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가 오픈 시즌을 시작으로 스타크래프트2 리그가 달려온 지 올해로 벌써 4년이 되어갑니다.

그 기간 동안 많은 선수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습니다. 오픈 시즌 초대 우승자인 '과일장수' 김원기부터 시작해서 '대마왕' 임재덕, '프통령' 장민철, '정종왕' 정종현, '불곰' 최성훈, '황태자' 문성원, '짝지' 정지훈등 우승자들이 2011년 GSL을 지배했지요.

2012년에 활약한 선수들의 특징이라면 바로 전년도인 2011년에 수면 아래에서 절치부심하던 선수들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2011년 GSL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2012년 GSL 투어에서도 다시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LG-IM의 정종현 선수 단 한 명뿐일 정도로 새로운 선수들이 리그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12년 GSL 투어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테란의 몰락과 함께한 프로토스와 저그의 약진입니다. 2011년까지 시즌을 시작했다 하면 리그 참가 선수 중 반수 가까이 테란이 차지하던 때도 있었고 Code S 토너먼트 4강에 테란 선수만 네 명이 남아 '비상사테'라고 불리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2년 GSL 시즌3 Code S 결승은 프로토스 동족전이, 시즌5 Code S 결승은 저그 동족전이 벌어질 정도로 두 종족의 선전이 눈에 띄었습니다. 총 다섯 번 진행된 Code S 결승전 무대에 오른 열 명의 선수 중 프로토스 선수가 4명, 저그 선수가 4명, 테란 선수가 1명(정종현이 2번 결승 진출)일 정도로 스타크래프트2의 판도가 급격하게 바뀐 한해이기도 했습니다.

다섯 번의 GSL과 한 번의 스타리그, 그리고 수많은 해외대회를 치른 선수들. 과연 어느 선수가 2012년을 지배한 선수일까요? 그리고 '테란의 상실' 시대에서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 선수는 과연 누구일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주요 대회에서 우승 횟수, 획득 상금 및 로열로더 여부, 팀리그 우승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점수를 산출하여 활동 점수 10위 내의 선수들의 올 한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올 한해 리그를 지배한 열 명의 선수들을 한 번 만나보세요!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 2012년 후반기에 혜성같이 등장한 '넥라' 스타테일 이승현






□ StarTale Life's 2012

2012 핫식스 GSL 시즌4 Code S 우승
2012 MLG Fall Championship 우승
2012 GSL 블리자드 컵 우승


올해 가장 놀랄만한 성적을 보여준 선수는 바로 스타테일 'Life'이승현 선수입니다. 아직 중학생인 이승현 선수는 예전부터 기사도 연승전등을 통해 '재야고수'로 알려진 선수죠. 하지만 그간 개인리그에서는 별다른 성적을 보여주지 못한 채 2012년을 맞았습니다.

2012년은 이승현에게 정말 특별한 한 해였습니다. 제넥스 소속이던 GSTL 시즌2에서 팀리퀴드를 상대로 올킬을 기록하며 그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개인 리그에서도 2012 GSL 시즌1 Code A에서 처음으로 개인리그에 데뷔한 후 GSL 시즌3 승격강등전을 통해 다음 시즌 Code S 참가 자격을 얻게 됩니다.

당시 '재야고수가 드디어 무림에 그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구나'정도로만 생각되었던 이승현. 하지만 32강 풀리그에서 LG-IM의 임재덕과 EG의 박진영을 꺾으면서 16강에 진출합니다. 16강에서는 LG-IM의 안상원과 안호진을 꺾고 8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보였습니다. 특히 디펜딩 챔피언이던 안상원을 꺾어내자 슬슬 Code S 우승에 대한 가능성이 점쳐졌죠.

이승현은 토너먼트로 벌어진 8강과 4강에서 테란 강자인 이정훈과 윤영서마저 격파합니다. 윤영서와 벌인 4강 경기는 테란과 저그 영건들의 대결로 많은 주목을 끌었습니다. 특히 당시 정말 물이 오른 경기력의 윤영서를 꺾어내고 결승에 오르자 GSL 사상 최초로 탄생할 로열로더에 대한 기대감에 각종 커뮤니티들이 술렁이기 시작했죠.

