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강자는 없다' 이 짧은 글귀는 많은 뜻을 담고 있지만, 현재 국내의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프로계를 나타내기에 가장 적합한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모든 일에는 흥망성쇠가 있는 법이지만, 유독 그 흐름이 빠른 것이 바로 현재의 롤 프로계죠.

그러나 풍파가 난무하는 롤 프로계에도 굳건히 위치를 지키며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는 몇몇 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CJ 프로스트입니다. 오랜 기간 탑 클래스의 실력을 보여주며 전성기를 누려 왔고, 최근 들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언젠가는 다시 보란 듯이 치고 올라올 저력을 분명 가지고 있는 CJ 프로스트.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드릴 선수는 바로 CJ 프로스트의 탑 라이너이자 리더인 '샤이' 박상면 선수입니다.

10월 28일 늦은 저녁. 롤챔스 윈터에 사용할 프로필 사진의 촬영이 한창인 상수동 근처 스튜디오를 함께 나선 박상면 선수의 얼굴은 추위로 약간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큰 키와 순한 인상을 지닌, 그냥 흔한 청년으로만 보이는 이 사람이 전 세계 탑 클래스의 탑 플레이어라는 생각에 약간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짧은 인사 후 골목을 하나 돌아 들어간 커피숍에 앉은 박상면 선수와 기자, 평소에 커피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는, 닉네임답게 약간 수줍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담담한 얼굴로 지금까지의 행로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논한 그 자리의 그 대화. 지금 이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전해드리겠습니다.



박상면' 이제는 '샤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진 그 선수




Q. 안녕하세요. 인벤과의 인터뷰는 처음 갖게 됐는데, 인벤 팬 분들에게 간단한 인사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CJ 프로스트의 탑 라이너이자 리더를 맡고 있는 'Shy' 박상면입니다. 91년생 23살이며, 게임을 하지 않을 땐 영화를 보는 것을 즐깁니다.


Q. 반가워요.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이라 시즌 기간에 비하면 한가할 것 같은데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비시즌 기간이다 보니 아무래도 다가올 윈터 시즌의 준비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다른 대회의 경기를 지켜보고, 팀 단위 연습이나 개인적인 연습도 하면서 다시 한 번 약진할 준비를 하고 있죠.


Q. 롤을 플레이하기 전에도 다른 게임들을 많이 하신 편인가요?

그럼요. 어릴 적부터 AOS 게임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다만 당시엔 AOS류 게임이 따로 나오지 않고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3'의 유즈맵 형식으로 제작되어 있어 이런 게임들을 많이 플레이했어요. 음... 가장 많이 즐긴 게임을 꼽자면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인 '고대의 문'을 먼저 들 수 있겠네요.

'워크래프트3'의 유즈맵이었던 '카오스'도 꽤 많이 플레이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본격적으로 게임을 해 보자 하는 그런 마음은 없었어요. 그냥 지인들과 함께 '즐겜' 정도로만 플레이했죠. 데뷔 전에는 '테라 온라인'을 꽤 오래 즐겼어요.

▲ 오래 즐겼다는 '워크래프트3' 의 유즈맵 '카오스'


Q. 그러던 와중 롤을 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테라를 한창 열심히 플레이할 때 같이 하던 친구 중에 '봉쇄'라는 아이디를 가진 친구가 있었어요. 매일 같이 게임을 하던 친구였는데 어느 순간 접속이 뜸해지더군요. 그러던 와중 그 친구가 접속했기에 '요즘 뭐하느라 이렇게 접속을 안 하느냐'고 물었어요. 그때 그 친구가 말한 게임이 롤이었어요. 가만히 생각하다 궁금해서 접속해 본 게 제 첫 롤이 됐죠.

당시는 한국 서버가 열리기 조금 전이었는데, 200 정도의 핑을 극복하고 북미 서버에서 한창 게임을 하던 때였어요. 그때는 200정도의 핑에서도 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한국 서버가 열리고 한자릿수 핑에 익숙해지니 도저히 북미 서버에서는 못하겠더라고요.

