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라는 단어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시작점이 남들보다 많이 앞섰던 사람 등에 붙이는 표현이다. 이번에 다룰 게임 역시 금수저다. 개발사가 블리자드고, 이들이 정말 오랜만에 내놓은 신규 IP까지. 오버워치의 시작은 남들과 아주 달랐다.

그리고 오버워치는 최고의 2016년을 보냈다. 출시한 연도에 소위 이처럼 잘나가는 게임은 흔치 않은데, 오버워치는 현재 정말 잘나가고 있다. 많은 이가 PC방과 집에서 오버워치를 즐기고 있다. e스포츠로도 자리를 완전히 잡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자세히 오버워치가 밟아온 길에 대해 알아보자. 첫 출시부터 현재까지 말이다.



■ '금수저' 오버워치의 시작



▲ 오버워치 시네마틱 트레일러

블리즈컨 등 다양한 게임 행사에서 오버워치의 출시가 임박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그리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던 2016년 5월. 오버워치가 유저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다. '새로운 영웅은 언제나 환영이야. 너만 빼고'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오버워치의 오픈 베타가 시작된 것. 유저들은 블리자드가 내놓은 네 번째 신규 IP인 오버워치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이 게임은 시작과 동시에 흥행에 성공했다.

말뿐인 흥행이 아니었다. 오버워치는 국내에서 출시 첫 주 만에 PC방 점유율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그 오브 레전드가 204주 동안 지켜왔던 PC방 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까지 오버워치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PC방 점유율 1위 자리를 놓고 계속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 오버워치의 흥행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일단 게임사가 블리자드였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시리즈와 디아블로 시리즈,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모두 흥행시킨 이력을 보유한 회사다. 많은 유저가 블리자드 게임이라면 믿고 플레이하는 경향을 보인다. 게다가 팀플레이에 기반을 둔 FPS 장르라는 점도 유저들에게 호감을 사기에 좋았다. 현재 대세는 팀플레이에 기반을 둔 AOS 장르니까. 그렇게 오버워치는 시작부터 남다른 '금수저'였다.



■ e스포츠 도전에 성공한 오버워치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선도했던 오버워치였기에, 국내와 해외 유저들 중에 최상위권 실력을 자랑했던 '네임드'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여럿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시걸'과 '타이무', '테일스핀', '트빅' 등 해외 선수들이 먼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남다른 스킬 활용과 엄청난 에임 정확도를 토대로 팬들의 마음을 홀렸다.

'역시 FPS는 해외 유저들'이라는 의견이 나올 무렵, 한국에서도 이들의 명성에 버금가는 최상위권 유저들이 등장했다. 가장 먼저 주목받았던 선수는 '겐지수'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아카로스' 장지수였다. 특유의 겐지 플레이로 일약 인기 대열에 올랐다. 그리고 핵 프로그램 사용 의혹까지 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던 '게구리' 김세연도 명성을 얻었다. 그녀는 인벤 방송에 직접 출연해 자신의 실력을 스스로 증명하면서 핵 프로그램 사용 의혹을 단숨에 끝내기도 했다. '아르한' 정원협과 '파인' 김도현도 유저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았다.

흥행에 성공했고 프로게이머 급 실력을 갖춘 선수들까지 등장하자, 오버워치는 곧장 e스포츠에 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넥서스컵과 ESL이 대표적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팬들 사이에서는 오버워치의 e스포츠화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우려 섞인 목소리 중에 자주 언급됐던 것은 '관전 시스템'에 대한 의견이었다. 안 그래도 FPS 장르를 중계하는 것은 옵저버의 역할에 따라 관전의 맛이 바뀌는데, 속도감까지 더해진 오버워치는 이러한 관전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블리자드와 각종 대회를 중계하는 옵저버의 고민이 이어졌다. 그리고 대회가 거듭되면서 이러한 문제는 서서히 해결됐다. 오버워치 e스포츠 대회는 1인칭 시점 뿐만 아니라 주요 포인트에 배치된 3인칭 시점으로도 관전을 시도하면서 팬들의 우려를 서서히 칭찬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특유의 속도감과 영웅별 스킬 활용에 따라 달라지는 경기 흐름을 최대한 많이 잡아내려 노력했고, 그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서 해외 팀과 국내 팀 모두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자랑하면서 유저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에 탄력을 받은 국내외 게임단에서는 오버워치 팀을 창단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자 블리자드는 지난 8월, 블리즈컨 2016에서 지역 대항전인 오버워치 월드컵을 개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시장이 점점 거대해지자, 한국에서도 오버워치의 e스포츠화를 서둘렀다. 인벤과 트위치 역시 오버워치 대회를 개최하는 등 오버워치의 e스포츠화에 큰 공을 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OGN가 오버워치 APEX라는 공식 대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에도 큰 규모의 오버워치 공식 대회가 생긴다는 의미였다.

