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서비스로 보답해주길


블리자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오버워치가 2로 꽃단장해서 새롭게 출시됐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PvP 시스템을 먼저 선보이는 얼리엑세스 형태라고 할 수 있죠. 첫 발표부터 출시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초기 우려와 비교하면 현재 분위기는 꽤 긍정적인 편입니다. 큰 틀에서 보면 전과 비슷한데 세세하게 본다면 오버워치 2만의 변화가 느껴진달까요. 지난 베타 테스트부터 느꼈지만, 게임은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자꾸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무래도 믿음, 신뢰의 문제가 아닐까요.

게임명: 오버워치 2
장르명: FPS
출시일: 2022.10.05
리뷰판: 2.1.0.1
개발사: 블리자드
서비스: 블리자드
플랫폼: PC, PS, Xbox, Switch
플레이: PC



하기는 쉬운데 잘 하기는 어려운 키리코

PvP 시즌 1 출시에 맞춰 새로운 지원 영웅 키리코가 등장했습니다. 지난 베타 테스트에서 플레이했던 소전과 정커퀸 모두 세련된 스킬셋과 독창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있었기에 키리코 역시 꽤 기대했던 영웅이었죠. 키리코의 첫 공개 당시 귀여운 외모와 겐지, 한조와 연관된 스토리 라인, 그리고 최초의 디버프 제거 기술 등을 갖고 나와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는데요.

당시에는 사기적인 스킬셋으로 인해 논란이 되었지만, 출시 후에 직접 해본 키리코는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디버프 해제와 일시적인 무적을 거는 정화의 방울은 생각보다 더 지속 시간이 짧아 정확한 타이밍에 사용하지 않으면 별 효과가 없었으며, 팀원에게 순간 이동을 하면서 정신없이 돌아다녀야 하니 좋은 것 같은데 내가 하면 좋지 않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 기존 지원 영웅과 달리 꽤 스타일리쉬해서 확실히 재미는 있다

궁극기도 광역으로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 증가, 쿨타임 감소 등의 좋은 효과만 잔뜩 부여해주니 이니시에이팅에 효과적일 줄 알았는데 아군의 완벽한 호응이 없다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려웠고 여우길이 지나갈 수 있는 루트를 강제해버리니 되려 적에게 카운터를 맞기도 쉬웠습니다. 성능만 본다면 확실히 좋은 궁극기인데 막 내지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할까요.

확실히 숙련자가 사용한다면 대미지도 어느 정도 나오면서 힐 성능과 순간적인 세이프 능력까지 갖출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키리코는 신규 출시 영웅이라 경쟁전에서 2주 뒤부터 플레이할 수 있으니 그전까지는 일반 대전에서 플레이하면서 다양한 조합을 연구하고 적응한다면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괜히 밟고 싶은 여우길



5:5 대전이 가져온 전투의 변화

오버워치 2의 PvP에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이 있다면 5:5 대전을 꼽을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돌격 2인, 공격 2인, 지원 2인으로 팀을 구성했다면 이제는 돌격 1인으로 팀을 구성해 전투를 펼쳐야 하죠.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인원이 한 명 줄어든 것을 넘어서 게임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오버워치는 일반적인 슈팅 게임과 달리 탱, 딜, 힐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각 포지션마다 명확하게 본인의 역할을 주므로 에임 실력과 별개로 팀 조합과 팀 싸움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죠. 돌격 영웅은 전방에서 든든하게 아군을 지켜주거나 적 진영을 헤집어 놓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기존에는 둘이서 역할을 분담해 한 명이 적진으로 돌격하면 나머지 인원이 몸이 약한 지원 영웅을 지켜주는 전략이 가능했는데요.

▲ 아군 지키기도 좋고 대미지도 잘 나오는 자리야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되면서 적 진영을 헤집거나 혹은 아군을 지켜주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아군 조합 혹은 적의 조합에 따라 최적의 돌격 영웅을 선택하는 판단력과 폭넓은 운영 능력이 있어야 하는 셈입니다.

