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이 승부를 가리는 게임에 있어 서로 간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가장 오래된 게임 중 하나인 바둑 역시 선수(먼저 바둑돌을 두는 사람)가 후수(나중에 바둑돌을 두는 사람)보다 얼마나 유리한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할 정도이다.

세 종족이 다양한 전장에서 경기를 펼치는 스타크래프트2 역시 바둑만큼이나 밸런스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스타크래프트2는 2010년 발매된 이후 프로게이머, 일반 유저 할 것 없이 지금까지 모두 서로 상대 종족이 좋고, 내 종족이 나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2는 종족 밸런스 뿐 아니라 게임을 벌이게 될 맵(전장) 역시 그 구조에 따라 종족 간 유불리가 갈라진다. 어떤 맵의 경우 테란이 너무 강하고, 또 다른 맵의 경우 맵 구조 때문에 저그가 너무 약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선수들과 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될 일이 있었다. '현재 가장 밸런스가 맞는 맵은 어디일까?'라는 주제로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는데, 많은 선수가 가장 밸런스가 맞는 맵으로 여명을 손꼽았다.


[ ▲ 스타크래프트2 래더 맵으로 사용되고 있는 여명(DayBreak) ]



단순히 선수들의 의견뿐 아니라 GSL에서 1년 넘게 대회 맵으로 선정되어 수많은 경기가 진행되었으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토너먼트에서 사용되었고, 블리자드 공식 대회인 WCS에서까지 사용된 여명. 과연 이 맵을 만든 제작자는 어떤 사람일지, 어떤 과정을 통해 여명이 탄생했는지가 궁금했다.

대전의 한 까페에서 여명의 제작자와 만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고, 그와 대화를 하면서 여명, 스타크래프트2, 그리고 맵 제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과연 맵 제작자는 어떠한 시각에서 스타크래프트2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안녕하세요. 인벤 유저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스타2 맵 제작자로 윈팍(Winpark)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는 박원웅이라고 하고, 현재 대학원 박사과정을 진행 중입니다. 교수님 몰래 맵 제작을 하고 있고요. 교수님이 아시면 하라는 공부는 안 한다고 핀잔하실 거 같아요(웃음).

현재 GSL에서 사용되고 있는 '여명'과 '돌개바람' 맵 제작자이기도 합니다.


[ ▲ '여명', '돌개바람' 등 스타크래프트2용 맵 제작자 'WinPark' 박원웅 씨 ]



대학원생이라니, 맵 제작과는 거리가 먼 신분이신거 같네요(웃음). 스타크래프트2 맵 제작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원래 스타크래프트1 맵을 중학교 때부터 맵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99년이나 2000년 즈음인데 누구나 스타를 하다 보면 '어? 맵 제작기가 있네. 이게 뭐지?' 하고 실행해 보셨을 거에요. 저도 그렇게 해서 맵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온게임넷에서 맵 공모전을 하길래 한 번 참가해 봤는데 당선되지는 않았어요.

그 이후로 학업에 바빴고, 이후 대학도 가고, 군대도 가느라 맵 제작은 잊고 지내던 차에 2010년 7월에 스타2가 출시되고 나서 다시 맵을 만들어 보게 되었습니다. 스타1 때는 맵을 잘 만드는 편이 아니었는데, 스타2 같은 경우 다른 맵 제작자분들보다 먼저 맵 제작을 시작했던 탓에 다른 분들보다 조금 더 앞서나가게 된 거 같아요.

그리고 시기가 좋았는지 2011년 1월 GSL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GSL을 운영하는 곰티비에서 래더맵이 아니라 일반 유저들이 제작한 맵을 사용하려고 했었어요. 그 일환으로 당시 기사도 연승전을 진행하던 황영재 해설이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다른 곳을 찾아서 맵을 테스트하기 시작했죠.

거기서도 운이 좋았는지 당시 제가 만들어서 한 커뮤니티에 올려두었던 아이어 정원이라는 맵이 선정되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맵을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여명이 첫 스타크래프트2 맵이 아니었군요(웃음).

네. 처음 테스트 했던 맵은 아이어 정원이라는 맵이었고, 그다음 회전목마라는 맵을 제작했습니다. 맵 제작 초기에 있던 에피소드가 하나 기억나네요.