해외 유명 팀을 초청해 국내 오버워치 팀과 대결을 벌이게 한다는 색다른 콘셉트로 출발한 오버워치 APEX. 여기서 한국 오버워치 게임단이 멋진 경기력을 선보이자, '한국은 FPS 장르의 무덤'이라는 편견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편견이 완벽하게 깨진 시점은 오버워치 월드컵이었다.


당시 각 지역의 대표 선수들은 팬 투표로 선발됐다. 한국 대표로는 '준바' 김준혁과 '미로' 공진혁, '타이롱' 김태영, '류제홍' 류제홍, '아르한' 정원협, '에스카' 김인재가 뽑혔다. 실로 막강한 조합이었지만,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해외 팀들을 상대로 어떤 성적을 거둘지 미지수였다. 하지만 이들은 오버워치에서도 한국이 e스포츠 최강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여러 강호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무실세트'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모두가 활약한 가운데, '준바-미로' 탱커진이 돋보였다.

그렇다고 해외 팀의 저력이 무시당할 일은 없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오버워치 APEX 시즌1에서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엔비어스는 결승전에 올랐고, 여기서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를 상대로 4:0 완승을 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타이무'와 '해리훅'도 활약했지만, 가장 돋보였던 것은 '미키'였다. 그는 디바로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를 완벽하게 마크하면서 우승의 주역이 됐다. IEM 경기에서는 한국 팀들이 다시 한 번 해외 팀들을 일찌감치 집으로 돌려보내며 팽팽한 구도를 완성하기도 했다.

우려됐던 e스포츠 대회 흥행에도 문제가 없었다. 오버워치 APEX가 열리는 날이면 서울 OGN e스타디움은 현장을 찾은 팬들로 북적였다. 선수들의 인기도 매우 높았다. 오버워치 게임단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에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와 마찬가지로 팬 미팅을 갖기도 하고, 매체와의 인터뷰에도 자주 등장하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다.



■ 자리 굳힌 오버워치, 그 다음은?



지금까지 돌아본 것처럼, 오버워치는 시작부터 현재까지 대박을 거두고 있다. 이제 '금수저'라는 단어도 어울리지 않게 됐다. 이제 오버워치는 다양한 후광효과 없이도 유저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게임으로 성장했다. e스포츠에서도 큰 성과를 올렸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버워치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출시 반년 만에 이룬 것으로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는 있다. 유저들은 여전히 에임 핵 등과 같은 핵 프로그램에 고통받고 있다. 또한, 선택할 수 있는 영웅의 수가 적어 이미 대세 영웅 외에는 모습을 볼 수 없는 문제도 발생했다. 단적인 예로, 힐러 중에 루시우와 아나 말고는 선택되는 일이 적다. 몇몇 영웅은 '트롤픽'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또한, 지나친 욕설을 채팅창에 난발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유저들도 아직 이렇다 할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분명 오버워치는 출시와 동시에 흥행하고 있지만,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여러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유저들의 높아진 안목과 e스포츠 대회의 성공으로 더욱 관심을 받는 상황. 다가올 2017년에는 장점은 부각하고, 해결해야 하는 숙제들은 빠르게 풀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오버워치의 2017년은 2016년보다 더욱 밝아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스포츠화에 성공한 오버워치의 2016년. 이제 밝아올 2017년에는 오버워치 대회가 훨씬 더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