그러나 결승 상대는 다름 아닌 '정종왕' 정종현. GSL 최다 우승은 4회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SKT의 정윤종을 꺾고 결승에 올랐기에 정종현 역시 우승가능성이 높았고, 결승무대 경험까지 생각한다면 여러모로 정종현이 우세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승현은 경기 내에서마저 상대의 전략에 맞추어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2대 3으로 뒤지던 경기를 4대 3으로 역전하며 첫 로열로더 달성에 성공합니다.

이승현의 기세는 외국에서도 여전했습니다. MLG Fall Championship에서 무려 '최종병기' 이영호 선수와 이동녕 선수를 상대로 7전 4선승제 경기를 연달아 두 번 승리하며 첫 MLG 출전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것이죠.

이후 GSL 시즌5 Code S에서 잠시 주춤하던 이승현은 블리자드 컵에서 같은 팀의 원이삭을 꺾고 올해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합니다. 불과 두 달여만의 시간에 세 개의 우승컵을 손해 쥔 이승현 선수. 아직 중학생이라는 점과 위기에서 자신을 진화시키는 것을 보며 내년 군단의 심장 이후 이승현의 모습이 더더욱 기대됩니다.



한해동안 꾸준히 지은 농사, 연말에 대풍작을 이루다. '불멸의 프로토스' 원이삭







□ Parting's 2012

2012 핫식스 GSL 시즌1 Code S 8강
2012 핫식스 GSL 시즌2 Code S 4강
2012 GSL 블리자드 컵 준우승
2012 MLG Winter Champion 5~6위
2012 배틀넷 월드 챔피언십 우승
2012 월드 사이버 게임즈 우승


2012년, 가장 스타일리쉬한 프로토스를 뽑으라면 바로 원이삭입니다. 연말에 보인 원이삭의 강력한 불멸자 러시를 보면 원이삭 선수의 경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죠. 사실 원이삭은 올해 초부터 두각을 나타낸 선수입니다.

FXOpen에서 스타테일로 이적한 원이삭은 GSL 시즌1 Code S 8강에 오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합니다. 아쉽게 프라임의 변현우에게 패배한 원이삭은 다음 시즌 8강에서 김학수를 꺾고 4강에 올라 결승을 눈앞에 둡니다. 그러나 아쉽게 시즌2 우승자인 정종현에게 패배하며 첫 우승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죠. 그러나 자기 자신도 자신의 첫 우승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뤄질 줄 생각도 못 했을 겁니다.

원이삭의 첫 우승은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이루어집니다. 바로 배틀넷 월드 챔피언십에서 프라임의 장현우를 꺾고 '고수'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죠. 당시 원이삭은 파죽지세로 한국 선수들을 격파하던 대만의 Sen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불멸자 올인으로 격파하면서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고, 장현우 선수를 격파하며 우승까지 차지하며 상금 10만 달러를 손에 넣게 됩니다.

또 다른 세계 대회인 월드 사이버 게임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원이삭, 블리자드 컵 결승에서 첫 국내 우승의 꿈을 이루나 싶었지만 같은 스타테일 팀 소속의 이승현에게 아쉬운 역전패를 당하며 준우승을 차지합니다.

운영 위주의 전략이 유행일 때 자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세계 무대를 정복한 원이삭. 부스 밖에서는 한없이 개구쟁이지만 게임 내에서는 그 누구보다 무서운 승부욕을 보이는 원이삭의 내년 첫 한국 무대 우승을 기대해 봅니다.



천덕꾸러기 재수생 MVP 박수호, 2012년 세계를 대표하는 저그가 되다







□ MVP DongRaeGu's 2012

2012 핫식스 GSL 시즌1 Code S 우승
2012 무슈제이 GSL 시즌3 Code S 4강
2012 GSL 블리자드 컵 6강
2012 IPL5 8강
2012 MLG Winter Championship 준우승
2012 MLG Spring Championship 우승
2012 옥션 올킬 스타리그 준우승


2010년 시작된 오픈시즌부터 GSL에는 슬픈 전설이 있었습니다. 바로 '4강은 흥하고, 결승은 원사이드하게 끝난다' 라는 전설이죠. 그 슬픈 전설을 종결한 선수가 바로 MVP의 박수호입니다.

