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KTA를 잡아내고, LG-IM #2를 물리치며 프로팀 킬러라는 무서운 별명을 가지게 된 CTU가 이번 시즌 본선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그들이 만난 첫 상대는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나진 소드였다.

보통 처음 본선에 올라온 아마추어 팀의 첫 경기는 보통 패배로 끝나게 된다. 왜냐하면, 예선과는 다른 현장 분위기에 압도되고, 방송으로 내 경기를 많은 사람이 지켜본다는 것 자체로 자신의 플레이를 제대로 펼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CTU는 오히려 방송 무대에서 더 좋아 보였다. 첫 세트는 나진 소드에 내줬지만, 일방적인 경기가 아니라 오히려 나진소드가 불리함을 이겨내고 역전하는 그림이었다. 경기력 면에서 절대 뒤처지는 팀들간의 싸움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심지어 2세트에서는 CTU가 22대 5의 킬 스코어로 승리했다. 지난 시즌까지 아마추어 팀이던 CTU가 전통 강호인 나진 소드를 상대로 압도적인 킬 스코어와 함께 1승을 챙긴 것이다. 물론, 게임을 이기게 되면 양 팀의 킬 스코어가 벌어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하지만 이스포츠 팬들의 예상을 훌쩍 넘었던 모습이었음은 분명하다.

지난 시즌까지 실드에 있던 "울프" 이재완 선수는 전에 그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공격적이고 자유로운 플레이를 선보였고, "리리스" 백승민 선수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보여주며 정상급 원딜의 반열에 세워도 될 만한 베인을 보여줬다. "미마" 정우광 선수는 진짜 장인이 뭔지 확실히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아마추어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요즘 같을 때에 CTU의 등장은 전 아마추어팀들의 희망이자, 프로팀들에 대한 경종과도 같았다.

점점 프로팀 킬러라는 이미지를 굳혀가는 파란의 주역, CTU. 이들이 LOL 프로게이머 소양교육을 받기 위해 서울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현장에서 CTU를 만날 수 있었고, 신도림 한 찻집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나진 소드가 주는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CTU 인터뷰


안녕하세요. CTU 여러분. 먼저 인벤 독자분들께 자기소개를 부탁해도 될까요?

"리리스" 백승민 - 안녕하세요. CTU팀 주장. "리리스" 백승민입니다. 나이는 스무 살입니다. 주 챔피언은 이즈리얼, 베인, 케이틀린, 트위치입니다. 공격적인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미마" 정우광 - "미마" 정우광입니다. 나이는 스물셋이고 주 챔피언은 그라가스, 아리, 제드입니다. 결승전 진출을 목표로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MVP 화이트에서 CTU로 이적했습니다.

"울프" 이재완 - "울프" 이재완입니다. 열여덟 살이고 나진 실드에 있다가 CTU로 이적했습니다. 주 챔피언은 딱히 없지만 쓰레쉬는 자신 있습니다. 전 시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시즌은 잘하는 모습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나진 실드에 있을 때는 나진이라는 팀의 이름의 무게가 주는 압박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 시즌은 조금 그런 압박감을 벗고 자유롭게 플레이하고 있어서 제 플레이가 나오는 것 같아요.

"라쿤" 황원준 - "라쿤" 황원준입니다. 나이는 스물하나입니다. 팀에서 많이 달리는 것 같아요. 다섯명을 놓고 보면 제가 가장 모자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지금 거품이 꽉 껴있어요.

"노네임" 전주환 - "노네임" 전주환입니다. 나이는 스무 살입니다. CTU에 입단하기 전에는 "요들요들햇" 아이디를 썼습니다. 전 챌린저 5위까지 가본 경험이 있어요. 지금은 10위로 떨어졌지만요. 예전에는 '솔랭전사'였지만 요즘은 시간이 날 때만 솔랭을 하는 편입니다.


[ ▲ "라쿤" 황원준 선수 ]


이번 시즌 CTU가 리빌딩 됐어요. 이전 팀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을 들 수 있을까요?