아이어 정원과 회전목마를 제작할 당시 테란이 상대 본진 입구를 벙커로 막는 초반 견제 전략이 정말 강했어요. 그래서 테란의 입구 막기 전략을 막을 방법이 없나 하고 고민하다가, 중립 보급고를 입구에 배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중립 보급고를 설치하니 본진 입구 막기 전략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테란 전에서 초반 밸런스가 맞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본 국내 맵 제작자들, 그리고 외국 맵 제작자들도 중립 보급고를 맵에 배치하기 시작했죠. 블리자드에서도 처음에는 '중립 보급고가 없어도 밸런스 조정에는 지장이 없다.'라는 견해을 밝히다가 결국 군단의 심장에서도 비슷한 구조물을 넣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나름 '최초'라는 타이틀에 자부심이 있어요(웃음). 게임 내 벨런스 문제를 직접 해결했다는 만족감도 있었고요.


[ ▲ 중립 보급고가 없을 경우 경기 초반 테란의 입구 막기가 가능 ]


[ ▲ 군단의 심장에서는 비슷한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 정식으로 추가되었다 ]



회전 목마나 아이어 정원은 공식 맵이 안되었는데, 이유가 있나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바빠서 당시 피드백을 제대로 받지 못했어요(웃음). 그리고 당시 공식맵에 선정되었던 다른 맵에 비해 많이 부족했던 거 같아요. 저도 당시에 다른 맵 제작자들의 맵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여명을 만들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장기전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맵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가 여명을 만들 당시 스타2 경기 시간이 짧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그 부분을 보완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만들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공식 대회 맵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는 욕심도 강했어요(웃음).

그래서 티폰 폐허라는 맵을 제작했는데, 이 맵은 제2확장을 가져가기 쉬운 구조에 앞마당과 제2확장 사이의 길을 좁게 만들었어요. 또한, 본진에 수정탑이나 점멸을 통해 유닛을 소환한다거나 단거리 수송 전략이 불가능한 고립된 구조의 맵을 디자인했어요.

그렇게 되면 안정적으로 많은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자원을 바탕으로 한 장기전이 가능할 거로 생각했거든요.


티폰 페허에서 여명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디자인도 바뀌었는데 우주 정거장 맵타일을 이용한 이유가 있나요?

원래 우주 맵 타일이 아니라 티폰 지형을 사용했습니다. 흙바닥 맵이였는데 기사도 연승전을 통해 테스트하면서 몬리스 지형으로 바꾸고 이름도 티폰 폐허에서 여명으로 바꾸었습니다. 약간 새벽의 해가 뜨기 직전의 푸른 느낌을 들게 하려고 했는데 몬리스 지형 맵 타일이 지저분한 느낌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래서 맵 타일을 몬리스 지형보다 깔끔한 편인 우주 정거장으로 변경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 ▲ 청록색 계열의 몬리스 지형에서 우주 정거장 타일로 바뀐 여명 맵 ]



여명이 GSL 공식 맵이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테스트를 많이 했습니다. 맵에 있는 길목의 폭에 대한 테스트도 여러번 거쳤는데, 원래 여명에 있는 길목의 폭이 지금보다 넓었어요. 그런데 맵 제작 당시 프로토스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고, 아무래도 맵을 통해 밸런스를 추가로 맞춰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 길목의 폭을 줄였습니다. 길목이 좁으면 프로토스의 파수기 역장으로 방어가 쉽거든요.

그 외에도 프로토스 관련 밸런스 부분을 많이 고려했죠. 사실 길목 부분 말고는 큰 수정 사항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여명이 황영재 해설 마음에 딱 들었나 봅니다(웃음).

그 외에도 여명 중앙 부분에 맵 중앙에 구멍을 넣으면 어떨까, 외각 멀티들의 길목을 수정하면 어떨까 하는 부분들을 많이 수정했어요. 최대한 맵에서 종족간 밸런스를 맞춰보고 싶었거든요


맵 중앙에 구멍을 넣는 수정을 거치면 게임 내 어떤 부분이 달라지나요?

예를 들자면 한 번은 맵 중앙에 거대 구멍을 만들었더니 프로토스 병력이 뭉치지 못하더라고요. 당시에도 광전사와 집정관 위주의 근접 유닛을 많이 이용했는데, 해병에 접근하기 전에 전부 사라졌습니다. 원래 파수기 역장도 치고 하면서 프로토스의 방어가 용이하도록 만든 건데 역효과가 발생해서 결국 수정을 했죠. 프로토스에게 유리해 지려면 좋으려면 멀티쪽 입구가 좁아야 토스가 입구 막기도 편하고, 불멸자 러시 하기도 쉽거든요(웃음).