이전에 올스타 때도 중국에서 한국 클라이언트를 설치해 한국 팀들과 스크림을 한 적이 있어요. 당시 핑이 50에서 80 정도였는데 불과 이 정도의 핑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더군요.

▲ 한때는 140핑도 꽤 할만했는데 말이죠


Q. 박상면 선수의 경우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이에요. 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끔 인벤의 여러 글을 봐요. 칼럼 게시판의 칼럼이나 해당 글의 댓글들도 즐겨 보는 편이고, 게임에 대한 괜찮은 글들은 자주 봐요. 보다 보면 가끔 제 이름이 거론될 때가 있어요. 다행스럽게도 좋은 평가를 자주 해주시는 편인데,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죄책감과 부담이 들어요. 저 스스로 제 실력에 대해 아직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이런 모든 글이 저에게는 저 자신을 자극하는 채찍이 되는 것 같아요.

제 성격이 약간 그런 편이에요. 남들의 평가가 박하고, 누군가 욕을 한다고 해서 무너지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다만, 저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에 만족하지 못해 무너지는 경우가 잦아요. 경기에서 이겨도 제 플레이에 만족하지 못하면 기분이 좋지 않고, 반대로 경기에서 지더라도 제 플레이가 제 기준에 만족한다면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아요.

꾸준히 저에 대한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 건 분명 저로서는 기쁜 일입니다. 물론 가끔 보면 박한 평가를 해주시거나, 혹은 좋지 않은 말을 하시는 분들 역시 계시지만 크게 개의치 않아요. 그 모든 말씀이 저를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게끔 해주는 원동력과 같다고 생각하니까요.

▲ "여러분의 모든 말씀이 저에게는 힘이 됩니다"


Q. 지금까지 매우 많은 경기를 경험했는데, 모든 경기를 되새겨 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나, 혹은 대회는 어떤 것이었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라면 아무래도 작년 롤드컵을 꼽을 수 있겠네요. 작년 롤드컵 기간 중 치른 모든 경기가 기억에 남아요. 그 해 섬머 시즌을 우승한 후 롤드컵을 준비하던 그 기간이 정말 좋았죠. 개인적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고, 팀원들과 게임을 할 때마다 즐거웠어요. 그때는 제가 게임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다른 일상적인 문제들로 힘들어하면 현우 형이 항상 옆에서 잡아주고 도와줬어요. 시간이 지난 지금은 제가 그 역할을 맡게 됐네요.

▲ 가장 기억에 남았다는 2012년 롤드컵 당시


Q. '웅' 장건웅 선수가 나간 이후 박상면 선수가 팀의 리더를 맡았어요. 리더의 역할을 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부담스럽죠. 아마 매우 작은 단체의 보잘것없는 팀이라 하여도 그 리더는 언제나 부담감을 안고 살아갈 거예요. 저 역시 몇 명 안 되는 팀의 리더이지만, 많은 부분에서 부담을 느껴요. 지난 리더를 뽑은 회의 자리에서 솔직히 제가 뽑힐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현우 형이 세 표, 제가 네 표가 나왔더라고요.

알고 보니 현우 형이 절 리더로 찍었고, 그 형이 얼마나 많은 짐을 짊어지고 선수 생활을 하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기에 받아들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좀 웃길 때도 있어요. '나라는 사람이 과연 리더의 자질이 있는가?' 하는 의문도 종종 들죠.

지금보다 더 어릴 적에, 선수 생활을 하기 전에는 정말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봤어요. 고깃집, 매운탕 집, 피시방 등등은 당연히 해 보았고 하다못해 시공 전 지질 조사를 하는 일까지 했었어요. 그때 울릉도까지 다녀왔죠(웃음). 그때 들은 말이 있어요. '일을 하다 보면 가장 편한 자리는 막내 자리다. 위로 갈수록 몸은 편해질 수 있지만, 책임감은 항상 더 무거워지는 법이거든' 이라는 말이었죠.

그때는 그냥 '아 그런가?' 하고 막연히 생각하던 그 글귀도 지금에 와서는 가슴에 와 닿아요.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잖아요? 저 스스로 리더보다는 리더를 보좌하는 쪽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맡게 되니 사람이 조금씩 변하더라고요.