백승민 - "롱판다" 김윤재 형은 학업상의 이유로 지난 시즌까지만 하기로 했어요. "리라" 남태유 선수는 KT롤스터 애로우로 이적했죠. 서포터인 "하차니" 하승찬 선수는 휴식기를 가지고 있어요.

리빌딩 전일 때는 연습을 솔로 랭크 중심으로 연습했습니다. 롱판다 형이 학업 문제로 연습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제는 팀 게임 위주로 연습하고 있고 프로 경험이 많은 "울프" 이재완 선수가 영입되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재완 - 제가 나이는 어리지만, 의견 충돌을 컨트롤 하는 부분이나 팀원들 멘탈 관리도 도와주고 있어요(웃음).

전주환 - 네, 맞아요. 재완이가 있으면 저희가 게임을 안 던지게 되더라고요.


이번 시즌 우승 후보로도 거론되는 나진 소드와 경기를 했어요. 1대1의 나름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는데요?

백승민 - 사실 저희가 연습할 때 강팀으로 분류되는 팀과 스크림을 해 보진 않았어요. 하지만 이번 16강에서 소드랑 붙어보고 나서는 생각보다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재완 - CTU로 이적하기 전 나진 실드에 있을 때 소드와 스크림을 많이 했어요. 그때마다, 봇 라인이 약해서 매일 지곤 했죠. 그래서 제일 만나기 싫었던 상대가 소드였는데, 이번에 1대1 승부를 내니 기분이 묘해요.

정우광 - 제가 잘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사실 그라가스는 깜짝 전략입니다. 상대방은 요즘 메타에 어울리는 미드 라이너와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라가스라는 챔피언에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어요. 그라가스는 유행하는 챔피언이 아니라서 제 페이스에 말린 거죠. 사실 운이 좋았어요.

황원준 - 정글러라서 라인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할 만했던 것 같아요(웃음).

전주환 - 혼란스러웠어요. 경기 때 너무 긴장했습니다. 역시 나진 소드라는 주는 이름이 압박감이 있었어요.

[ ▲ 봇 듀오 "울프" 이재완(좌), "리리스" 백승민(우)선수 ]


긴장이 티가 안 난 것인가요? 전혀 주눅이 들지 않고 자신들의 경기력을 맘껏 보인 것 같은데요?

백승민 - 사실 미마 형과 울프 빼고 다 긴장했어요. 특히 저와 노네임이 긴장을 제일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막상 경기해 보니 상대편인 나진 소드도 약간 긴장을 한 느낌이 났어요.

정우광 - 대회나 스크림이나 멘탈 싸움인 것 같아요. 상대에게 긴장한 걸 들키면 지는 것 같아요. 억지로 허세를 부려서 자기를 세뇌시키고 가야 합니다. 마음 편하게 경기하는 것이 중요해요. 긴장하면 소심해지고 중요한 판단력이 흐려져요.

황원준 - 그냥 성격이 원래 긴장을 안 하는 편이에요. 스크림 하듯이 플레이한 것 같아요.

이재완 - 긴장을 안 했던 것 같아요. 상대가 잘 아는 팀이다 보니까 조심할 건 조심하고 이런 거 노려야겠다. 생각하니 긴장할 틈이 없었죠.


지난 시즌에서 아마추어 팀 중에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였어요. 지금 팀을 결성해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아마추어 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해준다면?

이재완 - 팀원끼리 싸우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지고 있어도 게임 내에서 뭐라고 하면 더 게임이 말려요. 특히 게임 중에는 절대로 뭐라고 하지 말고, 비판은 하되 비난은 하면 안되요.

전주환 - 연습량이 중요합니다. 팀 게임과 솔로랭크 게임이랑 확실히 달라요. 아마추어 선수라도 팀을 꾸려서 연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우광 - 아무리 팀워크가 좋아도 개인 기량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경기의 리플레이를 보는 것이 중요해요. 항상 부족한 점을 체크하고 고쳐야 해요.


