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이라 불리던 팀이 있습니다. 비록 아마추어 팀 중에서지만요.

처음 로망(RoMg)으로 팬들에게 모습을 보인 GSG팀은 리그오브레전드 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습니다. 프로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챔피언스 리그 본선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더니 해당 시즌 우승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챔피언스 윈터 시즌 본선에서 고배를 마신 후 절치부심하여 NLB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프로팀들을 상대로 승리한 것도 놀랍지만, 무엇보다도 경기 내용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대회에선 볼 수 없었던 챔피언을 꺼내는가 하면, 특이한 전략으로 관중으로 하여금 탄성을 내지르게 하였습니다.

이제는 오랜 아마추어의 신분을 벗고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MVP 블루에 속한 GSG팀의 이관형, 최천주, 이지훈 선수, 그리고 그들과 늘 함께했던 최명원 코치를 만나봤습니다. 쉴 새 없이 새로운 전략과 챔피언에 대한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에서 왜 이들이 숱한 프로팀들을 제치고 NLB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과거형이 된 GSG와의 유쾌한 인터뷰를 함께 만나 보시죠.



▲ 왼쪽부터 이지훈(easyhoon), 최천주(Cheonju), 이관형(츄냥이) 선수


오랜만이네요. NLB 우승을 거뒀는데, 연이어 프로팀들을 격파하면서 거둔 우승이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관형 프로팀들은 NLB 리그에 대해서 많은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챔피언스 리그가 끝나고 난 후 선수 교체 등의 움직임도 많고, 계속 지다 보니 사기가 떨어져 연습이나 준비를 많이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 팀은 열심히 연습하면서 준비했고, 우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프로팀 들이 NLB 에 대한 비중을 크게 두지 않아서 우승할 수 있었다는 얘긴가요?

관형 그런 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경기할 때는 그런 생각을 못 했는데, 나중에 사람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실제로 프로 선수들끼리도 별로 연습을 많이 안 했다는 얘기를 나누는 것을 듣기도 했고요.


어떻게 보면 진검 승부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 섭섭할 수도 있었겠는데요?

관형 섭섭하던가 그런 감정은 별로 없었어요. 오히려 저희가 그런 기회를 잘 잡아서 우승한 것이고, NLB에서 얻은 것도 엄청나게 많았거든요. 만약 운도 실력이라고 한다면 저희가 그 운을 잡은 것 같아요.


NLB 결승전에서 만난 CJ 엔투스가 이번 챔피언스 윈터 리그 개막 경기로 만난 상대였는데 복수에 성공한 기분이 들던가요?

관형 복수라기보다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개막 경기 때의 저희 실력을 50이라고 치면은 지금 저희 실력은 150이라고 봐요. 그런데 CJ 엔투스는 그때도 100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지금도 그대로 100이거든요. 저희가 그만큼 다른 팀보다도 열심히 했어요. 이 열심히 했다는 걸 단순히 게임을 많이 했다는 걸로는 생각하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이길까,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걸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저희가 이겼던 나진 실드나 LG-IM, CJ 엔투스를 만나면 상대 픽밴이 너무 뻔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어떤 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면 이길 수 있을지 전략을 짰고, 실제로 상대 팀들이 그대로 준비를 해 왔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어요.




픽밴 얘기가 나왔는데 GSG의 픽은 상당히 특이해요. 일반적인 프로팀들의 조합을 보면 비슷비슷한데 GSG의 경우에는 챔피언 선택 폭이 상당히 넓다고 느껴져요. 일부러 그런 식의 운영을 하려고 하는 건가요?

관형 제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것을 되게 좋아해요. 새로운 것을 항상 추구하고요. 팀을 꾸리면서도 팀의 색깔을 그런 식으로 생각했고요. 저희 코치님도 그런 모습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내는 선구자 역할을 하는 것이요.