팀원들에게 쓴소리도 하기 싫은데, 때론 필요 때문에, 혹은 그냥 두면 엇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원치 않게 쓴소리도 해야 하고, 가끔 저도 모르게 고삐 풀린 행동을 하고 나면 깊이 반성하게 돼요. 아직은 저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나마 '매드라이프' (홍)민기가 많은 도움을 주는 편이죠.

▲ 팀을 같이 짊어져주는 '매드라이프' 홍민기 선수


'클템' 이현우, 그리고 'PDD' 리우 모우



Q. 얼마 전 CJ 프로스트의 정글러였던 '클템' 이현우 해설이 선수 은퇴를 선언하고 해설로서 무대에 오르게 됐어요. 이현우 해설이 떠날 때 가장 많이 울었던 사람이 박상면 선수라는 말이 있던데요.

진짜 많이 울었던 거 같아요. 현우형은 저에게 단순한 동료 선수 이상의 존재였어요. 팀 합류 초기에 실수하거나 좋지 않은 행실을 보일 때 마다 따로 조언을 해 주고 때로는 따끔한 일침을 해주기도 했어요. 마치 친형과 같은 존재였죠.

개인적인 관계를 떠나서도 현우형은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기둥과 같은 사람이었으며, 동시에 분위기 메이커로서 팀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언제나 본인의 경험을 즐겁게 팀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렇게 1년 이상을 같이 생활한 사람인데, 팀을 나간다는 소식을 들으니 주체할 수 없이 슬프더군요.


Q. 이현우 해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마디 하겠어요?

지금 해설로서 너무 잘 하고 있어서 딱히 해주어야 할 말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같이 지내는 동안 미운 적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이었어요. 성적 부진으로 팬들에게 안좋은 소리를 들을 때도 굉장히 마음이 아팠어요.

사실 현우 형의 문제가 아닌 팀 전체의 문제임에도, 눈에 띄는 것은 현우 형이다 보니 항상 안 좋은 글들이 올라오곤 했어요. 나중에 제가 군대 입대를 해야 할 때도 옆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실 줄 알았는데(웃음). 그동안 함께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같이 게임을 하고 싶어요.

▲ '든든한 맏형'이었던 '클템' 이현우 해설과 다시 한 번 게임을 같이 하고 싶다고


Q. 얼마 전 인벤에서 진행한 리우 'PDD' 모우(이하 PDD) 선수의 인터뷰를 본 거로 알아요. 박상면 선수에게 PDD 선수란?

저도 PDD 선수를 매우 좋아해요(웃음). 인상도 귀엽고... 그냥 보면 웃음이 나온다고 할까요? 웃겨서 나오는 웃음이 아닌 그냥 흐뭇해지는 아빠 미소요. PDD 선수가 절 그렇게 사랑하는지는 미처 몰랐네요. 사실 올스타 결승전이 끝나고 나서 별로 기분이 안 좋아 보였거든요.

PDD 선수가 절 한국 최고의 탑솔러로 생각해 주는 것은 무척 고마운 일이지만 사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상위권의 탑 라이너라고는 생각할 수 있겠지만,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PDD 선수에게 저도 사랑한다고 전해주고 싶네요. 음...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생각해요(웃음). 그냥 좋은 마음만 가지고 갔으면 합니다.

▲ '샤이'선수의 그 남자?! iG의 리우 'PDD' 모우 선수


Q. 인벤이 PDD 선수의 팬까페라 불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박상면 선수와 대결했던 올스타 전 경기였어요.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처음에는 재밌었어요. 합성한 이미지도 많이 올라오고, 그냥 보면 자연스레 웃긴, 재밌는 이미지들이 많았잖아요. 근데 요즘 들어 당시 제가 승자로서의 매너가 부족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승전에서 대전하기 전에 서로 보면 웃고 떠들고 재밌게 지내서 그것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결승전을 치르게 됐고, 결과가 나온 후에도 기분 좋게 다가가려 했는데 PDD 선수는 그럴 기분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조금 의아했는데 요즘 들어 생각해보니 당시 제가 매너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인벤의 인터뷰를 보고 마음이 놓였어요. 이 기회에 사과하고 싶어요.


