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라는 금융회사가 e스포츠에 뛰어든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그동안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 리그를 후원한 적은 있지만, 직접 구단을 창단하는 것과는 꽤 차이가 나는 일이니까요. 한화생명은 2018년 4월 16일 락스 타이거즈를 인수하면서 LoL팀으로 게임단 운영을 시작했죠. 이후 2019년 8월 5일에 스틸에잇 카트라이더팀의 네이밍 후원을 시작으로 카트까지 영역을 확대했습니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만으로 겨우 2년 된 팀이지만, 남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LoL에선 '신뢰-팀워크-혁신'이라는 슬로건으로 출발해 팬들과 소통을 강조하는 팀인 만큼 '한화생명e스포츠 팬페스트', e스포츠 직종에 꿈을 가진 청년들을 위한 'JOB학다식', 아마추어를 위한 ' LoL! 고교 챌린지', 'HLE 글로벌 챌린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팬뿐만 아니라 선수단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레벨 업 프로그램, 라이프 스쿨', 전문 트레이닝 센터인 '캠프원'까지. 2년 동안 이렇게 많은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진행한 팀이죠. 팬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성적만 받쳐주면 최애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자신들이 국내 e스포츠 업계에 긍정적인 자양분이 되길 원한다고 항상 이야기합니다. 글로벌화가 많이 되지 않은 카트라이더에 투자하는 이유도 국내에 인기가 많고, 최장수 리그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이외에 궁금한 점들이 있었습니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카트라이더에 투자하는 진짜 이유 말이죠.

▲ 한화생명e스포츠 오누리 대리, 스틸에잇 윤영재 매니저, 문호준 선수


Q. 먼저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누리 대리 : 한화생명e스포츠 홍보 마케팅 담당자, 한화생명 브랜드전략팀 오누리라고 합니다.

윤영재 매니저 : 스틸에잇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윤영재 매니저입니다.

문호준 : 한화생명e스포츠 문호준입니다.


Q. 브랜드 전략팀, 스틸에잇 매니지먼트, 조금 생소할 수 있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오누리 : 한화생명e스포츠 LoL팀과 네이밍 후원 카트라이더팀에 대한 SNS 마케팅, 플랫폼 관리 운영, 팬들, 매체 등과 소통하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윤영재 : 스틸에잇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카트라이더와 배틀 그라운드팀의 사무국 역할을 맡고 있어요. 또한, 크리에이터(이제동, 김택용 등) 매니지먼트도 겸임하고 있습니다.


Q. 먼저 한화생명에 궁금한 점인데, LoL팀을 창단한 뒤 카트라이더팀 네이밍 후원까지 하게 됐어요.

오누리 : 회사가 금융회사다 보니까 아무래도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카트라이더라는 게임에 관심이 생겼어요. 리그의 역사도 깊고, 많은 사람들이 쉽고 친숙하게 즐길 수 있는 종목이고, 2018년 말부터는 갑자기 카트라이더의 인기가 역주행 했잖아요? 여러 가지 상황이 우리가 원하던 것과 잘 맞았어요. 스틸에잇이 정식으로 카트라이더팀을 창단하면서 카트라이더에 대한 노하우도 많고, 뭔가 우리와 함께라면 더 다양한 것들과 좋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법하다고 생각했어요.

윤영재 : 스틸에잇이 카트라이더 팀을 정식 창단한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최근 글로벌 e스포츠 성장세가 약 30% 이상인 반면, 국내는 5% 미만이에요.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한 나라에서 글로벌 성장세에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국내 기업들이 e스포츠 관련 사업 모델을 조금 더 다각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에 대해 지금 깊게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한화생명과 함께 손을 잡고 운영하는 게 그중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LoL과 카트라이더는 종목 특성이 달라서 아무래도 운영 방식의 차이도 있을 것 같은데요?

오누리 : 일단 한화생명e스포츠는 네이밍 후원이고 기본적인 소속 선수에 대한 관리나 팀 운영, 대회 출전, 콘텐츠 제작 등 전반적인 것들을 모두 스틸에잇에서 맡고 있어요.

