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유망주라는 이름표를 단 어린 선수들이 새롭게 등장하곤 합니다. 팬들은 그들이 리그에 불어넣는 신선한 바람에 환호하기도 하고, 새로운 스타 탄생에 함께 희열을 느끼기도 합니다. 2020년을 돌이켜보면 꽤나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낸 '칸나' 김창동, '클로저' 이주현, '표식' 홍창현, '케리아' 류민석
선수 등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여기 그 바통을 이어받고 싶을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젠지 e스포츠의 미드라이너 '카리스' 김홍조 선수인데요. '카리스' 선수는 젠지 아카데미에서 1년 9개월 간 연습생 생활을 거쳐 드디어 1군 로스터에 합류했습니다. 데뷔 전부터 솔로 랭크나 각종 아카데미 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이미 눈도장을 단단히 찍었죠.

이제 '카리스' 선수는 LCK 상위권 미드라이너로 평가받는 '비디디' 곽보성 선수와 당당히 주전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아직 데뷔전을 치르기 전이긴 하지만,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카리스' 선수. 프로게이머의 1막을 연 '카리스' 선수가 전하는 이야기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Q. 독자분들에게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젠지 e스포츠의 서브 미드라이너를 맡고 있는 18살 '카리스' 김홍조라고 합니다.


Q. 1군 정식 합류 이후 첫 인터뷰인 만큼, 오늘 인터뷰는 '카리스' 선수 소개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해볼게요. 먼저, '카리스' 선수는 어떻게 프로게이머를 꿈꾸게 됐나요?

중학교를 다닐 때 성적이 잘 나오는 편이어서 공부 쪽으로 진로를 정하려고 했어요. 근데, 공부를 하면서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생각해봤는데, 그쪽은 뭔가 제가 꿈꿔왔던 것과는 거리가 좀 먼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때즈음 마스터 티어를 달성하면서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갖게 됐어요.


Q.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요?

앞서 말했다시피 제가 공부를 잘해왔기 때문에 부모님께서는 처음엔 당연히 '공부를 해서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데, 왜 굳이 가능성이 애매한, 앞이 잘 안보이는 길을 가려는 거냐'고 하셨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랜드 마스터를 찍고, 스카우터님한테 연락을 받았을 때까지도 반대하셨어요.

근데, 계속 학원도 안 가고 게임 연습만 하다보니까 부모님이 좀 놀라셨나봐요. 원래 반항 같은 걸 한번도 안 했었거든요. 거기서 제가 진심이라는 걸 느끼시고, 설득 당하신 것 같아요.


Q. 그렇게 젠지 e스포츠 아카데미에 합류하셨어요. 연습생 생활은 얼마나 하셨어요?

1년 하고 9개월 정도 한 것 같아요.


▲ '꿍' 유병준 코치, '플로리스' 성연준과 함께 영입 발표된 '카리스'

Q. 사실 연습생 생활이란 게 언제 끝날 수 있다는 기약이 없잖아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은 느낌인데, 어떻게 마음을 다잡으셨나요?


저는 제 자신이 잘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항상 열심히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열심히 하다 보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요. 또, 같은 팀에서 오랫동안 함께한 연습생 형들도 있어서 서로 의지하면서 마음을 잡았던 것 같아요.


Q. 지난해에 처음 1군 연습생으로 콜업됐는데요. 당시 어떤 새로운 경험들을 했었는지 궁금합니다.

아카데미는 아예 1군 선수들과 다른 연습실을 쓰고, 층도 달라서 거의 밥 먹을 때 밖에 못 봐요. 근데, 1군 연습생으로 콜업 됐을 때는 같은 연습실을 쓰면서 지내다 보니까 형들 평소에 게임하는 거나 스크림하는 것도 직접 개인 화면으로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Q. 1군 연습생과 아카데미 생활을 병행하면서 굉장히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들었어요.

이번년도는 힘든 시기도 많았고, 정말 바빴어요. 아카데미 스케줄도 하고, 1군 스케줄도 하고, 중간에는 롤 더 넥스트라는 프로그램도 참가했거든요. 제 위치가 아카데미와 1군 사이인 느낌인데, 그러다 보니까 1군이 쉴 때는 아카데미 일정이 있고 하면서 쉬는 날 없이 계속 열심히 지냈어요.

