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9일 ~ 11월 10일 e스포츠 주요 경기 결과


■ 최후의 승자가 진짜 승자!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이 우승을 일구다


결국 최강자들의 대결, 글로벌 파이널의 우승컵은 김유진 차지가 되었다. 오늘은 김유진이 겪었던 설움에 관해 중점을 맞춰보자. 사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김유진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솔직하게 말해서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글로벌 파이널은 내로라 하는 경쟁자들이 모두 모여 1년간의 결실을 맺는 자리였다. 하지만 김유진은 다른 화려한 선수들 사이에 가려 팬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김유진은 시즌1 망고식스 GSL에서 4강에 들어 시즌1 파이널에 올랐고, 여기서 이신형에게 0:4로 완패하며 준우승을 거둔 이후 그의 활약은 거짓말 같이 사라졌다. 시즌2에서는 32강에서 탈락해 체면을 구겼고, 시즌3에서도 16강 탈락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가장 빨리 몰락한 프로토스'라고 칭하기도 했다. 김유진의 WCS 랭킹은 12위, 시즌1 파이널 준우승 때 벌어두었던 포인트를 밑천 삼아 글로벌 파이널에 올랐다는 정도에 의의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경기는 대부분 메인 스테이지가 아닌 서브 스테이지에서 이뤄졌다. 절반의 경기만 메인 스테이지에서 진행되었으니 김유진의 경기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기 선수들에게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본인 또한 매우 아쉬웠겠지만, 거둔 성적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쟁쟁한 선수들이 그의 경쟁자이기도 했다.

16강 첫 상대 송현덕은 김유진이 만날 수 있는 상대 중 가장 수월한 상대에 속했다. 이유는 프로리그에서 간간히 맞붙은 경험이 있었고, 결과도 전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현덕을 3:1로 잡아낸 김유진은 이후 북미에서 맹활약을 펼치던 최성훈을 8강에서 3:1로 꺾고 4강에 진출하고 나서야 메인 스테이지에 오를 수 있었다. 김유진이 간혹 테란에게 무력하게 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승리였다.

그리고 그의 경기력은 4강에 오르자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최지성을 3:1로 꺾고 이제동을 결승에서 4:1로 잡아내면서 글로벌 파이널의 최종 승자가 되었다.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김유진은 큰 무대에서 더욱 강해지는 장점이 있다. 시즌1에서도 그랬듯이 일단 큰 무대에 올라가서야 제대로 된 실력 발휘를 한다. 이는 기본기 없이는 불가능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요구한다.

결국 최후의 승자가 진짜 승리자인 법이다. 우승 상금이 10만 달러나 걸린 엄청난 규모의 무대에서 즐기는 경기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되겠는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은 시점부터 김유진은 와신상담을 거듭하며 오늘의 우승을 위해 기량을 갈고 닦았을 것이다. 소속 팀 웅진의 사정도 좋지 않은 상황에 글로벌 파이널 우승과 같은 좋은 결과를 거둔 것도 김유진이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김유진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의 우승은 노력에 충분히 걸맞는 결과물이었다.

▶ 김유진의 WCS 2013 시즌 성적

WCS 시즌1 GSL - 4강
WCS 시즌1 파이널 - 준우승
WCS 시즌2 스타리그 - 32강
WCS 시즌2 파이널 - X
WCS 시즌3 GSL - 16강
WCS 시즌3 파이널 - X
- 총 3,850점으로 12위 글로벌 파이널 진출
(시즌1 전체 성적(GSL + 시즌1 파이널)으로 거둔 점수가 2,750점으로 전체 득점의 71% 차지)

▶ 김유진의 글로벌 파이널 기록

16강 - vs 송현덕(P) - 3:1 승
8강 - vs 최성훈(T) - 3:1 승
4강 - vs 최지성(T) - 3:1 승
결승 - vs 이제동(Z) - 4:1 승


■ 일년에 5회 '준우승', 진기록 세운 이제동… '최정상급 기량'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


보통이라면 여기서 기사가 끝났겠으나 오늘만큼은 이제동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앞서 김유진이 팬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면, 이제동은 정반대로 팬들의 주목을 한껏 받으며 결승까지 올랐다. 심지어 그가 맞붙은 선수들 역시 모두 최강자들이었다. 16강부터 정종현을 만났고, 8강에는 이번 시즌 최고의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백동준을, 4강에서는 테란 중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조성주를 꺾었다. 그런데 결승전만은 이기지 못했다. 어찌보면 참 기구한 노릇이다.

이제동은 해외팀 소속이었기에 거의 대부분의 티어1, 티어2 대회에 모두 출전할 수 있었다. 올해 가장 처음 거둔 준우승은 드림핵 섬머에서 거둔 것이다. 당시 손석희와 풀세트 접전끝에 마지막 세트에서 석패하면서 2:3으로 준우승을 거뒀다. 이후 이제동은 드림핵 발렌시아에서도 결승전에 오르지만, 여기서는 고석현을 만나 1:3으로 패하면서 준우승을 차지한다. 이 준우승이 시즌 두 번째 준우승이다.