윤영재 : 기본적으로 스틸에잇이 운영을 담당하고 있지만, 우리가 단독으로 운영할 때 어려웠던 부분이나 하기 힘들었던 것들을 한화생명과 함께 의논하고, 도움받으면서 굉장히 나아졌어요. 사실상 함께 운영한다고 보셔도 무방해요.


Q. LoL과 카트는 게임의 차이도 있고, 팬들의 성향도 확실히 다르다고 들었어요.

오누리 : 일단 연령대가 확실히 달라요. LoL이 시장이 훨씬 커도, 아직 저희팀이 최상위권 팀이 아니기도 하고, 팬들의 반응이 아직 엄청나진 않거든요(웃음). 그런데 카트라이더 팬들은 굉장히 적극적이고, 작은 소식에도 반응이 크게 오더라고요. LoL팀에서 하는 굿즈를 카트라이더팀에도 해달라, SNS의 반응도 빠르고요.

윤영재 : 팬들의 온도 차이가 있는 건 선수들의 차이도 있다고 생각해요. LoL에서는 적극적으로 개인 방송을 하는 선수들이 카트라이더만큼 있지 않아요. 카트라이더는 정말 대부분의 선수가 팬들과 직접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느낌으로 개인 방송을 하거든요. 그런 점들이 팬들 입장에서는 더 가깝게 느껴지고, 정말 내가 이 선수와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는 거죠. 또한, 카트라이더는 게임사인 넥슨이나 방송사인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다양한 콘텐츠도 많이 만들어주죠.


Q. 한화생명의 후원을 받으면서 나아진 점은 뭐가 있을까요?

윤영재 : 솔직히 처음에는 워낙 큰 회사기도 하고, '같이 일하면 좀 힘들지 않을까? 까다롭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전혀 아니더라고요. 제가 원래부터 카트라이더 선수들은 엔터테이너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더 살려주고 싶었는데, 한화생명과 말이 잘 통했어요. 오히려 어떨 때는 저희보다 더 적극적이세요.


Q. 최근 한화생명e스포츠 카트라이더팀을 보면 유튜브에서 재밌는 콘텐츠를 많이 보여주더군요. 선수들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 중인가요?

윤영재 : 저희 팀 모두가 적극적인 편인데, 배성빈 선수는 좀 의외였어요.

문호준 : 제가 느끼기엔 숙소 생활을 하니까 원래 이정도까진 아니었는데, 팀원들이 점점 '문호준화'가 되어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웃음). 대회 외에도 촬영도 많다 보니까 카메라에 다들 익숙해졌어요. 카메라 앞에서 노는 법을 안 거죠.



Q. 문호준 선수는 한화생명e스포츠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문호준 : 대외적인 이미지가 굉장히 좋아졌어요. 카트라이더 시장에선 규모도 그렇고, 기업들의 참여가 적었잖아요. 힘든 시기도 많았고, 그런데 한화생명이 들어오면서 팬들이나 시청자분들이 좋게 봐주시고, 선수 생활에 있어서 더욱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부담감도 많이 없어졌죠.


Q. 프로스포츠는 성적이 곧 목숨과도 같죠. 그런데, 카트라이더는 조금 다른 느낌이에요. 한화생명e스포츠 카트라이더 팀은 어떤 점을 지향하나요?

윤영재 : 기본적으로 당연히 우승입니다. 선수들이 인지도를 얻고, 유명해지기 가장 좋은 지름길이기 때문이죠. 가장 기본적인 1순위 목표를 우승으로 하되, 연습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엔터테이너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있어요.

Q. 문호준 선수의 경우 개인 후원을 받으며 선수 생활을 이어 왔어요. 스틸에잇 창단과 한화생명의 후원, 불과 1~2년 사이에 이뤄진 것들인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문호준 : 선수 생활을 하면서 즐거웠던 적도 많지만 힘들었던 적도 많아요. 선수, 구단 등 e스포츠 전반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항상 생각했어요. 개인 후원을 받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내가 느낀 점들을 잘 설명하고, 또 도움받을 수 있을까, 그런 부분에 대해 스틸에잇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확실히 한화생명과 함께한 뒤부터는 대우도 많이 달라진 걸 느끼고, 그래서 팀원들한테도 우리 직업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하고, 자부심도 느끼도록 하고 있습니다.


