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서밋] VR에 가장 알맞는 UX, 어디서부터 고민해야 하는가?
정재훈 기자 (Laffa@inven.co.kr)
수수한 PPT와 짧게 자른 턱수염. 폴라리언트의 최영재 대표가 처음 강단에 섰을 때, 사실 조금 정신이 없었다. VR 서밋의 둘째 날, 빡빡하게 짜인 강연 스케쥴표 때문인지, 전 강연자가 강연을 마치고 내려온 그때, 최영재 대표의 강연까지 남은 시간은 단 1분이었다.
'VR을 위한 UX를 제작할 때 고려해야 할 점'
강연의 주제였다. 사실 이와 같은 주제는 이미 수없이 많은 강연에서 다뤄졌고, 그 각각의 강연이 그만큼 많은 게임, VR 관련 컨퍼런스에서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아직 확실한 정답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2D 세계에서 사용되던 기존의 UX를 그대로 차용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진 게임을 플레이해본 후, 기자는 UX만으로도 멀미가 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떤 내용이 나올지 궁금했다. 단순한 방법론인가? 혹은 획기적인 아이디어인가. 하지만 모두 아니었다. 최영재 대표는 VR UX를 구체적으로 기획하기 이전의 이야기를 꺼냈다. 어째서 VR 관련 UX는 특별해야 하는가에 대한 원론적 이야기를 말이다.
먼저 그는 '차원(Dimension)'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2D로 표현되는 3D, 즉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3D 게임을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표현했고, 동시에 VR로 구현되는 3D는 '앞에 있다'라고 표현했다. 앞에 있는 것과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이를 두고 최영재 대표는 "VR의 특징은 실제로 현실을 보는 것과 같은 시각적 자극을 준다."라고 정의했다.
그 때문에 기존의 2D 화면으로 구현되는 3D의 UX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VR이라는 미디어에 굉장히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스팀 VR'의 인터페이스는 2D 버전의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가상 공간으로 옮긴 모습인데, 이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때 드는 생각은 잠깐의 신기함이 전부다. VR 공간 안에 또 하나의 모니터를 만들어 두었다는 느낌. 그것이 전부다.
이는 최영재 대표가 VR에 맞는 UX가 뭔지 고민하는 이유가 되었다. VR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적화된 UX의 모습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어 그는, '추상화'가 주는 효과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추상화는 칸딘스키나 몬드리안의 그 화풍을 말하는 것이 아닌, 정보의 간소화이다. 그는 '인지적 구두쇠'라는 개념을 사용해 강연을 이어갔다. '인지적 구두쇠'의 뜻은, 같은 정보를 받아들일 때 더 단순한 구조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복잡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일지라도, 어떤 기능적인 부분을 알아야 할 땐 더 단순한 쪽을 찾게 된다는 말이다. 이는 미적인 호불호에 관계없이 리소스를 줄이기 위한 뇌의 본능에 가깝다. 그래서 최영재 대표는 VR에 맞는 UX는 최대한 단순한 형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VR의 약점 중 하나는 '조작'의 정밀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여기에 복잡한 UX까지 갖춰지면 장점인 몰입도를 상하게 할 수 있다.
강연을 시작함에 앞서, 그는 80년대 처음 만들어진 '홈비디오'에 대해 설명했다. 홈비디오가 나오기 전에 '영상'이라는 매체는 상호작용의 개념이 없는 단방향의 미디어였다. 제작자와 소비자가 구분되는 콘텐츠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홈비디오가 친숙해지면서 영상은 더는 제작자가 특정되지 않는 광범위한 콘텐츠가 되었다.
어떤 콘텐츠나 미디어라 해도 다르지 않았다. 컴퓨터가 처음 보급되었을 때 사람들은 컴퓨터를 어려워했지만, 몇 해가 지난 이후, 컴퓨터는 생활의 상식이 되었다. 스마트폰이 퍼지기 시작했을 때도 대중은 낯설어했을지언정 빠르게 스마트폰에 적응했다. 그리고 현재, 스마트폰은 생필품의 범주에 들어간다.
VR 또한 마찬가지다. 최영재 대표의 강연은 결국 '정답'이 없이 끝났다. 하지만 그 누가 현 상황에 정답을 내릴 수 있을까? 수없이 많은 종사자, 그리고 연구원들이 최적화된 VR UX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다. 그들 또한 아직 정답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VR이라는 미디어가 대중에게 친숙해지는 시기가 오면, 정답도 보이게 될 것이다. 최영재 대표의 강연은 그 정답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지나쳐야 할 갈림길을 개략적으로나마 알려주는 이정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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