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e스포츠 비전 선포식을 통해 e스포츠 협회 선수들도 스타크래프트2로 대회를 치르기로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반가움과 함께 한 가지 같은 궁금증을 머릿 속에 떠올렸다.

'협회 선수들이 GSL에 참가하여 2년 전부터 스타2를 하던 선수들을 따라잡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혹자는 지금 당장에라도 가능하다고 하고, 일부는 1년 이상 걸릴거라는 나름대로의 추측을 내 놓으면서 양 단체 선수들이 경기를 벌이는 날을 기다려왔다.

그런 의미에서 블리자드에서 개최한 월드 챔피언십(WCS) 한국 대표선발전은 모든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이 한 자리에서 대결을 펼친다는 것에 많은 팬들이 기대를 모았다. WCS를 통해 협회 선수는 10명 중 3명이 한국 대표로 선발되었지만, 협회 선수들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선전한 대회였다.

특히 두 명의 선수가 많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바로 WCS 한국 대표선발전 예선을 뚫고 본선 진출에 성공한 삼성전자 칸의 김기현 선수와 대회 4위를 기록한 같은 팀의 신노열 선수이다.

스타2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좋은 성적을 낸 김기현, 신노열 두 선수는 과연 어떤 선수일까 하는 궁금증을 갖던 차에 두 선수를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생겼다. 두 선수는 어떤 선수 생활을 걸어왔을까.

[ ▲ 삼성전자 칸 소속의 신노열(좌), 김기현(우) 선수 ]






인터뷰에 앞서 인벤 독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신노열: 안녕하세요. 삼성전자 칸 소속 스타크래프트 선수 신노열이라고 합니다. 비시즌 중이라 팬 분들을 뵐 일이 없었는데, 인터뷰를 통해서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김기현: 삼성전자 칸 소속 스타크래프트 선수 김기현입니다. 저 역시 비시즌 중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인벤 독자분들에게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 반갑습니다.


프로리그 결승에 앞서 휴가를 다녀오셨다고 들었는데, 휴가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신노열: 부산에 있는 집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팀 일정이나 기타 문제로 팀 숙소에서 보냈습니다. WCS 시즌 동안 매일 경기가 잡혀 있어서 잠이 부족했는데, 이번 휴가기간 동안 부족한 잠을 많이 보충했습니다. 물론 잠만 잔 건 아니고(웃음), 연습도 하고, 팀원들과 함께 바람도 쐬러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녔습니다.

김기현: 서울에 있는 집에 다녀오고, 그동안 못 봤던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만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두 선수 모두 프로게이머의 길은 어떻게 걷게 되었나요?

신노열: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무한 맵을 즐기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친구들보다 조금 더 잘해서 언젠가 길이 열린다면 선수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길드 생활도 하고, 고등학교 2학년 방학 때 아마추어 숙소에 들어갔죠.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숙소 생활하는 게 재미있어서 방학 끝나고 본격적으로 프로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 ▲ 위메이드를 거쳐 삼성전자에서 활동중인 신노열 선수 ]


김기현: 사촌 형이 스타크래프트 연습생이었습니다. 그 형에게 게임을 소개받고 같이 하다 보니 저한테 잘 맞기도 한데다가 당시 전망도 밝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도 있어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준프로 기간이 길었습니다. 처음 숙소에 가서 연습생 생활을 한 건 위메이드였고, 당시에는 얼마 못 있다가 다시 나와서 온라인으로 선수생활을 준비하다가 삼성전자에 입단하게 되었죠.


신노열 선수는 저그, 김기현 선수는 테란으로 활동 중이신데, 종족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신노열: 처음에는 테란으로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메카닉 운영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그전 성적이 너무 안 나왔죠. 그래서 저그로 바꿔보았는데 종족을 바꾼 초기에는 올인같은 전략적인 승부가 잘 통해서 점점 빠져들게 되었고, 이후 점점 운영 실력도 늘어나서 결국 저그로 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기현: 선수가 되기 전에 임요환 선수나 이윤열, 최연성 선수를 보고 멋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즐길 때부터 테란을 했던 게 지금까지 계속 이어진 거 같습니다. 당시 친구들에게 벙커링을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좀 미안하긴 하네요(웃음).

[ ▲ 김기현 선수 역시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선수를 보며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웠다 ]



스타1, 그러니까 브루드워 시절에 기억나는 일이 있나요?

신노열: 프로리그 시절 6연승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브루드워 시절 가장 게임을 열심히 하기도 했었죠. 하루에 2승을 거둔 적도 있었는데 당시 이성은, 이제동, 임요환 선수도 이겨본, 제게 가장 의미 있던 시기였습니다.

