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3주 차 일정이 종료된 가운데, POG 포인트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두 선수가 눈에 띈다. 바로 농심 레드포스의 '고리' 김태우와 프레딧 브리온의 '라바' 김태훈이다.

POG 포인트는 아무래도 팀의 에이스가 챙겨가는 경우가 많다. 또한, 팀의 순위가 높을수록 승리한 세트가 많아 POG를 받기에 유리하다. 때문에 매 스플릿 POG 순위를 보면 상위권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는 선수가 최상위권을 꿰차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MVP에서 POG로 명칭이 바뀐 2020 LCK 스프링 스플릿부터 2021 스프링 스플릿까지 세 번의 대회만 돌아봐도 알 수 있다. 지난 2021 스프링의 '표식' 홍창현을 제외하곤 최소 4위권 안에 드는 팀의 선수들이 POG 포인트를 많이 챙겨갔다.



*역대 LCK POG 1위~3위 및 정규 시즌 팀 순위

- 2020 LCK 스프링
1위 '비디디' 곽보성 1200점 (젠지 스포츠, 1위)
2위 '쵸비' 정지훈 1100점 (DRX, 3위)
3위 '케리아' 류민석 1000점 (DRX, 3위)
3위 '에이밍' 김하람 1000점 (kt 롤스터 4위)

- 2020 LCK 서머
1위 '비디디' 곽보성 1300점 (젠지 스포츠, 3위)
2위 '쇼메이커' 허수 1100점 (담원게이밍, 1위)
3위 '캐니언' 김건부 1000점 (담원 게이밍, 1위)
3위 '칸나' 김창동 1000점 (T1, 4위)
3위 '쵸비' 정지훈 1000점 (DRX, 2위)

-2021 LCK 스프링
1위 '쇼메이커' 허수 1000점 (담원 기아, 1위)
1위 '표식' 홍창현 1000점 (DRX, 5위)
1위 '쵸비' 정지훈 1000점 (한화생명e스포츠, 4위)



하나 더 눈에 띄는 공통점은 대부분이 '스타플레이어'라는 점이다. 이미 몇 번의 대회를 통해 뛰어난 피지컬과 캐리력을 증명했거나, 신인급에 속하지만 데뷔 시즌부터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큰 주목을 받았던 선수들이다. 당연히 그에 걸맞은 인기도 딸려왔다.

한데, 현재 POG 1, 2위 '고리'와 '라바'는 조금 다르다. 일단, 냉정하게 말해 스타플레이어라고 할 수는 없다. 경력이 그다지 짧지도 않고, 그동안 눈에 띄는 커리어를 쌓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벤치로 밀려 출전 기회를 거의 받지 못하거나, 다소 부진한 시즌을 보내왔다. 또한, '라바'는 팀 성적이 5위로 중위권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이 두 선수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고리'는 지난 스프링 스플릿이 끝나고 미드가 최대 약점이라고 평가받던 농심 레드포스에 구원 투수로 합류했다. 전력이 업그레이드 됐다고는 하지만, '고리' 역시 대회 경험이 많은 편은 아니었기에 걱정어린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오히려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이제는 농심 레드포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거듭났다.

'고리'의 장점은 단단한 라인전과 한타에서의 집중력이다. '고리'가 미드에서 워낙 든든하게 버텨주니 '피넛' 한왕호의 활동 반경이 이전보다 넓어졌고, 함께 봇에서 좋은 장면을 연출하는 경우도 제법 됐다. 또한, 한타 때 상대 주요 챔피언을 마크하는 능력이나 판을 까는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농심 레드포스에게 큰 힘이 됐다.

농심 레드포스를 이끄는 '스브스' 배지훈 감독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처음 '고리' 선수가 왔을 때 팀적으로 당연히 좋아지는 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잘해주고 있다"며 "피지컬도 좋고 제 역할을 잘 수행해줘서 할 수 있는 패턴이 많이 늘었다. 미드가 단단해진 게 팀 성적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고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라바'가 속한 프레딧 브리온은 현재 3승 3패를 기록하고 있다. 단 5승 밖에 하지 못한 지난 스프링에 비하면 굉장히 좋은 성적표다. 더 긍정적인 점은 3연패 이후 훨씬 좋아진 경기력으로 담원 기아와 농심 레드포스를 잡으며 기세를 확실히 끌어올리고 있다는 거다. 그 중심에는 '라바'가 있다.

올해로 벌써 데뷔 5년 차를 맞이한 '라바'는 그간 애매한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부진이 깊어져 한 해 내내 침묵한 적도 있었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다가도 언제나 기복에 발목이 잡혔다. 프레딧 브리온에서 보낸 첫 스플릿인 지난 스프링에도 마찬가지였다.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아 해줄 때는 확실하게 해주며 '롤킹'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기복으로 인해 확고한 주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서머에는 폼이 심상치 않다. 일단 개막전부터 아칼리로 펜타킬을 터트리며 기분 좋게 출발했고, 3연패 동안에도 개인 기량에서는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담원 기아와 농심 레드포스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롤킹'의 명성에 걸맞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8세트를 승리하는 동안 5번의 POG를 받았으니, 대체불가한 팀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다.

최우범 감독에게 전해들은 '라바'의 성장 비결은 적극성과 노력, 그리고 메타였다. 최 감독은 "공격적으로 하라는 주문을 많이 했고, '라바' 선수도 잘 따라줬다. 덕분에 POG 포인트를 많이 받지 않았을까 한다. 또, '라바' 선수가 잘 다루는 챔피언이 메타픽이 된 것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본다"며 "선수 개인적으로도 비시즌 동안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