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2 Hot 6ix GSL Season1 우승자 박수호 선수 ]


e스포츠팀, 특히 스타크래프트2 e스포츠팀이라면 모두 개인 리그와 팀 리그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 같은 목표를 가지는 사람이 많은 수록 그 목표에 대한 가치는 높아지지만, 경쟁 또한 치열해지는 것이 사실. 그러므로 개인리그나 팀 리그 한 가지만 우승하는 것조차 힘든 일인 경우가 있다.

하지만 혜성같이 등장해 팀 리그를 우승하고, 얼마 되지 않아 개인 리그 우승자까지 배출한 팀이 있다. 바로 스타크래프트2 게임단 MVP팀이다. 또한, 그들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은 차라 그들은 어떠한 길을 걸어온 것인지, 앞으로 어떠한 길을 갈 것인지 궁금해 하던 중, 인천의 한 카페에서 MVP팀의 최윤상 감독과 박수호 선수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마련되었다.

"스타크래프트1 시절에 프로게이머를 목표로 했는데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서 꿈을 접게 됐죠. 하지만 미련은 버릴 수가 없어서 클랜장도 했었고 계속 스타1 대회도 개최하고 했었습니다. 팀 창단에 대한 준비작업은 계속하고 있었던 거죠."

최윤상 감독의 과거 회상으로부터 MVP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 2012 Hot 6ix GSL Season1 우승자 박수호 선수(좌) MVP 최윤상 감독(우) ]




입대전 마지막 소원이 스타2 팀 창단?


"2010년 7월, 스타크래프트2가 발매되고 나서 친한 동생과 스타2 팀을 만들려고 했었어요. 하지만 이런저런 상황을 따져보니 아직 기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한 번 접은 스타크래프트2 팀 창단의 계획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엉뚱한 사건으로 다시 진행되게 되었다. 군 입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친한 동생에게 걸려온 전화가 발단이었다.

"그리고 12월에 아는 동생에게 전화가 왔어요. 한번 만나자고. 입대가 얼마 남지 않은 친구여서 '그냥 술 한잔 사달라고 하나보다.'하고 만났는데 갑자기 스타2 팀을 만들어 달라는 거에요." 그리고는 계속 팀 창단 비화를 이어나갔다.

"팀 만든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 친구가 무슨 생각이지?' 하는 생각에 선수는 어떻게 모을 거냐고 물어보니까 선수는 이미 다 모여 있다는 거에요. 정말 팀 활동을 해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팀 창단을 시작해 보기로 결정했어요. 밥도 알아서 해 먹을 테니 숙소하고 감독직만 맡아 달라고 해서, 2주 만에 숙소 구하고 컴퓨터 구하고... 지금 생각하면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걸 준비했는지 믿기지가 않아요."


[ ▲ 인천에 위치한 MVP 팀 연습실 전경 ]


이렇게 채도준, 황규석, 송영민, 이강범, 안민우 다섯 선수로 구성된 스타크래프트2 MVP팀이 탄생하였다. 하지만 두 주 만에 팀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하느라 부족한 부분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었다. 특히나 선수들이 자신 있게 알아서 챙기겠다고 말한 먹거리 부분에서 많이 부실한 모습을 보였다.

"어찌어찌 팀을 창단하고 가서 들려봤는데 총각 다섯이서 밥 해먹는 게 뻔했죠. 맨날 라면 끓여 먹고, 김치찌개라고 먹는데 말이 김치찌개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하고 코치하고 번갈아 가면서 밥을 해주기 시작했어요. 근데, 저나 코치나 똑같은 남자잖아요? 결국은 저희 어머니께서 작년 11월까지 선수들 밥을 직접 챙겨주셨어요.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이런저런 사건들을 넘기며 창단 후 조금씩 기틀을 잡아가고 있는 MVP에게 첫 번째 시련이 다가왔다. 팀 선수들이 모두 GSL 코드 에이에서 탈락해 버린 것이다. 프로팀을 지향하는 MVP로서는 엄청난 위기였다. 다행히 다음 예선에서 채도준 선수가 코드 에이에 진출하여 팀으로써 체면은 지킬 수 있었지만, 최윤상 감독에게는 말 못할 고민만 쌓이던 시기였다.

