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LoL e스포츠 팬들이 바라보는 최고의 무대가 열렸다. 세계 최강을 가리는 2016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쉽(이하 롤드컵)은 선수들에게 최고의 기회이자 동시에 가장 떨리는 순간일 것이다. 각 지역 리그가 끝나고 자신들이 준비한 기량을 약 한 달 넘게 기다려온 팬들에게 선보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큰 무대와 수많은 관중 속 부담감도 잠시. 경기에 들어가면 최고의 플레이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한 선수들이 있다. 롤드컵 조별 리그 첫 주차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며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각 지역 리그에서 보여줬던 아쉬운 모습은 잊어도 좋을 만큼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롤드컵 첫 주차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준 포지션별 최고의 다섯 명의 선수를 뽑아봤다.



■ 이젠 '大 케넨 시대' '스멥'의 케넨이 돌아왔다


마지막 한국 롤드컵 선발전을 통해 많은 팬들에게 짜릿한 인상을 남겼던 케넨. 롤드컵에서 확실한 주류 픽으로 자리잡으며 케넨을 잘 활용하는 팀과 탑 라이너들이 제대로 주목받고 있다. 제이스와 럼블, 뽀삐와 같은 챔피언도 자주 등장했지만, 교전에서 팬들의 뇌리에 꽂힐 만한 맹활약을 보여준 누구도 케넨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리고 작년 2015 시즌부터 종종 케넨으로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해왔던 '스멥' 송경호가 다시 케넨을 꺼냈다.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이니시에이팅 용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한 수 앞을 내다본 '스멥' 송경호는 궁극기를 아끼며 기회를 엿보다 상대의 공격을 깔끔하게 받아 쳐냈다. '100만 볼트급' 위력을 선보이며 후퇴하던 아군의 상황을 한 방에 뒤집어놓은 것이다.

라인전에서도 어떤 상대에게도 밀리지 않고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삼성 갤럭시의 '큐베' 이성진 역시 한타 때 럼블과 케넨으로 엄청난 활약을 펼쳤지만, RNG '루퍼' 장형석에게 끊기며 라인전에서 조금 아쉬운 모습이었다. TSM을 상대로 초반부터 팀이 말리기 시작하자 쉽게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대로, '스멥'은 라인전부터 교전까지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CLG 전에서 초반 맹공에 팀 전체가 흔들리는 동안에도 '스멥'은 제 역할을 했다. 탱커인 뽀삐로 최대한 버텨주고 역전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과감한 플레이도 서슴지 않았다. 락스 타이거즈는 CLG 전에서 아쉽게 1패를 기록했지만, 라인전의 안정감과 뛰어난 정신없는 교전 속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다.





■ 'ikoo'! 북미에서 수련 마친 '스벤스케런' 리 신


이번 롤드컵 시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정글 챔피언은 리 신이었다. 국내 롤챔스 무대에서 렉사이-니달리-엘리스에 가려 보기 힘든 정글러였지만, 세계 무대에서 무서운 활약으로 단숨에 1티어 정글러의 자리까지 노리고 있다. 초반부터 라인전이 치열해지면서 리 신의 딜이 더 아프게 들어갔다. 교전에서도 '이쿠' 소리와 함께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수없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챔피언 뒤에 리 신이 있음을 직감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정확한 판단과 반응 속도를 갖춘 리 신들이 대거 등장했다. MSI부터 엄청난 활약을 보여준 RNG 'Mlxg'를 시작으로 'SKT T1 저격수' 플래시울브즈의 '카사', INTZ '리볼타'까지 리 신의 활약이 멈추지 않았다.

그중 돋보인 정글러는 TSM의 '스벤스케런'이었다. RNG를 상대로 날카로운 갱킹으로 초반 분위기를 확실히 지배했다. 비록, RNG 전에서 패배했지만, 다음 경기인 삼성 갤럭시와 대결에서 다시 한 번 등장해 승리를 이끌었다. '비역슨'과 함께 미드 라인을 집중 공략하고 다른 라인까지 영향을 미쳐 경기 자체를 터뜨려버렸다. 승기를 잡은 '스벤스케런'의 리 신의 몸놀림은 더욱 가벼웠다. 한 번 잡은 주도권을 절대 놓치지 않고 승리의 시나리오를 깔끔하게 완성해나갔다.

'스벤스케런'의 활약은 가까스로 역전에 성공한 스플라이스 전에서 돋보였다. 밀리는 상황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스카너로 상대 챔피언을 하나씩 끌고 와 귀중한 킬을 만들어냈다. 방심한 스플라이스에게 스카너의 '꼬리 맛'이 어떤지 제대로 각인시켰다. 초반에 활약했던 RNG 전과 달리 침착한 후반 활약까지 갖췄기에 1주차에서 가장 빛나는 정글러라고 말할 수 있다.





