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렸을즈음, 난 아이들과 슈샨(64식), 그리고 다른팀소속으로 보이는 IDW가 내 주변에 함께 있었고 곧 모두를

 데려가려는지 헬기들이 속속 나타났다.


"지휘관님. 괜찮으세요?"


장(mp40)이 먼저 날 깨우기 시작했고 그 다음에는 항상 엉겨붙는 수지(m1911)와 미키(mk23)가 괜찮냐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아킬리나(ak47)는 낙하산타고 내려올때 산맥중반부로 착지하느라 뒤늦게 합류했다.


"다들 괜찮지?"


주변을 돌아봤지만 부상입은 몇몇 애들외엔 심각한 상황을 겪은 애들은 다른팀에도 없는것 같았다.


"네. 모두 살아남아서 스케어크로우에게 대승리를 거두었어요."


"대승리다!"


장의 '대승리'라는 단어에 IDW도 고무되었는지 크게 외쳤다. 그러자 IDW와 같은 팀소속인 애들이 IDW가 오랜만에

크게 외치는것 같다며 놀라워 했다.


"막판에 내가 쏴서 허수아비를 쓰러뜨린 것이다냐!"


IDW는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지휘관에게 칭찬받을수 있어서인지 정말 오랜만에 자신감이 살아나는것 같았다.


"모두 수고했어. 다함께 돌아가자고,"


IDW는 잠시동안이었지만 함께 싸운 전우인 스콜피온과 꼭 포옹을 하며 헤어질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다른이와 함께 싸워봤다냐. 너무너무 즐거웠다냐."


스콜피온은 IDW의 지휘관이 좋지 않은 사람인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공적이라면 괜찮은 대우를 받을것

같아서 괜찮을것 같다.


"스콜피온의 지휘관은 용감한것 같다냐. 지휘관이 여기까지 와서 싸우다니. 그리고 모두들 지휘관을 좋아하는것

같다냐."


나도 느낌상 이 IDW가 지휘관에게 고생하는것을 눈치채어 한번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어엇?"


그러자 IDW의 눈에서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나왔다.


"나, 나.. 누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것은 처음이다냐! 울 집 지휘관도 한번만이라도 이렇게 해주었다면.."


하지만 IDW는 이미 자신이 속한 곳이 있어서 부럽지만 다른집 지휘관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했다.


"나중에 우리 숙소로 놀러와."


IDW는 끄덕였지만 자신의 지휘관이 전투시말고는 거의 내보내지 않는것을 알기에 체념했다. 만일 이번에 돌아가서

 칭찬을 받고 소원하나를 들어준다고 말한다면 한번 얘기해 볼 생각이었다. 모든 인형들이 헬기에 올라 돌아갈때 슈

샨과 아킬리나가 나와 같은 헬기에 타기 시작했다.


"슈샨, 오랜만이라고 해야 할까? 어쩐일이라고 해야할까?"


슈샨은 그때와 변함없는 미소로 대답해 주었다.


"재입대했어요. 전역할때도 저는 특수한 상황이라 제 총과 해체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인시스템도 그대로 랍

니다. 지금은 헬리안님의 임시소속으로 들어온 상황이지만 곧 지휘관님에게로 갈거예요."


슈샨은 아버지가 찻집사업도 어려워지고 여러모로 어려운 사정이 있다보니까 인형신분인 자신을 지켜줄수 없다며

그나마 가장 인간적으로 대우해주는 그리폰에 입대하기로 한것이라 했다. 처음에 전술인형이었을때는 그리폰의 분

파인 중국지부와 중국군부소속에서 잠시 일한것이라 그리폰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라고 얘기한후 침묵을 했다.


"나만 재입대하는줄 알았더니 이런일이 또 있었다니?"


아킬리나의 경우엔 원래 용병출신이라 재입대보단 스카웃에 가까웠지만 여하튼 아킬리나는 슈샨에 대해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웃음짓는 아킬리나의 눈빛엔 옅은 의구심과 경계심도 들어있었다.