"힘든 시기였어요. 명색이 팀인데 코드 에이 한명도 없었으니.. 다행히 채도준 선수가 코드 에이 올라가면서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선수도 24명 가까이 모였었고요. 그렇게 연습을 하던 도중 팀원들이 한 선수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전 다른 팀에서 선수 빼 오는 걸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해서 '다른 팀 소속 선수는 안된다.'라고 못박았더니 아직 무소속 상태라고 이야기 하길래, 누구냐고 물어보니 동래구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는 선수라고 하더라구요."


[ ▲ 연습실에서 연습 중인 박수호 선수 ]




최윤상 감독, 박수호를 얻기 위해 삼고초려도 불사하다.


바로 '동래구' 박수호 선수였다. 당시 계속 래더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더구나 당시 저그가 힘든 상황을 겪고 있던 상태라 한, 두 개 팀을 제외한 모든 팀에서 박수호 선수를 영입하려고 했지만 모두 거절하고 있던 상태였다.

"온라인 상으로 몇 번 입단 의향을 물어봤는데 계속 팀 활동을 할 생각은 없다는 거에요. 코드 에이 최종 예선 오프라인 현장에서 직접 만나서 입단 권유를 해도 관심도 안보이고, 수호가 거절할 때마다 점점 '이 선수는 꼭 데려와야겠다' 라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왜 모든 팀의 구애를 거절하며 계속 혼자 게임을 했을까? 최윤상 감독 옆에 앉아 있던 박수호 선수에게 당시 상황을 물어보니 그는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스타1 시절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1년은 넘어야 방송경기에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저히 그 생활을 지속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포기하고 대입을 위해 수능 준비를 했는데 그 사이 스타2가 나와서 게임을 하기 시작했죠. 당연히 수능은 망쳤죠. 컴퓨터 프로그래밍 쪽으로 대학 진학도 하고 싶은데 또 스타2 래더는 계속 1등을 놓치지 않아서 저 스스로도 결정을 못 내리던 시기였어요."

당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던 박수호에게 첫 번째 실패는 결코 쉽게 지워지지 않을 상처였다. 하지만 최윤상 감독은 확실하지 않은 미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망설이던 박수호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하였다.

"대학에 가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하니 감독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딱 1년만, 1년만 같이 팀 생활 해보자고. 그래도 스타2 성적이 안 나오면 감독님이 과외 시켜주셔서 원하는 대학 보내준다고 하셨어요. 그때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죠. 이 분이라면 한 번 믿고 다시 게이머 생활을 해 봐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지금 생각하니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되요."

당사자의 마음을 여는데에는 성공했지만, 너무나 당연하게 박수호의 집에서는 그의 두 번째 도전을 말렸다. 박수호 선수의 부모는 그의 상경을 극구 반대한 것이다.

"당연히 집에서 엄청난 반대를 하셨어요. 스타1에서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었거든요. 서울로 올라오는 날 아침까지 부모님하고 계속 싸웠어요. 결국, 아무 말도 안하고 짐 챙겨서 서울로 올라왔죠."


[ ▲ '수호가 글쎄...' '감독님! 아니라구요!' 박수호 선수 입단 당시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 ]


박수호 선수가 팀에 합류하고, 팀 선수들의 실력도 점점 늘어가면서 최윤상 감독은 3월 GSTL에 참가하여 제대로 된 팀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지만, 또다시 MVP팀은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GSTL 참가 기준이 바뀌는 바람에 MVP팀은 3월 GSTL에 참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실 작년 3월 GSTL에 우리 팀이 참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어요. 수호 데려올 때도 그렇게 이야기를 했었고요. 그런데 주최측에서 참가가 불가능하는 소식을 전해주더라구요. 갑자기 참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어이가 없었지만 항의해 봐야 소용없는걸 아니 한 가지만 확실히 해달라고 이야기했어요. 차기 GSTL에서 지금과 똑같은 참가 규칙을 적용해 달라고. 그 부분에 대해 약속은 받았지만 마음은 안 좋았었죠."

