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더 이상 아이들만의 놀이문화가 아니다. 게임의 범주를 어디까지 잡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최근 게임은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문화 요소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런 게이머 중에서 독특한 환경에 놓였으나 그 힘을 무시할 수 없는 게이머층이 있다. 바로 직장인이 그들이다.

게임 취향도 다양하고, 층도 두터우며 이해력 역시 높은 편에 속하여 쉽게 게임을 배우곤 할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경제력도 갖추고 있다. 물론 정작 게임을 할 시간은 다른 층에 비해 적긴 하지만 그만큼 열성 게이머들이 많아 직장인층에 속한 유저들 대부분이 미들 코어 게이머로 분류될 정도.

일을 해야 되고, 생활을 유지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게임에 올인을 하지 못하기 쉬운 이들. 그렇기에 아무리 게임을 열심히 하는 직장인이라고 해도 그 게임의 주류층에서는 다소 밀려나기 쉬운 위치이기도 하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도 이런 것은 마찬가지. 어딜가도 '리그오브레전드'로 대화가 통하고, 매주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챔피언스가 진행되고 있지만, 직장인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기란 쉽지 않다.



▲ '황충아리'라 불렸을 정도로 좋은 실력을 보여주었던 직장인 게이머 'Kevin' 이상준씨.
그에 대한 응원에는 그런 경외의 의미도 있었다.



그런 직장인들을 위한 리그가 북미에서 지난 2011년 6월부터 계속 개최되어 오고 있다. 이름도 재미있는 퇴근 후 직장인 리그(After Hours Gaming League, 이하 AHGL)가 바로 그것이다.

AHGL은 북미 지역 e스포츠를 취미로 생각하는 회사원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리그로 직장인 야구팀처럼, 각자 회사의 승인 하에 회사의 대표로 리그에 참가하여 스타크래프트2, 리그오브레전드 종목으로 대회를 진행한다.



▲ 북미 지역 회사원들의 e스포츠 리그, AHGL!




재미있는 사실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트위터, 구글, 페이스북, 징가, 트위치TV 등 세계 굴지의 IT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회사 대표팀을 지원하며 매년 이 리그에 참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이번 시즌부터는 대회를 운영했던 미국의 유명 인터넷 게임 방송인 Day[9]TV 뿐만 아니라 각 회사에서 자원 봉사자들이 경기 운영과 진행을 도우며 AHGL을 진정한 의미에서 e스포츠를 즐기는 직장인들의 축제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 매 년 세계 굴지의 IT 기업들이 리그에 참가한다




현재 AHGL은 처음 리그 관계자들의 사비와 자원 봉사자들이 보내온 후원금으로 운영되던 것과 달리 Red Bull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이번 시즌 결승전은 무려 스포츠 전용 구장인 Red Bull Arena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대회 상금은 해당 회사 e스포츠 팀의 이름으로 MAKE A WISH, 물 부족 국가의 어린이, 국경없는 의사회, 전 세계에 있는 소아과에 장난감과 게임 등을 전달하는 Child's Play 등의 단체에 기부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e스포츠 행사를 넘어 사회에도 이득이 되는 착한 리그라고 할 수 있겠다.



▲ AHGL 결승전이 진행된 Red Bull Arena




▲ 상금은 물부족 국가 지원, 국경없는 의사회 등 다양한 단체에 기부된다.




기자는 현재 AHGL 리그에 참가한 지인의 소개로 리그의 공동 설립자이자 대회 진행 및 중계를 담당하고 있는 Eric Buckhart(이하 에릭)와 마이크로소프트 Xbox 소프프웨어 개발자로 AHGL 운영에 자원 봉사자로 참여한 Emily "Delphyr" Yan(이하 에밀리)과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e스포츠를 마이너 문화가 아닌 스포츠와 같이 인정받게 하는 것이 목표 - AHGL 인터뷰


▲ AHGL에 참여하고 있는 에릭(좌)와 에밀리(우)



에릭 : "제 이름은 Eric Buckhart입니다(이하 에릭). 퇴근 후 직장인 리그, AHGL의 공동 창립자이고 열성 e스포츠 팬입니다."


에밀리 : "제 이름은 Emily "Delphyr" Yan입니다(이하 에밀리). 마이크로소프트 Xbox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고요. AHGL에서는 자원봉사로 리그오브레전드 부문 운영을 맡고있습니다."



사실 '직장인들을 위한 리그' 라는 것은 생각하기는 쉬워도 구체적인 단계에서 대회를 구상하고 진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어느 정도 시간적인 부분을 조절할 여지가 있는 학생이 아닌 '고정된 시간동안 일을 해야하는 직장인들'로 대회를 진행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건너뛰고도 에릭은 Day[9]TV (미국의 인터넷 게임방송)에서 일을 하는 도중 수많은 직장인들이 e스포츠를 취미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런 리그를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AHGL을 구체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했다.