Q. 카트 선수들 마인드도 많이 변했다고 들었습니다.

문호준 : 솔직히 예전에는 인기도 그렇게 많지 않았고, 제대로 된 후원이 있지도 않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정말 환경이 좋아져서 선수들도 프로 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저도 물론 카트라이더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은 만큼 행동, 언행 하나하나에 조심스러워졌고요. 저로 인해 카트라이더 자체 이미지에 피해가 가는 일을 최대한 줄이려고 항상 인지하고 있어요.


Q.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카트라이더 리그가 꽤 오래 중단 중이에요. 무엇보다 팬들이 가장 궁금해할 것 같은데,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문호준 : 선수들은 팬들에게 좋은 경기로 보답해야 하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도 많이 지쳤을 것 같아요. 선수들도 마찬가지고요. 카트 리그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한화생명e스포츠 카트라이더 올스타전을 열었어요. 4월 1일부터 2주 동안 수, 토에 진행되니 많이 봐주시면 좋겠네요. 커세어와 아프리카TV에서도 지원을 해주시고, 팬들도 오랜만에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 있어서인지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윤영재 : 이 부분에 대해 호준이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사실 이번에 준비한 올스타전 콘텐츠는 호준이가 먼저 제안했어요. 팬들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말이죠. 먼저 기획을 했다는 측면에서 카트라이더 '황제'라는 타이틀을 받을만한 선수라고 다시 느꼈어요.



Q. 리그 얘기를 다시 해보죠. 중단된 시기가 4강을 앞둔 시점인데, 이게 한화생명e스포츠 입장에서는 어떻게 작용했다고 보시나요?

문호준 :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요? 일단 경기 내적으로 보면 4강부터는 카트 바디나 맵도 많이 바뀌었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 팀은 적응을 빠르게 하는 편이라 8강부터 4강 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만약 리그가 쭉 진행됐다면, 그런 면에서 우리가 조금은 이득을 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근데 지금은 다른 팀들도 이미 다 적응한 단계고, 우리는 대신 팀원들이 개인적으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데 시간을 투자했어요.


Q. 스피드전과 아이템전 중 어떤 부분에 더 신경을 쓰고 있나요?

문호준 : 많은 분들이 스피드전보다 아이템전이 약해서 아이템전 연습을 많이 할 거라 예상하시는데, 반대에요. 오히려 스피드전에 더 집중하고 있죠. 아이템은 당일 컨디션이나 아이템 운 등 변수가 너무 많아요. 스피드전 역시 운적인 요소가 없진 않지만, 우리팀 자체가 스피드 전문 선수들이 많기도 하고, 스피드전에서 확실하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Q. 오늘 인터뷰 감사했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한마디씩 해주세요.

오누리 : 한화생명이라는 브랜드, '라이프플러스'의 가치를 꾸준히 강조하고 있어요. e스포츠에서도 한화생명e스포츠 선수들, 사무국, 코칭 스태프, 나아가서 팬들까지. '모두의 삶을 더 즐겁고 재미있게'가 모토에요. 또한, 업계에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팀이 되고 싶어요. 여전히 e스포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많은데, 그걸 바꿔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팀이 되고 싶습니다.

윤영재 : 저는 간결하게 한마디만 할게요. e스포츠 선수들한테 평소에도 하고 싶던 말인데,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팬들이 있기에 선수들이 있고, 리그가 열린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나아가 선수들이 팬 서비스에 조금만 더 신경 써주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고요.

문호준 :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예전보다 인식이 좋아졌지만 지금까지 안 좋게 보는 분들도 많아요.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뛰어난 선수들도 많고, 선수 양성에 있어 인프라가 좋은 편이긴 한데, 거기에 좀 더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무엇보다 한화생명e스포츠, 라이프플러스처럼 단순히 선수와 팬, 모두 잘 먹고 잘사는 행복한 환경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