최윤상 감독은 MVP팀의 모습을 팬들에게 알릴 수 있던 좋은 기회를 놓친 것 보다 선수들에게 약속한 부분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 더 마음이 아팠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었어요. 약속한 걸 지키지 못했으니.. 하지만 선수들이 절 이해해주고 더 열심히 연습하기 시작했어요. 3월 GSTL 불참이 오히려 약이 되어 결국, 코드 A에 팀 선수 다섯이나 진출하게 되어서 5월 GSTL에는 당당히 MVP도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어요. 5월 GSTL에 참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쁘기도 하고, 선수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좋은 성적을 내야 할 텐데 하는 생각도 하고."

그렇게 참가한 GSTL에서 MVP팀은 박수호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처음 참가한 팀 리그에서 결승까지 진출했고, 풀 세트 접전 끝에 황제 임요환 선수의 후계자로 인정받은 슬레이어스 팀의 테란 선수 문성원에게 패배하여 준우승을 차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어쨌든 준우승도 우리 팀으로는 만족할 만한 성과였어요. 준우승 한 이후로 우리 팀을 지원하고 싶다는 분들도 생기셨고, 결국 해외 e스포츠 팀인 컴플렉시티와 파트너쉽도 성사됐거든요."



MVP, GSTL 우승을 향해 질주하다.


5월 GSTL의 활약으로 MVP팀과 박수호 선수의 이름은 많은 팬들에게 기억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박수호 선수는 개인리그 진출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7월 최종예선을 통과하여 코드 에이에 진출하게 되었지만 승격강등전을 목전에 두고 8강에서 당시 TSL소속이였던 박진영 선수에게 패배하여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역시 같은 날 벌어진 2011 GSTL 시즌1 경기에서 MVP팀 역시 국내 워크래프트3 출신 선수들과 해외 선수들로 구성된 F.United팀에게 패배하였다. 더구나 최윤상 감독은 팀의 승리를 책임지던 박수호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은 채 경기를 패배하여 많은 팬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던 상황이였다. 예전부터 궁금하던 부분이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서 박수호 선수와 최윤상 감독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 '그 날, 그 경기에 왜 출전하지 않았는가' 라는 이야기를 하는 박수호 선수 ]


"너무 답답했었어요." 박수호 선수는 짧게 답한 후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제 목표는 코드에스인데 승격강등전에 진출하지 못하면 또 한 두 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팀 리그에 출전해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거 같았어요."

박수호 선수의 이야기에 이어 최윤상 감독도 당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그날 숙소 출발할 때 수호가 '오늘 개인리그를 이기면 팀 리그에도 나가고, 아니라면 팀 리그는 쉬고 싶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수호가 질 거라고 생각은 안했는데 막상 져 버리니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수호와의 약속이었기 때문에 지켜주고 싶었고 한 경기 져도 6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자신도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수호가 다음 팀 리그 경기에서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니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팀의 1승보다 선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감독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일까? 박수호 선수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다음 팀 리그 경기에 출전해 또다시 팀에게 1승을 안겨주며 팀을 6강 토너먼트에 진출시켰다.

5월 GSTL 준우승, 2011 GSTL 시즌1 6강 진출팀이긴 했지만, MVP팀은 박수호밖에 없다라는 인식이 강했다.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신인 선수들, 원년 블리즈컨 우승자라는 수식이 그리 달갑게만 느껴지지 않던 정민수. 임재덕과 정종현이라는 두 거인이 버티고 있던 IM팀을 6강 상대로 두고 선수들과 목동으로 이동하던 최윤상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직접 차를 운전해서 목동 곰티비 스튜디오로 가고 있는 최윤상 감독은 차가 신호를 기다리느라 멈춰있는 동안백 미러를 통해 선수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를 건넸다. "만약 수호가 지면 다음에 누가 나갈래?"


