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LoL e스포츠 팬이라면 제목만 보고도 본 인터뷰의 주인공을 단번에 떠올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세계 최고의 '따봉'을 선보이는 남자, 데토네이션 포커스미(이하 DFM)의 탑 라이너 '에비' 무라세 슌스케입니다.

'에비'는 국내 팬들에게도 상당히 익숙한 선수입니다. LJL 1세대 프로게이머인 그는 줄곧 일본 최정상 탑 라이너로 군림하며 세 번의 롤드컵과 MSI, 올스타전 등 각종 국제 대회에 출전했죠. 그곳에서 '에비'는 내로라하는 전 세계 탑 라이너들을 상대로 출중한 기량을 뽐냈고, 전매특허인 '따봉'과 함께 환한 미소를 잃지 않으며 좋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더불어 좋은 매너와 성숙한 게임 외적 행보를 보이며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로 인정받았죠.

2021 MSI 종료 후 인벤은 DFM의 도움으로 '에비'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각 질문에 대한 성실한 답변에서 '에비'의 유쾌하면서도 진중한 성격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담원 기아를 거의 꺾을 뻔했던 MSI 당시의 심정부터 세계 최고의 '따봉'에 담긴 의미까지, 지금까지 알 수 없었던 '에비'의 다양한 이야기를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Q. 반갑습니다. 먼저 간단한 소개와 근황을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DFM의 탑 라이너 '에비' 무라세 슌스케입니다. MSI 종료 후 게이밍 하우스에서 자가 격리 중인데요. LoL을 비롯한 각종 게임을 즐기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종종 LoL과 LoR 영상을 만들기도 하면서요.


Q. 2021 MSI로 오랜만에 국제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소감이 궁금한데요.

확실히 2020 LJL 스프링 스플릿에선 우승했지만 MSI가 없었고, 섬머 스플릿에선 우승에 실패하며 롤드컵 진출에 실패했었죠. 이에 '오랜만에 국제 무대를 밟게 됐구나'라는 설레는 맘이 들었습니다.


Q. 이번 MSI에서 담원 기아에게 아쉽게 패배했습니다. 승리를 눈앞에 뒀을 때의 심정과 역전패를 당했을 때의 심정, 경기 후의 심정을 들려 주세요.

솔직히 경기 전에 승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웃음). 다만 승패라는 결과를 생각하기보다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이나 전 세계의 시청자분들이 실망할 만한 경기력은 보여주지 말자'라는 마음에 저희가 가진 모든 힘을 쏟아내는 기분으로 담원 기아에 맞서 싸웠습니다.

승부가 유리하게 흘러갈 땐 '이럴 때일수록 더 침착하자'라고 말하면서도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흥분된 기분이 뒤섞였습니다. 그런데 역전패를 당하자 긴장됐던 공기가 풀리며 더없이 냉정해졌죠. 경기 종료 직후에는 정신이 나갔다고 할까요. 그저 멍한 상태였어요. 그리고 대기실에 돌아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분함과 아쉬움이 밀려오면서 조금 울어버렸습니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며 눈물을 흘린 건 2018 롤드컵이 처음이었고, 이번이 두 번째였네요.


Q. 그룹 스테이지 성적은 2승 4패로 결과는 탈락이었지만, 국내 팬들은 '에비' 선수와 DFM의 출중한 경기력에 감탄했습니다. 이번 MSI에서의 성과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시나요?

먼저 그룹 스테이지 탈락은 정말 아쉽습니다. 모든 것이 끝난 지금 경기를 돌이켜봤을 때 1경기 인피니티 e스포츠전과 3경기 담원 기아전에서 승리했다면 4승 2패로 럼블 스테이지 진출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지만, 1경기 패배로 실수를 보완해 C9에게 승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기 때문에 실제론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일이지만요.

국내 대회와 달리 국제 대회에선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가 많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대회에서부터 과감한 플레이를 하는 것을 연습했는데요, 이러한 연습이 MSI 무대에도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 같습니다. 이에 저와 DFM이 해온 것들이 세계의 팀들을 상대로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러한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2021 LJL 서머 스플릿부터는 '갱' 선수가 팀에 합류합니다. 리그 우승 후 롤드컵 진출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 같은데요.

