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게임 산업 협력을 도모하는 토론회가 세계일보 주최로 29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국내 게임 산업이 중국에 진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은 전 세계에 빠르고 강하게 진출하고 있다"며 "한국이 중국과 협력해 전 세계 게임 산업을 선도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행사에는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다니엘 이(Daniel Yee) 퍼펙트월드 부사장, 이정표 넷이즈 TA 매니저, 구본국 컴투스 사업운영센터장, 서정욱 위메이드 중국 법인장이 참석했다.

▲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한국과 중국이 게임 산업에 있어 동반자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2000년대 중반 게임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한국 게임이 크게 이바지했다"며 "한국 게임사가 만들면 중국 측이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서로가 성장했다"고 짚었다.

현재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은 판호 미발급으로 막힌 상태다. 위 학회장은 중국 게임 산업의 과제를 한국 게임이 해결해준다면, 판호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가 제시한 중국 게임 산업 과제는 성장 단계를 지나 질적 성장의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 중국 내부에서는 게임 산업이 정체됐다는 것, 텐센트와 넷이즈 등 거대 게임사가 독과점하고 중소 개발사는 도태된다는 것, 개발자 창의성 문제, 중국 게임의 서구 시장 진입의 한계 등이다.

위 학회장은 "중국이 사드로 인한 한한령 체제를 청산하고, 게임 시장을 개방한다면 양국이 서로 발전할 수 있다"며 "한국이 가진 IP와 게임 개발 기술력은 중국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것"이라고 제시했다.

▲ "저작권 문제부터 청산해야"

다만, 위 학회장은 먼저 한중 게임사 간 저작권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일부 중국 게임사는 넥슨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와 '던전앤파이터', 위메이드 '미르2' IP를 모방한 게임들을 내놓고 서비스한 전력이 있다. 또한, 위 학회장은 "텐센트의 '화평정영'은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의 저작권 침해가 아닌가하고 여겨진다"며 "한중 게임 산업이 서로 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저작권 문제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니엘 이 퍼펙트월드 부사장은 중국 게임 산업의 현재를 소개했다. 다니엘 이 부사장은 "중국 정부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집약적 발전을 도모했고, 산업이 발전하면서 판권 의식도 높아졌다"며 "강화된 중국 저작권법은 오는 6월 시행된다"고 전했다. 이어 "판권 소유자인 게임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권익을 보호하고, 게임 개발자들에게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니엘 이 부사장은 중국 게임 산업이 다른 산업과 융합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 중이라고도 전했다. 그는 "관광, 교육, 스포츠 등 다양한 산업이 게임과 융합하고 있다"며 "파생된 상품은 게임 산업 파이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중국 게임사가 게임에 더 많은 기능을 반영해 사회적 가치를 다하는 산업 활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다니엘 이 퍼펙트월드 부사장

아울러 다니엘 이 부사장은 "중국 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만큼, 게임은 중국 문화 전파의 새로운 방식이 되고 있다"며 "안정적인 한미일 시장과 더불어 인도, 러시아 신흥시장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게임의 세계화는 중국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릴 기회"라며 "전 세계 유저에게 수준 높은 중국 기술 게임을 소개하고, 풍성한 문화 콘텐츠를 인정받겠다"고 자신했다.

한중 게임 산업 발전에 대해서는 e스포츠와 기술 인재에서 가능성을 봤다. 다니엘 이 부사장은 "한중 게임사 e스포츠 경기 생방송과 파생 상품 협력을 기대하고, 게임 인재 공동 육성을 통해 양국이 같이 발전할 기회를 추구해야 한다"며 "2022년 수교 30주년이 게임을 교두보로 양국이 공동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정표 넷이즈 TA 매니저는 중국 현지에서 느낀 산업 특징을 전달했다. 이정표 매니저는 현재 중국 내수 시장은 포화 상태이며, 국제화를 위해 북유럽 및 북미 개발사와 직접 협력을 가속화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게임 산업을 "일단 깃발부터 꽂고 시작한다"고 표현했다.