[ ▲ 신을 죽인 자. '니체토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김원형 선수. ]


"저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대답한 사람은 김원형 선수였다.

"너무 천진난만하게 대답을 하는지라 얘가 정말 자신감이 있는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는 했어요. IM전에 안호진 선수가 선봉으로 나올걸 정확히 예측했는데도 경기는 불리하게 진행됐어요. 박수호마저 무너지니까, 정말 누굴 내보낼지 고민이 돼서 선수들에게 누가 나가고 싶은지 물어봤는데 또 원형이가 나가고 싶다고 하길래 출전시켰죠. 그런데 원형이가 정종현 선수하고 임재덕 선수, 왕과 신이라고 불리던 두 선수를 이겼어요."

김원형 선수의 활약으로 4강에 진출한 MVP는 당시 신성으로 떠오르던 NS호서팀을 상대로 정민수 선수가 4승을 거두어 팀을 결승에 진출시키며 박수호 없이도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프라임을 상대로 경기한 결승전 역시 채도준, 황규석 두 선수만으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스타크래프트2 팀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 ▲ 토너먼트 방식이 아닌 풀리그 방식 팀 리그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MVP ]




비슷한 길을 걸어온 상대와 정상의 자리에서 검을 겨누다. 문성원과의 한판 승부!


팀 리그에서는 우승을 차지한 MVP팀이었지만 개인리그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황규석 선수와 정민수 선수가 개인리그 8강까지 올라가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한 사이 계절은 어느덧 겨울로 바뀌었다.

그 사이 박수호 선수도 해외 대회인 MLG 입상을 통해 GSL 코드 에스 시드를 부여받았지만, 눈에 띄는 활약은 보여주지 못하던 중 또 다른 해외인 IEM 뉴욕 결승에서 '과일장수' 김원기를 상대로 승리, 생애 첫 해외대회 우승을 거두게 된다.

"IEM 뉴욕 대회는 처음으로 우승한 해외 대회라 기억에 남아요. 우승한 것도 기쁘긴 하지만 IEM 뉴욕 대회를 우승하면 연말에 열리는 블리자드컵 진출 자격을 주거든요. 그야말로 최고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기뻤어요"

GSL랭킹 1~3위 선수와 WCG, MLG, IEM등 여러 해외대회 우승자들이 벌이는 이벤트 전 형식인 블리자드컵에 출전한 박수호 선수는 결승에 진출, 이전 팀 리그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문성원 선수와 맞서게 되었다. 슬레이어스 소속인 문성원, MVP 소속인 박수호 두 선수는 팀 리그 우승에 큰 역할을 했지만, 개인리그에서 번번히 좌절을 맛본 후 해외대회를 통해 GSL 코드 에스 시드를 받았다는 점에서 두 선수는 비슷한 길을 걸어왔지만, 문성원 선수는 2011 블리즈컨에서 열린 GSL Oct에서 우승을 하여 한 걸음 앞서 나간 상태였다.


[ ▲ 박수호 선수와 비슷한 길을 걸어온 슬레이어스 소속의 "MMA" 문성원 선수 ]


최고의 자리인 블리자드 컵 결승에서 문성원 선수를 만난 박수호 선수는 1, 2, 3세트를 내어주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대로 한 세트를 더 내어주면 경기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기자 역시 1년 동안 온갖 고생을 겪으며 올라온 결승전 자리에서 허무하게 무너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들었다.

그러나 모두가 4:0 스코어로 문성원 선수의 우승을 예상한 순간 박수호 선수는 기적적으로 4세트를 승리로 가져온 후, 5세트, 6세트까지 승리를 거둬 경기를 3:3 동점으로 만들었다.