위메이드에서 보낸 시절도 생각나네요. 연습생 생활도 비교적 짧게 했고, 원래 2:2 담당이었는데 당시 감독이시던 김양중 감독님이 많이 챙겨주셔서 개인전 경기도 출전했습니다. 당시에는 두 가지 모두 연습해서 힘들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혹독한 훈련 덕에 빠르게 성장했다고 생각됩니다.

김기현: 노열이 형과 다르게 전 연습생 생활이 긴 편이였어요. 1년 반 정도? 그 시기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프로가 된 이후에는 경기에 나가는 게 재미있었고, 또 한가지 기억나는 시절이라면 작년 프로리그에서 정윤종 선수와 신인왕 경쟁을 펼치는 시기가 기억나네요.

연습생 생활 하니 떠오르는게 제가 정말 설거지를 오래 했어요. 설거지만 4년 차? 그나마 최근에 그만하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프로게이머 중에서는 가장 오래 설거지를 했다고 자부할 수 있죠.

신노열: 설거지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설거지 마스터' 김기현에게 배우러 오시면 됩니다(웃음). 저도 설거지에 대한 생각이 하나 나는 게, 위메이드에서는 나이 상관없이 경력대로 설거지하거든요. 전태양 선수가 저보다는 어린데 경력으로는 선배라 전태양 선수 설거지까지 해 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프로게이머도 일종의 직업이고 형, 동생을 떠내서 직장 선후배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 ▲ 김기현 선수를 '설거지 마스터'라고 소개하며 웃는 신노열 선수 ]



두 분 모두 스타크래프트2는 언제 처음 접해보셨나요?

김기현: 팀에서 시작하기 전에는 해 본적이 없어요. 올해 전기 프로리그에 스타2가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2주 정도 연습했는데 후기리그부터 들어간다고 결정되었죠.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한 건 후기리그부터입니다. 처음에는 종족을 저그로 바꾸고 싶었어요. 스타1에서의 저그 이미지라면 못 이길 상대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새 종족을 익히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하니 결국 스타2에서도 테란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노열: 위메이드팀이 다른 팀보다 먼저 스타2를 접한 편입니다. 당시 워크래프트3을 하던 박준 선수나 장재호 선수가 스타2를 미리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두 선수 다 저에게 좋은 형들이었는데 지금은 연락 못한지 꽤 된 거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웃음).

기현이하고 반대로, 저는 저그에서 테란으로 종족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게임 중 상대에게 난전 유도하는 것을 좋아해서 테란에 잠시 끌리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직업이다 보니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저그를 계속하기로 했죠


두 선수에게 이번에 열린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 같네요.

신노열: GSL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붙어보는 기회이기도 하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 같아서 시작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어요. 물론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말이죠(웃음).

김기현: 저 역시 노열이 형과 같은 생각이었는데, 프로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 지는 바람에 아쉽게 시드를 받지는 못했죠. 그래도 스스로 예선장 분위기에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어느 정도 예선 통과 가능성도 있다고 믿고 있었어요.

[ ▲ 김기현 선수는 협회 선수로는 유일하게 WCS 대표선발전 예선을 돌파했다 ]


같은 조에 속한 TSL의 최경민 선수나, 강동현 선수 두 선수 모두 잘하는 저그 선수들인데, 당시 강동현 선수의 기세가 정말 대단했어요. '과연 이 선수는 나와 뭐가 다르길래 잘 한다는 소문이 나는걸까?'하는 생각도 들었고 연맹 선수들이 잘 할거라는 선입견을 깨고 싶은 오기도 생겼죠.

당일 경기에서 최경민 선수를 이기고 나니 강동현 선수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강동현 선수마저 이기고 나니 '본선에 진출하겠다'라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결승에서 만난 컴플렉시티의 김민혁 선수와의 경기는 스스로 생각해도 명경기라고 생각합니다.(웃음) 김민혁 선수가 정말 심리전을 잘 거는데, 1대 1 상황에서 치른 경기에서 상대의 심리전에 경기를 그르칠 위기에 몰렸다가 의료선 견제로 겨우 전세를 반전시키고 결국 엘리전 양상으로 게임이 흘러갔죠.

상대는 배럭을 띄우고 저는 자원이 있는데 일꾼이 없고, 이렇게 힘든 경기를 무승부로 날린다니 너무 아쉬운 생각이 들었는데 잘 보니 패트롤 하고 있던 일꾼이 있더라고요. 그 일꾼을 본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흐르면서 '이겼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사령부 다시 짓고 부랴부랴 우주공항 지어서 결국 승리했어요.