-그리폰본부-


처음으로 철혈의 보스를 쓰러뜨린 공적때문에 기지안은 축제분위기였다. 특히 내가 직접 지시를 내린것도 없는데도

 가장 빠르고 높은 공적을 세운 팀이라 그런지 지휘관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은 부러움과 시기심등이 대부분이었

다. 간혹 의구심이 담긴 눈빛도 보였다. 본부에선 첫 보스전이라 제대로 전투한적이 없는 팀이라도 어느정도의 공적

을 주었고 제대로 싸워서 공적을 얻은 팀은 내 팀과 IDW가 속한 두팀이 유일했다. 비록 IDW혼자서 참가한데다 지휘

관의 명령도 없이 나선 특이사항때문에 말이 많았지만 스케어크로우에게 막타를 때려서 분명히 쓰러뜨린 기록이 있

기 때문에 나름 큰 공적을 얻게 되었다. 무엇보다 다른 지휘관소속과의 연계플레이도 크게 쳐준것 같다. 그래서 난

포상금과 함께 여러권한을 얻게 되었고 보너스상이라기엔 애매했지만 'M2HB'라 불리는 고참 기관포인형이 우리팀

에 들어왔다.


"반가워. 지휘관, 그런데 난 또 은퇴를 못하고 전장에서 활약해야 되겠네.."


거의 초창기부터 활약하여 많은 전투를 경험한 베테랑이라고 볼수있었고 그래서인지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누이같

은 느낌도 들었다. 어쨌든 우리팀 최초이자 유일한 기관포라 큰 도움이 될것 같았다. 그리고 IDW는 어느정도의 포상

금과 돈도 안되는 훈장비슷한 것도 받았지만 그래도 크게 기뻐하는것 같았다. 다만 같은팀 동료들은 질투라거나 부

러움등의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애들뒤로 IDW의 지휘관이 나와서 잘했다며 박수를 쳤는데 얼굴은 성실해

 보이고 어디서나 인기끌것같이 생긴 훈남형이었다. 하지만 성실하고 쾌활한 표정뒤로 미세하게 부자연스러운 느낌

이 들었다. 그리고 IDW가 항상 무서워하고 스콜피온의 말로는 학대의 흔적도 보인다고 말한것도 들어서 철저한 가면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정도의 공적을 세웠으니 당장은 괴롭히거나 할것같진 않아보였다.


"지휘관! 나 훈장받았어! 여기 선물,"


IDW는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을텐데도 조악한 모습의 훈장을 자신의 지휘관에게 주었다. 그 지휘관도 인자한

미소를 띠며 고맙다는 말과 함께 정중히 받았지만 이상하게도 고마워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들이 돌아가자 우리

도 우리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축제분위기였지만 본부에서는 철혈에 대한 대책과 정보수집등으로 바쁘기 때문에

파티를 벌이거나 하진 못해서 각팀에서 각자 파티를 열어 즐기기로 한것이라 일찍 돌아가게 되었지만 난 그 편이 더

편했다.


"지휘관님. 저는 입대수속때문에 좀 늦어질것 같아요. 먼저 가세요."


슈샨이 그렇게 말하며 사라졌다. 슈샨은 재입대하기도 전에 어떻게 알았는지 보스가 있는곳에 홀로 가서 전투를 한데

다 그리폰출신도 아니었고 각인시스템도 풀지않고 전역했다가 다시 돌아온 희한한 케이스라서 본부측에서도 여러모

로 물어볼게 많은것 같았다. 그때 m2hb가 나와 함께 걸었다.


"역시 전투를 안할땐 무거운 기관포를 들지 않아서 좋단 말이야. 그래도 내 힘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줘."


m2hb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자 난 정중히 악수를 받아주었다. 그리고 난 우리팀의 전통이라며 총기 기호같은 이

름대신 인간형 이름을 지어준다고 말하자 그녀가 나에게 아무 이름이나 괜찮으니 지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난 m2hb

의 총이 미국출신이라 미국 여성이름인 '헬렌'으로 지어주었다.


"오! 딱인데? 고마워, 지휘관. 이름때문인지 내가 더 미국인처럼 느껴져."


그러자 미국출신(?)인 미키와 수지가 달려들었다.


"지휘관! 우리들도 미국출신이라구요!-권총만..-"


항상 나에게 붙어다니는 이 두 아이때문에 곤란하고 있을때 뒤에서 잠자코 있던 아킬리나가 말을 꺼냈다.


"지휘관, 자고로 총기는 구소련제가 최고라고! 내 총도 100년 넘게 현역으로 뛰고 있다고!"