"4:0으로 이기거나, 7세트까지 갈 거 같았어요. 사실 1세트를 실수로 패배한 후 계속 마음이 불안했던 게 맵은 좋았는데 상대가 상대인 만큼 계속 전략에 당했거든요. 다행히 4세트 맵이 듀얼사이트 맵이였어요. 제가 제일 자신있는 맵이였거든요. 4세트를 잡고 나니 5세트부터 자신감이 들기 시작해서 6세트까지 승리하게 됐어요."

2011년 마지막 경기를 아쉬워하듯 마지막 7세트 경기는 무려 30분이 넘는 장기전이 벌어졌다. 양 선수 모두 한 치의 양보 없이 끝없는 공방전을 펼쳤지만, 박수호 선수의 병력이 점점 줄어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무리한 공격으로 병력을 잃은 탓에 저울추는 점점 문성원 선수 쪽으로 기울어 갔고 박수호 선수의 마지막 확장기지가 파괴되며 결국 경기는 문성원 선수의 승리로 끝이 났다.

"마지막 경기에서 조금 무리를 한 게 실수였죠. 아쉽게 됐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지나가는 탱크만 잡았더라면 이기는 거였는데(웃음), 부스에 들어가서 수호를 다독여서 데리고 나왔어요. 부스에서 나와 나와서 다시 무대에 섰는데 관중들이 우승자의 이름이 아닌 수호의 이름을 연호더라고요. 분명히 경기에서는 진 선수인데, 관중들이 수호 이름 부르는 걸 듣고 정말 감동했어요. 팬들이 정말 수호를 좋아해 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감사하는 마음도 들었죠."


[ ▲ 블리자드컵 당시 부스에서 연습중이던 박수호 선수 ]


당시 게임 밸런스 상 테란보다 불리하다고 알려진 저그 종족의 선수였지만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명경기를 만든 박수호 선수에게 관중들은 우승자에게 보내는 찬사 보다 더 큰 응원을 보냈던 것이다.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박수호 선수는 우승보다 더 소중한 천 오백여 명의 팬이 생긴 것.

"숙소로 돌아가던 내내, 아니 숙소에 도착한 이후에도 계속 진 것 같지가 않았어요. 오히려 경기에 이긴 것 보다도 더 기분이 좋더라고요. 비록 경기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알게 되니 다시 한 번 도전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 팀원, 그리고 라이벌. 박수호 vs 정민수.


선수에게 있어서 우승 트로피나 상금보다 더 소중한 팬을 얻은 박수호. 그렇게 2011년의 마지막은 저물었고, 2012년 새 시즌에서 MVP팀은 팀의 간판 플레이어인 박수호와 정민수가 개인리그 4강에 진출하게 된다. 잘 되면 정민수와 박수호가 결승에서 만나게 되지만 잘못하면 결승에는 아무도 못 올라가게 되는 상황.

다행히 먼저 경기를 치른 정민수 선수는 한이석 선수를 3-0으로 꺾고 일찌감치 결승 진출을 결정지은 반면 박수호 선수는 FXO팀의 고병재 선수를 맞아 0-2까지 밀리며 4강 탈락의 위기에 몰려있었다.