코치 어차피 경기는 보이기 위한 것으로 생각해요. 방송 경기가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저희끼리만 경기하는 것이라면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방송 경기는 팬들이 있고, 시청자가 있는데 매번 똑같은 전략, 똑같은 조합을 보여주는 것은 솔직히 재미없잖아요. 지루하기도 하고요. 적어도 저희 팀원들만큼은 포지션 변경도 했으면 좋겠고, 새로운 챔피언도 선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전략을 시도할 때 말리지 않고, 오히려 많이 부추겼어요. 이런 것들이 효과를 많이 본 것 같아요. 팬 분들이 재밌다고 해 주더라고요.

관형 오히려 잘한다고 얘기해주는 것보다 재밌다고 얘기해주는 게 더 기분이 좋더라고요.


지금이야 MVP에 소속됐지만, 당시만 해도 아마추어였잖아요. 그렇다 보니 당장 성적을 내서 스폰서를 구하는 것이 관건인데, 그런 중요한 경기에서 실험을 한다는 것에 팀원들은 불만이 생길 것도 같은데요?

천주 저희가 재미를 추구하고, 새로운 것만 시도하려는 것처럼 보여도 다 이기는 것을 바탕으로 두고 시도하는 전략들이에요.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실험적인 픽밴을 시도하는 자세 중 백미는 NLB 결승 5세트 올 미드 전략이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만들어진 전략인가요?

지훈 제 친구가 미드에서 케이틀린이랑 블리츠 크랭크를 같이 쓰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를 한 것에서 착안했어요. 그래서 제가 조합을 생각해서 얘기했고, 관형이 형이랑 천주 형이 보완해 줬어요.


결승전 마지막 세트. 우승이 걸려 있는 중요한 순간인데 이 전략을 선택하게 된 배경이 있었나요?

지훈 이 전략의 핵심이 트위스티드 페이트에요. 그런데 당시 상대 팀 다데 선수가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특히 잘하기도 해서 CJ 엔투스가 밴하거나 혹은 저희가 밴 하는 상황이 반복됐어요. 그러다 5세트에서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저희가 가져가게 됐고요.

관형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가져가기 전에 남아 있는 챔피언을 살펴보니 카직스와 쉔이 살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가져가면 CJ 엔투스 쪽에서 카직스와 쉔을 가져갈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렇게 되면 카직스와 쉔이 라인 푸쉬가 느려서 올 미드 전략을 써서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프로팀들과 만났을 때 픽밴에서 어떤 부분을 많이 생각했었나요?

관형 주로 챔피언 폭이 좁은 선수를 겨냥해 밴을 했어요. 그리고 특정 챔피언을 특출나게 잘 하는 선수가 있다면 그 챔피언을 저격했고요. 그리고 대회에서 자주 나오는 챔피언들은 한정되어 있어요. 이런 챔피언들을 일부러 살려줘서 픽을 하게 만든 뒤에 그 챔피언을 카운터 치면 저희가 이긴다는 생각으로 게임을 만들어 갔어요.


이전까지 GSG가 지는 경기는 조합에서 밀린다기보다는 실력에서 밀린다는 느낌이 많았어요. 이번에 NLB에서는 그런 모습이 많이 줄었는데 실력이 향상된 것을 많이 느끼나요?

관형 챔피언스 리그를 진행할 때는 부스 안에서 경기에 집중하려다 보니 정신도 혼미한데 그 와중에 정교한 픽밴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어려웠어요. 그런데 NLB의 경우에는 편하게 온라인으로 코치님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픽밴을 하다 보니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는 중에서도 자신만의 필살기 챔피언은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천주 선수의 럼블 같은 것 말이죠.

천주 저희 팀원들이나 코치님이 제가 하는 럼블을 많이 인정해줘요. 그렇다 보니 저도 자신감을 많이 얻고요. 그래서 럼블을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면 무조건 럼블을 가져오기로 했고, 저도 실제로 럼블을 가져온다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요. 선픽으로 하든, 후픽으로 하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래서 픽밴에서 저희가 가지는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상대 팀에서는 럼블을 풀어주기도, 가져가기도 모호해지거든요.