에릭 : "제가 Day[9]TV 에서 일을 하던 중, 저희가 받는 이메일의 대부분이 프로그래머, 엔지니어나 웹 개발자들에게서 온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처음엔 그점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아마존과 페이스북같은 회사들로부터 스타크래프트 경기 해설을 요청을 받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특히, 페이스북같은 회사의 경우 사내 대회 뿐만아니라 가끔 다른 IT기업들과 친선경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걸 알게 된 후에 아이디어가 떠오른거죠."



▲ AHGL에 참가한 수많은 회사들



"프로나 대학생들의 e스포츠 리그는 이미 있지만 회사원들을 위한 리그는 없었거든요. 저희는 이것이 '게임을 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e스포츠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회사들에 소프트볼 팀들이 있고, 그것을 취미 이상의 "스포츠"로 인식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e스포츠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잘 모르고 대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AHGL처럼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일반인들도 e스포츠로 여가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e스포츠를 즐기는 모든 게이머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게임이 하나의 취미가 될 수 있다는것을 보여줄 수 있는 증거가 되는거죠.

이런 계기로 AHGL가 e스포츠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한걸음이라고 생각했고, 리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리그를 시작하려고 하자 현실적인 문제들이 다가왔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이상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이 바로 리그의 운영. 더군다나 정식 스폰서가 있는 프로게이머들의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보통은 이러한 단계에서 계획이 무산되곤 한다. 이런 자금적인 부분은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에릭 : "첫 시즌은 Day[9]TV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이 운영을 했고 운영 초기에는 아마존, 드랍박스,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트위터, 옐프, 징가 8팀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희는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될 것을 알고 있었고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것도 알고 있었지만 사비로 충당했습니다. e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죠.

레드불이 그것을 보고 차기 시즌의 AHGL스폰서를 자청했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이 대회를 단순히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내지 않고 지속가능한 대회, 성장가능한 무언가로 만들 수 있었죠.

그때부터는 꾸준히 참가 팀들과 게임의 수를 늘리는데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3에는 자원봉사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고 많은 분들이 자원 봉사자로서 프로젝트에 참가 해주셨습니다.

AHGL을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모든 사람들에게 더 좋은 리그로 만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지금은 리그에 참가하는 기업들의 도움과 레드불의 정식 스폰서를 받으며 점점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 AHGL.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프로게이머들의 대회가 아니기에 정식 스폰서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e스포츠에 대한 열정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낸 셈이다.



에릭 : "처음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 2011년 1월경이었고 같은 해 6월 첫 시즌을 시작하기 전까지 약 5개월동안 준비를 했습니다. 8개의 팀과 게임은 스타크래프트2만 가지고 시작했죠.

첫 시즌이 끝나고 나서 저희는 전세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리그에 참가하고 싶다는 수백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또한 리그오브레전드를 종목으로 추가해 달라는 요청도 굉장히 많이 받았습니다. 그 이메일을 보낸 사람들 중 40명이 완전한 팀을 결성해 시즌 2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시즌3에는 50개 이상의 회사에서 거의 90개의 팀들이 참가했습니다. 참가자의 대부분은 엔지니어,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IT 관리자들입니다."




이번 시즌을 시작으로 AHGL은 리그를 더욱 큰 규모로 운영하기 위해 다른 회사로부터 자원 봉사자들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자원 봉사라고 하더라도 직장인 생활과 함께 리그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회사일과 'AHGL 운영 관련 업무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 라는 질문에 자원봉사로 리그의 운영을 돕고 있는 에밀리는 "물론, 힘든 일도 많았지만 AHGL을 통해 멋진 친구들과 많이 사귀게 되었다"는 말로 답했다.


에밀리 : "작년에는 AHGL에 참가했고 올해는 운영을 하고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참가자와 운영자 입장에서 모두 답해드릴수 있을 것 같습니다.

AHGL과 관련해 가장 좋았던 점은 정말 멋진 사람들을 아주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선수든 해설자든 운영자든 모두가 e스포츠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런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입니다.

참가자로써는 시간을 할애해야하는 점 외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는지는 팀에 따라서 다르고요. 보통 참가자들이 AHGL을 위한 연습에 시간을 투자하고 싶은 만큼 투자합니다.

제 생각에 평균적으로 회사팀 당 일주일에 1~2회 정도 연습을 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을 좀 쓰긴 하지만 리그에서 경쟁하는것 자체를 모두가 즐기고 있고 대회에 참가하면서 회사 내외로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 에밀리와 함께 참가한 마이크로소프트 e스포츠 팀




"운영자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확실히 쉽지는 않습니다. 운영을 하면서 제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AHGL에 관련된 무언가를 하는 데 쓰고 있어요. 일정을 짜거나 이메일을 쓰고, 경기를 준비하는 등의 일을 합니다. 어떤 일을 해야하는 기한이 없을 때에도 어떻게 하면 AHGL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지 궁리를 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 모든 일을 혼자 하는 것은 아니고 자원 봉사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여러가지 일을 완수해가면서 매주 문제없이 리그를 운영해 가고 있습니다.

가장 힘든 점은 역시 회사일을 하면서 대회 운영에 대한 것들을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입니다. AHGL 운영이 제 본래의 직업이 아니라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해야할 일이나 회의해야 할 내용들을 매주 목록으로 만들어서 일을 하고 있죠.

