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19 롤챔스 섬머는 밴픽 양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세주아니와 아트록스는 3주차 일정에 접어든 지금도 밴픽률 100%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9.12 패치 버전으로 진행된 11일차 일정부터는 큰 너프가 있었던 사일러스의 밴픽률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당분간 이러한 양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밴픽률 상위권에 있는 챔피언들은 이번 메타의 주류 챔피언으로 활약하는 모습인데,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밴픽률을 10위 안에 있는 챔피언 중, 20% 이하의 처참한 승률을 기록한 챔피언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유미와 올라프다. 두 챔피언은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픽의 이유를 살리지 못해, 이처럼 낮은 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 6월 20일까지 각 20%, 18.8%의 처참한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유미와 올라프


먼저, 144번째 신규 챔피언 '유미'는 1주차부터 많은 팀들의 견제를 받으며, 높은 밴률을 기록한 챔피언이다. 유비르(유미+시비르)나 유주아니(유미+세주아니) 등,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합을 바탕으로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은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뜻대로 되진 않았다. 여태까지 2승 8패의 승률을 기록했는데, 확실하게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유미의 강점은 적극적인 견제와 유지력을 통한 강력한 라인전이다. 이를 바탕으로 유미는 라인전에서 어떤 조합을 상대로도 주도권을 잡는 모습을 보여 줬다.


▲ Q스킬 '사르르탄'은 유미 견제의 핵심이다


Q스킬 '사르르탄'은 궤적을 마우스로 조정할 수 있는 만큼, 피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적극적인 견제가 가능하고, 보호막과 회복 스킬 덕에 유지력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미의 특성상 원딜이 순간이동을 선택해도 되는 만큼, 라인 주도권을 더 확실하게 쥘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유미는 유틸형 서포터의 특성상 중후반에 큰 변수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부족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게임에선 이를 뒤집을 변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만큼, 불리한 게임에서 유미의 존재감은 옅었다. 실제로 불리한 게임에서는 활약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던 만큼, 이처럼 저조한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 유리한 게임에서 보여준 유미는 활용에 따라 엄청난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전형적인 봇 캐리 양상처럼 주도권을 쥔 봇 듀오가 봇에서 탑으로 그리고 미드로 움직이며, 타워를 철거하고 스노우볼을 굴리며 게임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기는 게임을 굳히는 데는 좋은 서포터인 만큼, 유리한 게임에서는 영향력이 커진다.


▲ 유리할 땐 전형적인 봇 캐리를 보여줄 수 있는 유미!


'우르르 메타'에선 스노우 볼이 빨리 굴러가는 만큼, 유미라는 챔피언은 양날의 검 그 자체가 되었다. 일방적으로 이길 수 있다면 최적의 픽이지만, 반대일 경우 최악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럭스 등 현재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챔피언이 몇 있는 만큼, 활약하기 위해선 조합부터 타이밍 등 많은 요소를 충족시켜야 하는 챔피언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 90%에 가까운 높은 밴픽률이지만, 2승 8패의 저조한 승률 기록한 유미
(집계 기간 : 6월 5일~20일)


다음으로 올라프도 3승 13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이번 시즌 최악의 함정 픽으로 자리 잡았다. 고평가를 받고 있는 정글 챔피언이지만, 뽑는 족족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이 같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제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질문이 따라다닐 만큼 픽의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챔피언이다.

올라프의 강점은 강력한 초반 교전 능력이다. 1:1부터 2:2까지, 구도를 가리지 않고 초반에는 강력한 스킬 구성을 가진 만큼, 초반 스노우볼링에 최적화되어 있는 챔피언이다. 이러한 강점을 기반으로 올라프는 초반 교전에서 우위를 점하거나 초반에 라인전이 약한 챔피언을 커버하는 역할로 정리할 수 있다.


▲ 적극적인 교전 유도는 올라프 운용의 핵심이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선 이러한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초반에 교전에서 패배하거나, 특별한 교전 없이 타이밍이 넘어가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 것이다. 또한, 적 정글에 들어가 상대 정글러와 적극적인 교전을 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없었다.

이처럼 올라프는 픽의 의미가 없어진 만큼, 올라프의 존재감을 찾아보기 힘든 게임 양상이 자주 나타났다. 또한, 두 번째 픽의 이유인 '라인전이 약한 챔피언 커버'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라인전이 약한 챔피언을 케어하는 역할을 수행해도 리턴보다 리스크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올라프의 유통기한은 치명적이다.

올라프는 현재 LPL에서 정글 1티어 챔피언이다. 교전 중심의 메타가 오래 이어져 왔기 때문에, 올라프의 강점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CK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여러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돌아온 성적표는 3승 13패(18.8%)였다.


▲ 연이은 패배로 3주차에 일정에선 밴픽률도 떨어지고 있는 올라프
(집계 기간 : 6월 5일~20일)


3주차에 접어든 지금, 유미의 경우 아직까지는 높은 밴률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잘 쓰는 건 어렵지만, 그냥 풀어주기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11일차에 진행된 5세트 중, 밴 4회 픽 1회로 유미는 밴픽률 100%를 기록했다. 올라프는 단 1회의 밴을 당했는데, 그라가스 등 조합에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정글 챔피언이 많은 만큼, 올라프의 밴픽률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두 챔피언 모두 현재까지 20% 이하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어, 섯불리 선택할 수 없는 챔피언으로 자리를 잡았다. 픽의 이유를 살릴 수 있는 운영이나 조합을 완성한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포텐셜이 있는 챔피언들이지만, 아직까진 이러한 모습이 자주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픽의 이유를 살리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두 챔피언 모두 앞으로의 경기에서 함정픽이라는 오명을 벗어내긴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