그럼 혹시 윤하운 선수와 자신의 럼블을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천주 저는 제가 세계에서 럼블을 제일 잘한다고 생각해요.(웃음)

관형 세계 1위가 산불 지르고 있던데?

천주 조금 있으면 럼블이 너프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또 럼블을 잘해서 그 탓도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웃음) 아, 바이랑 같이 너프 된다고 하더라고요.

관형 날 끌어들이지 마.

천주 모두를 위해서 제가 희생했습니다. 큰 웃음을 줬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있어요.




그런데 정말 그때 왜 그랬던 건가요?

천주 마우스 감도가 이상했어요. 시작할 때부터 막타도 잘 못 먹기도 했고요. 제가 쓰는 감도 설정 그대로 했는데도 다르더라고요. 눈 감고 세팅을 확인해봤는데도 많이 달랐고요. 럼블 궁을 급하게 쓸 때는 빠르게 마우스를 긁는 식으로 사용하거든요. 그런데 경기에서 늘 하던 식으로 궁을 썼는데 갑자기 산불이 나 있더라고요.(웃음) 미안했어요. 아, 그리고 그 직후 애쉬 궁이 날라오는데 점멸로 피했는데 앞에 있는 애가 맞더라고요.

관형 (웃음)그거 내가 맞았어.

지훈 아, 산불 지르고 도망갔어.


다른 두 선수도 자신의 필살기라고 할 만한 챔피언이 있나요?

지훈 저는 없어요.

천주 지훈이 같은 경우에는 다 잘해요.

관형 곧 있으면 하이머딩거 미드도 나올 것 같아요.

지훈 요즘 카직스 미드가 강한데 카직스 상대로 카르마 미드가 좋을 것 같아요. 이 생각이 든 게 류 선수가 특히 카직스를 잘하거든요. 다른 선수들이랑 경기할 때는 카직스 상대로 신드라를 꺼내면 라인전에서 이기거든요. 그런데 류 선수는 체력도 안 빠지고 잘 하는것 같아요.


불운인지 모르겠지만 GSG의 경우 유독 랜덤 픽이 잦았어요. 이유라도 있나요?

코치 랜덤 트위치 같은 경우에는 선수 한 명이 튕겨서 선택된 경우에요. 온라인으로 진행되던 대회다 보니 진행 측에서는 저희 선수가 튕긴 것을 인지를 못 했고요. 챔피언스 리그에서 저희가 랜덤 픽이 나온 경우는 2번이에요. 저희 팀원들은 일단 챔피언 하나를 선택해놓고 어느걸 할지 고민하면서 얘기하면 되는데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민하다가 시간이 다 지나가서 랜덤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관형 막바지에 챔피언이 정해져서 급하게 찾다가 못 찾아서 놓치는 경우도 있었고요.


어떻게 보면 상대 팀에 대해서 자신감을 잃은 탓일 수도 있겠네요?

코치 보통 랜덤픽이 되는 경우가 이전 판을 졌던 경우가 많아요. 고민이 많아지니깐 픽에 자신이 없어지더라고요.

천주 집중을 안 하고 있다 랜덤 픽을 한 적도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챔피언만 외치다가 정작 자신 픽 차례인 줄 모르고 랜덤픽이 된 거지요.

코치 그 친구는 없어졌지요.

지훈 아리 고르신 분도 없어졌어요. 피즈 고르신 분도 없어졌고요.

코치 그러고 보니 랜덤 고른 친구들은 다 사라졌어.(웃음)




챔피언스 윈터 결승전 마지막 세트에서 랜덤 트런들이 나왔는데, 그 심정이 공감되던가요?

관형 저 같은 경우에는 트런들을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당시 클템 선수라면 잘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긴 했었지요. 하지만, 마지막 세트에다 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안 풀렸던 것 같아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랜덤 픽이 나와도 딱히 걱정은 안 했어요. 이상하게 랜덤인데도 픽이 괜찮게 잘 나왔어요. 트위치만 제외하고요. 트위치 랜덤 픽이 나오기 전부터 저는 트위치가 강하다고 연습하라고 했었거든요. 만약 그때 트위치 원딜을 연습했었다면 저희가 먼저 트위치 원딜을 유행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유행시킨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르블랑 서포터에요. 새로운 메타를 만들고 싶었던 건가요?

