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급 면에서 우위에 선 팀이 얼마나 강한지 2021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B조를 보면 알 수 있다. 압살하는 경기가 나오는가 하면, 불리하게 출발해도 절대 역전당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팀 간 체급 격차가 너무 뚜렷한 경기라서 반전의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팀은 EDG다. 협곡 안에서 어떤 사건-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중반부터 그냥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으로 끌고 갈 줄 안다. EDG는 데토네이션 포커스미(DFM)을 상대로 초반부에 갱에 당하고 한타에서 패배, 협곡의 전령을 두 개나 연달아 내주는 손해를 보고 시작했다. 하지만 앞서 본 손해가 무색할 정도로 냉혹한 운영을 하는데, 어디서 득점해서 앞서갈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 차가운 운영과 딜러진의 활약이 밑바탕되는 팀으로 3전 전승을 거뒀다.
EDG는 B조 2위인 T1을 상대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다. 가장 돋보이는 점은 상대를 먼저 끊어내면서 교전을 열 줄 안다는 점이다. T1트위스티드 페이트가 교전과 시야에서 우선권을 쥘 만한데, EDG는 밀리지 않았다. '스카웃' 이예찬 사일러스의 적절한 궁극기 활용 뿐만 아니라 팀적으로 상대 움직임을 예측해 먼저 킬을 올리는 플레이가 나왔다.
T1과 3-4위에 있는 100 씨브즈와 DFM의 사이에는 넘기 힘들어 보이는 선이 그어져 있었다. T1은 첫 경기에서 DFM을 상대로 19분 만에 경기를 끝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100 씨브즈를 상대로도 20분 전후로 2차 포탑을 모두 밀어낼 만큼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해당 스노우 볼이 EDG전에서만 흐름이 끊겼는데, 이를 어떻게 이어갈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B조 3일 차 경기에서 의외로 각광 받는 픽이 있었다. 바로 뽀삐다. T1의 '오너' 문현준은 이동기가 생명인 루시안을 억제하기 위해 뽑아 들었다. 100 씨브즈가 초반 라인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뽑은 루시안이 뽀삐에게 초반에 두 번이나 연속으로 끊기면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너'의 뽀삐는 탈진을 포기하고 점화까지 선택한 루시안-나미 카드를 봉쇄하는 역할을 해냈다.
다음으로 뽀삐를 뽑은 선택은 DFM의 탑 라이너 '에비'다. 우르곳을 비롯한 '에비'의 저격밴은 이제 익숙해졌는데, 세트-나르까지 밴되면서 나온 네 번째 카드가 뽀삐다. 제이스를 상대로 나왔으나 아쉽게 스노우 볼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 한 끗 차이로 EDG '플란드레' 제이스를 살려 보내는 장면이 연이어 나왔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상대를 날려버리며 위기를 모면하는 플레이는 성공적이었다. 두 팀에게 선택받은 뽀삐는 상황에 따라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픽처럼 보였다.
그룹 B조는 1-2위와 3-4위 간에 격차가 뚜렷해 보이기에 가장 눈에 띄는 승부는 역시 T1-EDG의 대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스프링의 EDG라면, 탑 라인의 '플란드레'를 공략하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해당 약점마저 서머를 거쳐 보완한 것처럼 보인다. 최근 T1 역시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는데, EDG를 꺾기 위해 준비한 변수는 무엇일지 16일 B조 2라운드 경기를 통해 지켜보도록 하자.
■ 2021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B조 2라운드 일정
1경기 DFM vs EDG - 10월 16일 오후 8시
2경기 T1 vs 100 씨브즈
3경기 EDG vs T1
4경기 100 씨브즈 vs DFM
5경기 DFM vs T1
6경기 100 씨브즈 vs E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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