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T1에 새로운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입단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 새로운 멤버는 바로 ‘서렌더’ 김정수였습니다.

하스스톤의 베타 시절 아시아 최초 전설 등급 달성자로 시작하여 2013년부터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보여준 ‘서렌더’는 지난 2018년 7월, T1 하스스톤 팀에 입단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년간 T1 소속의 하스스톤 프로게이머로, 그리고 그랜드마스터로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서렌더’는 이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전향을 했습니다.

서렌더’를 직접 만나 하스스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선수로서의 길었던 활동, 그리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앞으로의 계획 등 그의 하스스톤 인생과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Q: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서렌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하스스톤 유저 그리고 선수로서 ‘서렌더’의 이야기부터 들어보고 싶어요. 처음에 하스스톤을 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당시에 할만한 게임을 찾고 있었는데, 네이버 검색어 1위에 '하스스톤'이라고 떠 있었어요.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카드게임이고 베타테스트 중이더라고요. 베타테스트 때 베타 키를 얻기가 매우 힘들었는데 운이 좋게도 마지막 순간에 딱 받았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하스스톤을 하게 됐습니다.

베타가 끝나고 두 달 뒤에 랭크가 나왔는데, 제가 생각보다 게임을 잘 하더라고요. 랭크가 처음 나오자마자 1등을 찍어버렸는데,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면서 잘 하는 선수분들도 같이 팀을 하자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때부터 대회를 나가기 시작했고 선수활동을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 2013년 아시아 서버 역사상 최초 전설을 달성한 유저 '광역맞으면서렌함'


Q: ‘서렌더’라는 닉네임을 쓰기 이전, 아시아 최초 전설을 찍을 때 ‘광역맞으면서렌함’이라는 닉네임을 쓰게 된 사연이 있나요?

제가 베타 때는 사냥꾼만 했거든요. 그때 당시에는 사냥꾼이 체력이 낮은 하수인을 여러 개를 소환하는 덱이었는데 광역기를 한 번 맞으면 게임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당시에는 제가 사냥꾼 원챔 유저였거든요.


Q: 유저들 사이에서 '서렌더' 말고 'Tinaa'로도 잘 알려져있는데요. 이 닉네임의 유래는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제가 워크래프트3 유즈맵을 즐겨 했었는데, 당시에 굉장히 친한 유저분이 ‘Tinaa’라는 닉네임을 사용했어요. 그 이름을 따라 사용한 것일 뿐이에요. (웃음)




Q: 아시아 서버의 역대 최초 전설로부터 시작해서 8년이 지난 지금 그랜드마스터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꾸준하게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혹시 본인만의 비결 같은 게 있나요?

하스스톤은 운이 많이 작용하는 게임이잖아요. 하스스톤만의 특별한 비법이 있을 거라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그런 거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하스스톤이 아무래도 운빨이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있긴 있어요. 근데 제가 좋아하는 다른 e스포츠 선수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장 노력한 결과가 바로 나오지는 않고, 노력의 결과는 6개월 후에 나온다”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하스스톤도 같다고 생각해요. 당장은 운이 따르지 않아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다만, 꾸준하게 그리고 얼마나 열심히 하스스톤을 했냐에 따라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한 6개월이나 1년 후에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하스스톤을 처음 시작한 시점부터 선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요?

제가 선수를 할 거라고 생각을 했다면, 인터넷에서 조금 더 말을 가려서 했을 것 같아요. (웃음)



Q: 제가 기억하기로는 대회에 나오기 시작하고 프로팀에 들어간 후에도 커뮤니티에 계속 글을 썼었는데…

맞아요. 제가 대회에서 지고 나서 기분이 좀 안 좋아서 “하스스톤이 실력 100% 게임이라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글을 쓴 적이 있거든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발언을 조심할 필요성에 대해서 잘 못 느꼈었는데, 지금은 조금 느끼고 있습니다.


▲ 해운대에서 진행된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 시즌 3'의 결승전

Q: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과거 한중 마스터즈부터 현재 그랜드마스터즈까지 굉장히 많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나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기는, 많은 관중들이 모인 대회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해운대에서 결승전을 했던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 시즌 3는 제가 알기로 한 4천 명 이상 와주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 경기는 제가 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경기거든요.

