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롤드컵은 아직 일정이 다 끝나지 않았음에도 이야기거리가 참 많다.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그룹 스테이지까지 '역대급'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전반적인 LCS 팀들의 부진과 그룹 스테이지 1라운드에 잠깐 헤맸던 LCK 팀들, 상대적 약체들의 부상과 강팀들의 부진. 인게임 이야기 뿐만 아니라 경기 외적으로도 오랫동안 대화할 주제들이 산적했다. 8강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이번 롤드컵 기간 중엔 어떤 일들이 회자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① TES vs GAM 2라운드 멜모셔스 버그
TES의 그 팬들에겐 뼈아픈 주제다. TES가 그룹 스테이지에서 탈락했던 것이 1차적인 원인이다. LPL의 강호이자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한 TES가 3승 3패의 성적으로 8강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 자리는 LEC의 1번 시드이자 이번 롤드컵 최대 복병인 로그에게 돌아갔다.
단순히 탈락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TES는 2라운드 들어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하지만 2라운드에 TES는 GAM에게 제대로 발목 잡혔다. 아니,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면 인게임 버그에 울었다고도 할 수 있다.
TES는 GAM전에서 장로 드래곤 버프를 몸에 두른 채 상대 넥서스를 향해 진격했다. 그렇게 끝나는 듯했던 경기는 GAM의 짜릿한 역전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경기 이후, 팬들 사이에서 버그 관련 이야기가 나왔다. 멜모셔스의 아귀 아이템 관련 버그였다.
때는 TES가 상대 넥서스를 두들기고 있을 적이었다. 당시 '재키러브'의 루시안은 멜모셔스의 아귀를 장착한 상태였다. 직전 한타에서 완패했던 GAM의 챔피언들이 속속 부활했을 때, GAM 넥서스 체력은 바닥이었다. 이때, GAM의 카서스가 궁극기를 시전했다.
원래대로라면, '재키러브'의 루시안은 멜모셔스의 아귀 아이템 효과 덕을 봐 체력을 반 정도 보전했어야 했다. 하지만 카서스의 궁극기에 당한 루시안의 체력이 바닥을 쳤다. 멜모셔스의 아귀 아이템 효과가 발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체력이 극히 줄어든 루시안은 세트에게 허무하게 쓰러졌다. 남은 TES의 챔피언들로는 GAM의 넥서스를 파괴하지 못했다. 그렇게 전멸당한 TES는 GAM에게 역으로 넥서스를 내줬다.
이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한 유저의 실험 결과, 같은 상황에서 루시안은 카서스의 궁극기 대미지를 멜모셔스의 아귀 효과로 막았어야 했다. 하지만 TES는 경기 도중, 더 나아가 경기 후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
물론, 멜모셔스의 아귀 효과가 발동됐다곤 해도 TES가 무조건 이겼을 것이라는 건 무리가 따르는 발언이다. 하지만 희대의 명경기에 인게임 버그라는 오점이 남았다는 점이 아쉽다. 결과적으로, GAM은 짜릿한 역전승과 함께 자신들의 이름을 전세계 팬들에게 다시 알렸고, TES는 그룹 스테이지 '광탈'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② 로그의 약진
바로 위에서 TES 이야기를 했지만, C조에서 8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 두 팀은 당연히 DRX와 TES였다. 하지만 TES는 1라운드에서의 부진을 2라운드 결과로 극복하지 못한 채 무너졌고, 그 자리를 로그가 차지했다.
사실 TES의 부진과 로그의 약진은 동시에 이루어졌다. 로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1라운드에 3승 0패로 당당히 C조 1위에 올랐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많은 팬이 당황하기도 하고 환호하기도 했다. 정글러 '말랑' 김근성의 주도적인 플레이와 마치 한 명이 조종하는 듯한 나머지 팀원들이 움직임 등 로그는 자신들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좋은 성적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로그는 DRX와 함께 당당히 8강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8강 상대가 LPL의 강호 징동 게이밍이라 로그의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C조에서 예상을 깬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로그의 활약은 오랫동안 회자될 전망이다.
③ 코로나19 격리
이번 롤드컵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 오프라인 현장 팬들과 함께 하게 된 대회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이어 그룹 스테이지 역시 코로나19의 위험이 노출됐다.
상당수의 선수 및 코치진이 경기를 위해 찾은 멕시코 시티와 뉴욕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경기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미리 준비했던 코로나19 대응 프로토콜을 발동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들과 코치진은 격리 조치됐고, 경기에 나서야 하는 선수들은 따로 마련된 격리 시설 내 자리에서 경기를 치렀다. 매 경기 다른 팀들이 나섰기에 한 경기가 끝나면 다음 경기에 출전할 선수가 도착하기 전에 해당 자리 방역도 진행됐다. 이로 인해 각 경기 시작 전에 진행이 지연되는 상황도 여럿 발생했지만, 다행히 큰 문제 없이 모든 경기가 진행됐다.
④ 1승 5패 클럽의 화목함(?)
약체의 반전 승리와 강팀의 몰락 등 이변이 잦았던 롤드컵이었지만, 이번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유독 1승 5패를 기록하며 탈락하는 팀이 많았다. 어느 정도 탈락이 예상됐던 팀들로, C9과 EG, G2, GAM, CFO, 100T가 그 주인공.
탈락할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깔아줄' 팀들이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고 답할 수 있겠다. 그만큼 1승 5패를 기록할 만한 팀이 아닌데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팀들이 있었다. LCS 챔피언 C9과 LEC 전통의 강호 G2가 그랬다. 이들 역시 애매한 경기력과 함께 조기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다만, 이 '1승 5패 클럽' 팀들은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하려고 노력했다. 각자의 SNS를 통해 서로의 1승 5패 기록 및 탈락을 반겨주는 등 유쾌한 모습을 보여 팬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보다 훨씬 덜한 경기력을 보였던 LCS팀들은 북미 팬들의 따가운 눈총과 함께 수많은 질타를 받았다.
⑤ 역대급 밸런스 롤드컵?
이번 롤드컵에는 엄청 다양한 챔피언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탑 티모나 서포터 나서스 등 대회 경기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픽이 대회를 수놓았다. 심지어 이것들이 단순한 트롤픽이 아니라 상대 챔피언이나 조합을 카운터하기 위한, 나름 진지한 의미를 지녔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승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번 롤드컵 플레이-인에서 총 90개, 그룹 스테이지에선 89개의 챔피언이 밴되거나 픽됐다. 이는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기존 와일드카드 제도가 플레이-인 스테이지로 바뀐 뒤의 기록을 살펴보면, 2019년 그룹 스테이지와 플레이-인 스테이지가 가장 다양한 챔피언을 소화했다. 당시, 총 92개 챔피언이 밴픽 단계에서 얼굴을 내비쳤다.
그 전과 후는 사실 비슷했다. 그럼에도 이번 롤드컵에 가장 다양한 챔피언 등장했다는 이미지가 강한 이유는 '진지함'이 있지 않나 싶다. 이전에는 특이 픽이 진지한 의도를 보인 적이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가올 8강, 더 나아가 4강과 결승에는 어떤 챔피언들이 등장할 것인지 기대된다.
※ 역대 롤드컵 챔피언 등장 횟수 (와일드카드 제도 시절은 제외)
- 2021 그룹 80, 플레이-인 80
- 2020 그룹 80, 플레이-인 78
- 2019 그룹 92, 플레이-인 92
- 2018 그룹 76, 플레이-인 81
- 2017 그룹 79, 플레이-인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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