밸런스 부분은 맵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규칙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죠. 하지만 길목이 넓으면 저그한테는 좋은 편입니다. 좁으면 프로토스나 테란에 유리한 편이고요.


[ ▲ 맵 디자인 과정을 통해 종족별 유닛 밸런스를 다시 한 번 조정한다 ]



그렇게 많은 테스트와 수정을 거쳐서 그런 건지, 프로게이머들을 만나 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보면 여명 맵이 밸런스가 제일 잘 맞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여명 맵이 종족 간 밸런스가 좋다고 선수들이 이야기하는 건 '마음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럴 거에요.

여명은 다른 맵에 비해 제2확장 확보가 쉬운 편이거든요. 확장을 가져가기 쉽다고 무조건 가져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의 선택지가 하나 늘어나는 거고, 그러한 면에서 선수들이 마음에 들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제2확장을 가져가기 힘든 돌개바람 같은 맵 보면 게이머들이 압박감을 느껴요. '제2확장을 확보하기 힘드니 타이밍을 노려서 끝내야 한다'같은 부담감이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여명은 제2확장 확보가 쉬우니까 그걸 고려하고 경기를 하고, 경기 내 자원이 풍부한 만큼 다양한 전략이 나올 수 있죠.

확장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더 다양한 전략이 나오는 거 같고, 그런 면에서 어느 종족이든 편하게 생각하는 맵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전적상 밸런스가 딱 맞는 건 아닌걸로 알고 있고요(웃음).


평가가 좋은 만큼 여명이 GSL에서 사용되다가 래더맵으로도 선정되었죠.

아마 올해 초일 거예요. GSL을 통해 알려진 후 MLG나 기타 대회에서 사용되었고 그 덕에 해외에서도 여명 맵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선수들도, 해외 유저 반응도 모두 좋았고요. 그러다 보니 MLG에서 먼저 맵을 사용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힌 후 사용하기 시작했고, 기타 대회에서는 배틀넷에 게시된 여명 맵을 사용해서 경기를 진행했어요.

그리고 배틀넷 사이트를 통해 GSL에서 사용된 맵 중 래더에 추가할 맵을 정하기 위한 투표가 진행되었는데 한국, 북미, 유럽, 중국 서버 모두 득표율 1위로 여명이 블리자드 래더 맵으로 선정되었어요. 당시 시기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게 여명이 만들어졌을 시기의 게임 진행 구도가 지금 형태로 정형화되기 시작했거든요.

작년만 해도 게임 전개 영상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어요. 여명이 래더 맵으로 선정되던 시기에 앞마당 먹고 플레이 하는 게 정착되었던 거 같아요. 그렇다고 해도 여명이 현재 게임 스타일을 정립시켰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이, 여명 역시 이전에 활용되던 듀얼사이트나 밸시르 해안 맵에 영향을 받았거든요.

스타크래프트2 초기 2인용 맵은 무난한 구조가 없었어요. 알파 정거장이나 고철 처리장, 사막 오아시스, 전쟁 초원, 폭염 사막 같은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맵인데, 듀얼사이트가 본진과 앞마당이 존재하는, 지금 맵들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듀얼사이트 이후 밸시르 해안, 그 뒤를 이어 여명이 나온거죠.


[ ▲ 여명에 영향을 준 맵인 '듀얼 사이트'(좌)와 밸시르 해안(우) ]



여명만큼 세계적으로 오래 사용되는 맵도 흔하지 않죠.

해외 대회에서 신규 맵을 먼저 도입하지 않아서 여명이 오래 사용되는 감도 있어요. 해외 대회에서는 보통 GSL에서 어느 정도 검증이 된 맵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물론 구름 왕국이나 오하나도 있지만, 블리자드에서 공식 맵으로 쓰겠다고 해서 사용된 맵이죠. 팀 리퀴드 맵 공모전에서 선정된 맵이에요. 계속 한국에서 만들어진 맵만 대회에서 사용되다 보니 블리자드에서 팀 리퀴드를 통해 해외 팬들을 의식해서 맵 공모전을 열었고, 1위가 구름 왕국 2위는 오하나, 3위는 지금 사용되지 않는 코랄 격전지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그 맵들이 래더맵이 되었죠.

