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TV와 같은 대중 매체를 접하다 보면, 한번 쯤 들어본 적 있는 유명인사들의 이름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이란, 특정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큰 존경을 받은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기념관이나 단체, 또는 모임을 말하는데요. 보통 야구나 농구, 골프와 같은 스포츠 분야와 문화 예술 분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온라인 카드 게임인 '하스스톤'에서 높은 효율의 오리지널 카드가 명예의 전당으로 옮겨지는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명예의 전당 개념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비디오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세계 비디오 게임 명예의 전당(World Video Game Hall of Fame, 이하 게임 명예의 전당)'이 설립되기도 했죠.

뉴욕 로체스터에 위치한 비영리 교육기관인 '더 스트롱'은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여러 국가에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다양한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상징적인 게임들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매년 4개 이상의 게임들이 선정됐고, 현재까지 총 20종의 작품이 '게임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었는데요. 이번 주 게임이슈'콕!'에서 전 세계의 게임 유저들에게 검증받은 명작 게임 20종은 과연 어떤 것들인지 한자리에 모아서 정리했습니다.

▲ 미국의 국립 놀이박물관 '더 스트롱'

※ 여기서 잠깐! '게임 명예의 전당' 선정 기준은?

◇ 상징성 - 널리 알려지고 유명하며,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게임
◇ 지속성 - 단순한 유행에 그치지 않고,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은 게임
◇ 접근성 - 국경과 지리를 불문하고, 세계적으로 널리 플레이되는 게임
◇ 영향력 - 대중문화, 사회, 엔터테인먼트 등 문화 전반에 영향을 준 게임


■ 2015 게임 명예의 전당 선정작

1. 퐁 (Pong, 1972)


두 개의 막대와 공으로 이루어진 탁구 게임 '퐁'은 비디오 게임 산업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초의 전자 게임은 아니지만, 최초로 성공한 상업적 게임이라고 할 수 있죠. 화려하지는 않지만, 직관적인 게임 플레이, 그리고 공이 튈 때마다 들려오는 상징적인 사운드가 특징입니다.


2. 팩맨 (Pac-Man, 1980)


한 조각 비어있는 노란색 피자 형태의 캐릭터와 색색의 유령들이 등장하는 '팩맨'은 비디오 게임을 대중 문화적 현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케이드 게임을 넘어 가정용 콘솔, 휴대용 게임기, 장난감, 의류, 심지어 가정용품에서도 팩맨을 볼 수 있었죠. 게임이 출시되고 30년도 더 지난 오늘날 팩맨을 주제로 한 영화까지 개봉될 정도이니, 그 영향력은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최신 AAA 게임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3. 테트리스 (Tetris, 1984)


테트리스는 '블럭을 쌓는다'는 간단한 규칙과 매 게임 다른 형태의 퍼즐을 즐길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전 세계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진정한 국제 게임입니다. 테트리스는 현존하는 거의 모든 디지털 플랫폼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데요.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무심한 듯 흘러나오는 러시아 민요 '트로이카'를 들으며 테트리스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4.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Super Mario Bros, 1985)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비디오 게임 프랜차이즈'로 불리는 마리오는 지금까지 약 200개 이상의 게임에 등장하고 2억 6천만 개를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닌텐도의 간판스타가 됐습니다. 1990년대 미국에서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서는 디즈니의 대표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보다 마리오를 알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할 정도였으니, 이제는 닌텐도의 얼굴을 넘어 비디오 게임 업계 전체를 대표하는 얼굴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5. 둠 (DOOM, 1993)


지난 1993년, 존 카멕과 존 로메로가 이끌었던 이드 소프트웨어 개발팀은 1인칭 슈팅 장르를 대중화시키는 획기적인 게임 '둠'을 만들었습니다. 둠은 단순히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것 이외에도 게임의 기본 기능과 부수적인 기능을 분리하는 '게임 엔진' 개념의 시작이라는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둠' 이후에 많은 게임 개발자들은 엔진을 활용하여 유연한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게 됐죠.


6.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World of Warcraft, 2004)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는 출시 이후 수백만 명의 유저들을 가상세계로 이끌며 온라인 생활과 커뮤니티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지난 2004년에 처음으로 공개된 WoW는 몇 개의 확장팩을 거치며 계속 성장을 멈추지 않았고, 오늘날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MMORPG로 거듭났습니다. WoW 출시 이후 약 1억 개 이상의 계정이 생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넘쳐나는 지금도 매달 2만 원에 달하는 정액 요금을 꾸준히 지불하는 유저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 2016 게임 명예의 전당 선정작