그다음으로는 암스테르담에서 진행한 월드 챔피언십이 있었는데,유럽에서 하스스톤 좋아한다 하시는 분들은 다 모였을 정도로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죠.. 중세 시대 때부터 무역 센터로 쓰이던 건물을 빌려서 대회를 크게 했거든요. 그때 관중분들이 제가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때마다 막 환호해 주시고, 게임 끝나고 인터뷰하면 박수 쳐주시고 그랬어요. 이런 관중분들이 있는 대회가 크게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Q: 예전에 ‘서렌더’ 선수가 ‘오메가제로’ 선수의 사냥꾼을 상대할 때, 일부러 자기 하수인을 죽여서 ‘개들을 풀어라’ 킬각을 피해서 관중들이 환호했던 경기가 기억에 남아있어요.

그때 제가 하스스톤 커리어 역사상 가장 연습을 많이 했거든요. 당시에는 연습 파트너 분들도 쉽게 구할 수 있었고요. 제가 플레이를 해보니까 드루이드로 사냥꾼을 상대할 때 ‘역병의 드루이드 말퓨리온’으로 변신만 하면 절대 안 지더라고요. ‘퍼져나가는 역병’도 손패에 있었고요. 그래서 ‘개들을 풀어라’ 킬각만 피하면 된다 생각했었어요.



▲ 일부러 2/2 비취 골렘을 먼저 교환해서 '개들을 풀어라' 킬각을 피하는 장면



Q: 최고의 선수들만 모여있는 그랜드마스터즈에서 지금도 성적이 굉장히 좋은데, 준비하면서 특별한 방법이라던가 도움을 많이 주는 선수가 있나요?

그랜드마스터즈뿐만 아니라 모든 대회를 준비할 때는 제 친구들 중에서 하스스톤을 제일 좋아하고 열심히 플레이하는 사람들과 연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슬시호’님하고 ‘라파엘’님이랑 가장 많이 연습하고 있어요. 고맙게도 제가 연락하면 바로 함께 연습을 도와주고 있죠.


Q: 평소에 다른 하스스톤 대회나 방송도 챙겨 보는 편인가요?

저는 안 챙겨 보는 대회가 없을 정도예요. 그리고 연습이나 방송을 안할 때는 다른 하스스톤 선수들 방송을 자주 즐겨보고 있어요. 하루에 자고 일어날 때 빼고는 거의 다 하스스톤에 쓸 정도로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편이에요.


▲ 지난 7월 1일, '서렌더'가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새로 시작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Q: 이제 스트리머로서의 ‘서렌더’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얼마 전 하스스톤 선수에서 이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바뀐다는 발표가 있었죠. 이전에 선수 은퇴도 고려를 하고 있다는 말도 방송에서 했었는데, 혹시 그 부분과 관련이 있나요?

제가 올해 진행된 그랜드마스터즈에서 시즌 1 초반에 강등권에 속할 정도로 성적이 부진했었어요. 그런데 강등권에 속해있으면 선수가 받는 부담감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만약에 강등당하면 저는 선수로서의 의미가 많이 없어지기 때문에, 뭘 해야 할지 미래에 대한 걱정도 되었구요. ‘만약 하스스톤이 아니라면 잘하는 게 뭘까?’라는 생각도 들면서 미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하스스톤 말고도 내가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특기 같은 걸 만들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방송도 꾸준히 하다 보면 시청자도 꾸준히 늘어날 것 같으니 제가 잘하는 걸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운동도 재미 삼아서 많이 하게 됐어요. 방송과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활동을 할 수 있는 분야를 고민했고, 그래서 T1과 스트리머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Q: 그동안 팬들의 가장 큰 바램 중 하나가 방송을 꾸준히 켜줬으면 했던 점인데요. 원래 월말에만 방송을 주로 했었는데, 이제는 다른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무조건 방송을 꾸준하게 할 생각입니다. 이제 스트리머가 되었고 최소 100시간을 팬들한테 약속한 바가 있으니,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Q: 이전에 "은퇴를 고려한다"고 한 바 있는데요. 지금은 어떤 생각인가요?

잘 모르겠어요. 사실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중이에요. 하스스톤을 8년 넘게 해서 이제 선수로서의 열정이 예전만은 못한 거 같아요. 그럴 바에야 이 자리를 다른 선수들한테 물려주고 나올지, 아니면 제가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텨서 선수로서의 경쟁력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증명하는 게 맞을지, 둘 중 하나를 고민 중인데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어요. 일단 오는 2021 그랜드마스터즈 시즌2까지는 할 생각이에요.



