2018 MSI다. 킹존 드래곤X와의 맞붙었는데, 우리가 메타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 경기였다.



Q. 메타 적응 문제로 여러 팀이 정말 많이 고생했다. 플래시 울브즈도 그중 하나였고. 그 사이 신인들은 부지런히 치고 올라오는데.

당장은 신예들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다. 신인 선수들이 몇몇 경기를 통해 자신의 우수함을 보여주겠지만, 그동안 나는 숱한 국제 대회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았다. 누구와 경쟁하더라도 자신감은 항상 있다. 물론, 내가 월드 클래스 선수라는 자만이 아니다. 세계 최고 무대인 롤드컵에서 수년 간 경쟁했다는 자부심 정도로 받아줬으면 좋겠다.


Q. 떠난다는 소식 때문에 LMS 팬들이 무척 슬펐을 것 같다.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당연히 잔류 요청을 하는 팬도 있었지만, 대부분 내 선택에 박수를 보내줬다. 팬들의 응원에 감사하고, 나 역시 플래시 울브즈가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 현재 남아 있는 선수들도 훌륭한 기량을 갖췄기 때문에 팬들을 만족시켜줄 거라 믿는다. 만약 롤드컵에서 플래시 울브즈를 만난다면 정말 근사할 것 같다. 그리고 '베티'는 지금보다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친구다. 새로운 서포터와 좋은 성적을 거둬서 꼭 롤드컵에서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