아킬리나는 농담인지 시비인지 모를말을 했지만 그 때문에 우리팀에서 미국소속과 구소련소속인 총기를 지닌 애들

까지 대판 말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다 장이 말리려고 나서야 멈췄는데 그 이유는 장이 나치독일시대의 무기라며 둘

이서 구박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내가 나서서 장을 보호하는등 여러 소동이 지나서야 간신히 저녁식사를

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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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W의 지휘관은 IDW를 데리고 자신의 숙소로 데려갔다. IDW는 드디어 칭찬을 받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흥분했지만

 지휘관의 성격을 알기에 IDW다운 큰소리를 내진 못했다. 하지만 IDW는 동료들이 초조해하고 긴장하는 표정을 바라

보진 못했다.


"IDW, 잘했다. 덕분에 이번 전투는 아무것도 못할줄 알았는데 2위로 공적을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헤헤헷.."


IDW는 지휘관이 시끄러운 것을 극히 싫어하는것을 알기에 굉장히 기쁘면서도 말소리를 줄이며 웃어야 했다. 그리고

 이곳에 온후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온 지휘관의 손길이 자신의 머리위에 닿는것이 느껴졌다. 아까 다른집 지휘관의

손길에 비하면 차갑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처음으로 쓰다듬어주는 것이라서 신경쓰진 않았다.


"그런데 말이다. IDW.."


"왜 그러냐?"


IDW는 궁금증이 제대로 일어나기전에 배에서 갑자기 서늘한 격통을 느꼈다.


"캭!"


믿기지 않게도 자신의 배에는 지휘관이 오른손으로 단검같은 것을 찔러넣은 것을 보게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휘관

의 왼손은 변함없이 부드러운 손길로 IDW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왜.."


자세히 보니 단검은 어떤 총에 장착하는 총검이었다. 이곳에 들어오기전에는 항상 최전방에서 싸우던 군인이라는 것

을 들어서 지휘관의 소총에 달던 총검이 분명했다. 하지만 자신은 공적을 세웠으면 세웠지 나쁜짓을 한 일은 없었다.


"왜냐고? 난 지휘관이라고 IDW, 그러면 내가 명령할때만 움직여야 할것 아냐!"


지휘관은 총검을 잡은 상태에서 IDW의 배를 차 날려버렸다. 그러나 IDW의 배에서 출혈이 심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

다. 지휘관은 원래 IDW를 더이상 자기밑에 두기는 싫어서 이번 전투에 총알받이로 세운후 제거하려고 했었다. 설사

숨통이 붙어있어도 방치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명령도 없이 홀로 움직이더니만 보스에게 마무리를 짓는 나름 큰 공적

까지 세운 것이었다. 사실 공적에 연연한 IDW의 지휘관은 정말로 오랜만에 공적을 얻은 것이라서 총검을 찌른후 손잡

이를 틀진 않았다. 그리고 출혈이 상당했지만 자신의 아이들에게 시켜서 비밀리에 치료정도는 해줄 생각이었다. 예전

에도 심한 학대를 한후에 몰래 치료해준 것처럼, 지휘관은 IDW가 준 훈장을 꺼내보았다. 재질이 나무로 만들어진 단순

하면서도 조악한 것이었는데 요샌 나무가 귀해서 그 귀한 목재로 만든 것인만큼 나름 좋은 등급의 훈장이었다. 하지만

 지휘관은 아직까진 나무가 귀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IDW가 건네준 것이라 쓰레기로만 보였다. 그래서 IDW가 보

는 앞에서 훈장을 떨어뜨린후 군화로 짓밟아서 부숴버렸다.


"아.. 안돼냐아! 내가 어렵게.. 그리고 처음 얻은 훈장이.."


지휘관은 자신의 IDW가 오랜만에 IDW특유의 앙칼진 톤인 목소리를 높이자 짜증이 일어났지만 그래도 모처럼 밥값을

 해줬으니 그냥 두기로 했다. 지휘관이 나가자 동료 몇명이 와서 서둘러 지혈을 하고 IDW를 숙소내에 '따로 만든' 의무

실로 데려갔다. IDW는 극통으로 정신을 잃을것 같았지만 땅바닥에 널부러진 자신의 훈장조각에 손을 뻗었다.


'한조각이라도 가져가야 하는데.. 나중에 본드로 붙이더라도..'


IDW는 그 생각을 끝으로 정신을 잃었고 야속하게도 다른 동료가 와서 IDW의 핏자국과 부서진 훈장조각들을 쓸어서 버

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