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및 브라질 게임 시장의 진출 전략과 노하우'를 주제로 한 신흥시장 오픈포럼이 17일, 콘텐츠코리아랩 대학로 분원에서 개최됐다. 이 포럼은 해외 활로개척 사례를 통해 진출 전략을 모색하고 현지 게임 시장의 최신 동향과 전망을 공유하기 위해 열렸다.

신흥시장 현장 설문조사에서 중남미 국가는 2020년 약 21억 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 4번째로 게임 유저가 많은 시장이며 성장 잠재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브라질 게임 시장은 2016년 총매출액 12억 달러 규모로 전 세계 12위를 기록했다. 한편, 브라질 게임 시장은 규모에 비해 자체 개발 인력 부족으로 외국 게임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주관으로 진행되는 이번 포럼에서 펄어비스의 김서윤 온라인사업 팀장은 '펄어비스 X 신흥시장, 어떻게 개척했나'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서윤 PM은 넥슨 크레이지 아케이드 팀장, Daum 검은사막 사업 PM을 역임했다. 이번 포럼에서 김서윤 팀장은 2014년 12월 한국을 시작으로 2018년 1월 동남아 지역 오픈까지, 8개 권역 120여 개 국가에서 12개 언어로 진행된 검은사막의 론칭 전략과 노하우를 전했다.



▲ 펄어비스 김서윤 온라인사업 팀장

해외 진출을 생각할 때, 글로벌 진출 전략은 '글로벌 플랫폼에 얹기'와 '순차적으로 최선을 다해 진출'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대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진출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펄어비스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250만 줄 이상의 스크립트를 9개월간 번역했고 언어당 4~5억 원이 소요됐다고 김서윤 팀장은 포럼에서 밝혔다.

펄어비스가 계속해서 검은사막의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이유는 신규 온라인 대작 게임의 공백과 기존 게임의 노후화로 인해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다. 첫 진출은 어려웠으나 점차 쌓인 노하우는 타국 론칭에 빠르게 적용됐다. 김서윤 팀장은 "첫 진출에 100의 리소스가 쌓였다면, 지금은 30 정도의 리소스면 충분하다"고 전했다. 현재 펄어비스는 지속적인 플랫폼 확장을 위해 검은사막 IP 파워를 강화하고 있다.

게임사에서 글로벌 진출을 결심했다면, 먼저 세계 게임시장을 '글'로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김서윤 팀장은 Newzoo, Superdata, 게임 백서, 스팀 등으로 진출하려는 국가의 시장 크기와 관련 게임을 먼저 파악해보라고 전한다. 현지 경험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도 중요하다. 또한 GDP, GNI와 같이 국가별 경제 사정도 파악해야 한다. 특정 국가는 부의 쏠림 현상으로 인해 대중이 게임을 접하기 힘들 수 있다.

다음으로 현지 파트너를 찾는 과정이다. 파트너는 퍼블리셔, 마케팅 대행사, PG사, 헤드헌터 등이 있다. 단, 고정 관념을 버리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중요하다. 퍼블리셔를 찾으면서도 자체 서비스를 진행하거나 전략적 제휴 맺을 수도 있다. 앞선 과정에서 글로 시장을 파악했다면, 이제 해야 할 것은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다. 김서윤 팀장은 "다 만나보고 신중히, 꼼꼼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역의 경계와 언어, 문화 확인 역시 중요하다. 단순하게 권역 사이즈나 동일 언어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예로,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터키에서는 '크리스마스'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 크리스마스 날짜도 러시아에서는 1월 7일이다. 러시아에서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12월 25일에 진행하면 곤란하다. 또한, 중동에서는 '신(god)' 자체를 언급하면 안 된다. 이 때문에, 펄어비스도 중동 진출 때 검은사막 내 신 관련 단어를 전부 수정했다.

문화는 이벤트를 진행할 때 제대로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김서윤 팀장은 "전 세계 최초로 대만에서 판다 펫을 공개한 적이 있다. 중화권이니 당연히 판다를 좋아할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알고 보니 판다는 중국의 상징이고 대만은 흑곰이었다."라고 전했다.

