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라면 한 번쯤 어릴 적 오락실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기자만 하더라도 메탈슬러그 시리즈를 클리어하기 위해 동전을 차곡차곡 쌓아 놓고 게임을 플레이하던 기억이 있고, 그 당시 고등학생 형들의 멋진 원코인 플레이를 보며 갤러리의 입장에서 열광했던 경험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PC방과 PC게임, 콘솔 게임 등에 눈을 돌리면서 오락실을 찾는 일은 줄어 갔다. 지금도 종종 오락실의 향수를 떠올리긴 하지만, 예전의 그 맛이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와중 넥슨의 2016년 지스타 모바일 신작 중 오락실의 향수가 듬뿍 들어간 게임을 발견했다. 적에게 한 번이라도 맞으면 죽는다는 게임 방식도 그랬고, 2D 도트 그래픽도 한몫했다. 그 게임의 이름은 바로 이블팩토리다.

국내 게임 업계 중 메이저에 속하는 넥슨에서 내놓은, 레트로 감성의 인디 게임 이블팩토리는 과연 어떤 게임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지스타 현장에서 게임을 개발한 네오플의 황재호 디렉터를 만났다.

▲ 네오플 황재호 디렉터



Q. 이블팩토리는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보기 힘든, 흔하지 않은 장르다. 이런 장르를 선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또한, 레트로 감성의 향수가 가득한데 참고한 고전 게임은 있는가?

이블팩토리와 애프터 디엔드는 인디 게임 장르로 나와 있다. 기존 넥슨 게임에 들어가는 인원보다 조금 더 작은 인원으로 기존에 하지 않았던 게임과 장르에 도전해보자는 콘셉트다. 최근 모바일 시장에서 유행하는 자동 전투나 강화, 성장에서 벗어나 모바일에서도 오락실 게임의 즐거움을 전달해보자는 콘셉트로 새롭게 도전했다.

사실 어려움도 많았다. 이블팩토리의 조작 체계가 모바일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고, 사내 테스트를 5~6회 거치며 개선과 최적화를 진행했다. 참고했던 게임들은 혼두라를 필두로한 80~90년대 여러 가지 고전 게임들이다. 거기에 나오는 보스들도 많이 참고해 현재의 모바일 환경에 어울리도록 적절하게 배합하고 조율하며 개발했다.


Q.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개발자의 입장과 회사의 입장이 다를 수 있었을 것 같다. 회사의 반응과 프로젝트 궤도에 오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넥슨에 굉장히 고마운 부분이다. 기존과 다른 것을 해보자고 경영진에서도 생각해줬고, '기존과 다르다는 것'에 많이 주목해줬다. 기존의 다른 게임처럼 매출 요소나 성장 요소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 넥슨 내부 리뷰 때 걱정을 많이 하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흔쾌히 통과를 시켜주어서 게임을 제작하게 되었다. 사실 인력이 적은 팀이기도 하고, 매출에 대한 압박도 상대적으로 적어 비교적 자유롭다.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서 굉장히 즐겁고 고맙게 진행하고 있다.


Q. 넥스트플로어의 지하연구소처럼 네오플도 별도의 팀을 만든 것인지?

일단은 이블팩토리의 성과가 나오면 그런 시도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작게 시도하고 싶은 사람도 충분히 사내에 있지 않을까. 실험적으로 이블팩토리가 먼저 진행하고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지면 그런 식으로 할 것 같다. 로드컴플릿 같은 경우도 마카롱 스튜디오처럼 작게 작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모델도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에서 공감대가 있다.


Q. 이블팩토리는 공략하는 맛이 있는 게임이지만, 모바일 유저들은 이러한 경향에 익숙하지 않는 유저도 많다. 이런 성향의 유저도 같이 안고 것인지, 아니면 이런 게임만 좋아하는 코어 유저를 타겟으로 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블팩토리의 전략은 '얇고 넓게'다. 내년 초에 글로벌 동시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다른 게임처럼 한국에 집중해서 대중적인 주목을 노리기보단 코어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북미 퍼블리셔에 게임을 선보였는데, 그들도 게임을 보고서 어느 정도 시장이 있다고 판단하더라.

세계의 코어 유저를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블팩토리의 전략이다. 글로벌로 내는 것 자체가 번역과 몇 가지 과정만 거치면 되는 환경이라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시키고 대신에 글로벌에 진출해 넓게 코어 유저를 모으려 한다.


Q. 이런 류의 레트로 풍 게임들이 콘솔에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콘솔 출시 계획은 있는가?

스팀이나 플레이스테이션에 출시하고 싶긴 하다. 그런데 부분 유료화 노선을 잡고 있어서 회사와 먼저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 이런 부분을 정돈하고 기회가 되면 출시하고 싶다. 또한, 이블팩토리는 세로 뷰라 이런 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BM과 뷰 같은 것들이 정리되면 충분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Q. 소규모 게임이 가지는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비용이 적게 들어가서 그만큼 개발 과정이 자유롭다. 이블팩토리 같은 경우는 주기적으로 라이브 업데이트를 한다기보단, 끝이 있고 엔딩이 있는 게임의 형태다. 플레이 타임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확보할 예정이나 다른 게임들처럼 라이브 운영에 시간을 최대한 덜 쓸 생각이다. 그만큼 게임성 자체에만 집중하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어서 개발팀의 입장에서도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Q. 엔딩이 있는 게임의 경우 유료 출시가 많은 편인데, 부분 유료화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부적으로도 유료 출시에 대한 문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부분 유료화 모델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블팩토리의 유료 모델에 대해 설명하자면, 죽었을 때 코인으로 바로 부활하는 형태다. 유료 게임으로 출시하면 이를 덜어내야 해서, 편의적인 요소가 있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 공격적인 유료화가 아니라 유저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그것으로 수익을 내는 밸런스를 잡으려 한다.