초창기 베타 테스트 때만 하더라도 돌격 영웅이 혼자가 되면서 어딘가 불안해졌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바뀐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 혼자서 모든 공격을 감당하기엔 생각보다 벅찼고 예전부터 계속된 실드 스킬 계열의 너프와 몇몇 공격 스킬의 너프로 인해 공수 양면에서 무기력하다는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 정커퀸 역시 공격적인 면에서 공격 역할보다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정식 출시에서는 돌격 영웅 1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돌격 영웅 플레이어의 센스에 따라 게임의 흐름이 좌우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능력치 상승도 있겠지만, 인원이 줄면서 지원 영웅이 포커싱을 두기 수월해졌고 공격 영웅 입장에서도 합을 맞춰서 플레이하기 쉬워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돌격 영웅의 부담이 커진 것도 사실입니다. 혼자 최전방에서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훼방을 둬야 하니 무턱대고 플레이하면 아군이 그만큼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외에도 인원이 줄어든 만큼 전투의 템포도 훨씬 빨라졌고 개인의 역할에 따른 책임감도 커져서 예전보다 훨씬 팀 싸움의 중요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초창기 오버워치 1과 후반부에 접어든 오버워치 1에 큰 차이가 있듯 오버워치 2 역시 사소한 변화만으로도 플레이에 큰 차이가 생겼습니다. 추가된 3인의 영웅이 가져오는 시너지도 그렇고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아졌죠. 아직 영웅 밸런스 부분에서 불만스러운 게 있긴 하지만 차차 맞춰나간다면 이전 6:6 대전보다 훨씬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플레이 목표와 성취감을 제공하는 배틀 패스 & 도전 과제의 등장

두 번째 변화는 무료 서비스로 전환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배틀 패스와 도전 과제입니다. 오버워치 1은 유로 패키지 게임이었습니다. 돈을 주고 게임을 구매해야만 플레이할 수 있었죠. 패키지 결제 외에 인게임 코인을 추가 결제해서 아이템 상자를 열고 다양한 꾸미기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었습니다.

반면, 오버워치 2로 넘어가면서 패키지 판매는 프리미엄 배틀 패스 구매로 달라졌습니다. 최근 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선택하는 BM 방식이라고 할 수 있죠. 배틀 패스는 무료와 유로에서 받을 수 있는 아이템에 차이가 있으며, 특히 최초로 등장한 신화 스킨은 무조건 유료 배틀 패스에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배틀 패스 시스템은 꽤 환영입니다. 기존 가챠 방식은 돈을 투자해도 결국 확률에 달려있기 때문에 못 먹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배틀 패스는 내가 플레이한 노력에 따라 시즌 레벨을 올리면 반드시 해당 보상을 받을 수 있어 훨씬 합리적으로 다가오죠.

▲ 앞으로 시즌에 새롭게 추가되는 영웅은 배틀 패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오버워치 2의 배틀 패스가 한때 논란을 빚은 이유 중 하나가 신규 영웅 해금이 배틀 패스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번 오버워치 2에서 새롭게 추가된 신규 영웅은 소전, 정커퀸, 키리코 3종인데 무료 플레이어라면 배틀 패스 55레벨을 달성해야 키리코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해당 시즌 레벨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특정 영웅을 플레이할 수 없는 셈이니 조합이 중요한 오버워치 전투에서 자칫 소외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개발진은 신규 영웅을 제외해도 수많은 무료 영웅을 플레이할 수 있고 또 무료 플레이어라고 해도 충분히 시간을 들인다면 빠르게 배틀 패스 55레벨을 달성하고 신규 영웅을 즐길 수 있다고 답변했는데요. 도전 과제를 달성하면 얻을 수 있는 무료 코인으로 다음 시즌의 프리미엄 배틀 패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둬 여러 방면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습니다.

▲ 신화 스킨은 가장 마지막에 얻을 수 있는데 확실히 특색있긴 하다

도전 과제는 일종의 퀘스트입니다. 일일, 주간, 시즌, 경쟁전, 위업, 영웅으로 구분되어 있고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면 배틀 패스 경험치와 함께 칭호나 아이콘 등의 보상을 제공해주죠.