코치 르블랑을 KT 롤스터 B 팀과 경기할 때 썼어요. 그 전날 다른 팀과 연습할 때 르블랑을 썼는데 이겼다고 하더라고요. 정현이가 아직 서포터는 미숙하던 때라 르블랑을 잘하니 한번 써보라고 권했었어요. 그래서 경기에서 쓰게 됐는데 의외로 좋더라고요. 그 이후에 연습을 거듭해서 대회에서 쓸 정도로 만든거구요.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 낸 것 같아요.


유독 팬들이 GSG의 세러모니에 대해서 많은 반응을 보여요. LG-IM과의 경기에서 나왔던 5 쌍둥이라거나 감정 표현 같은 것들에 대해서요.

관형 세러모니 같은 경우 아직 저희가 아마추어고 많은 팬을 보유하지 못해서 안 좋게 보이는 부분도 많은 것 같아요. 같은 행동을 해도 첫인상이 안 좋게 박힌 사람이 하면 욕을 먹을 수 있지만, 첫인상이 좋게 보인 사람은 그 행동을 좋다라고 느낄 수 있거든요. 다른 유명 선수들이 했으면 괜찮거나 귀엽게 보거나, 혹은 그 선수답다 식으로 받아들여졌을 것 같기도 해요. 팬 분들이 말하는 것에 대해서 많은 신경을 쓰지는 않지만, 저희 팀에 대해서 칭찬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난하는 것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것들에서 많이 배우고 알 수 있게 되거든요.

코치 쌍둥이 세러모니 경우에는 제가 시킨 거에요. 그렇다고 이걸 LG-IM이 상대라서 쓴 건 아니에요. 개인적으로 저도 야구는 LG 팬이거든요. LG-IM과 경기하기 며칠 전에 팀원들에게 경기에서 이기면 멋있는 것 한번 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냐고 말을 건넨 적이 있어요. 예전 카오스를 할 때 '거북이' 5마리를 푼 적이 있었는데, 이걸로 로망(RoMg)이란 클랜이 유명해졌었거든요.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에는 소환물을 소환하는 개념이 없다가 처음으로 생긴 것이 쌍둥이 그림자다 보니 이기면 언젠가 한 번 해보자고 얘기 한 거고요. 그랬는데 며칠 안 돼서 LG-IM 과의 경기에서 이기게 됐고, 팀원들이 생각이 나서 쓴 거 같아요.



GSG의 경우에는 카오스 시절부터 로망이란 클랜으로 유명했었는데, AOS 혹은 MOBA 장르가 가지는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관형 만약에 제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였다면 4강 같은 성적을 못 거둘 것 같아요. 하지만 AOS 부류의 게임은 5명이 한 팀이 돼서 경기를 펼치다 보니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팀이 시너지를 받으면서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 잘하는 5명이 모인 것이 아니라 서로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아마추어 GSG 시절 때 가장 바라던 꿈인 프로팀 입단이 현실로 다가왔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관형 숙소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연습하는 환경도 좋고, 생활도 되게 편하고요. 팀원들이 다 같이 모여 있다 보니 게임 얘기를 바로바로 할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지훈 저 같은 경우에는 밥 먹고 게임만 할 수 있어서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이전에는 조금씩 다 불편했거든요. 밥 먹는 것도, 자는 것도, 게임 하는 것도 전부요. 하지만 지금은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처음으로 함께 생활하는 건데 불편한 점은 없나요?

관형 그런 건 없어요. 침대가 다 이어져서 자는 게 아니라서 자다가 굴러떨어져도 저 혼자 떨어질 뿐이에요. 침대 위에서 자고 있었는데 일어나보면 침대 밑에 들어가 있기도 해요.