Q. 액션 장르와 맞지 않는 모바일 플랫폼의 이용자 편의성을 위해 어떤 부분을 주의해서 개발했는지 궁금하다. 또한, 모바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컨트롤러나 블루투스 기기에 대한 지원 계획도 있는가?

액션 게임이 모바일 플랫폼과 맞지 않는 것은 세밀한 컨트롤이 어렵다는 이유인 것 같다. 이블팩토리를 보면 손을 떼는 순간 게임의 속도가 1/10로 느려진다. 슬로우 모션이 들어가게 되어 유저들이 손을 떼고 붙이는 방식을 통해 공략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게임에서 유리한 환경을 찾을 수 있는 노선으로 컨트롤 부분을 개선하려 했다.

손을 떼면 게임이 느려져 탄막 패턴이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이블팩토리의 컨트롤에서 중요한 점이며, 모바일 환경에서 컨트롤이 어렵다는 부분을 개선한 점이라고도 생각한다. 2D 세로 탑뷰를 선택한 이유도 이러한 뷰가 조작하기가 편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탑뷰로 보고, 직관적으로 8방향 조작이 가능하고, 손을 뗐을 때 유리함을 주는 것이 컨트롤의 핵심이다.

이는 사실 사내 테스트를 할 때부터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게임성은 좋게 봤지만, 조작성에서 점수가 낮았다. 개인적으로 캐릭터의 속도만 100번 고친 것 같다. 이처럼 최적화를 위해 노력했고, 지스타에서 선보이는 버전은 90% 이상 최적화가 진행되었다고 판단했다.

추가 기기 역시 감이 괜찮아서, 시연 버전에는 지원되지 않지만 출시할 때는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내부 테스트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Q. 순수 도트 작품인지, 아니면 스프라이트를 붙인 방식인지 궁금하다. 그래픽이 2D라 작업량이 많았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엔 스프라이트를 했는데 무지막지하게 용량이 커져서 애니메이션을 쓰고 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을 쓰면 그럼 부드러운 맛이 나서 레트로적인 느낌이 안 나더라. 그래서 보스 같은 경우는 스프라이트를 다 쪼개서 애니메이션을 쓰지만, 2D의 맛을 내기 위해 거기에 다시 브레이크를 거는 방식으로 스프라이트를 없이 그러한 느낌이 나도록 작업했다.

보스가 33마리가 들어가 있는데 그 자체로도 작업량이 많았던 것 같다. 패턴이나 도트를 찍는 것만 해도 작업량이 상당했다. 그렇다고 아예 레트로만 추구한 것은 아니기에, 파티클처럼 현대 기술도 많이 들어갔다. 이러한 기술과 도트가 아트적으로 잘 어울리게 배합하는 부분도 꽤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잘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Q. 보스전 기반의 인디 게임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블팩토리가 가지는 경쟁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블팩토리에는 다양한 무기가 있고, 그것들을 조합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본다. 칼이나 총을 쓰는 즉각적인 공격이 아니라 시한장치가 되어 있는 폭탄을 사용해야 하므로 타이밍 계산이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봄버맨 같은. 놓고 적이 올 때 타이밍을 맞춰 터트리는 것이 게임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이것이 차별화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Q. 개발팀의 구성은 어떠한가?

이블팩토리의 개발팀은 총 5명이다. 가장 규모가 작은 줄 알았는데, 로드러너 원이 4명이라 최소는 아니었다. 팀장 및 기획 1명과 도트 아티스트 2명,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 2명이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블팩토리에는 넥슨에서 주로 하는 로그인이나 서버 같은 부분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다. '비행기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게 하자'가 모토였다. 그래서 네트워크 연결과 로그인 없이도 플레이할 수 있다.


Q. 로드러너 원처럼 과거 게임 중 자신의 색으로 바꿔서 내고 싶은 게임이 있는가?

이블팩토리엔 전반적으로 메탈기어 솔리드에 대한 오마주가 많이 들어가 있다. 주인공과 안경 쓴 여자 캐릭터가 계속 무전으로 대화한다는 점도 그렇고, 나름 적의 기지에 들어가는 잠입 액션이긴 하나 액션으로 좀 더 풀어낸 느낌이다. 만일 기회가 된다면 잠입 액션물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Q. 네오플이 만든 다양한 게임들이 있는데, 콜라보를 통해 그 게임의 콘텐츠를 이블팩토리의 도트로 구현할 예정은 있는가?

게임을 출시할 때 스페셜 이벤트식으로 던전앤파이터의 보스가 하나 들어갈 것이다. 더욱 확장한다면 넥슨의 다른 게임들도 도트화 해서 넣고 싶다. 이블팩토리의 줄거리 말고도 그 외에 라이브 서비스할 수 있도록 다른 게임의 보스를 갖고 오는 형태가 나름의 전략이고 목표다. 그 시작이 던전앤파이터이며, 계속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