2011년 12월, 블리자드 컵에서 박수호는 문성원을 상대로 0대 3으로 뒤진 싱황에서 3대 3까지 따라가며 'GSL 결승전은 원사이드하게 끝난다'는 징크스를 깨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세트에서 안타깝게 패배하며 우승자 자리를 문성원에게 넘겨줘야 했지만, 그의 경기를 본 팬들은 문성원이 아닌 박수호를 연호했습니다.

그런 팬들의 응원 때문이었을까요? 박수호는 바로 다음 시즌인 2012 핫식스 GSL 시즌1에서 다시 한 번 결승전에 오릅니다. 상대는 같은 팀 소속의 프로토스 정민수. 같은 팀 선수 간의 결승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결승전 현장은 '에너지 업! 파워 업!'을 외치는 관중들로 가득찬 가운데 박수호가 4대 2로 승리, 결국 GSL에서 첫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야 맙니다. 천덕꾸러기 재수생이 우승자로 거듭나는 순간이었죠.

박수호는 한국뿐만이 아닌 미국에서 열린 MLG Spring Championship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DRG'라는 세 글자를 팬들에게 각인시킵니다.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에서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로 종목을 전환한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계속 정상급 저그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중요한 고비를 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자주 보기는 했지만, 그것은 박수호가 그 자리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볼 수 있었던 그의 모습입니다. MVP의 두 번째 우승자가 탄생하며 자신의 어께가 가벼워진 박수호. 기쁠때 누구보다 기뻐하고, 아쉬운 순간에는 누구보다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박수호의 활약을 2013년에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불운조차 자신의 실력으로 뛰어넘은 '리녹스타일' FXOpen 이동녕







□ FXO Leenock's 2012

2012 핫식스 GSL 시즌4 Code S 8강
2012 핫식스 GSL 시즌5 Code S 8강
2012 GSL 블리자드 컵 4강
2012 IPL5 우승
2012 MLG Summer Championship 우승
2012 MLG Fall Championship 준우승


이동녕 하면 생각나는 것은 오픈시즌 당시 이윤열 선수를 상대로 6못을 시전해서 경기를 지켜보던 많은 팬을 경악시킨 일과 함께 이동녕을 따라다닌 지독한 불운입니다. 이동녕이 정찰 보낸 일꾼과 오버로드는 정찰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상대에게 잡혀버려 '오늘도 세금 내고 시작한다'라는 이야기가 붙을 정도였죠.

Code A에서는 초반부터 강자와 만나거나 재경기까지 간 승강전에서는 대 저그전 전패를 기록하던 송준혁에게 저그전 첫 승을 안겨주며 다시 Code A로 돌아갔던 이동녕은 2011년 후반 자신의 실력마저 불운으로 뚫어버리고 2012년을 시작합니다.

2012년 중반까지 Code S를 유지하며 숨을 고르던 이동녕은 GSL 시즌4와 5 모두 Code S 8강까지 가며 자신의 실력을 보입니다. 또한 MLG Summer Championship과 IPL5에서 우승하며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해외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동녕의 2012년은 개인리그에서의 활약보다 팀 리그에서의 활약이 더 돋보인 한 해였습니다. 소속팀인 FXOpen이 2012년 세 번 열린 GSTL중 두 번의 GSTL을 우승하는데 큰 공헌을 한 것이죠. 아직까지 GSTL 시즌2에서 MVP의 박수호를 상대로 한 4강 경기 마지막 세트는 '버뮤다 삼각 감염충'이라 불리며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 경기죠.

비록 시즌 후반 저그의 시대가 온데다가 이승현의 등장으로 조금 가려지기는 했지만, 이동녕은 이제 위기의 순간 팀의 기둥이 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내년에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무대 위에서 이동녕이 말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2013년을 맞이하며 거는 기대 중 하나입니다.


명불허전! 왕은 언제나 그 자리에 계셨다. '정종왕' LG-IM 정종현







□ LG-IM Mvp's 2012

2012 핫식스 GSL 시즌2 Code S 우승
2012 핫식스 GSL 시즌4 Code S 준우승
2012 IEM 퀼른 우승


2012년의 이슈라고 하면 그간 이어져 온 테란의 강세가 무너지고 프로토스, 그리고 저그 주도의 리그가 진행되었다는 것입니다. 몇 차례 패치로 인해 기세등등한 테란의 모습은 사라지고 말았죠.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정말 실력 있는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고 계속 자신의 경기력을 팬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LG-IM의 '정종왕' 정종현입니다. 정종현은 테란의 위기였던 2012년 GSL 매 시즌 Code S에 모습을 보이며 10연속 Code S 잔류에 성공했습니다. 팀 메이트인 임재덕의 이름을 딴 '임재덕'상을 두 번째로 수상하기도 했죠.