'카즈' 선수도 정말 좋은 선수입니다. 선수에서 코치로, 코치에서 선수로 전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국제 대회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제 몫을 다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갱' 선수는 그보다 잘 하는 선수기 때문에 서머 스플릿에서의 DFM은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결코 자만이나 방심은 하지 않겠습니다. 우선은 LJL 우승을 첫 번째 목표로 매 경기 승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전 개인적으로 '갱' 선수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매우 상냥하고, 상대방과 감정을 부딪히는 일이 없죠. 연습에도 열심히 임합니다. 그리고 매우 귀여워요. 덩치는 큰데, 작은 동물 같은 귀여움이 있습니다(웃음).


Q. 이제 '에비' 선수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에비' 선수는 학창 시절에 어떤 학생이었나요?

저는 어떤 학생이었을까요...? 스스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효율'을 중요시하는 학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효율이 좋은 방법이나 선택지를 고르고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 되돌아보면 선택지의 수가 적은, 매우 시야가 좁은 효율이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Q. 원래 꿈은 무엇이었나요? 프로게이머의 꿈을 가지게 된 계기와 시기는?

원래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습니다. 컴퓨터 다루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학교도 정보 계열의 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프로게이머가 되는 꿈은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당시 일본에서는 프로게이머가 되는 선택지조차 없었습니다. 전 학생이었던 19살 때 팀의 권유로 프로게이머가 되었지만, 그전까지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Q. 프로게이머의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나요?

없습니다. 저는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나 실패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 선택이 잘 풀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현재로서는 즐겁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Q. 카메라에 잡혔을 때 하는 '따봉'은 '에비' 선수의 상징이 됐죠. 한국에서도 '에비' 선수의 따봉이 상당한 인기가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정말인가요? 사실 언제부터 '따봉'을 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요. 한국에서도 좋아해 주신다니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Q. '따봉'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혹시 '따봉'에 담긴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실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가벼운 장난이었죠(웃음). 지금은 '맡겨줘!'나 '가보자!'라는, 싸우러 나가기 전에 절 보고 있는 여러분들과 제 자신을 향한 의욕을 표현하는 제스처입니다.


Q. 지난 4월 6일 트위터에 '한국 서버에서 연습하는 LJL 선수 여러분, 프로게이머 선후배들에게 신경 쓰며 매너를 지키자'라는 내용의 글을 업로드했습니다. 이 게시물을 업로드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죄송한 이야기지만, 프로게이머 중 매너가 좋지 않은 선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너가 나쁜 것은 그 사람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환경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며, 누군가는 '다른 사람이 하는 건 나도 해도 된다'라고 생각하며 비매너 행위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을 막기 위해서는 역시 선배나 주위 사람들이 제대로 가르쳐 주고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Q. LCK는 자주 보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주로 보는 팀이나 선수가 있나요?

LCK는 정말 좋아합니다. 모든 팀의 경기를 보는데 특히 좋아하는 선수는 '칸', '킹겐', '호야', '라스칼', '모건', '리치', '칸나'.... 아니, 이러다가 LCK의 모든 탑 라이너들을 다 이야기할 것 같으니 그만두겠습니다(웃음). 아, '리치' 선수와는 솔로 랭크에서 같은 팀이 된 적이 있는데 친구가 되어 조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Q. 오랜 시간 LJL 최고의 탑 라이너로 군림할 수 있는 원동력은?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강점을 보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서 모든 것에서 배운다고 해야 할까요.


Q. 본격적으로 LJL과 DFM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초창기 LJL과 달리 현재 LJL은 규모도 커졌고, 팬도 많아졌고,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요.

과거의 LJL을 되돌아보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우연히 과거 기사 등을 봤을 때 수년 전에는 LJL의 시청자가 7천 명 정도였다고 해요. 그런데 이번 MSI에서 DFM과 담원 기아의 경기를 7만 명, 담원 기아와 RNG의 결승을 약 10만 명이 시청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일본에서도 LoL의 인기가 순조롭게 성장하는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어디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웃음).