WCS에서도 이제동의 준우승 행진은 계속 된다. WCS 시즌2 북미에서 최성훈에게 0:4로 패하면서 시즌 세 번째 준우승을, 시즌2 파이널 결승에서 최지성을 만나 0:4로 패하면서 순식간에 준우승만 네 번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운다. 그리고 이번 글로벌 파이널까지 올라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결국 다섯 번을 채웠다.

이는 '준우승자의 대부'로 불리는 홍진호가 세웠던 5회 준우승과 타이 기록이다. 물론 티어1, 티어2 대회가 끼어있기는 하지만 이제동은 1년, 한 시즌안에 이 기록을 세웠다. 이것은 단언컨대 절대 하찮은 기록도 아니고 놀림의 대상이 될 일도 아니다. 통제가 불가능한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토너먼트 대회에서 일년에 결승 무대를 다섯 번이나 밟는다는 것은 최정상급 기량이 아니면 절대 불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동 본인의 입장에서 다섯 번의 기회를 잡고도 모두 살리지 못한 것은 분명히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오늘의 글로벌 파이널 무대는 우승 상금이 10만 달러인 것은 제쳐두고라도 일년 농사의 결실을 맺는 자리였기에 이번 우승이야 말로 본인에게 절실히 필요한 우승이었다. 8강에서 시즌3 GSL과 시즌3 파이널을 최초로 석권하고 글로벌 파이널 우승까지 도전하는 백동준을 막아선 것도 다름 아닌 자신이었고, 공격력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조성주를 공격력으로 찍어누르고 결승에 올랐기에 이제동 본인도 내심 우승을 꿈꿨으리라.

결국 우승은 '절박한 자'보다는 '즐기는 자'의 차지가 된 셈이다. 그러나 이제동이 거둔 커리어는 결코 적지 않으니 이제동 본인이 이번 준우승으로 인해 너무 낙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글로벌 파이널에서 보여줬던 저글링과 뮤탈리스크 운영 등은 많은 팬들을 전율케했고, 또 그의 우승을 바라는 팬들이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열렬한 지지를 보내지 않았던가. 올해만 다섯번의 기회를 만들었다면, 내년에는 더욱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사실을 부디 알아주길 바란다.

▶ 이제동의 WCS 2013 시즌 성적

WCS 시즌1 북미 - 챌린저 리그
WCS 시즌1 파이널 - X
WCS 시즌2 북미 - 준우승
WCS 시즌2 파이널 - 준우승
WCS 시즌3 북미 - 4강
WCS 시즌3 파이널 - 16강
- 총 5,650점으로 3위 글로벌 파이널 진출
(네 번의 준우승으로 거둔 점수가 3,600점으로 전체 득점의 63% 차지)

▶ 이제동의 2013 시즌 준우승 기록

13.6.17 - 드림핵 섬머 결승 - vs 손석희(P) - 2 : 3 패
13.7.20 - 드림핵 발렌시아 결승 - vs 고석현(Z) - 1 : 3 패
13.8.11 - WCS 시즌2 북미 결승 - vs 최성훈(T) - 0 : 4 패
13.8.25 - WCS 시즌2 파이널 결승 - vs 최지성(T) - 0 : 4 패
13.11.10 - WCS 글로벌 파이널 결승 - vs 김유진(P) - 1 : 4 패

▶ 이제동의 글로벌 파이널 기록

16강 - vs 정종현(T) - 3:0 승
8강 - vs 백동준(P) - 3:2 승
4강 - vs 조성주(T) - 3:1 승
결승 - vs 김유진(P) - 1:4 패


◈ 11월 10일 ~ 11월 15일 e스포츠 경기 일정

글로벌 파이널을 끝으로 이번 주까지 한가한 일정이 이어지겠으나 여유로운 일정은 이번 주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목요일부터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쇼 G-STAR 2013 개막을 필두로 롤 챔스 윈터시즌이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일정이 한산하기에 5일치 일정을 모두 들여다보면 가장 눈에띄는 일정은 GSTL 2라운드의 마지막을 장식할 세 경기다. 현재 소울이 실낱같은 희망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의 희망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엑시옴에이서와 아주부를 상대로 모두 큰 득실차로 이겨야 하는데 현재 소울의 전력을 가늠해봤을 때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은 목표다.

G-STAR에서는 김민철과 조성주, 이제동과 장민철의 이벤트 매치가 예정되어 있다. 김민철과 조성주는 시즌1과 시즌2의 우승을 차지한 대표주자이나 아직까지 맞붙은 전례가 없다. 놀라운 수비력으로 대표되는 김민철과 압도적인 공격력을 대변하는 조성주의 대결은 이벤트 매치 이상의 가치가 있는 흥미로운 대결이다. 이제동과 장민철의 대결 역시 평소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대결이기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이 외에도 도타2의 슈퍼매치, 월드 오브 탱크의 한일전 방송 등이 G-STAR기간 내에 진행될 예정이며 추후에 일정이 확정되는대로 보다 자세히 소개할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