천주 바닥에서 자고 있길래 제가 침대에서 자야지 싶어서 짐 올려놓고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오니 다시 침대 위에서 자고 있기도 하더라고요. 잠 버릇이 되게 특이해요. 또,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사라져서 찾아 보면 어느새 자고 있고, 그러다 일어나서 바로 다시 게임하러 오구요. 그러다가 한 시간쯤 있다 보면 다시 자고 있구요.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서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관형 대부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유명인이 됐다고 봐 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부모님께서는 생활이 괜찮은지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하세요. 그래도 항상 지내기 좋다고 얘기를 하다 보니 이제는 괜찮게 생각하고 계세요. 다만, 많이 보고 싶어하세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계속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다고 얘기를 했었어요. 그때마다 부모님께선 대학 간 뒤에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늦지 않는다고 얘기를 하셨어요. 그래서 대학에 입학한 이후부터 게임에 몰두했어요.

천주 아마추어 때는 걱정하시기도 했는데, 텔레비전에 나오고 인터넷에 이름 치면 나오니깐 좋아하시더라고요.(웃음) 자랑도 하시고 카카오스토리에 올리기도 하시고요. 직접 표현은 많이 안 하시지만요. 직접 경기를 보시지는 못하는데 형이 경기한다고 얘기를 전해줘서 끝나고 나면 문자가 와 있어요.

지훈 저 같은 경우에는 어릴 적부터 게임을 많이 해서 제가 프로게이머로 나가겠다고 말하니깐 오히려 안도하시더라고요. 단순히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직업이 된다는 것에 안심하신 것 같아요.


아마추어 팀 생활이 길었어요. 그리고 아마추어 팀 중에서 가장 유명했고요.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다른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이 점을 꼭 신경 쓰라고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관형 게임 생활을 해오면서 느꼈던 것이 인맥이 정말 중요하다는 거였어요. 사람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면 정말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천주 첫 번째로는 레이팅이 가장 중요하고요. 두 번째로는 게임을 할 때 항상 욕 같은 것을 안 하면서 매너 좋게 플레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사람들이 '쟤는 게임도 잘하는데 매너도 좋다'는 식으로 알아봐 주실 거에요.

지훈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레이팅이 정말 중요해요. 챔피언스 윈터 시즌 초창기 때 해설진분들이 레이팅이 중요하지 않다고 많이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레이팅이 높아져야 팀 관계자들이 일단 관심을 두거든요.

코치 레이팅은 결국 이력서와 같은 거에요. 자신의 가치를 눈으로 보여주는 거지요. 입사 면접을 보기 전에 이력서로 구분하듯 먼저 레이팅으로 구분을 짓거든요.

천주 저는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GSG 팀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레이팅이 되게 낮았거든요.

관형 천주 얘가 그때만 하더라도 레이팅이 1200이었거든요.

천주 무슨 1200이야, 1300이었지.

관형 그랬었는데 제가 팀에 데려왔어요. 재능이 보였거든요.

천주 그래도 한국 서버 오고 나서는 한 달 만에 2천 이상 찍었어요.




레이팅이 가장 중요하다면 솔로 랭크에서 어떻게 하면 레이팅을 올릴 수 있을까요? 혹은 자기 라인에서 이 챔피언은 꼭 연습하길 권하고 싶은 챔피언이 있다면요?

관형 솔로 랭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극 초반에 와드를 박는 서포터인 것 같아요. 그리고 채팅을 많이 해야 해요. 욕을 하거나 부모님 안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게임을 하자고 얘기를 나눠야 해요. 예를 들면 초반에 서포터에게 와드를 어떤 식으로 박아달라고 얘기를 하게 되면 정글러의 입장에서 갱킹을 어떻게 가면 될지가 보여요. 이런 식의 채팅은 게임을 이기는 데 많은 도움이 돼요.

천주 탑에서는 럼블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저는 럼블같은 OP가 없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건 럼블이든 무엇이든 자신이 재미있어하고, 잘 할수 있는 챔피언을 계속하는 것이 레이팅을 올리기가 쉬워요.


그것이 카르마와 같이 흔히 '고인'이라고 불리는 챔피언일지라도요?