■ TSM 힘의 중심, '비역슨'부터 뻗어나간다?


이번 롤드컵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미드 라인 챔피언으로 신드라를 꼽을 수 있다. 순간적으로 들어가는 딜로 상대 미드 라이너를 솔로 킬내는 장면이 꾸준히 나올 정도였다. '페이커' 이상혁과 '비역슨'이 신드라를 잡으면 곧 솔로 킬이 나왔기에 상대하는 입장에서 밴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비역슨'은 신드라를 활용한 플레이로 생각했던 것 이상을 보여줬다. 단순히 라인전이 강한 캐릭을 넘어서 합류 싸움까지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특별한 이동기는 없이도 합류전이 펼쳐지는 곳에 적절히 합류해 킬을 기록했다. 어느 순간 합류한 신드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체를 날려 삼성 갤럭시에게 좌절을 심어줬다. 속도가 붙은 '비역슨'은 매 교전에서 상대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여 팀플레이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게다가, '비역슨'은 미드 라인 대결에서 상대의 맹공을 버틸만한 '방패'까지 갖췄다. RNG 전에서 오리아나로 '샤오후'의 카시오페아의 맹공을 버텨냈고, 팀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마지막 자리를 지켰다. '마타' 조세형이 개입하면서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지만, 중반까지 미드 라인을 사수하며 든든한 라이너의 역할까지 소화해낸 것이다.

'비역슨'이 더욱 무서운 점은 팀원과의 탄탄한 호흡이다. 개인 인터뷰에서 자신보다 정글러인 '스벤스케런'의 활약을 더 칭찬하는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자신을 믿어주는 미드 라이너와 함께라면 정글러의 힘이 더 실리지 않을까? 실력뿐만 아니라 호흡까지 갖춘 TSM이 2주차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역 리그는 잊어라! 세계 무대에 강한 '우지'의 귀환


LPL 결승전은 EDG가 RNG에게 3:0이라는 완승을 거두며 허무하게 끝났다. 연이은 봇 라인 공세 속에 RNG의 '우지'는 자신의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의 공격에 속수 무책으로 당하며 교전마다 애매한 포지션으로 상대의 화려한 플레이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좋은 평가는 EDG의 '데프트-메이코'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우지의 롤드컵 1주차 성적은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생존기가 없는 애쉬와 진만 고르던 시기가 지나고, 시비르와 이즈리얼을 선택해 안정감을 되찾았다.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은 '우지'는 라인전 킬을 시작으로 성장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수많은 킬을 쓸어담는 캐리형 원거리 딜러의 모습이 돼 있었다. '마타' 조세형이 로밍을 다니더라도 홀로 꾸준히 성장하며 이전처럼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RNG의 행보는 '우지'에게 많은 부분이 달려있다. LPL 결승전처럼 다시 흔들리며 아쉬운 결과를 맞이할 수도, 2014 롤드컵처럼 다시 높은 곳에 올라서며 중국 LoL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을지 말이다. 2승 1패가 세 팀인 혼돈의 D조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기에 흔들리지 않는 '우지'의 활약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 알리스타 로밍-나미 라인전, 두 마리 토끼 동시에 잡은 '마타' 조세형


이번 1주차에서 놀랄만한 경기 중 하나는 RNG와 TSM의 대역전극이다. 그 중심에 있는 '마타' 조세형은 알리스타의 로밍과 시야 장악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마타'의 전성기 시절보다 설치할 수 있는 와드 개수가 줄었지만, 정교한 위치로 상대의 움직임을 완벽히 파악했고 위기 상황에서도 팀원들과 함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TSM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등장한 알리스타는 핵심 딜러들의 허를 찔러 경기 양상을 순식간에 바꿔버렸다.

조세형의 역량은 알리스타를 빼앗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스플라이스와 대결에서 나미를 꺼내 라인전부터 확실히 힘을 줬다. '우지'의 이즈리얼이 1킬, 2킬씩 기록하며 성장 속도를 높여 KDA 10/0/4라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마타'는 판을 주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원거리 딜러 내조'에도 뛰어난 모습이었다. 비록, 삼성 갤럭시에게 일격을 맞았지만, 아직 조별리그에서 한 번의 승부를 펼칠 기회가 남아있다. 삼성 화이트 출신인 '마타' 조세형이 삼성 갤럭시를 상대로 2주차에서 어떤 대결을 펼칠지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