일일 도전 과제는 단순하게 적 몇 번 처치, 대전 몇 회 완료, 궁극기 몇 회 사용 등 목표를 직관적으로 둬서 딱히 의식하지 않고 플레이를 해도 어느새 완료될 정도였습니다. 반면, 일일 과제보다 더 큰 보상을 제공해주는 주간 과제는 좀 더 디테일한 요구 조건을 내걸고 있어 주기적으로 내용을 확인해줘야 했습니다.

▲ 매일 확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도전 과제

기존 오버워치는 게임 내에서 딱히 이러한 도전 과제가 없다 보니 단순히 게임 플레이를 즐기는 데 그쳤습니다. 어찌 보면 플레이를 강제하는 장치가 하나도 없다고 볼 수 있죠. 자유롭게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좋은 선택이지만, 게임 플레이에 따른 피드백 혹은 성취감이 단순히 승패에만 영향을 받는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러한 아쉬움을 도전 과제가 해결해 줄 수 있으니 긍정적인 변화라고 느껴졌습니다. 일단 게임을 켜면 도전 과제라는 최우선 목표에 따라 움직이고 그에 따른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게 됐으니 말이죠. 이를 숙제로 여기고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목표 난이도가 절대 어렵게 측정된 것이 아니고 또 특정 영웅을 강제로 플레이하기 만들지도 않으니 굳이 의식하고 플레이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플레이하다 보면 웬만한 것은 자연스럽게 완료가 될 테니 말이죠.





한때 국내 PC방 점유율 1등을 차지하기도 했던 게임이 오버워치입니다. 2는 기존 오버워치 시스템을 바탕으로 엔진 교체와 BM 구조 변화 및 5:5 대전 등을 적용했을 뿐이니 기존에 그 재미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버워치 1 출시 초창기부터 가끔 즐겨왔던 게이머로서 솔직히 말하자면 오버워치 2도 재미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5:5 대전으로 바뀌면서 전투 템포가 예전보다 빨라진 점도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들고 특히, 방벽쇼를 더는 보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돌격 진영으로 넘어간 둠피스트는 폼이 죽을 줄 알았는데 숙련자의 손에 들어가면 또 답이 보이지 않아 마음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예전처럼 말도 안 되는 1인 무쌍을 찍진 못하니까요.

▲ 바스티온이 단지 움직인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재미있어질 줄은 몰랐다

현재는 PvP 시스템만 먼저 제공하는 얼리엑세스이므로 사실 반쪽에 가깝습니다. 내년에 출시 예정인 PvE가 합쳐져야 비로소 블리자드가 생각하는 완벽한 오버워치 2라고 할 수 있겠죠. 살짝 공개되는 PvE 콘텐츠의 내용만 봐도 기존에 한정 이벤트로 출시됐던 PvE 모드와는 차원이 다른 퀄리티를 갖췄다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었으니 꽤 기대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오버워치 2의 출시 시점에서 넘어야 할 산은 오버워치 1과의 차이점을 가려내기보단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2020년 4월 15일 공격 영웅 에코의 등장 이후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2 개발을 명목으로 신규 영웅은 물론이고 전장 업데이트도 멈춘 채 거의 수수방관이나 다름없는 서비스를 이어나갔습니다. 밸런스 패치와 이벤트는 꾸준히 내놨지만 정작 메인 콘텐츠가 멈춰버리니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죠.

▲ 로드맵대로 잘 진행되길 바란다

오버워치를 좋아하고 또 사랑한 게이머는 약 2년하고도 6개월을 기다려 마침내 오버워치 2를 만난 셈입니다. 어찌 보면 신뢰의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요. 지금까지 보여준 이미지대로면 어느 날 갑자기 오버워치 3 만들겠다고 또 업데이트 멈춰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앞으로 체계적인 시즌 로드맵과 소통하는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탑을 쌓긴 어렵지만 무너뜨리긴 정말 쉽습니다. 대신 이전에 아쉬웠던 부분을 점검하면서 더욱 튼튼하게 지을 수는 있겠죠. 한 번 유저들의 신뢰를 저버렸던 블리자드와 오버워치가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금 멋진 게임 서비스를 선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