그는 중국 게임 산업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그래픽 디자인, 해외 게임 개발 기술 습득 사이클은 급성장했으나, 게임 기획, 시스템 설계,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는 정체됐다"고 요약했다.

이정표 매니저는 "최근 중국 게임 업계 내에선 AAA급 게임으로 북유럽 및 북미를 따라잡고자 한다는 욕망이 많다"며 "젊은 세대 게이머나 개발자가 PS, Xbox를 통해 게임을 접하다 보니, AAA급 게임에 대한 갈망이나 동경이 생겨났다"고 소개했다. 이어 "개발 기간과 규모도 AAA급 게임에 맞춰 200억 원, 3~4년 걸릴 프로젝트도 흔해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국에서는 미호요를 필두로 한 도전적인 게임 창업 열풍이 시작되고 있다. 중국 내에선 미호요가 텐센트 도움 없이 '원신'을 매출 최상위권에 올리고, 잠깐이나마 '왕자영요'를 누른 게 큰 화제였다고 한다. 이어 '블랙미스 오공'처럼 최고 품질에 도전하는 게임이 북경과 항저우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 구본국 컴투스 사업운영센터장

구본국 컴투스 사업운영센터장은 '서머너즈 워'가 외자판호를 받게 된 계기를 스스로 분석해 설명했다. 컴투스는 이미 2003년부터 중국 '차이나 모바일'과 협력해 사업을 전개해 나갔다. 그리고 중국 내에서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나갔다. 하얼빈 공과대학과 산학협력을 체결하거나 중국 골프 유망주를 지원하는 게 대표적이다.

컴투스는 한한령 기간에도 '서머너즈 워'를 주제로 한 중국 시티투어를 진행했다. 2019년 3월 청두 지역을 시작으로 베이징, 스자좡, 선전, 상하이, 광저우, 항저우, 총칭에서 행사를 열어 '서머너즈 워' 중국 유저를 만났다. 구본국 센터장은 "오프라인 행사와 더불어 온라인으로 항상 유저와 소통했으며, '서머너즈 워' 모든 이미지를 중국어로 만드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며 "외자 판호를 받은 배경에는 단기간 성과가 아닌, 오랜 기간 노력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 서정욱 위메이드 중국 법인장

서정욱 위메이드 중국 법인장은 한국 게임의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MOBA 장르와 같이 e스포츠화할 수 있고, '게임의 본질'에 가까운 플레이 방식이 환영받는 추세"라며 "의외로 현질 유도 게임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어 "무거움과 가벼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게임이 인기를 끈다"며 "일례로 하드코어한 게임 플레이에 조작은 간편한 방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중국 게임 산업은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게임 시장의 배포 채널도 바뀌고 있다. 과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360, 샤오미, 화웨이 앱 마켓은 영향력이 현저히 감소했다. 최근에는 탭탭과 같은 광고를 통한 게임 배포 방식이 주류가 됐다. 그러다 보니 광고집행비가 늘어났다. 일부 게임사는 매출의 60~80%까지를 광고비로 사용한다.

서정욱 법인장은 과거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와 같은 중국 진출로 인한 '초대박의 꿈'을 포기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 내 Top 100 게임 중 60%는 3년 이상 운영된 오래된 게임, 최상위권에 들어가는 신규 게임은 1년에 1~2개 정도"라며 "텐센트와 넷이즈와 계약 후 대박을 치는 공식은 이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눈을 2~3선 도시로 돌리면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생긴다"며 "다양화되고 파편화된 중국 시장 니즈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결국 판호는 해결 가능한 문제, 게임이 중국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며 "다만, 텐센트나 넷이즈는 이미 받은 판호가 많으므로 중국 지방 정부나 지역 퍼블리셔와 협력하는 방법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판호 총량을 제한하기에 텐센트나 넷이즈와 같은 거대 게임사는 오히려 판호를 받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서정욱 법인장은 "판호 문제는 지역 퍼블리셔와 충분히 상의하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지방 정부와 협력하는 것은 지역에 투자하고 현지 게임사와 합자 법인을 만드는 방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