Q. 당시 자크를 상대로 제이스를 선택해 큰 활약을 보여줬는데, PDD 선수를 상대로 라인전에서 킬을 성공할 때의 기분은 어땠어요?

사실 당시엔 게임에 너무 몰입되어 있어서 어떤 감정적인 변화는 크지 않았어요. 그냥 경기에 대한 생각뿐이었죠. '아! 이제 이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 역할은 PDD 선수의 성장을 완전히 방해하는 것이었음에도 PDD 선수는 제 견제를 받아내는 동시에 CS를 계속 따라왔어요.

견제해도 통하지 않는 그런 기분이었죠. 그래서 사실 속으로는 굉장히 초조하고 다급해하고 있었어요. 게다가 제이스가 당시 가장 자신 있는 챔피언이었는데 제이스를 뺏기거나 밴 당할까 봐 조마조마하기도 했었죠.

▲ 멋진 두 선수의 대결이 펼쳐졌던 올스타전 당시


Q. 마지막으로 PDD 선수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아쉬운 점이 많아요. 올스타 이후로 만날 기회도 없었고요. 그나마 올스타 당시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제가 영어에 약해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없었어요. 말을 걸어줘도 대답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너무 아쉬웠어요. 묻고 싶은 것도 많았고, 탑 라인에 대한 토론도 함께하고 싶었어요.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한 번 대화의 장을 만들고 싶다고 전하고 싶네요.


CJ 프로스트, 이제 잠에서 깨 새로운 무대로 나아가야 할 때


▲ '리더'라는 위치에서 팀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


Q. 최근 CJ 프로스트의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아요. 팀이 흔들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맞아요. 지금의 프로스트는 흔들리고 있어요.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는 제 문제인 것 같아요. 자꾸 그런 생각이 들게 되더군요. 제가 정말 잘할 때는 스크림 성적이 좋은데 제가 못하면 게임이 풀리지 않아요. 제가 흔들리면, 팀이 흔들리더라고요. 아무래도 제 탓이 가장 큰 것 같아요.

항상 제 자신을 다스리고, 평안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은 그게 쉽지 않아요. 최근 여러 가지 일도 있었고요. 리더로서의 위치가 가지는 무게감도 작용하는 것 같아요. 제가 다시 정신 차리고 하면 팀이 정상 궤도에 오를 거로 생각합니다.


Q. CJ 블레이즈의 정글을 맡던 '헬리오스' 신동진 선수와 나진 소드에서 오래 활동한 '막눈' 윤하운 선수. 이 두 선수가 들어온 후 팀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두 친구 모두 굉장히 활기찬 성격이라 좋아요. 신동진 선수의 경우 이전부터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팀의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었어요. 윤하운 선수의 경우 항상 주도적인 성격을 지닌 선수이다 보니 팀의 분위기 메이커로서 굉장히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이전에는 현우 형이 팀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어그로 담당을 맡았는데, 현우 형이 은퇴하자 바로 좋은 어그로 담당이 들어온 것 같아요(웃음).

솔직히 윤하운 선수를 보며 예전 생각도 많이 했어요. 제가 처음 CJ 프로스트에 입단했을 때 어떻게 팀원들과 친해졌고, 그들과 발맞추어 나갔는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됐죠. 차이점이 있다면 제가 입단했을 때 저는 햇병아리에 불과했지만 윤하운 선수의 경우 처음부터 훌륭한 기량을 가진 채 팀에 들어왔다는 정도일까요?


Q. '헬리오스' 신동진 선수의 경우 기존 정글을 맡고 있던 '클템' 이현우 선수(현 해설)와는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데, 팀과의 호흡은 어떤가요?

옛날부터 알던 친구라 마음에 들고 안 들고 할 것 없는 좋은 선수예요. 인간적인 면에서도 신뢰하고 있고, 항상 팀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는 선수이기도 하죠. 하지만 사실 팀의 플레이 스타일과는 아직 맞지 않는 것이 현실이에요.