지금 CTU가 속해있는 B조에 강팀이 많습니다. 사실상 죽음의 조라고 봐도 될 것 같은데, 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백승민 - 나진 소드와 1대1 승부를 한 후에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에어 그린윙스 스텔스와는 스크림을 몇 번 봤는데 블레이즈와는 연습해보지 않아서 어떤 수준에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재완 - 사실 조 편성을 보고 나서 당황했던 게 사실이에요. "차라리 내가 가서 조 추첨을 할걸.."이라는 생각도 했어요(웃음). 저도 사는 곳이 근처라서 조 추첨을 하러 갈 수 있었는데 다른 사정 때문에 가지 못했거든요.

조 추첨이 끝나고 지인이 저희 조를 알려줬어요. 그 사람이 "꿀조"라며 나진 소드와 블레이즈 밖에 없다고 했을 때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우광 - 그때 진짜 진지하게 군대 갈까 생각했어요(웃음). 그것도 개막전 첫 경기를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나진 소드와 하게 된 거에요. 이후 스크림을 엄청 열심히 했어요. 팀원들의 실력이 오르는 것이 보이자 8강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 ▲ "노네임" 전주환(좌), "미마" 정우광(우)선수 ]


또 하나의 강팀인 CJ엔투스 블레이즈도 같은 조에요. 산 넘어 산 아닌가요?

백승민 - 스텔스가 블레이즈보다 좀 더 작은 산일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앞에 있는 스텔스에 대비할 겁니다.

정우광 - 블레이즈는 엄청 강하다고 생각해요. 소드랑 블레이즈 중 한 팀은 무조건 올라갈 것 같아요. 일단 한 팀을 올려보내고 나머지 한 팀을 잡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인 것 같습니다.


다음 경기에서 진에어 그린윙스 스텔스와 상대하게 됩니다. 어떻게 준비 할 것인가요?

백승민 - 스텔스와 스크림을 했는데 거의 다 졌어요.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죠. 일단 운영 자체가 달라졌고, 플레이 스타일도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개인적인 성향이 짙었다면 스텔스에 당하면서 단점을 많이 보완했습니다. 연습을 많이 해서 지금은 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재완 - 정글, 탑을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액토신" 연형모 선수와 "트레이스" 여창동 선수가 호흡이 잘 맞아요. 그 둘만 조심하면 잘 될 것 같습니다.

전주환 - 강팀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준비만 잘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 ▲ 잠시 쉬는 시간에도 전략에 관한 토론을 계속하는 모습 ]


이번 시즌 CTU의 목표를 말해본다면?

백승민 - 4강에 가는 것이에요. 신생팀 징크스를 생각해서 3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재완 - 8강에 올라가는 것이 첫 번째 목표고, 4강 이상 가는 걸 노리고 있습니다.

정우광 - 프로게이머라면 우승이 목표가 아닐까요? 롤드컵에 가고 싶어요.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인벤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한 마디 해주세요!

전주환 - 많이 연습해서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백승민 - 지난 경기에서는 실수가 잦았는데 앞으로 실수없이 상대 팀 봇 듀오보다 항상 잘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재완 - 솔직히 이번 시즌이 어떻게 보면 서포터로서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성향이 서포터랑 잘 안 맞는것 같긴 합니다. 탱키한 챔피언을 좋아해요. 원거리 챔피언은 잘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메타가 원거리 서포터를 잘 다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에요.

이번 시즌 결과에 따라 포지션 변경을 생각하고 있지만, 이번 시즌 서포터로서 좋은 모습 보여 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정우광 - 그라가스가 뽑히면 다 박살 내겠습니다. 장인에겐 카운터가 존재하지 않아요(웃음).

황원준 - NLB도 안 하고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운이 좋게 올라왔으니까 남들보다 더 노력해서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 ▲ 이번 시즌 CTU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