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사람처럼 행동하고 되려 인류를 가축처럼 키우는 세상이 있다면 어떨까. 애완 인간의 건강을 위해 혹은 키우기 편해지려는 명목하에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고 단지 싫증 난다는 이유만으로 유기 혹은 안락사를 하는 세상. '비포 더 나이트'는 이러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호러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사실 공포 게임을 그리 좋아하지 않음에도 이 게임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매력적인 스토리와 유니크한 연출 방식에 첫 번째로 끌렸고 1인 개발 작품이라는 점에서 두 번째로 끌렸다. 귀여움과 고어함이 공존하는 미쳐버린 세계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선과 악을 구분해야 할까. 공포 게임이지만 흔한 점프 스케어 없이 분위기를 이어간 '비포 더 나이트'는 그래서 더욱 뇌리에 깊게 박힐 수 있었다.


게임명: 비포 더 나이트(Before the night)
장르명: 호러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2.07.15
리뷰판: 1.0.0
개발사: 언에듀케이티드 게임 스튜디오
서비스: 언에듀케이티드 게임 스튜디오
플랫폼: PC
플레이: PC

관련 링크: 오픈크리틱 페이지



낮과 밤의 괴리감이 불러오는 심리적인 공포

▲ 이곳 세계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실

비포 더 나이트는 앞서 언급했듯 사람이 가축 취급받는 동물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게임 내에는 이러한 사실을 꽤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일명 갑툭튀라 불리는 점프 스케어가 등장하지 않음에도 심리적으로 공포와 기괴함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처음 이 게임을 보면 동화 같은 느낌의 그래픽 덕분에 귀여운 동물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는 힐링 게임으로 보이기 쉽다. 등장하는 캐릭터도 전체적으로 똘똘한 눈망울과 SD로 디자인해 누가 봐도 매우 귀엽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동물들의 깜찍함은 밤이 되는 순간 끔찍함으로 돌변한다. 귀여운 토끼는 팔 척 귀신도 무서워서 도망칠 정도로 길쭉하고 소름 돋게 바뀌며, 지렁이를 좋아하던 물고기는 기괴한 심해어 같은 느낌으로 탈바꿈한다.

▲ 사람이 말을 하는 걸 이상하게 본다

사실 게임을 하다 보면 게임 내에서 밤이라고 부르는 이것을 정말 밤이라고 불러야 할지 감이 안 잡힐 정도로 주변의 풍경 자체가 크게 달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가령, 일반적으로 밤은 해가 사라지면서 주위가 어두워지는 모습을 떠올린다. 밤이 되었다고 꽃이 식인 식물이 되지 않고 강이 피의 강으로 변하지 않는다. 반면, 비포 더 나이트의 밤은 어두워지는 것을 넘어 주변의 풍경과 생명체의 형태가 기괴하게 뒤틀린다.

밤이 되면 외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사운드와 연출에서도 큰 변화가 생긴다. 밝고 산뜻한 배경음악은 밤이 되는 순간 삽시간에 소름 돋는 느낌의 노래로 바뀌고 화면에 노이즈가 낀 것 같은 느낌으로 돌변해 공포심을 자극한다. 이러한 변화는 순식간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 게임 내에서 밤이 되는 트리거를 하나씩 건드는 순간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오히려 한순간에 바뀌는 것보다 더 숨 막히는 공포감을 일으킨다.

▲ 귀여움과 고어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모습

이러한 극적인 변화는 심리적으로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도록 한다.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기준을 아득히 넘어버리는 변화로 다가오니 미쳐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게임 내에서 의도적으로 빛과 어둠, 밝은 색상과 어두운 색상의 극적인 대비를 이뤄냈다는 점도 이러한 공포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그래서 정말 무섭나요?"라고 물어본다면 "글쎄..."라는 답변 외에는 딱히 해줄 말이 없다. 이는 게임이 3D가 아니라 2D 탑뷰 방식의 게임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게임 내에 의도적으로 시야를 좁게 만들고 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공포를 느낄 수 있도록 짜뒀지만 과한 기괴함과 동화 같은 느낌 때문에 되려 현실감이 떨어져서 생각보다 엄청나게 무섭게 느껴지진 않는다. 이외에도 점프 스케어가 없다는 것, 괴물을 따돌릴 수 있는 다양한 수단과 적을 쓰러트릴 수단이 있다는 점 또한 이를 단순한 공포 게임이 아니라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느끼게 해주는 장치가 아닐까 싶다.

▲ 공포보다는 기괴함에서 오는 거부감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타격감 확실한 액션과 단조로운 퍼즐

낮과 밤의 괴리감과 스테이지마다 변화하는 풍경, 몬스터의 기괴함으로 무서운 분위기를 챙겼다면 이러한 분위기로 뛰어들게 유도하는 퍼즐 및 전투 시스템은 공포 이상의 몰입도를 선사해준다.

게임은 스테이지를 하나씩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스테이지마다 포탈을 열기 위한 레버를 작동시켜야 한다. 즉, 플레이어는 맵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퍼즐을 풀고 레버를 작동시켜 포탈로 나가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스테이지는 총 6단계로 이뤄져 있으며, 후반 스테이지로 나아갈수록 다양한 기믹이 등장하긴 했지만 대체로 비슷한 양식을 보여줬다.