이 부분은 강압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신동진 선수는 그만의 플레이 스타일이 있고, CJ 프로스트 역시 오랜 기간 연습해온 스타일이 있죠. 서로 시간을 가지고 맞춰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CJ 블레이즈' 에서 형제팀으로 온 '헬리오스' 신동진 선수


Q. 뜻밖에 윤하운 선수를 미드 라인으로 추천한 것이 박상면 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요즘 메타에서 탑 라이너는 팀의 탱커로 존재해야 해요.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더라도, 후반에 적의 앞을 단단히 막아설 방패가 되려면 안정적인 운영과 성장이 요구되죠. 반면 미드 라이너의 경우 전 맵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해요. 미드 라인은 미드 라인대로 풀고, 다른 라인을 로밍 다니며 활약해야 하죠.

윤하운 선수의 플레이 타입은 최근 메타의 미드 라인에 딱 맞는 타입이에요. 그래서 미드 라이너로 추천했죠. 실제로 스크림에서 미드 라이너로서 꽤 괜찮을 플레이를 보여줬어요.

사실 윤하운 선수의 미드 라이너로서의 경험치는 높은 편이 아니에요. 오히려 매우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 경험치에 비례하자면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어요. 아마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미드 라이너로서의 경험치가 충분히 쌓인다면 굉장한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막눈' 윤하운 선수의 미드 라이너 가능성을 엿본 사람이 바로 '샤이' 선수였다고


Q. 이번 윈터 시즌에 나서는 각오가 남다를 듯 싶은데, 어떤 마음으로 출전할 생각인가요?

저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는데, '윈터'와 '프로스트' 왠지 좀 어울리지 않나요(웃음)? 지난 윈터 시즌에는 결승전에서 패배했지만, 이번 겨울엔 다시 한 번 저희 팀이 높이 올라설 수 있는 계절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 시즌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임할 생각이예요. 진짜 마지막이 될지, 아니면 그냥 단단한 각오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Q. 최근 가장 경계하는 팀이라면 어떤 팀이 있을까요?

현재 저희의 위치가 어떤 팀은 만만하고 어떤 팀은 좀 어렵고, 할 위치가 아니란 걸 알아요. 모든 팀을 경계합니다. 'D조는 꿀이다', 'CJ 프로스트는 대진운이 항상 좋다' 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지만, D조의 네 팀은 모두 프로팀이에요.

요즘 프로팀은 다들 종이 한 장 차이 수준으로 높은 경기력을 가지고 있기에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워낙 잘하는 강팀들이 많아서 딱히 한 팀을 꼽기가 힘드네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이상의 노력을 쏟아부어, 갈 수 있는데 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 같은 조의 모든 팀이 프로팀! 절대 방심은 없다고 합니다


Q. 이제 슬슬 대화를 마무리 지을 때가 온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번 윈터 시즌, CJ 프로스트를 응원하는 팬분들과 인벤의 롤 플레이어분들에게 한 마디만 부탁합니다.

요즘 게임을 하거나 커뮤니티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어요. 현재의 기량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열심히 하는 게 보이는 선수는 좋은 평가를 받고, 그에 반해 현재 기량이 충분해도, 인성이 좋지 않거나 게으른 모습을 보이면 평가가 좋지 못하더군요. 전 롤 최강의 선수가 되고 싶은 욕심은 크지 않아요.

물론 되고 싶기야 하지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웃음)? 하지만 모든 분에게, 가장 열심히 하는 선수로서 남고 싶어요. 앞으로도 더욱더 정진하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좋은 평가가 이어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팬분들에게는 항상 감사하지만 부탁드리고 싶은 말도 있어요. 최근엔 그러신 분이 없지만, 예전에 현우 형한테 좋지 않은 말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항상 마음이 아팠어요. 정당한 비판과 막연한 비난은 다른 개념이에요. 지금 이 시간에도 인격 모독으로 고통을 받는 선수들이 항상 존재해요.

여러분의 힘을 올바른 곳에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빠른별' (정)민성이도 그만 놀려주셨으면 해요(웃음). 이번 윈터 시즌에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역시 여러분들처럼 PDD 선수를 매우 사랑합니다!

▲ 올 겨울, CJ 프로스트의 걸음이 다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