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팩토리얼게임즈 ⊙서비스: 4:33
⊙장르:
액션RPG ⊙플랫폼: iOS, 안드로이드 ⊙출시: 2016.02.25


"로스트킹덤"

'블레이드'로 액션 RPG의 유행을 이끌었던 4:33이 준비한 대작 액션 RPG. 어떻게 보면 '블레이드'가 열었던 모바일 액션 RPG 계보를 이어갈 작품이자, 네시삼십삼분의 새로운 승부수로 제시한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만큼 네시삼십삼분이 공들여 준비했고, 마케팅도 엄청났다. 국내에도 '레골라스'로 잘 알려진 '올랜도 블룸'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고, 지난해 지스타 맞은편 건물에 붙어 있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출시에 가까워진 때부터는 매일매일 출퇴근을 반복하는 지하철과 TV에서도 그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으니까.

레골라스 형...!

그만큼 기대도 많이 받았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사전예약은 거의 90만 명에 육박하는 유저들이 몰렸다. 그리고 지난해 말 카카오를 떠나 홀로서기를 선언한 로스트킹덤은 그들의 말대로 2016년 1분기, 2월 25일 우리의 곁으로 찾아왔다.

네시삼십삼분의 새로운 4번 타자인 '로스트킹덤'은 2월 29일 구글 플레이 기준 매출 13위에 머물렀고, 오늘 자에는 10위권 안쪽으로 진입에 성공했다. 확실히 이 정도면 신작으로서는 아주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것이고, 거기에 걸맞게 게임 자체의 완성도도 높은 편이다.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음에도 개인적으로 '로스트킹덤'은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왜냐고? 그 이유를 지금부터 게임을 둘러보며 조금씩 풀어보려고 한다.

일단 여캐가 별로 이쁘지 않아 대검남캐를 골라봤다.



많이 봐 왔던 느낌이 드는 '직관적'인 콘텐츠

참 익숙한 화면이다...

'모바일 RPG'라면 항상 볼 수 있는 모습들. 로스트킹덤도 예외는 아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재화와 장비를 마련하고, 그렇게 얻은 장비를 강화하고 등급을 올리는 진화를 하면된다. 그리고 이제 요일마다 열리는 던전에서 특별한 재료들을 얻고, 게임 내 골드가 부족하니 골드 던전에서 돈을 번다.

모바일 RPG를 즐겨 본 유저들이라면 대충 한 10분이면 게임에 대한 파악이 거의 끝난다. 좋게 말하면 직관적이며 친근한 콘텐츠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뇌리에 남을 정도로 개성있는 콘텐츠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보던 콘텐츠라서 그런지 일단 게임을 해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질문에 답을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똑같은' 게임은 아니다. 실시간 파티 플레이로 진행하는 던전도 있고, 대전 역시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아 참, 일단 대전을 하려면 레벨업을 먼저 할 것을 추천한다.

PvP 콘텐츠인 '리그전'이나 '난투' 역시 레벨에 따른 보정이 거의 없어서 레벨과 장비가 좋으면 소위 말하는 깡패가 된다. '컨트롤로 극복한다' 같은 건 '비슷한 능력'을 가진 상대에 한해서다. 리그전이 막 열리는 14레벨에 '구경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35레벨 유저한테 줘팸줘팸당하고 2초 만에 끝났다. 저레벨이라면 얌전히 참여 보상이나 받으며 와신상담해야 한다.

바나나가 2초만에 터졌다ㅠ 여기서는 레벨과 장비가 깡패다.

전세계 어딜 가나 모바일 RPG라면 대부분 이런 형태의 콘텐츠들을 제공하는 편이니 이게 단점은 못된다. 중요한 것은 '순환'이다. 크게 PvP와 PvE로 나눠지는 콘텐츠들을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 PvE → PvP → PvE ]와 같은 방식으로, 혹은 [ 미션 수행-스테이지 진행-PvP 참여-퀘스트 수행 ]등등 유저들이 콘텐츠를 차근차근 순환할 수 있게 하는게 중요하다. 하지만 로스트킹덤은 이부분에서 약간 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정벌 에너지를 전부 소모했다 한들, 퀘스트나 일일 미션, 임무가 아니고는 정벌 에너지를 수급하기가 너무 어렵다. 친구에 의존하는 부분이 너무 높은데, 친구가 없는 사람은 너무 괴롭다. PvP나 일일 콘텐츠들 즐겨 봐도 수급되는 정벌 에너지는 자연 회복뿐. 초반에야 레벨업을 하고 이래저래 받을 수 있는 정벌 에너지로 꾸준히 즐긴다 쳐도, 그 이후로는 PvP와 PvE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 점이 아쉽다.