"2경기가 끝난 후 수호가 있는 경기 부스에 들어가서 '수호 너 블리자드 컵 결승 때 지던 얼굴 표정이다? 아무 생각 없이 게임하고 있냐? 카메라 보고 한 번 웃어, 상대한테 네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줘 봐.' 라고 이야기 하니 카메라 보고 씨익 웃더라고요. 어떻게든 3세트를 잡으면 4세트는 듀얼 사이트 맵이라 무조건 수호가 이길 거라고 믿었죠. 그렇게 되면 동점이 되는데, 쫓아가는 사람이 기세가 더 무섭잖아요? 상대는 쭟기는 기분에 마음이 조급해질 테니 3세트만 잡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보통 부스에 들어가서 상대 선수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지는 상황에서라도 선수에게 격려의 이야기를 하고 온다는 최윤상 감독이었지만 그날 만큼은 박수호 선수의 기분이 상할 정도로 차갑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때 선수 입장에서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게임을 시작했는데 전략이 아닌 운영에 두 판을 다 졌어요. 운영은 자신이 있었는데 상대 고병재 선수에게 그렇게 패배하니 흔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런 상태에서 감독님이 차갑게 이야기해 주신 것도 도움이 됐지만, 항상 저한테 안 좋은 소리만 하던 민수가 들어와서 진지하게 '너 왜 이래, 정신 차려. '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꼭 민수하고 결승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과 친구의 격려 덕분이었을까? 박수호 선수는 이후 고병재 선수에게 남은 세 세트를 모두 승리하며 2011년 IM팀 이후 두 번째로 같은 팀의 두 선수를 결승전에 진츨시킨 팀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감독'이라고 부러워 하는 상황이였지만 최윤상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 ▲ 2012 Hot 6ix GSL Season1 결승전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민수(좌), 박수호(우) 선수 ]


"이기는 선수가 문제가 아니라 지는 선수가 걱정됐어요. 민수는 2010년 블리즈컨 우승자이기는 하지만 그 이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기도 했지만, 수호는 AOL, 블리자드 컵, MLG 연속으로 2위를 하고 있었거든요. 특히 수호가 이번에도 준우승을 하게 되면 콩라인(우승을 하지 못한 채 매번 준우승에 머무는 선수들)에 들까 봐 걱정이 됐죠."

이러한 감독의 걱정만큼이나 많은 팬들은 팀 동료이자 친구, 그리고 라이벌인 두 선수의 경기에 관심을 가졌고, GSL 결승 사상 최대인 3천 명의 팬이 직접 결승전 현장을 찾았다. 한치 발 디딜 곳조차 찾기 힘들었던 그날의 결승전에서 두 선수는 한 치 양보 없이 경기를 펼쳤다.


[ ▲ 2012 Hot 6ix GSL Season1 결승전 응원 현수막. '아무나 이겨라!' ]


정민수가 먼저 한 판을 이겼다. 1대 0. 박수호의 입장에서는 준우승 생각이 안 날 수 없었다. 하지만 작년 12월,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팬들의 목소리가 기억났다. 그리고 다시 마우스를 잡았다. 1대 1. 정민수 역시 자신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블리즈컨 우승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었다. 2대 1. 박수호 역시 다시 이런 기회를 잡기 힘들거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뜨였다. 2대 2. 두 선수의 우승에 대한 집념과 양 선수를 응원하는 관중들의 염원이 한데 뒤섞여 그 날 경기가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이런 두 선수의 우승에 대한 집념은 5세트 경기 내용에 그대로 그려졌다. 경기 내내 팽팽한 대립을 벌이던 두 선수는 결국 뒤를 보지 않은 채 자신의 병력을 이끌고 상대 건물을 모두 부수러 간 것이다. 하지만 정민수의 병력이 나눠진 틈을 이용, 박수호는 상대의 병력을 각개격파하여 게임에서 승리를 거두며 3대 2, 처음으로 스코어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십자포화 맵에서 벌어진 6세트 경기. 공방을 거듭하던 두 선수의 경기는 박수호의 11시 확장기지를 파괴하느냐, 지키느냐의 승부가 되었다. 정민수의 첫 번째 펀치에 박수호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정민수의 두 번째 펀치가 박수호의 목숨과 같은 11시 확장에 명중했다. 하지만 박수호는 넘어지지 않았다. 정민수는 연달아 펀치를 날렸지만, 박수호는 넘어지지 않았다. 정민수도 다시 자신을 추슬러 보려고 했지만 자신의 확장에 숨어있는 저글링 한 마리 때문에 확장을 할 수 없었다. 정민수는 더이상 펀치를 날릴 힘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수호가 정민수의 마지막 펀치를 막아냈다. 이제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정민수가 자신의 패배를 시인했다. 4대 2. 박수호가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박수호와 정민수는 다시 친구로 돌아왔다. 정민수는 자신의 팀원이자 친구, 그리고 라이벌인 박수호에게 자신의 진심을 담은 애정어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우승했다고 좋아하는 모습 정말 못봐주겠네요."