1. GTA3 (Grand Theft Auto 3, 2001)


GTA3는 드넓은 오픈 월드에서 펼쳐지는 폭력성 짙은 성인 콘텐츠가 특징인 게임입니다. 유저들은 실제 도시를 구현한 듯 넓게 펼쳐진 자유로운 세상에서 도덕적 잣대를 괘념치 않는 일탈을 경험할 수 있었고, 이는 곧 대대적인 인기를 불러왔습니다. 한편에서는 '깡패 시뮬레이터'라 폄하 당하며 게임과 폭력성에 대한 논평의 주제가 되기도 했지만, 게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이후 등장하게 될 수많은 오픈 월드 게임의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2. 젤다의 전설 (The Legend of Zelda, 1986)


"그래서 초록색 옷 입은 애가 젤다지?"라는 농담으로도 널리 알려진 '젤다의 전설'은 비선형적 탐험 게임을 대중화시킨 작품입니다. 같은 시기에 개발된 '마리오' 시리즈와 달리 꼭 따라야 하는 길의 개념이 없으므로, 유저는 마음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하이랄을 탐험할 수 있습니다. '젤다의 전설'의 독특한 특징들은 게임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RPG 시리즈 중 하나인 '파이널판타지'와 액션 어드벤쳐 게임 '메트로이드' 등 다양한 작품들의 탄생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3. 오리건 트레일 (The Oregon Trail, 1971)


가장 오래된 교육 게임인 '오리건 트레일'은 비디오 게임이 아이들의 학습에도 충분히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입니다. 학생들이 더욱 쉽게 역사를 공부할 수 있도록 3명의 교사가 직접 개발한 '오리건 트레일'은 미국의 역사를 말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서부 개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유저는 긴 여정에 꼭 필요한 물건, 여행하는 방법, 음식이 떨어졌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대처하는 방법 등을 스스로 선택하게 됩니다. 가장 오래된 비디오 게임 중 하나이자, 게임이 교육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앞서 보여준 귀중한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4. 심즈 (The Sims, 2000)


많은 비디오 게임들이 주로 모험과 판타지를 주제로 진행되는 반면, '심즈'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규모 가정생활이 게임으로서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도시 계획 시뮬레이터 '심시티'를 개발한 게임 디자이너 윌 라이트는 거대 도시가 아닌 한 가정의 모습으로 파고들어, 친밀한 인간관계의 탐구를 게임에 담았죠. 심즈는 인간의 경험과 복잡성을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으로, 게임의 개념을 크게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5. 소닉 더 헤지혹 (Sonic the Hedgehog, 1991)


빠른 게임 플레이와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닌텐도의 '마리오'에게 도전장을 내민 캐릭터가 있었으니, 바로 세가의 '소닉 더 헤지혹(이하 소닉)'입니다. 마리오와 같은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지만 캐릭터가 너무 빨라서 화면이 미처 쫓아가지 못하는 연출이나 10분 이내에 액트를 클리어하지 못하면 즉사하는 등의 속도감 있는 게임 플레이는 전 세계의 수많은 유저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갔습니다. 이후 '소닉'은 현재까지 총 1,500만 장 이상 판매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게임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6. 스페이스 인베이더 (Space Invaders, 1978)


외계인과 싸우는 슈팅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는 출시 후 아케이드 장과 가정을 정복하며 비디오 게임을 주류 문화 중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동시에 적기를 격추하는 단순한 형태이지만, 화면 상단에 표시되는 '하이스코어'는 많은 유저들을 게임에 몰두하게 했습니다. 끝없이 갱신할 수 있는 하이스코어는 유저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했고, 이러한 기능은 이후 출시되는 대부분의 아케이드 게임의 표준 요소가 됐습니다.



■ 2017 게임 명예의 전당 선정작

1. 동키콩 (Donkey Kong, 1981)


'동키콩'은 괴물 원숭이에게 납치된 여자친구를 구출하러 간다는, 아케이드 비디오 게임 최초의 이야기가 담긴 게임입니다.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인 스토리와 생생한 사운드는 많은 유저들을 사로잡았고, 미국에서만 10만 대 이상의 아케이드 게임기가 판매됐습니다. '동키콩'은 비디오 게임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 '마리오'가 처음으로 등장한 게임이자, '현대 비디오 게임의 아버지'로 불리는 게임 디자이너 미야모토 시게루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합니다.


2. 헤일로: 전쟁의 서막 (Halo: Combat Evolved, 2001)


헤일로 시리즈의 첫 작품인 '헤일로: 전쟁의 서막(이하 헤일로)'은 모든 세대를 거슬러 가장 인기 있는 1인칭 슈팅 게임 중 하나로, FPS 장르에 대한 유저들의 기대치를 다시 정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최상급 콘솔이었던 엑스박스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하여 뛰어난 그래픽을 구현했고,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니면 플레이하기 쉽지 않았던 FPS 장르를 패드 플레이에 최적화시키며 기존 콘솔 유저들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렸습니다.


