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에서 새로운 코너 '전설을 찾아서'를 시작합니다. 오래 전 옛날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주었던 전설적인 게임 영상들을 여러분에게 다시 보여드리고자, 묻혀있던 영상을 하나씩 발굴해내어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과거의 레전드 영상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추억에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작은 고추의 매운맛을 보여주마! 폭풍저그 홍진호가 간다!

▲[전설을 찾아서 #15] 홍진호 레전드 영상

1등만을 기억하는 세상. 이것이 '무한 경쟁 사회'인 오늘날의 단면입니다.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 축제 '올림픽'에서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가치는 '금메달 획득'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죠. 이런 이야기는 비단 올림픽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경쟁 요소'가 담긴 모든 요소에 똑같이 적용됩니다.

물론 치열한 승부의 세계인 '스타리그'도 예외일 수는 없었습니다. 팬들은 승자의 빛나는 모습에 열광했고, 패자는 차츰 잊혀지는게 당연한 수순이었죠. 하지만 이런 '스타리그'에서도 만년 2등이지만 멋진 승부, 팬들의 기억에 남는 게임을 보여주던 선수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프로게이머'라는 이름보다 방송인으로 더 알려진 황신, '폭풍저그' 홍진호입니다.

홍진호의 명경기를 찾아보자니, 팬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승리보다는 '멋있는' 패배가 더 많았습니다. 2003년 마이큐브 스타리그 4강 진출권을 두고 치러진 경기에서 맵 특성상 압도적으로 불리한 대 프로토스 전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자신의 저그를 사랑해주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저그를 선택하는 모습, 이후 불리한 상황 속에 찾아온 재경기의 기회를 마다하고 '프로다운 승리'를 위해 깔끔하게 승부를 포기하는 모습 등은 그의 프로게이머로서의 자긍심을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었죠.

하지만, 그에게 '멋진 승리'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의 수많은 시합 중 팬들의 기억에 '폭풍 저그'의 귀환을 알렸던 경기, 이른바 '6.20 황색혁명'으로 불리는 2009년 신한 프로리그 김택용 선수와의 경기를 보시죠.

▲090620 신한 프로리그 08-09 5R 4주차 SKT-공군 3set 김택용 vs 홍진호

유난히 비바람이 거세던 이날, KeSPA 랭킹 2위에 저그전 22승 4패(최근 대 저그전 7연승)의 압도적인 기록을 보유한 SKT 김택용과 홍진호의 경기가 진행됐습니다. 그냥 상대도 아닌, 대 저그전 스페셜리스트 김택용과의 경기에 있어 735일간 공식전 승리를 한 번도 따낸 적 없는 홍진호의 승리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죠.

하지만 이날, 2번의 페이크에 걸친 '2cm 드랍'을 시도한 홍진호는 그 김택용을 상대로 승리를 따냅니다. 결과적으로 그가 속한 공군팀은 패배하지만, 이날의 MVP는 누가 뭐래도 '황신', 홍진호였습니다.

이외에 '홍진호' 하면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로 최연성의 테란을 상대로 보여줬던 '장판파'를 빼놓을 수 없겠죠. 이미 경기의 흐름은 최연성에게 기울었지만, 감히 100만 대군이라 불러도 무색하지 않을 테란의 물량을 디파일러와 러커 에그로 잠시나마 막아내는 영상입니다. 홀로 대군을 막아내는 그의 모습에서,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프로다운 경기를 보여주려는 그의 뜨거운 기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상으로 확인해보시죠.

▲050909 So1배 스타리그 16강 홍진호 vs 최연성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지만, 2등도 많이 하면 이렇게 기억해 준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서 기쁩니다.”

2011년 6월. 그의 10년의 프로게이머 활동을 마무리하는 은퇴식에서 홍진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그의 이단아'이자, 비록 경기에 지더라도 프로다운, 멋진 모습을 보여줬던 '황신' 홍진호. 프로게이머로서의 길을 마무리하고 '방송인'으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해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의 이름은, 1등만 기억되는 요즘 세상에서 '2등'의 위대함을 그 누구보다 확실히 증명한 '전설'로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전설을 찾아서' 코너에서는 유저 여러분의 영상 제보를 적극 환영합니다. 일생에 한 번 나올 법한 게임 플레이,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게임 관련 비디오 등 '레전드' 영상을 알고 있거나 소유하고 계시다면 이메일(desk@inven.co.kr) 인벤 쪽지(Sawual)를 통해 제보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