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0일, 오랜만에 돌아온 스타리그의 결승전이 열렸습니다. WCS의 통합으로 인해 2013년에는 이번 스타리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요. 이번 시즌은 로열로더로 시작해서 로열로더로 끝난다고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로열로더에 관련된 기록들이 풍년인 시즌이었습니다.

스포츠는 항상 기록이 남습니다. 이번 스타리그에서도 진기한 기록이 탄생하기도 했고,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조성주의 로열로더 등극을 비롯해 로열로더와 관련된 기록들이 유난히 풍성한 시즌이기도 합니다. 지나간 스타리그를 돌아보면서 미처 놓친 기록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조성주와 정윤종, 김민철과 이신형, 최지성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 속으로 여러분을 모십니다.


■ 조성주의 최연소 로열로더 달성! - 역대 본좌들은 모두 로열로더였다

[ ▲ 로열로더가 반드시 본좌가 되지는 않았지만, 모든 본좌는 로열로더였다 ]


지난 옥션 올킬 스타리그의 우승자 조성주! 조성주가 생애 첫 메이저리그 우승과 함께 얻은 '로열로더'란 타이틀, 다들 익히 알고 계실 텐데요. '로열로더'는 개인리그에서 본선에 처음 오른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을 경우에만 얻는 진귀한 기록입니다. 오로지 처음 본선에 오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야 하기에, 한번 실패한다면 다시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지요.

이번에 우승을 일군 조성주는 무려 1997년생입니다. 정말 어리고 어린 나이에 큰 업적을 이루었는데요. 우승할 당시의 나이는 무려 만 16세에 불과한 나이로 동시에 최연소 로열로더 기록까지 같이 경신되었죠. 과거 최연소 로열로더는 2004 질레트배 스타리그에서 박정석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박성준으로, 당시 만 17세의 나이였다고 합니다. 또한, 테란 로열로더는 이윤열에 이어 10년 만이라고 하니, 정말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네요.

신기한 점은, 역대 본좌들로 손꼽히는 임요환, 최연성, 이윤열, 그리고 다른 본좌 모두 '로열로더' 출신이라는 점이죠. 로열로더가 모두 본좌가 되는 것은 아니라지만, 적어도 모든 본좌들은 로열로더였던 셈인데요. 앞으로 조성주의 활약을 기대해봐도 괜찮겠죠?


■ 만약 정윤종이 이겼다면? 12년 만에 로열로더의 연속 우승이 이루어질 뻔했는데…

[ ▲ 로열로더 연속 우승의 기록은 12년 전, 임요환 감독 본인이 세운 기록이다 ]


이번 시즌의 준우승을 차지한 정윤종의 기록도 알고 보면 진기한 기록이 많습니다. 로열로더가 2회 연속으로 우승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은 아시나요? 만약, 이번에 정윤종이 우승을 차지했다면 무려 12년 만에 로열로더가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울 뻔했습니다.

12년 전에 2회 연속 우승에 성공한 로열로더, 그는 누구일까요? 그 전설의 주인공은 현재 SK텔레콤 T1의 임요환 감독입니다. 임요환 감독이 세웠던 진기록을 그의 지도를 받는 선수가 갱신할 수도 있었던 상황인 겁니다. 로열로더 자체가 많지 않을뿐더러, 그들의 연속 우승은 더욱 힘들고 하니 정말 깨지지 않는 기록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12년 동안 깨지지 않고 있는 이 기록, 과연 어느 선수가 깰 수 있을까요?


■ 새로운 공식 출현 - 로열로더 도전자가 로열로더를 만나면 반드시 우승한다!

[ ▲ 로열로더 후보가 로열로더를 만나면 반드시 이긴다. 이것은 '계승'입니까? ]


로열로더 출신인 선수가 결승전 상대를 로열로더 후보로 만난다면, 새로운 로열로더가 탄생한다는 법칙이 이번에도 성립되었습니다. 정윤종은 로열로더였고, 조성주는 로열로더 후보였죠. 이와 같은 사례가 몇 번 더 있었는데요. 2005년 So1 스타리그에서 임요환과 오영종의 대결이 그랬죠. 임요환은 로열로더 출신이었고, 오영종은 로열로더 후보였죠.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시죠? 오영종이 임요환을 꺾고 가을의 전설과 함께 로열로더에 이름을 올립니다.