체력적으로는 힘들긴 했지만, 버틸만 했어요. 오히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사이에 게임이 잘 안 되던 시기도 있었다 보니까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Q. 어떻게 힘든 시기를 극복하셨나요?

주변분들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스카우터님이나 코치님, 아카데미 친구들이 제가 못했을 때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를 많이 해줬어요. 사람은 누구나 한번씩 힘든 시기가 온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하고, 플레이스타일을 바꿔보라는 조언도 해주셨어요. 덕분에 잘 극복할 수 있었어요.



Q. 1군에 올라온 후 가장 기대되는 게 있다면요?

콜업된 것만으로도 물론 기분이 좋긴 한데... 가장 기대가 되는 건 제가 대회에 출전하고 잘해서 이기는 순간, 그때가 기대가 많이 돼요.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은 것 같고, 코치님이나 스카우터님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요. 그 자리에 설 수 있게 된다면 기분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아요.


Q. 연습생들에게는 꿈의 무대인 롤파크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도 기대되지 않나요?

롤파크 자체보다는 관중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무관중으로 진행하면 무덤덤할 것 같은데, 팬분들이 있다고 하면 기대가 많이 돼요. 또, 솔직히 말하면 걱정도 있어요. 많이 긴장되고 떨릴 것 같아서...


Q. 평소에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긴장을 안 하는 건 아닌데, 그냥 보통 사람 정도인 것 같아요. 엄청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Q. 앞서 플레이스타일에 변화를 주었다고 했어요. 쉽지 않은 시도였을 텐데,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처음에는 라인전에서는 무조건 5:5로 파밍을 하고, 로밍이나 교전, 오브젝트 오더를 통해서 이득을 보는 걸 선호했어요. 근데 메타가 바뀌기도 했고, 프로 단계에서는 라인전을 이기는 쪽이 게임을 너무 유리하게 가져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또, 코치님이 종종 말씀해주신 것처럼 반반이라는 건 상대도 결국 반반으로 파밍을 하는 거기 때문에 유리한 게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잖아요.

그런 것들이 겹쳐서 스타일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어요. 일단, 솔로 랭크에서부터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하던 스타일을 버리고, 상대를 무조건 이기자는 마인드로 하다보니까 챔피언 풀도 바뀌더라고요. 이제는 라인전에서 상대를 이기고, 그걸 바탕으로 다른 라인에 영향을 미치면서 스노우볼을 굴리는 미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챔피언은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챔피언은 루시안이랑 아칼리요. 자신도 어느 정도 있어요. 아칼리는 많이 해서 이제는 잘 안하고 있는데, 루시안은 자꾸 하다보니까 손에 잘 익는 느낌이에요. 솔로 랭크에서도 루시안으로 이기기가 쉽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호감을 느꼈어요.


Q. 롤모델이 '페이커' 이상혁 선수라고요?

프로게이머를 꿈꾸기 전에는 대회를 많이 보는 편이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페이커' 님에 대해서 잘 알 수밖에 없더라고요. 항상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까요. 플레이하시는 영상 보면서 진짜 잘한다고 느겼고, 이렇게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 프로게이머를 시작하게 된 것도 있어요. 저한테 영향력이 컸던 것 같아요.

또, 게임적인 부분을 넘어서 지금껏 사건사고 하나 없이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도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해요. 방송에서 밖에 못 보긴 하지만, 말씀하시는 거나 그런 부분에서 인성이 너무 착하신 것 같아요. 그런 점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롤모델로 삼게 된 것 같아요.


Q. '카리스' 선수는 대중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으세요?

기본적으로 잘하는 미드라이너가 되어야 사람들의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그렇게 기억에 남게 된다면, 실력 뿐만 아니라 인성적으로도 바른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저를 떠올렸을 때 '이 친구는 사건사고 없는 깔끔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게끔요.


Q. 마지막으로 데뷔 시즌을 앞둔 각오를 전하면서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해서 데뷔전도 치르고, 더 나아가 잘하는 미드라이너가 돼서 젠지 e스포츠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힘이 되겠습니다. 항상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 젠지 e스포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