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유시' 이민형은 참 특별한 선수다. 어느 날 솔로 랭크에 혜성처럼 등장해 온갖 관계자의 호평을 들으며 T1에 입단했지만, '테디' 박진성의 존재로 인해 주전 선수로 뛰지 못했다. 그러나 2021 시즌을 앞두고 "최고의 선수가 있을 곳은 T1 이니까"라는 말과 함께 이적 대신 잔류를 택했고, 오랜 인내의 세월 끝에 T1의 주전 봇 라이너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스타플레이어를 꿈꾸는 '구마유시'의 야망과 승부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스타크래프트2 레전드 프로게이머 이신형과 같은 피가 흐르기 때문일까. 도발적인 인터뷰를 통해 내비치는 자신감, 그를 뒷받침하는 엄청난 연습량, 언제나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달려온 확고한 목표까지. 데뷔 초반의 극단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 플레이는 그의 성향을 고스란히 말해주며, 이후로는 보다 단단해진 모습을 보이며 점차 완성형 봇 라이너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구마유시'의 다음 상대는 '고스트' 장용준이다. 아니, 롤드컵의 '고스트'다. 2020 롤드컵 우승 이후 한동안 큰 기복을 보였던 '고스트'는 다시 찾은 롤드컵 무대에서 기량 복구를 마쳤다. 화려한 플레이는 부족할지언정 팀의 승리를 위한 모든 것을 해내는 봇 라이너. 메타도 '고스트'에게 웃어주고 있기에 아펠리오스만 밴으로 막는다면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상체 메타가 지배 중인 2021 롤드컵이지만, 그렇다고 봇 캐리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라인전 단계에서 한쪽의 완전한 주도권은 다른 라인의 변수로 이어지며 그로 인해 승패가 쉽게 결정 날 수도 있다. 만약 '구마유시'가 '고스트'보다 큰 존재감을 발휘해 승리를 견인한다면, 그가 원하는 최종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겠다.

한편 롤드컵 4강 진출로 이미 개인 커리어를 경신한 '구마유시'지만, 만약 4강과 결승을 넘어 우승까지 달성할 시 주전으로서 LCK 우승보다 롤드컵 우승을 먼저 달성하는 대기록을 쓸 수 있다. 올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구마유시'라는 전차의 첫 번째 종착역은 과연 어디가 될까.


■ 2021 롤드컵 녹아웃 스테이지 4강 1경기 일정

담원 기아 vs T1 - 30일 오후 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