두 번째 사례는 2006년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3였는데요. 이윤열과 4대 본좌 등극을 앞둔 모 저그 선수와의 경기였습니다. '히치하이커'에서 펼쳐졌던 경기를 기억하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로열로더 출신이었던 이윤열은 여기서 우승이 좌절되면서 현재 기록이 말소된 상대 선수가 4대 본좌로 등극하게 되었지요. 동시에 로얄로더 타이틀도 함께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사례가 이번 조성주의 우승입니다. 이 정도면 우연이 아니라 로열로더 출신에 적용되는 하나의 징크스로 굳어지는 상황인데요. 본래 깨지지 않는 징크스란 없는 법이랍니다. 만약 차기 시즌에 조성주가 결승에 오른다면 이 징크스는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요. 과연 이 징크스가 언제 깨질지 기대되지는 않으신지요?


■ 가을의 전설은 이제 전설이 되었나? 입추~입동 기간 프테전 결승 테란 최초 승리!

[ ▲ '가을의 전설'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인 오영종 선수, 김태형 해설은 '가을의 전설'의 산 증인이다 ]


프로토스 팬이라면 '가을의 전설'이란 단어를 모를 수 없죠. 프로토스가 가을만 되면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하며 개인리그 결승에 오르는 기현상(?)을 칭하는 단어인데요. 프리챌 배에서 김동수가 봉준구를 꺾고 3:0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박정석의 우승 당시 '가을의 전설'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죠.

가을의 전설로 혜택(?)을 본 선수들은 김동수, 박정석, 오영종, 송병구, 허영무가 있습니다. 김동수는 가을 시즌에 2번 우승을 차지했는데 한 번은 앞서 언급했던 봉준구, 나머지 한 번은 임요환을 이겼죠. 박정석도 임요환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요. 오영종도 임요환을 꺾고 이겼고 송병구는 정명훈을 잡고 우승했네요. 심지어 스타크래프트1 마지막 우승자인 허영무도 정명훈을 잡아내면서 가을의 전설을 완성했습니다.

보시면 아시다시피 가을의 전설 최대 희생양은 SK텔레콤 T1입니다. 가을 하늘은 SKT에 등을 돌렸다고 해도 하소연할 길이 없을 지경인데요. 이번에 정윤종이 '가을'의 기운을 받아 그간의 희생을 만회할까 했는데, 조성주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가을의 전설을 그야말로 '전설'로 만들어 버렸죠. T1 선수들은 애꿎은 하늘에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 답답하겠습니다. 그래도 예전과 달리 프로토스가 약세인 시절은 지났으니 그 점은 위안으로 삼아야 하겠네요.

입추라고 보기에는 정말 뜨거웠던 결승전 당일 30도가 넘는 더위가 가을의 전설마저 녹여버린걸까요?


■ 김민철, 이신형과의 대결에서 또 패배 - GSL 우승 이후 전패 상황, '철벽' 무너졌나?

[ ▲ '진격의 거인'에 등장하는 '갑옷 거인'이 벽을 부순 것처럼, 김민철은 이신형에게 유독 무력했다 ]


또 붙었네, 또 붙었어! 이신형과 김민철이 8강에서 만났답니다. 4강이 아니고 8강이요. 이 둘의 대결이 너무 빨리 이루어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 팬들이 한둘이 아니었는데요. 이 두 선수의 라이벌 관계는 이제 운명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 내용을 보니 김민철이 이신형을 상대로 단 한 세트를 따내지 못하며 완패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네요.