하지만 여명은 GSL에서 먼저 사용하고, 그 이후에 전 세계 유저들에게 인정을 받은 맵이라 오하나나 구름 왕국과는 다른 경우라고 생각해요.


박원웅님 처럼 맵을 만들어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 맵 제작 과정을 살짝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처음 맵을 만들때 먼저 구도를 잡고 형태를 대략적으로 잡고 스케치를 시작하죠. 물론 스케치를 시작하기 전에 '어떤 맵을 만들까?' 하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하죠.

예를 들어서 여명은 안정적인 확장들과, 견제당하지 않는 본진이 컨셉이였다면 제 두 번째 GSL 맵인 돌개바람 같은 경우에는 4인용 맵이지만 어디에서 게임을 시작해도 공평한 맵을 만드는게 첫 번째 목표였고, 앞마당 확장은 가져가기 쉽지만 제 2확장은 가져가기 힘든 맵이 컨셉이었어요.


[ ▲ 맵은 넓지만, 두 번째 확장을 가저가기 힘든 구조의 돌개바람 맵 ]



돌개바람은 넓어 보여서 장기전을 유도하는 맵인 줄 알았는데 정 반대였네요.

네. 돌개바람이 앞마당과 두 번째 확장 사이의 거리가 있는 편이라 두 번째 확장을 가져가기 어려워요. 만약 상대가 먼저 두 번째 확장을 가져갔다면 플레이어는 상대보다 더 많은 확장을 가져가던지, 아니면 상대의 제2확장을 집요하게 노려서 상대를 흔드는 플레이를 할 수 있죠.

그런 부분에서는 제2확장을 가져가기 쉬운 여명과는 정 반대에 서 있는 맵이에요.


맵 스케치까지 완성되면 어떤 과정을 진행하나요?

실제로 맵 편집기를 이용해 지형을 그린 후, 자원을 배치한 후 장식물 없이 컴퓨터를 상대로 테스트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러시 거리나 시간을 확인하고 맵에서 어떤 형태로 게임이 진행될 지 확인해 보죠. '플레이어가 확장을 어떻게 할지 방어를 할지' 그런걸 확인해 보고 다시 수정한 후 테스트를 거칩니다. 저 같은 경우 테스트를 반복해서 디테일 한 맵의 구조를 완성하죠.

컴퓨터를 상대로 한 테스트를 마치면, 맵을 보기 좋게 장식 하기 직전에 사람과 테스트를 합니다.. 밸런스를 맞추는 테스트라기 보다는 이 맵에서 게임 양상이 제 의도대로 나올지 정도만 확인하는거죠.

아마추어들과 프로들이 생각하는건 분명히 다르니까 주변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테스트는 큰 의미가 없더라고요. 어느정도 밸런스 쪽에서도 확인이 들면 곰티비 측에 맵을 제출합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면 여명 같은 경우에는 제가 예상한 대로 게임 양상이 흘러갔고, '혹시 이런 전략을 사용하지 않을까?' 하고 제가 예측한 전략을 사용하는 선수들도 있었죠. 가장 기억나는 선수가 LG-IM의 정종현 선수인데 병영을 12시나 6시 확장에 지어서 병력을 생산해서 상대에게 초반 압박을 가하고, 병영은 다시 본진으로 돌아와서 운영 하는 전략이에요. 다른 맵에서도 가능한 전략이지만, 여명을 직접 만들면서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기에 정종현 선수가 사용하는걸 보고 신기해했었죠.


[ ▲ 아무런 장식이 없는 초기 버전의 여명과, 어느정도 장식이 끝난 여명(티폰페허) ]



맵을 제출한 후에는 피드백 과정을 거치겠네요.

그렇죠, 여명은 황영재 해설에게 주요 길목의 폭을 줄여달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맵 자체의 구조는 문제가 없었던지 맵 디자인 수정을 더 많이 했죠. 지금 생각하면 여명이 첫 공식 맵이라 그런지 생각만큼 예쁘게 못 만든게 아쉬워요.

그렇게 해서 여명이 탄생했죠. 한국 경기를 제외하고 외국에서만 4천 경기 넘는 경기가 여명에서 펼쳐졌고, 그 점에 있어서 자부심도 느끼고 있습니다(웃음).