'꾸준함'만이 정종현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건 아닙니다. GSL 시즌2 결승에서는 스타테일의 박현우와 결승에서 만나 스타크래프트2, 아니 e스포츠 역사상에 남을 명경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첫 세 세트를 자신이 가져가며 결국 왕의 귀환을 알리는 나팔이 울리는가 하는 그 순간 왕의 군대는 꼬부기의 펀치에 세 번 연속으로 치명타를 맞으며 휘청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7세트. 정종현은 '왕'만이 가능한 대담한 전진 병영 전략을 시도합니다. 마치 임재덕 대 황강호의 결승에서 임재덕 선수가 초반 저글링 러시를 선택했던 모습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었죠. 박현우가 정종현의 해병을 막아내는 데 성공하며 현장에 있던 모두가 '스타테일 준우승' 저주가 끝나나 했던 그 상황에서 정종현은 다시 한 번 해병을 모아 박현우의 연결체를 파괴합니다. 모두가 힘들다고 생각한 고난의 시기에 테란의 깃발을 고지에 세우며 왕의 귀환을 모두에게 알린 것이죠.

IEM 퀼른에서도 당시 상승세였던 널치오를 꺾으며 해외에서도 '왕은 여전하다'라는 것을 알린 정종현. GSL 시즌4에서 최고 프로토스로 인정받고 있던 정윤종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진출합니다. 그러나 결승에서 왕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태자' 윤영서를 꺾고 결승에 오른 이승현.

왕의 화염차가 아무리 일벌레를 불태워도 이승현은 무서운 속도로 복구해내며 두 세트를 먼저 가져갑니다. 정종현 역시 계속 매카닉을 고집하면서도 결국 이승현의 약점을 찾아내 내리 세 세트를 가져옵니다. 그러나 정종현은 놀라운 속도로 자기 자신을 진화시킨 이승현에게 패배하며 결국 준우승을 차지합니다.

정종현이 준우승을 차지하고 나서 현장에 응원하러 온 자신의 부모님에게 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너무 자주 오시게 한거 같은데, 곧 다시 모셔서 우승하는 모습 보여 드릴게요."

다른 사람이 아닌 정종현의 이야기이기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박수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정종현이 다시 왕좌에 오를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고맙다, 스타크래프트2! 2012년 스타크래프트2로 다시 태어난 '윤종신' SK텔레콤 T1 정윤종







□ SKTelecom T1 Rain's 2012

2012 핫식스 GSL 시즌4 Code S 4강
2012 MLG Fall Championship 5~6위
2012 옥션 올킬 스타리그 우승
2012 배틀넷 월드 챔피언십 3위


한국e스포츠 협회, 줄여서 협회소속 프로게이머들에게 2012년은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10년 넘게 진행해 온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를 마치고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로 종목을 전환해야 했기 때문이죠. 자유의 날개로 스타리그와 프로리그를 시작하며 새로운 영웅들이 탄생했습니다.

김유진, 김기현, 신노열, 김준호 같은 선수들이 두각을 보였지만 군계일학이라면 역시 '윤종신' 정윤종입니다.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SKT 소속의 정윤종은 곧바로 스타리그 결승까지 진출했죠. 정윤종은 8강에서 원이삭을 상대로 3대 1 승리를 거두며 4강에 진출했고, 김성현과의 4강 경기에서는 '패패패승승승승'이라는 기적과도 같은 대역전 드라마를 그려내며 결승에 오릅니다.

정윤종의 결승 상대 또한 만만찮았습니다. 바로 '동래구' 박수호였죠. 기세나 경험 등을 따져보았을 때 많은 사람이 박수호의 우세를 점쳤습니다. 준결승에서 장민철에게 4대 1이라는 스코어를 보여준 박수호이기에 정윤종의 승리를 예측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정윤종은 박수호에게 한 세트만을 패배하고 내리 네 세트를 따내며 우승하는 데 성공합니다. 처음으로 스타2로 진행된데다가 협회 대 연맹의 대결 구도로 흘러가던 스타리그에서 우승했다는 의미와 함께 정윤종이 '가을의 전설'을 이어가며 로열로더에 올랐기에 정윤종은 스타리그가 계속되는 한 모두에게 기억될 거로 생각합니다.