천주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관형 실제로 챌린저에서는 하이머딩거만 하는 사람도 있어요. 특정 챔피언을 많이 하게 되면 노하우가 많이 생겨요. 특정 챔피언을 상대로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도 보이고요. 이런 것들은 한 두 판 해서는 몰라요. 처음에는 죽고, 게임에 지더라도 그렇게 계속 실력을 쌓다 보면 나중에는 이길 수 있는 거고요. 컨트롤을 늘리기보다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쌓여야 해요.

지훈 저 같은 경우에는 솔로 랭크나 대회나 주류로 불리는 챔피언을 선택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예전에 다이애나가 강한 시절 때는 그 챔피언을 크게 잘하지 못하더라도 다이애나를 골라서 이기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지금 미드 같은 경우에는 케일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이제 챔피언스 스프링 시즌을 앞두고 있어요. 개인적인 목표나 팀으로서의 목표가 있다면요?

지훈 개인적인 목표는 미드에서 제일 잘하는 것이 목표예요. 팀 목표는 높은 데로 갈수록 좋을 것 같아요. 롤드컵을 넘어서 우주 최강의 팀이요. 저 같은 경우에는 개인적인 목표가 좀 더 강해요. 제가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거든요.

천주 개인적으로 제 이름이 사람들에게 잘하는 선수라고 인식됐으면 좋겠어요. 팀으로는 챔피언스 리그 4강까지 가는 것이 목표예요.

관형 이번에 저희가 획득한 서킷포인트 100점도 크다고 생각해요. 이것을 활용해서 올해 롤드컵에 나가 보는 것이 목표예요. 그리고 프로게이머로써 우리나라에서 프로게이머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프로게이머들이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 노력이나 실력과 비교하면 대우나 보수는 너무나도 심하게 못 받는 것 같아요. 실력은 우리나라 프로게이머들이 세계에서 제일 잘한다는 평가도 많이 받고 있지만, 대우는 거의 최악으로 못 받고 있거든요. 그래서 롤드컵에서 우승을 해서 우리나라의 프로게이머에 대한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예요.



그럼 게임 외적으로 올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관형 저는 천주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러 주는 것이요.(웃음) 천주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를 수 있게 앞으로 노래 연습 하려고요.


(웃음)부르려고 생각하고 있는 곡이 따로 있나요?

관형 그 탁재훈의...

지훈 미안하다? 그만하자?

관형 (웃음) 그래 그거 그만하자, 여기서 끝내자. 제목이 참 다행이다 였어.


이관형 선수 본인은 여자친구 계획은 없나요? 한동안 게임 닉네임도 SOLO 였잖아요.

관형 저는 이제 사귈 일이 없을 것 같아요. 나이도 있고요. 저는 이제 남자와 여자 사이의 관계에서 해탈한 느낌이에요. 여자도 남자도 다 똑같이 보고 있어요.

일동 응?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팬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관형 저희가 항상 잘하진 못 하는데, 잘하든 못 하든 늘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에게 감사드려요. 저희와 관련된 기사에 악플이 100개가 달려 있더라도, 응원하는 댓글이 2~3개만 달려 있으면 그 댓글들을 보고 많은 힘을 얻고 있어요.

천주 저 같은 경우엔 대회에서 큰 실수를 많이 안 해서 욕을 많이 안 먹은 것 같아요.(웃음) 앞으로도 대회에서 부족한 모습 없도록 열심히 할 거예요. 페이스북에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감사해요. 많은 분이 페이스북에서 친구 신청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용산 직관도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펨코 사람들이 NLB 결승할 때도 응원 와서 같이 사진 찍었는데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요.

지훈 이번에 저희가 MVP 팀에 들어가면서 재열이 형과 정현이 형이 같이 못 오게 됐는데 그 형들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저도 열심히 할 거예요. NLB 결승할 때 느꼈는데 팬 분들이 거의 다 천주 형만 좋아하더라고요. 여성 팬 분들도 천주 형을 더 좋아하는 것 같고요. 미련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