맵을 만들고 보람을 느낄때는 언제인가요?

방송경기에 제가 제작한 맵이 나오면 보람을 느껴요. 어렸을 때 게임 제작자가 꿈이었거든요(웃음). 지금 공부를 하는 것이 주가 되다 보니 맵 제작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지만, 맵 제작자도 게임 제작자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 어렸을 때 꿈을 실현한 부분에 있어서 흡족하기는 해요.



게임의 결과를 만들 수 있는게 선수들의 실력, 블리자드에서 조정하는 유닛 밸런스, 그리고 맵이라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저 세 가지가 조합돼서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경기 밸런스를 위해 맵을 제작하다 보니 특이한 맵을 만든 후 그 맵에서 전략이 등장해서 다른 맵에 전파되는 걸 보고 싶어요.

그런 시도가 협회 측에서 제작해서 프로리그에서 도입되는 맵에서 보이고 있는 거 같습니다. 틀을 벗어나서 다시 색다른 맵을 만들고, 새로운 경기 양상이 나오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스타크래프트1 에서 등장한 맵을 리뉴얼해서 사용하는 부분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죠. 모든 맵을 리뉴얼 맵으로 채우면 곤란하겠지만(웃음).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사용되었던 맵들과 실험적인 맵들을 적당히 섞어서 풀을 구성하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구성이 프로리그 포맷에 적당할거라고 생각하고요.

프로리그 같은 경우 맵 밸런스에서 조금 자유로운 게, 팀마다 종족 구성원이 다양하니 한 맵에서 밸런스가 조금 흐트러져도 그 맵에 맞는 종족 선수를 출전시키면 되거든요. 그리고 예전 프로리그를 봤을 때도 밸런스 때문에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협회에서 그런 맵들은 제외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년 3월이면 군단의 심장이 발매되는데, 베타 버전 맵 제작은 해 보셨나요?

아쉽게도 베타 당첨이 안 됐어요(웃음).

군단의 심장 베타에서 공개된 부분만 보자면 유즈맵 중점으로 맵 제작 기능이 추가된 거 같아요. 그렇더라도 붕괴 가능한 바위 같은 경우 섬 맵을 만들 때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배치 방법에 따라 많은 가능성이 나올거 같고, 몇 가지 기능을 더 추가하면 재미있는 맵을 만들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군단의 심장 맵 제작은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정식 출시 후 시작할 예정입니다.


[ ▲ 군단의 심장에 새로 추가된 바위 탑, 한 번 파괴하면 길을 막고, 다시 파괴하면 길이 생기는 구조 ]



혹시 만들어 보고 싶은 맵은 있나요?

현재 2인용 맵이 너무 많은데 3인용이나 4인용 맵을 더 만들어 보고 싶어요. 시간이 되는 한에서 공식 맵도 다시 만들고 싶은데 여건이 허락치를 않아 아쉽습니다.


혹시 특별한 컨셉을 가지고 있는 맵을 만드실 생각은 있으신가요? 길이 막혔다 열렸다 한다던가...

맵에 용암이 차서, 일정 시간 동안 진입을 못 한다든지 하는 맵을 만들면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어요. 하지만 지금 맵 제작 시스템상에서 특정 유즈맵 요소를 넣으면 화면 ui를 없애고 게임 창을 넓게 보는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거든요.

이 자리를 통해 블리자드에서 해당 부분은 수정을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맵이나 유닛 의존관계를 살짝 변경만 해도 해당 기능이 동작을 하지 않아서 대회 공식맵으로 사용할 수가 없거든요.


그렇군요(웃음). 마지막으로 여명과 돌개바람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일단 군단의 심장 유즈맵이 많이 활성화됐으면 좋겠고, 맵을 제작하시는 분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맵 제작 장벽이 높은 것도 아니고, 매일 조금씩 시간을 들여서 연습하시면 다 배울 수 있거든요(웃음).

그래서 맵 제작자 간에 커뮤니티가 활발해져서 저도 도움을 많이 드리고, 또 좋은 맵이 있다면 저도 배워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GSL이나 다른 대회에 다양한 공식 맵이 등장했으면 하는 게 제 바램이에요.

마지막으로, 맵 제작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의견이 있으시면 제가 활동 중인 Team Crux 페이지를 방문해 의견을 남겨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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