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의 인기가 나날이 커지면서 e스포츠 업계에서 직업을 구하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e스포츠 분야에서 일을 찾다 보면, 어디서부터 그리고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업계의 성장에 따라 다양한 능력의 사람들을 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은 편입니다.

인벤은 e스포츠 업계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려는 이들을 위해 e스포츠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직업을 설명해주는 기획 기사를 준비해봤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직업을 찾았고, 직업을 얻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일하면서 느낀 보람과 고충을 들어 봤습니다. e스포츠 업계에서 종사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엿볼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세 번째로 탐방해 볼 직업은 LCK 운영 파트장입니다. LCK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규정, 가이드라인 수립, 정책 등을 제안하고 수행하는 곳입니다. 이번 직업을 소개해주실 분은 안소윤 라이엇 게임즈 LCK 리그 운영 파트장입니다.

▲ 사진 제공: 라이엇 게임즈

Q. 먼저 이 글을 읽는 독자를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리그 사무국에서 리그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안소윤입니다. 직잭은 리그 운영 파트장으로 일을 한 지는 딱 1년이 됐습니다. LCK를 전담해서 일하는 중입니다. 제가 담당한 부분은 일정, 규정, 가이드 라인, 정책 등 리그에 근간이 되는 업무입니다. 리그를 꽃이라고 비유한다면, 꽃이 잘 필 수 있도록 토양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Q. e스포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일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대학생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가 처음 한국에 론칭했을 때부터 좋아했고, 경기도 많이 보러 다녔어요.

저는 블레이즈의 팬이었데요. 당시에 팀 소속의 한 선수가 게임을 너무 하기 싫을 때가 있었는데, 같은 팀원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면서 게임을 억지로 시켰다는 말을 들었어요. 저와는 완전 반대 상황이었죠. 저는 게임을 하면 혼이 났거든요. 그 말을 듣고 프로게이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프로게이머는 놀면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로 의식을 가진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e스포츠라는 산업도 매력적으로 느꼈습니다.

당시만 해도 e스포츠에는 어떤 직업이 있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e스포츠를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는데, 뒤늦게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지면서 산업에 일을 지원하게 됐네요. e스포츠 하면 제일 선두 주자가 LCK라서, 제일 먼저 LCK를 찾아봤습니다. 채용공고에 올라온 직무 소개란은 몇십 번 읽으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LCK 운영 파트장 업무에 지원했습니다.

LCK 운영 파트장은 커뮤니케이션과 꼼꼼하고 체계적인 업무 능력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쌓아온 커리어는 이런 능력을 사용할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분야이지만, 잘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Q. 일과가 궁금합니다. 하루에 맡은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고 계시나요?

제 직무상 시기마다 하루 일과가 정말 달라요. 대회가 없을 때는 차기 시즌을 대비하기 위해서 규정이나 라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거나 장기 정책을 준비합니다. 업무량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계속 고민해야 하는데요. 생각을 하다 보면 무한정으로 일이 늘어날 수 있는 업무입니다. 그래서 자려고 누웠다가도 핸드폰을 꺼내서 메모하고 일하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창의력을 요구하는 직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봐야 하거든요. A~Z까지 무수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항상 여러 생각을 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듭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발생한다면, 무엇을 보강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Q. 일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가장 최근에는 이번 스프링 개막전이었어요. 리그에 대한 주요 변경 지점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팬들이 그걸 보고 LCK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알아봐 주고 칭찬할 때 보람을 많이 느꼈어요. 우리가 백 보, 천 보를 걸어도 밖에서 보면 미세한 움직임으로 보일 수밖에 없어요. 그런 미세한 움직임을 알아봐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 스프링 시즌 변경점, 리그 운영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Q. 반대로 일하면서 힘들거나 고충이 있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선례가 없다는 게 제일 힘듭니다. 전통 스포츠에서 참고하는 부분도 있지만, e스포츠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산업이잖아요. 매일 매일 새로운 일이 생겨서 매력적이면서도 고충이라고 느낍니다.

최근에는 코로나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어요. 선례도 없었고, 많은 게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팀들을 안내하고 이끌어야 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당시에는 정부의 코로나 정책도 계속 바뀌어서 중심을 잡고 진행하기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팀들이 가이드라인을 잘 따라줬고, 바뀐 플레이오프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팀들이 잘 이해하고 수용해줘서 결승까지 잘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Q. 현재 맡은 일을 직업으로 가지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직업을 갖기 전에는 e스포츠와는 관련된 경력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네요. 리그 운영과 관련한 일은 경력직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부분은 업무 파악이었습니다. 채용공고에 올라온 직무 소개를 수십 번 읽어본 다음, 어떤 일을 하는 직무인지 파악했어요. 그리고 그 직무와 관련해서 제가 가진 능력을 어떤 방식으로 채용하는 분들께 전달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방법을 찾았습니다.


Q. 회사에서 취업 인터뷰를 할 때 어떤 질문들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구체적인 질문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체로 업무를 할 때 제 우선순위를 굉장히 중요하게 봤어요. 우선순위가 팬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를 많이 봤습니다. 사실 일을 하다 보면, 결정해야 하는 순간들이 와요. 그리고 결정은 우선순위에 따라 하게 되죠. 그래서 우선순위가 중요했고, 저라는 사람의 우선순위가 회사와 동일한 지를 알아보신 듯합니다.


Q. 만약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저의 직무가 굉장히 생소할 수 있고, 무엇을 하는지 몰랐던 분도 많으셨을 겁니다. e스포츠를 생각하면 화려한 게 떠오르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반면, 저의 직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일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변덕규가 채치수에게 "너는 회가 아니라 무채다"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저는 회를 돋보이게 하는 무 같은 역할입니다. 저의 일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고 뚜렷한 성과가 있는 직업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래서 매력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 만화 슬램덩크에서 변덕규는 채치수에게 "도미가 아니라 가자미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단, 비유가 적절하고 인터뷰이의 발언을 최대한 살리고자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혹은 인터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제가 이 업무를 한 지 딱 일 년이 되었습니다. 이 업무를 하면서 저의 1년을 돌아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부족한 게 무엇인지 앞으로 무엇을 더 잘해야 하는지 돌아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