이는 퍼즐의 종류가 많지 않고 직관적인 방식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퍼즐의 종류는 게임 내 핵심 기믹 중 하나인 생명의 꽃 혹은 펌프를 파괴하거나 특정 레버 혹은 아이템을 획득해서 사용하기 정도이며, 복잡하게 머리를 써서 풀어내는 방식보단 맵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을 정도였다.

▲ 괴물을 피해서 숨고 필요한 아이템을 모아서 탈출하는 방식의 반복

퍼즐의 변수가 없으므로 설령 퍼즐을 푸는 와중에 적에게 죽어서 처음부터 한다고 하더라도 이전에 했던 행동을 똑같이 반복하면 된다. 플레이 중 유일한 변수라고 한다면 죽일 수 없는 괴물인데 맘먹고 달리거나 수풀에 숨기만 해도 따돌릴 수 있어서 아예 대비할 수도 없을 정도로 무서운 존재로 다가오진 않았다.

맵의 크기도 적당하고 또 그리 복잡하지도 않아 길 찾기는 수월한 편이었다. 게임 내에서 별도의 지도를 제공해주진 않지만, 주요 오브젝트의 방향을 표시해서 표시해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면 처음 보는 맵에서도 무난하게 길을 찾아서 갈 수 있었다.

퍼즐에서 특별한 점이 있다면 해결 방식이 한 가지만 있진 않다는 것이다. 특정 스테이지는 과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2개 정도로 나뉘었는데 대부분이 비살상 혹은 살상으로 구분되었다. 즉, 맵에 존재하는 동물을 죽여서 깰지 혹은 조금 복잡해도 맵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아이템을 얻을지 정도의 선택이었다. 이러한 선택은 단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수단이 여러 개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진 않았으므로 그저 게임 플레이의 편의 혹은 심리적인 요인에서 오는 선택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 특정 아이템을 통해 필요한 아이템을 얻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한편, 퍼즐의 종류와 난이도가 원만한 곡선을 그리다 보니 결국 게임의 중후반부로 향할수록 퍼즐의 난이도보다는 액션에서 오는 난이도의 체감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게임의 초입부는 액션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다. 끽해야 망치 들고 판자를 부수거나 저항 못하는 토끼를 죽여 고기를 얻는 수준이다. 그러나 게임의 중반으로 넘어갈수록 괴물과 싸워야 하는 전투의 비중이 늘어나며, 캐릭터의 피격 판정 중 무적 시간이 짧고 또 괴물은 빠르고 강력해 점차 높은 수준의 전투 난이도를 요구하게 된다.

비포 더 나이트의 전투는 투척 아이템을 적에게 던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선 투척 무기가 필요하며, 투척 무기는 화살과 주사기 등의 특수 아이템을 제외하면 던진 후 다시 회수해서 재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기본적인 전투는 적에게 빠르게 무기를 투척한 뒤 다시 회수하고 또 던지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투척 아이템의 수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생각보다 꽤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느낄 수 있었다.

만약 게임을 하다 죽으면 처음부터 해당 스테이지를 다시 플레이해야 하는데 이때 갖고 있던 모든 아이템을 잃게 된다. 한 번도 죽지 않고 게임을 플레이했다면 많은 종류의 투척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었겠지만, 한 번이라도 죽는다면 스테이지마다 조금씩 제공하는 아이템만 사용해서 전투를 진행해야 한다.

▲ 전투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대신 재미있는편

또한, 죽음 이후 모든 것을 잃는 설정은 전투뿐만 아니라 퍼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만약, 이전 스테이지에서 고기 5개를 챙긴 상태일 때 다음 스테이지에서 고기 5개를 반납해야 하는 퍼즐이 나온다면 큰 어려움 없이 해당 퍼즐을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설정은 자칫 게임의 레벨 디자인을 무너트릴 수 있지만 반대로 게임에 변수를 더하고 재미있게 해주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비포 더 나이트는 다행히 모든 스테이지마다 퍼즐을 푸는 데 필요한 아이템을 반드시 제공해줘 이러한 장치가 게임을 플레이할 때 불합리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결과적으로 퍼즐보다 전투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게임의 재미 또한 공포보단 액션과 어드벤처에 초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느낌도 첫 만남뿐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꾸준하게 이어진다면 결국 이에 적응하기 마련이다. 만약, 공포의 느낌에 집중하고 싶었다면 전투의 비중을 지금보다는 줄여야 밸런스가 맞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어드벤처 게임이므로 이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근래에 했던 게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내에서 스토리를 풀어가는 과정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개연성에서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게임의 분위기와 연출에 탄탄한 스토리가 더해지니 약 3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 내내 몰입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단조로운 퍼즐과 손이 너무 많이 가는 액션이 후반부에 살짝 아쉽게 다가오긴 했지만,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만 두고 본다면 꽤 잘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게임을 1인 개발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언에듀케이티드 게임 스튜디오가 앞으로 어떤 게임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가벼운 플레이 타임과 대비되는 묵직한 스토리, 게임 플레이를 느껴보고 싶다면 비포 더 나이트를 한 번 해보길 권장한다. 게임의 난이도는 총 5단계로 구분되어 있으니 술래잡기 방식의 공포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의 고어함만 참고 넘길 수 있다면 엔딩 이후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게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한 번 하고 나면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