마련해놓은 콘텐츠들이 자연스럽게 순환하는 게 아니기에 강제로 휴식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게임에 몰입하려는 유저들의 호흡을 강제적으로 끊는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잘 다듬어진 액션과 연출. 그로기, 반격 액션은 "GOOD"

특정 보스의 특유 '그로기 액션'. 왠지 E를 누르고 있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절...

'액션'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일단 캐릭터의 모델링도 상당히 잘 구현됐고, 스킬의 이펙트나 모션도 크게 부자연스럽거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로스트킹덤'이 개성으로 내세운 '그로기 액션'은 훌륭한 편. 틈틈이 몬스터가 나자빠졌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강력한 일격을 넣는 재미가 있다. 매 스테이지 최종 보스 특유의 그로기 액션은 꽤 멋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액션'은 조작하는 것보다는 보는 것에 더욱 가까운 시대인 만큼, 로스트 킹덤은 보는 재미도 쏠쏠하게 연출도 나름 잘 꾸며놨다.

개인적으로는 '반격'이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타이밍의 몬스터의 공격을 막아내면, 캐릭터가 공격을 튕겨내면서 역으로 카운터 어택을 날린다. 막는 모션에서 이어지는 반격은 훌륭하다. 뭔가 성공했다는 뿌듯함이 들기도 하고, 이 게임에서 가장 훌륭한 타격감과 연출을 보여주는 멋진 액션이라고 생각한다.

반격 액션은 정말로 멋지고 손맛도 좋다. 내손이 안좋아 잘 못쓰는 것일뿐....

또한 로스트킹덤의 조작성은 '모바일 게임'으로서는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반격과 그로기 액션뿐 아니라 난이도도 초반부터 제법 있는 편이라 신경 안 쓰고 막 누르고 있다간 툭하면 나자빠지는 내 캐릭터를 흔히 볼 수 있다. 자동전투에 스킬 사용을 넣어도 틈틈이 방어나 회피를 누르지 않으면 캐릭터가 툭하면 쓰러질 정도다. 그렇다고 HP가 심하게 깎이거나 하는 건 아니라 부담은 없고, 결론적으로 그냥 조작하는 게 훨씬 스테이지 클리어가 빠르다. '조작 > 자동'이라는 트렌드이자 공식은 여전히 성립된다.

로스트킹덤의 액션은 정말 좋은데, 그래도 뭔가 2% 정도 아쉬운 느낌이 있다. 일단 왜 '진동 기능'이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좋은 액션으로 등장하는 임팩트있는 연출을 더욱 강조할만한 진동 기능이 없는 부분은 아쉬움을 넘어 의아할 정도다. 설정으로나마 사용자가 직접 세팅하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사운드도 전체적으로는 액션과 어울리는 듯하지만, 조금 뜬 느낌이 있다. 베는 소리와 느낌이 나쁜 건 아닌데, 베는 것보다는 '때리는 소리'가 좀 더 잘 어울리는 때가 있다고 해야 할까? 이 부분은 유저들마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도 하고, 사실 크게 지적할만한 건 아니다. 어차피 다들 소리 끄고 진동모드로 한 다음에 자동으로 플레이할 테니까.

아참, 깜빡할 뻔했는데 '탈것'을 이용한 액션은 정말 괜찮다. 중요하니까 두 번 말해야겠다. 탈것을 이용한 액션은 정말 괜찮다.

탈것을 타면 스킬도 변한다. 이건 정말 재미있다!



다소 아쉬운 편의기능, 로딩 시간은 개선이 필요

로스트킹덤을 하면서 가장 의아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마을'이다.

PC 온라인에서 NPC들이나 창고, 은행 등 기능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었던 '마을', 혹은 '광장'이라고 불리는 장소는 모바일에서 의미를 잃었다. 대부분 메뉴에서 모든 행위가 이뤄지고, 그렇기에 '마을'은 간단히 자신의 캐릭터나 동료의 모습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치는 부분이었다. 이게 한국에서 보여준 RPG들의 '마을'이다.