또한, 정윤종은 협회 선수들은 국제대회 경험이 적기에 해외대회에서 큰 활약을 못할 것이라는 주위의 편견을 깨고 BWC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조별 리그에서 덴마크의 Jon Andersen(Baby Knight)에게 1패를 당해 조 2위로 16강에 오른 후 4강에서 장현우 선수를 만나 패할 때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GSL에서는 정종현에게 패해 4강에 머무르며 '최초 양대리그 동시 우승' 타이틀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프로리그에서도 활약하며 다시 한 번 SKT를 우승시키려는 정윤종의 이번 시즌 기록이 궁금해 질 것은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2013년, SKT는 정윤종의 힘으로 다시 한 번 프로리그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을까요?



위기는 곧 기회, '평택의 자랑' Team Liquid 윤영서 해외팀 자존심을 세우다







□ Liquid Taeja's 2012

2012 핫식스 GSL 시즌2 Code S 8강
2012 무슈제이 GSL 시즌3 Code S 8강
2012 핫식스 GSL 시즌 4 Code S 4강
2012 MLG Summer Championship 3위
2012 MLG Fall Championship 7~8위
2012 Dreamhack Valencia 우승
2012 Dreamhack Winter 준우승


2012년은 테란에게 악몽의 해였습니다. 프로토스에게 밀리고 저그에게 치이면서 힘든 한 해를 보낸 테란 진영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탑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실력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윤영서 역시 올해를 성공적으로 보낸 테란 선수 중 한 명입니다.

2012년 3월 슬레이어스에서 팀 리퀴드로 이적한 윤영서는 GSL에서도 꾸준히 8강과 4강을 찍으며 국내 팬들에게도 자신의 실력을 내보입니다. 해외 대회에서도 윤영서는 발렌시아에서 열린 드림핵에서 우승하며 테란이 힘든 시기에 더욱 자신의 가치를 높였습니다. IPTL에서도 프라임과 LG-IM을 상대로 올킬을 거두기도 했죠.

윤영서는 올해 Code A에서 GSL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단숨에 Code S로 복귀하는데 성공합니다. GSL 시즌2에서 8강까지 진출하며 자신이 건재함을 보여준 윤영서는 시즌3에서 이동녕, 정종현, 김동환 선수를 꺾어내며 다시 한 번 8강 무대를 밟게 되죠. 그러나 아쉽게도 8강에서 시즌3 준우승자인 장민철을 만나며 풀세트 접전까지 가는 끝에 패하며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됩니다.

GSL 시즌4에서 정윤종, 박수호, 최성훈과 같은 조에 편성된 윤영서는 정윤종에게 패한 뒤 박수호와 최성훈을 잡아내며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리게 되었습니다. 8강에서 이동녕을 만나 첫 경기 장기전 끝에 패한 이동녕은 이후 경기에서 모두 초반 상대를 압박하는 플레이를 펼쳐 승리하나 4강에서 윤영서를 기다리고 있는 선수는 바로 이승현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윤영서는 이승현을 상대로 0대 3으로 패배하며 첫 국내 개인리그 결승 진출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프로리그에서도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영서의 진짜 활약은 2013년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기가 단단한 선수는 어떤 시기, 어떤 무대라도 자신의 실력을 100%로 발휘할 수 있고 윤영서는 바로 그런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승리가 확실시되면 가차없이 떨어지는 그의 지게로봇을 2013년 어딘가의 결승 무대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수호의 뒤에서 저격하던 MVP 권태훈, 이제 돌격소총을 들고 전방으로 나서다







□ MVP Sniper's 2012

2012 핫식스 GSL 시즌5 Code S 우승
2012 GSL 블리자드 컵 준우승
2012 IPL5 8강


2011년의 MVP팀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박수호'였습니다. 마치 슬램덩크에서 강백호와 서태웅이 입학하기 전 북산을 보는듯한 느낌마저 들었죠. MVP와 북산의 차이라면 MVP는 GSTL에서 우승을 한 번 차지했다는 정도였습니다.