6월 1일, 망고식스 GSL에서 이신형을 김민철을 상대로 3:0으로 리드를 하고 있었죠. 그 이후 김민철이 내리 4승을 거두며 역전 우승을 차지했는데요. 이것이 김민철이 이신형을 이겼던 마지막 기록이라면 믿어지시나요? 이후 프로리그 결승, 스타리그, WCG 국가대표 선발전 등 이신형과 김민철의 대결은 계속 이어졌지만 김민철은 '단 한 세트'조차 따내지 못하며 전패를 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라이벌 관계에서 '천적'관계를 조심히 언급을 해야 할 수준인데요. 이신형의 저그전 수준이 워낙 엄청난 결과이기도 하지만요. 마치 '진격의 거인'에 등장하는 '갑옷 거인'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는 인류 최후의 벽을 가차 없이 부숴버리고 인류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죠. 저그 유저들은 최후의 보루가 무너져내리는 심정을 느끼고 있을까요? 조만간 감시 군주와 살모사의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모쪼록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 이신형, 군단의 심장 다전제 최초 완봉패… 역시 영원한 강자는 없는 법이다

[ ▲ 질 것 같지 않던 이신형이 조성주에게 0:4 패배를 당했다. 영원한 강자는 없는 법이다 ]


이영호도 이신형을 막지 못했고, 이어서 김민철의 철벽까지 거침없이 무너뜨린 이신형, '누가 그를 막을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려는 찰나, 조성주가 이신형을 4:0 완승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습니다. 이신형이 워낙 막강한 포스를 내뿜고 있었던지라, 이런 충격적인 결과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답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예상을 벗어난 경기 결과였지요.

이신형의 WCS 성적을 볼까요? 그야말로 '경이적인' 수준입니다. 김민철에게 역전패를 당하면서 우승컵을 내준 이후, 만나는 상대를 모두 격파하며 승승장구했습니다. 시즌 파이널에서 김동현, 신노열, 한이석, 정종현, 김유진을 모두 꺾으며 시즌1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고요. 32강에서 이병렬, 정우용, 이영호, 정우용을 모두 잡아내면서 무려 WCS 9연승, 세트별 12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웁니다.

이신형의 연승 기록, 과연 누가 깰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강력한 포스를 발휘하는 상황에서 최지성이 등장, 이신형을 2:0으로 잡아내면서 일격을 날리는 데 성공합니다. 이 패배로 이신형의 연승 가도가 모두 깨졌을 뿐 아니라, 이신형 본인에게는 군단의 심장 들어서 다전제에서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패배한 최초의 기록이었습니다.

지더라도 반드시 한세트는 따내던 이신형, 어찌보면 대단하기도 한데요. 그랬던 최지성이기에 결승에 오르지 못한 사실이 내심 아쉽네요.


■ 최지성 최연장자 로열로더 실패, 저그를 피했는데 왜 이기질 못하니!

[ ▲ 최지성의 의료선은 공격 기능이? 차원 분광기를 의료선으로 추격하는 기이한 장면 ]


앞서 언급한 대로 이신형의 연승을 저지한 최지성, 4테란조로 구성되었던 16강 B조의 구성 인원이 이신형, 이영호, 정우용, 그리고 최지성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8강에 오를 수 있으리라고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신형과 이영호를 모두 잡아내면서 조 1위로 8강에 오르면서 저력을 발휘했죠.

이후 인터뷰에서 '저그만 만나지 않으면 우승도 가능할 것 같다.' 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위협적인 저그인 김민철이 이신형을 만나 탈락하면서 바람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8강전에서 의료선이 마치 공격 기능이라도 있는 마냥 강현우의 차원 분광기를 뒤쫒아 격추해버리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죠. 그야말로 폭격기의 스타리그 융단폭격이 실현 직전에 와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윤종이 4강에서 폭격기를 격추하면서 이와 같은 바람은 실현될 수 없었답니다. 최지성은 조성주와는 정반대로 최연장자 로얄로더에 도전하는 상황이었는데요, 현재 최지성의 나이는 만 25세로 과거 임요환이 로열로더를 이뤘던 2001년 당시 나이가 만 20세였습니다. 그만큼 최지성이 스타리그 우승을 차지했다면 또 하나의 진기록이 세워질 뻔했는데요. 결승에서 저그가 만날 확률이 전혀 없었던 이번 우승 기회를 놓친 점은 분명 아쉽습니다. 하지만 시즌 파이널이 있잖아요? 독일 쾰른에서 최지성의 선전을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