Q. 2017년 램페이지에서 '다라-터슬' 선수와 함께 롤드컵에 진출하였습니다. 그런데 '다라' 선수는 당시 생활이 매우 힘들었다고 밝혔는데, '에비' 선수는 어려움이 없었나요?

'다라' 선수는 매우 깨끗한 성격으로, 방이나 트렁크의 내용물도 정말 잘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엄청나게 어질러져 있어도 신경이 별로 안 쓰이거든요. 더러운 건 잘 못 먹지만, 어질러져 있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 차이, 아시겠어요(웃음)? '다라' 선수에게는 그런 지저분한 환경이 매우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이후 DFM으로 이적해 현재까지 활동 중입니다. 한국 팬들에게 DFM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DFM은 일본 LoL e스포츠에서 최고의 팀으로서 오랜 시간 달리고 있습니다. LJL에서 가장 강한 팀을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DFM을 떠올릴 거예요. 하지만 그것들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우메자키 노부유키 오너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선수의 의견을 잘 들어주며, 이기기 위해 필요한 판단만을 하는 오너가 있는 팀입니다.


Q. '스틸' 선수와는 오랜 시간 함께했고, '갱' 선수는 물론 이번엔 '아리아' 선수도 팀에 합류했습니다. 한국 선수들과 지내는 건 어떤가요?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매우 수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스틸' 선수의 일본어는 이미 일본인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으로 능숙합니다. 종종 팀원들에게 '에비' 보다 일본어를 잘 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할 정도로요. 사실 제가 팀에서 일본어를 가장 못하는 취급을 받고 있지만요(웃음).

'스틸' 선수 외에 '갱' 선수와 '아리아' 선수도 최근 일본어가 상당히 능숙해져서 커뮤니케이션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게다가 3명 모두 온화한 성격이라 한 번도 다툰 적이 없고요.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어느 정도 하고 있기에 아주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 e스포츠 팬들에게 LJL의 매력을 알려 주세요. 첫 번째는 역시 '에비' 선수의 존재?

으음... 글쎄요... 제가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웃음)? LJL의 가장 큰 매력은 성장 중인 리그로서 앞으로 꾸준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LCK도 계속 발전 중이지만, 그건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더 많은 지식을 얻어서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에 비해 LJL은 최근에 조금 자라서 초등학생이 된 아기 정도라고 할 수 있죠.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 팬분들도 LJL이 커가는 과정을 즐겁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LJL과 다른 지역 리그(LCK, LPL 등)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여러 지역의 전략을 도입하려 하는 것? LJL은 아직 리그도 팀들도 발전 과정에 있습니다. 이에 팀마다 다른 지역 팀들의 전략을 도입하며 나타나는 각종 특색이 있는 듯합니다.


Q. 일본은 PC 게임 시장보다 콘솔 게임 시장이 훨씬 크죠. '에비' 선수는 일본 내의 LoL과 LJL의 인기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요?

일반인은 거의 모르고, PC 게이머들 대부분은 이름 정도는 들어본 적 있는 정도일까요. 제가 밖에서 LoL이나 LJL에 대한 평판을 확인한 적이 없기 때문에 확신할 순 없지만, 아직 인기가 그다지 많은 것 같진 않습니다(웃음).


Q. LJL이 앞으로 어떤 리그로 발전하길 원하나요?

현재로선 팀의 에이스나 핵심이라고 하면 한국인 선수가 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일본 선수들이 더 많이 주목받는 리그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Q. 먼 훗날 EVI 선수는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DFM이 일본을 넘어 국제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거기에 '에비'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을 거야"라는 말을 듣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Q. 인터뷰를 마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한국에 계신 팬 여러분,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길었을지도 모르지만요(웃음). 그래도 정말 재밌는 인터뷰였고, 이런 기회가 온 것도 오직 한국 팬분들의 응원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지만, 가끔 '갱' 선수에게 '한국에도 팬이 많이 있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거나 트위터 등을 통해 응원해 주시는 한국 팬분들의 코멘트를 볼 때마다 정말 기쁩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 라이엇 게임즈, '에비' 공식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