3. 포켓몬스터 레드·그린 (Pokemon Red and Green, 1996)


'포켓몬스터 레드·그린(이하 포켓몬)'은 유저가 전투를 통해 수집한 몬스터를 통신 케이블로 다른 유저와 교환하며, 총 151마리에 달하는 다양한 몬스터를 수집할 수 있는 RPG 게임입니다. 귀여운 이미지의 괴물 캐릭터가 서양권 유저들에게 어필하기 힘들다는 초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포켓몬'은 전 세계 게이머들을 사로잡으며 3천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포켓몬' 시리즈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했고, 애니메이션, 굿즈, 영화까지 그 분야를 넓혀 오늘날까지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4. 스트리트 파이터2 (Street Fighter 2, 1991)


기존의 아케이드 게임이 컴퓨터 AI와의 경쟁이나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경쟁에 초점을 맞췄다면, '스트리트 파이터2'는 숙련된 서로 다른 두 유저의 대결에 집중했습니다. 개성 넘치는 8명의 캐릭터는 유저의 숙련도에 따라 다양한 콤보 액션을 구사했고, 대전격투 장르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습니다. 이후 '스트리트 파이터2'는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모탈컴뱃, 버추어파이터, 철권, 킹 오브 파이터즈 등 다양한 대전격투 장르 게임들의 모태가 됐습니다.



■ 2018 게임 명예의 전당 선정작

1. 스페이스워! (Spacewar!, 1962)


'스페이스워!'는 비디오 게임 산업에 영감을 불어넣은 작품입니다. 최초의 비디오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퐁'보다도 더 오래된, 게임 명예의 전당 최초의 비상업적 게임이죠. 두 명의 유저가 우주선을 조종하며 서로를 격추하는 간단한 방식이지만, '중력' 요소가 작용하여 예상외의 게임 플레이를 연출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창안 이후 약 10년간 컴퓨터 디스플레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스페이스워!를 플레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지금의 컴퓨터를 이용한 게임 산업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2. 존 매든 풋볼 (John Madden Football, 1990)


'게임 명예의 전당' 헌액 작품 중 최초의 스포츠 게임인 '존 매든 풋볼'은 스포츠 비디오 게임 장르를 재정의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1988년 애플 매킨토시로 출시된 첫 작품의 큰 실패로 '풋볼은 비디오 게임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이 날 뻔했지만, 전설로 불리는 풋볼 코치 '존 매든'을 영입하여 새로운 시스템을 대거 도입한 이후엔 완벽히 달라진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존 매든 풋볼'에서 볼 수 있었던 실제 경기를 보는 듯한 사실적인 카메라 연출은 이후 많은 스포츠 장르 게임의 기초가 됐고, 오늘날에는 게임이 실제 스포츠 경기에도 영향을 끼치는, 하나의 대중 문화적 현상으로 성장하게 됐습니다.


3. 툼레이더 (Tomb Raider, 1996)


'툼레이더'는 다양한 퍼즐로 가득 찬 고대 유적을 탐험하며 뛰고, 등반하고, 미끄러지고, 수영하는 3D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토대를 쌓은 게임입니다. 물론 '툼레이더' 이전에도 3D 액션 어드벤처는 존재했지만, 남자 주인공만 가득했던 비디오 게임 시장에 강한 여성 주인공 캐릭터 '라라 크로프트'를 등장시켰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죠. 남성 영웅 못지않은 강한 면모를 보이는 라라 크로프트는 시리즈를 거듭하며 하나의 독보적인 아이콘으로 부상했고, 결국 기네스 세계기록에 '가장 성공한 여성 주인공'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4. 파이널판타지7 ( Final Fantasy VII, 1997)


1997년에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발매된 '파이널판타지7(이하 FF7)'는 뛰어난 수준의 3D 그래픽을 구현한 FF 시리즈 최초의 3D 게임입니다. 3D 폴리곤과 풀 모션 비디오 컷씬으로 구현된 FF7의 완성도 높은 스토리는 많은 게이머들을 매료시켰고, 이후 '일본식 RPG'는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주류 장르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됩니다. 기술적인 강점 이외에도 음악과 캐릭터 디자인 등 유저의 취향을 저격하는 매력적인 요소가 가득했던 FF7은 약 1천만 장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했고, 다양한 콘솔 기기가 난립했던 당시에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의 승리를 아끄는 일등 공신이 됐습니다.



◇ 2015~2018 역대 '게임 명예의 전당' 헌액 작품 한 번에 보기

▲ 2015년 선정작 - 팩맨(1980), 퐁(1972), 둠(1993), 테트리스(1984),
슈퍼마리오 브라더스(1985),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2004)

▲ 2016년 선정작 - GTA3(2001), 스페이스 인베이더(1978), 소닉 더 헤지혹(1991),
오리건 트레일(1971), 젤다의 전설(1986), 심즈(2000)

▲ 2017년 선정작 - 헤일로(2001), 동키콩(1981),
포켓몬스터 레드/그린(1996), 스트리트 파이터2(1991)

▲ 2018년 선정작 - 파이널판타지7(1997), 스페이스워!(1962),
툼레이더(1996), 존 매든 풋볼(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