[ ▲ 친구에서 라이벌로, 다시 친구로 돌아온 두 선수 ]




더 높은 곳으로, 새로운 곳으로 MVP가 간다!


GSL 우승 후 최근 자신의 출생지이자, 사용중인 아이디의 유래가 된 동래구 소식지에도 이름을 올리고 부모님에게도 자랑스런 아들이 된 박수호 선수의 다음 목표가 궁금해져서 물어보자 박수호 선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GSL 우승은 이제 시작이죠. 가능한 한 많은 대회에서 우승해 스타1 하면 이윤열 선수, 임요환 선수가 기억나듯이 스타2 하면 제 이름이 떠오르도록 계속 노력할 겁니다.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업적을 만들고 싶어요. "

그리고, 최윤상 감독에게 개인 리그, 팀 리그 모두 최고의 자리에 오른 MVP의 다음 목표를 물어보았다. '수성', 이 단어가 나올 줄 알았는데 최윤상 감독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선수 자신이 자신의 팀에 투자해서 성장하는 그런 팀을 만들어서 선수들과 평생같이 팀을 키워보고 싶어요. 나중에 '네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선수였는데 지금 코치고, 이제 감독이네?' 할 수 있는 그런 팀이요. 우리가 키운 팀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팀이 돼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리고 이제 10년밖에 되지 않은 e스포츠이지만 계속 성장해서 언젠가는 올림픽 같은 대회가 생기면 초대 위원으로 박수호가 앉아있고, 그런 날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공개 모집을 시작한 가칭 'MVP LOL'팀에 대한 최윤상 감독의 포부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친척 동생이 LOL을 잘 한다고 하는 거에요. 설날에 삼촌을 뵈었는데 '애 소원인데 팀 한 번 만들어줘.'라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그래서 한 번 또 시작해 보자라는 시작으로 선수들을 모아보라고 했는데 오히려 역으로 기자분들에게 'MVP팀 사칭이 있는데 어떻게 된 거에요?'라는 질문이 들어오길래 사실이라고 이야기하니 '진짜였어요?' 하시는 반응이였어요. 이번에 공개적으로 팀원을 모집하게 되었는데, 스타2 팀을 시작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팬 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팬 여러분들의 애정어린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최고의 위치에 서 있을 때도 언제나 변함없는 친구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MVP팀, 인터뷰 내내 그들에게서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들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러한 그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 최윤상 감독이 박수호 우승 인터뷰 때 팬들에게 전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기자 역시 어느샌가 그들의 꿈을 응원하는 팬이 되어 있었다.

"요즘 각종 매체에서 게임과 폭력성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정말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 우리 선수들, 그리고 이 자리에 와 주신 팬분들. 그 누구보다 순수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 언제나 이 마음 영원하길 바랍니다. ]



※ 인터뷰 이후 박수호 선수는 2012 MLG Spring Arena 대회에서 자신에게 몇 번이나 준우승을 안겨주었던 이정훈 선수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였으며, 현재 자신의 고향인 동래구를 홍보하는 사이버 명예 홍보대사로 활동중입니다.


MVP History

2010. 12. 23 MVP 팀 창단, 팀 숙소 오픈
2011. 5. 19 MVP, 2011 GSTL May 준우승
2011. 10. 8 MVP, 2011 GSTL Season 1 우승
2011. 12. 17 박수호, 2011 블리자드 컵 준우승
2012. 3. 3 박수호 , 2012 Hot 6ix GSL Season 1 우승
2012. 4. 22 박수호, 2012 MLG Spring Arena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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