2012년 MVP는 첫 GSL에서 박수호가 우승, 정민수가 준우승을 차지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정민수가 MVP를 떠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말 그대로 박수호 혼자만의 팀이 될 상황. 하지만 'Little DRG'라는 별명의 권태훈이 2012년 후반 갑자기 급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MVP는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모든 팀리그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보여줍니다.

사실 권태훈은 우승 전까지 Code S와 Code A를 왔다갔다한 선수였습니다. 플레이스타일 역시 큰 특징을 보여주지 않고 안정적인 모습을 주로 보여주는 선수입니다. '정말 재미없게 게임한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탄탄함이 오늘의 권태훈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권태훈은 GSL 시즌5 Code S 16강에서 이신형에게 패배하였지만, 당시 불멸자 러시의 장인이던 원이삭과 '불곰의 달인' 최성훈을 꺾고 8강에 진출하여 강적인 FXO의 이동녕 선수를 만납니다. 그러나 같은 팀에 최고의 저그 선수 중 한 명인 박수호와 연습을 거듭한 권태훈은 이동녕마저 꺾고 4강에 진출, 라스베가스로 향하죠.

라스베가스에서 벌어진 4강에서 권태훈은 김동원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승리를 거둡니다. 당시 상대였던 김동원은 권태훈 선수와 4강 마지막 세트 경기에서 패배 직전 채팅창에 'IMBA'라는 단어를 가득 친 후 게임을 나갑니다. IMBA는 'imbalance'의 약자인데, 상대 종족을 사기라고 할 때 주로 사용하죠. 아마 저그보다는 권태훈 선수를 이길 수가 없어서 저런게 아닐 까 합니다.

권태훈의 결승 상대는 TSL의 '고베르만' 고석현. TSL역시 MVP만큼이나 강한 저그 라인을 갖추고 있던 팀이었기에 두 선수는 마지막 세트에서 손에 꼽을만한 최고의 저저전을 보여줍니다. 경기 내에서도 몇 번이나 결정적인 상황이 나왔지만, 그 상황이 바로 승리로 연결되지 않고 다시 대치국면이 벌어졌죠. 그러나 끝나지 않을 거 같던 두 선수의 마지막 7세트 경기에서 결국 권태훈이 승리하며 MVP의 두 번째 우승자가 됩니다.

권태훈은 블리자드 컵 직전에 열린 GSL 어워드 최우수 저그 선수로 뽑힌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아직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이죠. 저 역시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권태훈 선수는 보여준 것 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은 선수입니다. 한순간 좋은 성적을 내고는 다시 사라진 선수들을 생각해 본다면 2013년은 권태훈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입니다.

권태훈 역시 스스로 이 사실을 알고 있기에 2013년은 권태훈에게 위기보다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Little DRG'가 아닌 'Sniper'이라는 이름을 확실히 할 기회 말이죠.



스타크래프트2 한국 최고의 수출품 '송현덕'. 이제 프로리그를 넘본다







□ Liquud HerO's 2012

2012 핫식스 GSL 시즌2 Code S 4강
2012 핫식스 GSL 시즌4 Code S 8강
2012 MLG Summer Championship 5~6위
2012 Dreamhack Winter 우승
2012 배틀넷 월드 챔피언십 8강


2011년 8월, oGs소속의 한 프로토스 선수가 팀리퀴드로 이적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이 선수가 이후 어떤 활약을 보일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이 선수는 이적 후 석 달만에 드림핵 윈터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바로 팀리퀴드의 'Hero' 송현덕의 이야기입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 시절에 데뷔한 선수이고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한 채 2008년 선수생활을 한 번 은퇴했죠. 이후 oGs를 통해 스타크래프트2를 시작하고, 팀리퀴드로 이적한 후 드림핵 윈터 2011에서 우승하며 자신을 알렸습니다.