그 경기 이후로 팬들이 다시 '갓기현'이라는 별명을 불러주시는 걸 보니 정말 기뻤습니다. 방송경기로 나갔다면 정말 멋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쉽긴 하네요(웃음).


WCS를 치르시면서 어떤 느낌이 들던가요?

김기현: 처음에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케스파 선수들이 연승을 하다 보니 대회 분위기가 폭탄 돌리기처럼 누구 앞에서 연승이 끊길지 다들 관심을 가지셨어요(웃음). 과연 연승 행진이 어느 선수 앞에서 끊길까, 그게 내가 돼서 욕먹지는 않을지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다행히 다른 선수 순서에서 폭탄이 터졌죠. 패자조로 가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잘하는 선수라고 인정하고 있는 안호진 선수도 이겨서 기뻤고요. 그래도 송현덕 선수에게 지고 탈락하니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고 가자는 본래 목적은 이뤄서 후회는 없습니다.

신노열: 기현이가 1라운드 제 앞 경기에서 이기는 걸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2경기에서 저그 최고수준 선수인 이동녕 선수를 이겼을 때는 '왜 상대가 같은 빌드를 세 번이나 썼지?' 하는 의아한 생각도 들었구요.

[ ▲ WCS 4위를 기록하며 한국 대표선수로 선발된 신노열 선수 ]


저도 폭탄 돌리기 이야기를 하자면, WCS 케스파 선수 연승 시작이 저였기 때문에 '내가 시작한 거 내가 끝내자!' 하는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제 앞에서 터져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져 주기를 바랄 정도로 심리적 부담감도 적잖이 있었죠.

박현우 선수나 김준호 선수 둘 다 저랑 친한 동생이어서 '이긴 사람이 진 사람 밥 사주기' 같은 이야기도 해서 결국 두 선수에게 밥도 사줘야 하게 되었어요. 결국, 국가대표가 확정된 후 우승까지 욕심을 내 봤는데 패자조 준결승 상대인 장현우 선수가 너무 잘하더라고요. 그때 경기는 '아직 내가 부족한 게 많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우승자에게 진 거니 덜 아쉬웠어요.


한창 프로리그 포스트시즌 진행 중인데, 정규시즌 우승으로 상대를 기다리는 기분은 어떤가요?

신노열: 정규시즌 때 고생을 한 보상을 받은 거 같아 뿌듯합니다. 다른 팀보다 더 쉴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김기현: 플레이오프를 통해서 결승에 올라오는 게 정말 힘든데 그런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합니다.


두 선수 모두 결승전에 출전하고 싶을 텐데 이번 인터뷰를 이용해서 김가을 감독님께 어필해보세요.(웃음)

신노열: 감독님, 결승전은 처음이라 결승전에서 경기를 꼭 해보고 싶고, WCS 때 이야기 드렸듯이 이기고 싶은 마음이 정말 크기 때문에 저를 믿고 내보내 주시면 꼭 이기고 돌아오겠습니다.

김기현: 팀에 들어오고 나서 같은 팀 송병구, 허영무, 차명환 선수 결승에 가 보았는데 관중 호응 부분이 정말 다르더라고요. 그 무대에 서서 게임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님, 저는 결승전 무대에 꼭 서보고 싶습니다!

[ ▲ 프로리그 결승 무대에서 꼭 경기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두 선수 ]



이번 시즌을 마치시고, 내년 시즌부터 군단의 심장으로 경기를 치를 수도 있는데 군단의 심장에 대한 느낌은 어떻던가요?

신노열: 군단의 심장은 신선해서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울트라리스크 잠복 돌진이 좋을 거 같고, 군단 숙주는 아직 징그럽다는 생각만 드는데 활용도가 높으면 귀엽게 보일거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살모사 등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늘어나는건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기현: 테란으로서는 살모사처럼 재미있는 유닛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테란은 생각만큼 재미있는 유닛이 없는 거 같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울트라 잠복 돌진이라던가, 무지막지한 사정거리의 폭풍함이 탐나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앞으로의 각오와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이야기해주세요.

신노열: 프로리그 결승에서 열심히 할 테고, 앞으로는 스타2로만 리그를 할 테니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군단의 심장이 나와도 빨리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되고, 언제나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벤에서 인터뷰하게 되어 즐거웠고, 인벤 가족 여러분도 모든 일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기현: 인터뷰를 통해 인벤 가족들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고, 브루드워 시절과는 달리 자유의 날개와 군단의 심장에서는 언제나 좋은 성적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다 보면 저만의 이미지가 생길 거 같지만, 상대의 생각을 읽어내는 전지전능한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진정한 '갓기현'이 되도록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