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은 LCS NA라는 단어에 조그마한 떨림을 느끼곤 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한국에 정식 발매하기 전, 소규모의 인원들이 알음알음 플레이하던 그 시절에 북미 최상위권 유저들은 선망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세인트비셔스', '레지날드', '핫샷지지', 그리고 그들과 경쟁하던 한국 1세대 프로게이머들. 그들의 전장은 북미 서버였고, 당연히 그곳에서 탄생한 프로게임단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대표했다.

그들의 전성기가 영원하진 않을 줄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일찍 경쟁력을 잃었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월드 챔피언십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린 것은 2018년에 Cloud9 단 한 번이 전부다. 북미 최강의 팀도 8강에 이름을 올리기 힘들 정도의 추락이다.

리그의 강함은 리그의 흥행과 반드시 관계가 있다. EPL, NBA, MLB 등 각 종목을 대표하는 리그의 팀들은 국제 경쟁력이 높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팀들의 경기가 세계에서 손꼽는 팀이 아니라면, 볼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굳이 내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으니까. 실제로 LCS의 뷰어십은 떨어지는 추세다. 최고 시청자 수 기준으로 2017 LCS 스프링은 64만, 2018년은 52만으로, 최근인 2022년은 37만까지 떨어졌다. LCK가 스프링 기준 2017년 52만에서 2020년 100만, 2022년 130만으로 성장했고, LEC도 기복은 있으나 LCK 다음으로 최고 시청자 수를 기록하는 견고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LCS는 위기 상황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북미 지역의 경쟁력이 떨어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선수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먼저 지적된다. 높은 지연 시간, 솔로 랭크의 품질, 연습 문화 등이다. 그리고 이런 얘기들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2014년, 그 이전부터 나온 말들이다. 지금이 2022년이고, 며칠 뒤에는 2023년인데, 줄어들기는커녕, 이제 선수들이 더 적극적으로 체질 개선에 대한 의견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LCS는 스스로 4대 메이저라고 부르기엔 약간은 겸연쩍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경쟁력 재고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아카데미부터 올라오는 재능들이 세계 무대에서 조금씩 자기의 얼굴을 알리고 있다. 일 년 만에 LCS 대표 미드 라이너로 자리 잡은 04년생 '조조펀'이나, 멘탈적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력은 문제가 없는 03년생 '대니'는 대표적인 젊은 피들이다.

2022년 2월에는 높은 지연 시간과 솔로 랭크 품질을 해결하기 위한 '챔피언스 큐'를 도입했다. 북미 및 라틴아메리카 1부, 아카데미, 전 프로나 최상위권 유저들을 위한 서버다. 비밀 사설 매칭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그 수준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으나, 현재 LCS의 수준은 단기처방이 효과적일 수 있다. 현재 라이엇은 선수들의 피드백과 스플릿 스케쥴, 매칭 퀄리티, 선수 제한과 룰, 의사소통을 개선한 챔피언스 큐를 준비 중이다.

최근, LCS의 플라이퀘스트는 LCK 선수 두 명을 영입하며 놀라움을 안겨줬다. LCK 선수들이 LCS로 이적하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나, 그 선수가 어떤 위치에 있는 선수인가를 생각하니 LCS가 변화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플라이퀘스트는 kt 롤스터에서 활동한 03년생 미드 라이너이나 2022 LCK 신인왕 '빅라' 이대광과, 리브 샌드박스의 원거리 딜러였던 '프린스' 이채환을 영입했다. '빅라' 이대광은 곧 만개할 것으로 확신하는 라이징 스타고, '프린스' 이채환은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중위권 팀 에이스였다. 두 선수 모두 LCK 1군 로스터에 당연히 들어가는 실력과 미래성을 가지고 있다. 팀 리퀴드는 2022 월드 챔피언 정글러 '표식' 홍창현을 영입했다. LCK 정상에 있는 선수, 신인왕, LCK 2022 섬머 세컨팀 봇 캐리가 2023년부터 LCS에서 뛴다.

여러가지 노력의 결과가 최대한 빨리 나와야 한다. 이제는 리그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낮아지는 인기는 의욕과 연결된다. 경쟁력에 대한 쓴소리를 여전히 하는 선수와 관계자가 있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다. EG처럼 로컬 유망주를 키워도 좋고, 플라이퀘스트와 팀 리퀴드처럼 좋은 LCK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좋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이제는 좀 잘했으면. 4대 메이저라는 좋은 서사에 어울리는 리그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