▲ 대만 특별 이벤트로 판다펫 최초 공개는 큰 실수였다

물론, 언어 차이도 존재한다. 검은사막은 성장 특화 서버로 '올비아' 채널을 운영하는데, 이 단어는 러시아에서 속된 말로 쓰인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에서 성장 특화 서버는 '올리비아'로 정정했다. 같은 이유로 '쿠쿠새'는 터키에서 '구구새'로 바꿨다. 문화와 언어 이슈는 특히 민감하니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다음으로 시드(seed) 유저 관리다. 김서윤 팀장은 단순히 광고가 마케팅의 전부는 아니라고 전한다. 펄어비스의 경우 기업 SNS 영문 버전으로 검은사막의 콘텐츠를 해당 언어권 국가에 지속해서 노출한다. 태국에선 오픈 6개월 전부터 검은사막 커뮤니티를 운영해, 활동 유저 4만 6천 명을 확보했다. 김서윤 팀장은 오픈 전 꾸준한 관리를 통해 핵심 유저와 커뮤니티를 확보하라고 전했다.

마케팅 수단을 확인하고 직접 오프라인 광고 수단을 점검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김서윤 팀장은 "네이버나 인벤처럼 매체 마케팅 수단과 오프라인 광고 수단을 직접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여전히 오프라인 광고가 효과적인 국가가 많다. 타이베이 지하철 역 계단처럼 마케팅 집중 구역은 실제로 유동인구, 어떤 유형의 사람이 지나가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 검은사막의 타이베이 지하철 역 계단 광고는 효과가 좋았다

다음으로 김서윤 팀장은 검은사막의 해외 진출 사례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특징을 소개했다. 먼저, 유저는 다른 나라의 버전을 비교한다. 예로 동남아권 유저은 대만 버전과 비교하고, 대만 유저는 일본 버전과 비교한다. 일본 유저는 한국 버전과 비교하고, 한국 유저와 북미 유저는 서로를 비교한다. 자신이 즐기는 버전이 다른 나라의 버전과 비교해 차별받는다고 느끼면, 유저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가별 ARPPU(첫 달 포함)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본과 북미가 가장 높으며 이어 한국, 대만 유럽 순이다. 남미와 터키,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북미와 유럽은 비슷한 면도 많지만 다른 패턴이 많이 보이는 시장이다. 유럽은 상대적으로 할인에 크게 반응한다.

국가마다 인상적인 이벤트를 범용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든다면 좋은 반응을 이끌 수 있다. 김서윤 팀장은 카마실브 나무 성장기 이벤트를 예로 들었다. 이 이벤트는 우리나라의 식목일을 전 세계 검은사막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바꾼 사례다. 김서윤 팀장은 타 국가에 해당 문화가 없더라도, 잘 녹여낸다면 유저는 아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 국가 별 문화를 활용해 범용적인 이벤트를 기획해 보자

포럼 마지막에 김서윤 팀장은 글로벌 진출 시 주의할 점으로 '고정 관념'을 들었다. 펄어비스가 대만에 진출할 때에 "대만도 이미 모바일 게임 시장이 대세라서"라는 부정적 의견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제대로 갖추고 진출한 검은사막은 바하무트에서 온라인-모바일 통합 인기 게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바하무트는 대만에서 점유율 90% 이상의게임 웹진이다.

이외에도, 검은사막의 해외 진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다양했다. 김서윤 팀장은 "대작 게임이 출석 체크, 신규유저 보상 같은 걸 주면 모양새가 빠지지 않아?"라는 의견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 이후로 유저는 자주 보상을 받는 게 익숙해졌다. 출석 체크를 검은사막에 적용하자 유저 잔존율은 올랐다. 끝으로 김서윤 팀장은 "고정 관념을 바꾸지 못하면 판을 바꿀 수 없다"라며 "각 국가 시장에 대한 마인드도 잘못된 선입견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