해야할 일을 잊어버리거나 회신이 지연된다면 그건 저 혼자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고 리그에 참가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가기 때문이죠. 절대로 안됩니다!

때문에 AHGL에서 맡고 있는 일들을 굉장히 꼼꼼하게 하고 있습니다. 제 목표는 참가자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회사 동료간의 유대 관계 증진을 위해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자체 동호회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그 종목이 게임이 되었을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등 평범하게 비춰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직장인들은 대부분 개인적으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실정이다.

AHGL의 참가 조건은 '회사 대표 e스포츠 팀이라는 승인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AHGL에 참가하는 회사들은 AHGL을 긍정적으로 생각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에릭 : "AHGL은 리그의 참가 조건으로 참가팀이 회사를 대표하게 되는것에 대해 각자의 회사로부터 공식적인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처음에는 확실히 몇몇 회사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죠.

이런 부분을 설명하고 납득시키기가 힘든 경우도 있었지만 몇 시즌을 보내고 유명한 회사들이 계속해서 참가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그런 부분에서 허가를 받는 것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리그에 참가하는 회사들로부터 받는 지원은 다양합니다. 어떤 회사들은 참가하기 위한 최소한의 허가만 주는 경우도 있고, 어떤 회사들은 참가비를 지불해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몇몇 회사들은 팀 티셔츠를 만들거나 회사에서 중계방송을 같이 보면서 응원을 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팀들이 한해, 두해 계속해서 리그에 참가 할 때마다 회사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케이스는 계속 늘고 있지요.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회사들이 회사네 팀 게임단 스폰서를 시작으로 프로 게임단을 스폰서하도록 설득했으면 하는것이 제 바램입니다. 큰 회사들이 일반 스포츠 팀들을 스폰서하는 것처럼 말이죠."



대부분의 회사들이 자신들의 스포츠단이 있는것처럼 e스포츠의 저변을 일반 스포츠와 같이 넓히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에릭. 처음에는 많은 회사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했지만 점점 더 많은 곳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추세라고 밝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자는 아직까지 e스포츠와 게임이 정상적인 '여가생활'의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떠올리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리그가 진행될 수 있는 미국의 상황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에릭은 이에 대해 '안타깝게도 미국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있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여가생활로서의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에릭 : "AHGL은 똑똑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게임을 여가생활로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Day[9]TV 성명서에도 제가 게이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명되어 있죠."



▲ "똑똑하고, 열정적이며, 경쟁력있는, 우리는 게이머다" -Day[9]TV 성명서




"저희 Day[9]TV는 게임이 체스처럼 똑똑한 사람들이 즐기는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잘 한다는것은 꾸준히 배우며 단련할 때에만 가능하고 바로 이런 능력이나 노력이 일터로 돌아갔을 때 성공적인 직장 생활로 이어집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저는 e스포츠가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체스나 바둑처럼 e스포츠도 충분히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에릭. 아직 요원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AHGL의 성장은 어쩌면 그 가능성을 담고 있다. 나름의 1차 목표를 달성해나가고 있는 AHGL. 그들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에릭 : "제가 바라는 것은 AHGL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e스포츠의 모든 종목들이 포함되고 모든 회사가 고유의 e스포츠팀을 가지는 것입니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팀들이 리그에 참가하고 기존 팀들은 다른 종목의 참가자들을 더 모아 추가적인 팀을 결성합니다. e스포츠 팀의 일원이 되는 것은 참가자들간의 팀워크를 향상시키고 재미있으며 또 유대감을 형성시켜 줍니다.

저는 모든 게이머들이 자신들의 일터에 이런 환경을 가졌으면 합니다."







한국의 e스포츠 시장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있다. 'e스포츠 종주국'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이는 이에 대해서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적어도 e스포츠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적진 않았다는 점에 반대하진 않으리라.

실제로 지금도 그 이름에 걸맞게 수많은 e스포츠 리그들이 진행되고 있다. 모든 e스포츠 리그를 따지면 일주일이 가득찰 뿐만 아니라, 그 경기량이나 관중수 역시 실제 스포츠에 밀린다고 할 수도 없다. 어떠한 면에서는 오히려 압도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 덕분에 최근에는 현장을 찾는 방문객도 많이 증가하였고, e스포츠를 '관람하는' 문화는 끊임없이 발달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보자면 한동안 국내 e스포츠는 계속 성장을 거듭할 것이다.

이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러한 부분이 즐겁긴 하다만은, 한편으로는 이제는 조금 다른 시도들을 고려해봐야 하지 않은 때인가 생각해보기도 한다.

단순히 판을 키우는 것 못지 않게, 그 판에 어떤 사람들이 담기게 할 것인지, 그리고 밖에서 그 판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게 할 것인지, 진정한 의미에서의 e스포츠, 생활과 맞닿아 있는 e스포츠가 되기 위해서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말이다.

AHGL이 그 질문에 대한 완벽한 답안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실마리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 멋진 리그를 소개해주신 Epic Games의 정서영 (remiah Chung)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