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T1 레전드 봇 듀오 '뱅-울프'의 합동 은퇴식이 진행됐다.

10일 온라인으로 '뱅-울프'의 은퇴식이 열렸다. SKT T1(현 T1) 측은 '뱅-울프'에게 매체 인터뷰 및 팬들과 소통 방송을 할 시간을 마련했다. 인터뷰에서 '뱅' 배준식과 '울프' 이재완은 프로게이머 생활을 마무리하며 떠오른 여러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전했다.

'뱅'과 '울프'의 은퇴 시기는 다르다. '울프'는 터키에서 돌아온 2019년 말에 은퇴 소식을 전했고, '뱅'은 작년까지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활동하다가 올해 은퇴를 선언하게 됐다. 은퇴 시기는 다르지만, 두 선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그리고 화려한 전성기를 달리던 SKT T1에서 함께 한 봇 듀오였다.

'뱅-울프'는 T1 측에서 열어준 은퇴식에 관해 말을 꺼냈다. '뱅'은 "제가 T1을 떠난 지 3년이 조금 더 된 것 같다. 그래도 T1은 항상 마음의 고향처럼 느껴졌다. 나의 고향 같은 곳에서 이렇게 마무리하게 돼 좋다"며 "은퇴를 선언하고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갖게 돼 기쁜 마음이다"며 소감을 들었다. '울프'는 "준식이와 함께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 T1 측에서 특집쇼 자리도 마련해줘서 특별하다"는 말을 남겼다.

둘은 프로게이머 은퇴를 결심한 순간도 달랐다. '울프'는 2019년도 말에 터키에서 돌아와 은퇴를 선언했다. "이전부터 정신 건강이 우려됐다. 해외에서 생활하면 정신 건강이 괜찮아질 것 같았는데, 터키에 가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됐다. 그래서 은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뱅'은 "선수 생활 막바지에 2-3년 전부터 느꼈다. 동시대에 활동하는 선수들이 한 명씩 떠나면서 '나 역시 은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역 의무까지 겹쳐 프로 생활을 오래 할 수 없었기에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며 이유를 들었다.


'뱅-울프'는 프로게이머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그만큼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울프'는 자신의 2017년 추억을 떠올렸다. "요즘 경기를 보면서도 팬들이 예전 제가 했던 플레이와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해준다. 2017 롤드컵 EDG전의 라칸, 그리고 2017 MSI G2전 자이라 플레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해당 시기를 떠올렸다.

아무리 커리어가 뛰어난 프로 생활이어도 좋은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며 가장 즐거웠던 순간으로 '울프'는 "가장 짜릿하고 만족감을 주는 순간은 연봉 협상을 할 때다. 프로게이머는 계약하면, 불만 사항이 있더라도 열심히 연습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다음 협상 때 보상받을 수 있다. 가장 희망찬 시기였다"며 연봉 협상 기간을 떠올렸다. '뱅'은 "시즌이 끝나고 나서 팀과 여행을 갈 때다.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정신적으로 부담이 컸는데, 여행할 때는 부담 없이 잘 쉴 수 있었다. 잠깐이라도 게임을 떠나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었는데, 이동하는 동안에도 즐거웠다"며 프로 생활의 고달픔도 동시에 전했다.

SKT T1에서 2015-16 롤드컵 우승을 휩쓸며 최고의 봇 듀오가 됐던 '뱅-울프'. 이들의 상대 역시 만만치 않았기에 '뱅-울프'의 활약이 더 돋보일 수 있었다. 두 선수는 가장 까다로웠던 팀과 선수를 들었다. 먼저, '울프'는 "'마타' (조)세형이 형이 승패를 떠나서 상대하기가 힘들었다. 특히, 시야 플레이가 뛰어나서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데프트' 김혁규 선수가 서포터가 뒤에 잇는 것처럼 연기를 잘해서 까다로웠다"며 '마타-데프트'를 들었다. '뱅'은 "우리가 가장 잘할 때도 락스 타이거즈는 경계하는 팀이었다"며 라이벌이었던 락스 타이거즈를 언급했다.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가장 고마웠던 사람으로는 '뱅-울프' 모두 김정균 감독(전 T1, 현 DK)을 뽑았다. '울프'는 "나와 준식이가 이 자리에 있게 해준 분이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뱅'은 "게임 내외적으로 내 자아가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움을 받았다. 항상 배울점이 있고, 아직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김정균 감독에 관한 감사함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뱅-울프'는 자신을 있게 해준 챔피언으로 알리스타와 그레이브즈를 언급했다. '울프'는 "알리스타 플레이에 자신감이 있었다. 실제로 플레이도 많이 해서 가장 마음 편하게 했던 챔피언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뱅'은 "내가 라인마다 잘하는 대표 챔피언이 있었는데, 원거리 딜러로 자리 잡게 해준 챔피언은 그레이브즈다. 그레이브즈를 할 때 추천을 많이 받았다"며 그레이브즈에 관한 특별한 의미를 전했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마친 둘은 올해까진 코칭스태프로 활동할 생각은 없었다. '울프'는 "지금 생활이 행복하다. 승패를 떠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뱅' 역시 "어떻게 보면 프로게이머와 비슷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일이기에 아직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병역 의무를 다 한 후에 때가 된다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겠다"며 비슷한 답변을 남겼다.

'뱅-울프'는 둘을 동경하는 후배 프로게이머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울프'는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데뷔하고 또 은퇴하면서 잊히기도 한다.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힘든 순간이 많을 텐데, 그럴 때마다 눈과 귀를 닫고 자신의 할 일을 열심히 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어 '뱅'은 열과 성을 다하는 노력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증명해야 하는 자리다. 꾸준히 좋은 기량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 솔로 랭크를 비롯해 경기를 통해 보여주면 다른 팀이나 선수들이 알아 봐준다.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환경에서 하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것 같다"는 조언을 했다.

가족과 팬에 관한 감사함 역시 잊지 않았다. '뱅-울프'는 가족들에 관해 오랫동안 바쁜 프로게이머 활동으로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가족들의 끊임 없는 격려와 사랑에 감사함을 표현했다. '뱅'은 "항상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줬다. 그래서 나도 지금까지 길게 달려올 수 있었다. 돌아갈 곳이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울프'는 "가족 같은 팬들에게도 감사하다.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만나야 하는 상황이 아쉽지만, 그래도 팬들과 소통하는 게 즐겁다"고 답했다.


은퇴식 팬미팅에 관해 '울프'는 "방송하는 느낌이 들 것 같다. 방송쟁이가 돼 어떤 재미있는 말을 어느 타이밍에 할지부터 생각하게 됐다"며 방송인 울프의 이미지를 보여줬다. '뱅'은 "은퇴식이 의미있는 자리다. 그렇지만 평상시 개인 방송을 하면서 여과 없이 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방송이라고 생각하면 개인방송이 많이 떠오를 듯하다. 웃음을 잘 참아야 할 것 같다"는 답변과 함께 웃었다.

마지막으로 '울프'는 "프로게이머 '울프'를 응원해주고 사랑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1/12일부터 LCK가 개막하는데, 스트리머 '울프'도 많은 사랑부탁한다"는 인사를 남겼다. '뱅'은 "지금까지 프로게이머 '뱅'을 응원해주고 관심을 가져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프로게이머 활동을 하면서 값진 경험을 많이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많이 행복했던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즐거웠다"며 은퇴식 전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