▲ 가볍고 장난스러운 느낌의 '서렌더' 방송


Q: 과거 ‘서렌더’ 선수의 이미지는 하스스톤을 잘하는 아이돌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 방송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트위치 자기소개에 “STEELO IS GOD”이라고 써서 ‘스틸로’ 선수 방송 시청자들이 넘어오면서 방송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은데, 이런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고 싶으신가요?

제 방송이 되게 가볍고 장난스러운 느낌인데, 그 와중에도 제 하스스톤 플레이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이 분명 있거든요. 제 방송을 보러 와주시는 모든 분들을 만족시켜드리고 싶어요. 가벼운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좋은 덱들이나 플레이를 보러 오시는 분들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방송이 되었으면 해요.



Q: ‘스틸로’ 선수가 몇 년 간 방송을 안 켰다가 최근에 방송을 다시 시작했는데, 보다 보면 두 방송의 시청자층이 겹치는 것 같아요. ‘스틸로’ 선수의 방송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방송보다 재미있는 하스스톤 방송은 많이 있어요. 하지만 재미있으면서 실력까지 책임지는 방송은 저 밖에 없지 않을까요? (웃음). 그런 차원에서 '스틸로' 선수 방송보다 제 방송이 더 경쟁력이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해요.


Q: 최근에 방송을 오래 하다 보니 ‘스타크래프트’등 다른 게임을 많이 하던데, 원래 다른 게임에도 관심이 있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케이블 TV에서 온게임넷을 틀어 놓고 살았어요. 방학이면 매일 스타리그 24시간 재방송을 해서 안 본 경기가 없을 정도로 다 시청했죠. 그 정도로 스타를 정말 좋아했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도 한국 서버 처음 나왔을 때부터 했고, 롤 대회도 즐겨 봤어요. T1도 제가 들어오기 전부터 좋아하던 구단이었어요. 광팬이었죠.

사실 하스스톤 선수가 되는게 쉽지만은 않은 일인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e스포츠를 자주 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프로게이머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Q: 그러면 스타와 롤 실력은 어느 정도였나요?

제가 롤은 시즌 3 때 제일 열심히 했는데 플래티넘 1까지 갔고, 스타크래프트는 제가 예전부터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정말 손이 안 따라주더라고요. 하스스톤을 시작하고 나서는 손이 더욱 안 따라주는 느낌이라...머리는 잘 따라주는데 손이 안 따라주는 느낌? 스타크래프트는 이제 시청자로서 보기만 하고 있습니다.


Q: 그러면 혹시 다른 T1 선수들이랑 게임을 같이 해본 적이 있나요?

다른 T1 선수들이 워낙 바빠서 같이 뭔가를 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하스스톤 안 할 때는 혼자서 롤도 즐기고 있어서, 기회가 된다면 롤을 배워보거나 같이 칼바람을 해보고 싶어요.



Q: 국제 대회들도 많이 참가했었는데 친분이 있는 해외 선수들이 있나요?

제가 T1에 입단하기 전 해외 팀에 소속되어 있었을 때 같은 팀에 있었던 Xixo나 Hoej 선수랑은 아직도 자주 연락해요. 두 선수랑은 한 3~4년 정도 같은 팀이었기에 굉장히 친해요. 지금 코로나 시국이라서 만나지는 못하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꼭 셋이 모여서 여행을 가자는 약속을 했어요. 제가 만약에 결혼하면 그 친구들이 한국까지 오기로 했거든요. 만약 그 친구들이 하스스톤을 안 하게 되더라도 친분을 이어갈 것 같아요.


▲ 오랜 기간 함께 팀 활동을 하며 친해진 '서렌더' (좌), 'Xixo' (중), 그리고 'Hoej' (우)



Q: 최근에 하스스톤이 용병단으로 다시 흥할 거라는 주장을 방송에서 자주 언급하던데요.

용병단은 제가 되게 기대하고 있는 게, 다른 게임들 중 ‘슬레이 더 스파이어’랑 제일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슬레이 더 스파이어’를 열심히 하기도 했었고 방송에서 했을 때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였어요. 용병단이 나오면 방송으로도 열심히 하고, 만약에 용병단 대회 같은 게 열린다면 재밌게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팬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스트리머로 전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팬분들이 많은 응원을 해주셨어요. 트위치 구독도 적지 않은 돈이 드는데, 지금 구독자가 600분 정도 있어요. 그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데 항상 감사드립니다. 여태까지는 선수로서 여러분들에게 보답을 해드렸다면 이제는 스트리머로서 방송을 자주 켜서 재밌는 방송으로 보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