그러나 중국 쪽의 RPG를 살펴보면, 마을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NPC를 또 따로 배치해놓고 퀘스트나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진입하는 경로를 만들어놓는다. 유저들이 마을에서 커뮤니티를 이루고, 하나로 모일 수 있을만한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마치 온라인 RPG처럼. 아마 로스트킹덤도 이런 부분을 노렸지 않나 싶다.

그러나 로스트킹덤의 마을은 현재로서는 발목을 잡는 요소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마을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NPC와 대화는 할 수 없고, 그저 그들이 주절대는 말 몇 마디나 읽어볼 수 있는 게 끝이다. 스토리의 진행 상황 따라 대사가 달라지긴 해도 유저들이 얼마나 유심히 지켜볼지는 모르겠다. NPC에게 접근을 해도 관련 기능이 열리지 않기에 더욱 그런 부분이 큰 것 같다.

마을을 만들어 놓은 것 자체는 좋은데, 활용을 못하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친 로딩 시간으로 인해 이 마을이 더욱 귀찮고 짜증 나는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나칠 정도로 로딩 시간이 길다는 점은 유저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마을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로딩은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편의 기능도 조금 더 개선이 필요할 것 같아 보인다. 스테이지를 반복할 수 있는 '재도전'도 한 번만 누르는 게 아니라, 전투 시작 버튼을 또 눌러야 한다. 장비 분해는 무기와 방어구로 나뉘어 있는데다, 통합 분해는 '등급'별로 한꺼번에 분해를 해야 하는 점 역시 불편한 느낌이다. 수많은 메뉴들도 아직 정리가 좀 덜된 느낌이다.

이 팁만 꽤 오래 보게 된다. 로딩 시간 개선은 꼭 필요하다.



완성도는 좋다. 하지만 '매력'을 좀 더 갖췄다면...

'로스트킹덤'은 분명히 잘 만든 게임이다. HIT와 같은 최신 액션게임과 차별화되는 요소를 보여주려는 고민이 잘 녹아있다고 할까? 일단 그래픽 역시 충분히 잘 뽑혔고, 남들이 갖고 있는 콘텐츠도 충분히 다 가지고 있다.

액션은 정말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로기 액션과 방어-반격 시스템, 그리고 가끔씩 등장하는 '탈것'을 이용한 액션은 로스트킹덤이 강점이자 무기로 내세우기에 손색이 없다. 단순히 조작하는 재미를 넘어서 보는 재미까지 살리려는 노력이 충분히 담겨있다.

하지만 세세한 편의 기능은 아직 부족한 편이고, 로딩은 지나칠 정도로 길다. 특징이자 장점으로 내세웠던 마을은 불편한 로딩의 주범이라는 낙인만 찍히고 있다. 메인 스토리가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건 전달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런 세밀한 부분들이 너무나 아쉽다. 마치 4번 타자가 된 유망주가 아직 경험이 부족해 미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콘텐츠의 순환 구조와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더 고민했다면 훨씬 멋진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차세대'라고 부르기엔 아직 이르지 않을까...그래서 너무 아쉽다.

개인적으로 '로스트킹덤'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짙게 남았는지도 모른다. '블레이드'로 모바일 액션 RPG의 새 지평을 열었던 네시삼십삼분의 작품이기에, '로스트킹덤'은 차세대 모바일 액션 RPG의 모습을, '세대교체'를 시작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어주길 바랬다.

로스트킹덤은 차세대를 추구하는 모습과 차별화에 대한 고민은 많이 녹아있다. 그러나 아직 완벽하게 새로운 세대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다. 분명히 기존 게임들에 비해 개선과 발전이 있었지만, 그걸 '차세대'라고 할 정도로 혁신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잘 만든 게임이고 재미도 있다는 건 다운로드와 매출 순위가 이야기해주고 있지만, 순위가 다가 아니다. 아직 업데이트도 많이 남아 있고, 추가될 콘텐츠도 아직 남아 있다. 다행히 개발팀에서도 유저들의 불만과 의견을 빠르게 접수해 로딩 속도 개선과 추가 콘텐츠를 예고한 상태.

로스트킹덤은 앞으로의 성장과 수명을 좌우할 수 있는 기로에 서있다. 말 그대로 잃어버린 왕국이 될 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왕국이 될 지. 앞으로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