당시 송현덕은 해외에서 수준급의 성적을 냈지만, 국내에서는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이를 비꼬는 별명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송현덕은 자신의 실력으로 별명을 잠재웁니다. GSL 시즌2 Code S 4강에 오른 것이죠. 16강 조별 리그에서 이동녕과 정종현이라는 거함을 격파한 송현덕. 그 기세로 8강에서 김영진마저 꺾어내며 4강에 오르지만 아쉽게도 스타테일의 박현우에게 패배합니다. 같은 시즌 결승에 오른 선수가 정종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송현덕이 박현우를 꺾었다고 가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올 시즌 송현덕의 활약을 따지자면 WCS 이야기도 뺄 수 없습니다. 한국 대표선발전에서 8위를 차지한 송현덕은 아시아 파이널에서 3위를 차지, 배틀넷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할 자격을 얻습니다. 스테파노, 이드라, 신노열과 같은 조에 편성된 송현덕은 첫 경기에서 이드라에게 패배한 후 신노열과의 패자전 경기에서 승리합니다.

송현덕의 앞을 가로막은 선수는 세계 최고 저그 선수인 스테파노. 16강 진출이 힘들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송현덕은 스테파노를 꺾고 16강에 진출합니다. 역시나 해외에서 강한 선수이기에 큰 벽을 하나 넘은 송현덕이었지만 아쉽게도 8강에서 탈락합니다.

그러나 송현덕은 2012년 겨울, 자신의 이름을 처음 알린 드림핵 윈터 2012에서 다시 한 번 결승에 오릅니다. 하지만 결승전 상대는 같은 팀 테란 윤영서. 그러나 조별 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단 두 세트만을 내준 송현덕의 기세는 무서웠고, 윤영서에게 4대 0 셧아웃 승리를 거두고 2년 연속 드림핵 윈터 우승을 차지합니다.

올해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둔 송현덕이지만, 아직 국내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는 것은 자신에게 아쉬움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송현덕 자신도 2013년은 화룡점정의 해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든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말이죠.



해병왕 Prime 이정훈, 2012년 MLG 윈터와 GSTL 우승으로 2위를 벗어나다







□ MarineKing Prime's 2012

2012 핫식스 GSL 시즌4 Code S 8강
2012 핫식스 GSL 시즌5 Code S 8강
2012 IPL4 8강
2012 MLG Winter Championship 우승
2012 MLG Spring Championship 3위


이정훈이라는 '캐릭터'에 있어서 2012년은 어쩌면 아쉬운 한 해였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이미지인 '다발성 준우승 증후군'을 떨쳐내며 자신의 캐릭터성이 약해진 해이기 때문이죠.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 시절 KT롤스터와 MBC게임 연습생을 거쳐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할 당시 이정훈은 자신이 '2'라는 숫자와 그렇게 엮일줄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GSL 오픈시즌2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1년 시작된 첫 GSL 정규시즌 준우승, GSL 월드 챔피언십 준우승, GSL Aug. Code A 준우승, WCG 2011 한국 대표선발전 준우승의 엄청난 성적을 이뤄냅니다. 일부러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준우승의 연속이죠.

심지어 팀 리그인 GSTL에서 프라임이 준우승을 차지하며 '2'라는 숫자와 끝없는 사투를 벌인 이정훈. 그에게 2012년은 정말 의미있는 한 해였습니다. MLG Winter Championship 우승을 차지하며 '2'와의 악연을 떨쳐버린 것이죠.

이정훈은 자신이 더 이상 '2'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려는 듯 2012년 처음으로 열린 2012 GSTL 시즌1 에서도 스타테일을 상대로 우승을 거두며 자신과 '2'의 기나긴 동행을 마칩니다. 이정훈과 헤어진 '2'는 당시 준우승팀인 스타테일로 옮겨갔다가 최근 이승현, 원이삭의 우승으로 지금은 임자가 없는 상태입니다.

준우승과의 악연을 끝낸 이정훈. 하지만 이정훈은 그 악연을 떨쳐버리기 위해 자신의 올해 성적을 제물로 바치는 선택을 하고 맙니다. 작년의 화려한 준우승의 행진과는 다르게 올해 MLG를 제외하고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이죠.

하지만 올해 이정훈은 부스 안에서의 연기력, 그리고 조지명식에서의 입담으로 팬들에게 계속 기억되고 있습니다. 물론 조지명식에 참석하기 위한 기본적인 성적은 계속 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2012년 MLG와 GSTL 우승으로 '2'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청산한 이정훈. 2013년에는 부디 한국 팬들 앞에서 우승컵을 들고 웃는 모습을 보게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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