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사와라 사키 (성우) = 설암






2019년 5월, 수술로 혀 왼쪽 부분을 6cm 가량 잘라냈습니다.

딱 새끼손가락 정도 크기를 잃은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이렇게 성우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조기발견에 성공해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이상한 걸 알아차린 건 2019년 3월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스튜디오에서 틀어박혀 일을 한 다음날, 혀 왼편에 구내염이 생겼습니다.

한가운데에서 조금 혀끝쪽, 딱 이가 닿는 곳이었습니다.

평소 뺨 쪽에 자주 구내염이 생기는 편이었지만, 혀에 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아프고 말도 하기 힘들어서, 빨리 치료할 생각에 약국에서 구내염 약을 사서 발랐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근처 종합병원 구강외과에서 진찰을 받았습니다.



바르는 약을 처방받고 일주일이 지나 다시 병원에 갔는데, [어쩐지 커진 거 같은데요?] 하고 선생님이 걱정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곧 대학병원을 소개 받았습니다.


마침 그 무렵, 호리 치에미씨가 설암에 걸린 사실이 알려진 후였기에, 매일 뉴스에서 화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저도 좀 걱정이 되어서, 설암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대학병원에서는 환부를 면봉으로 문질러 세포를 조사하는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 후 일부 조직을 잘라내어 조사하는 생체검사도 받게 되었습니다.



슬슬 '아무래도 안 좋은 쪽일 것 같다' 라고 생각하던 3월 말, 생체검사를 받고난 상처가 부어올랐습니다.

아파서 말도 못할 지경이라, 드디어 소속 사무소에 혀 상태에 관해 보고했습니다.



4월 초, 생체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안타깝지만 암입니다.] 라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나마 1기라는 것과 더불어, 나름대로 짐작은 하고 있었기에 암이라는 선고를 받고서도 충격은 없었습니다.

그것보다는 [일 쪽은 어떻게 하지...] 라고, 걱정이 머릿 속에 가득이었습니다.



4월 말에 큰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공연을 제대로 마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를 놓고 사무소와 공연 관계자, 주치의까지 모두 모여 논의하고 조정했습니다.



결국 경과를 관찰하며 먹는 항암제를 복용하기로 했습니다.

5월 20일까지 입원을 최대한 연기하고, 그때까지 할 수 있는 한 일을 해둔 뒤 수술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수술은 입원 다음날이었습니다.

혀가, 목소리가, 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실은 수술을 결단하기까지 정말 많이 고민했었고, 사무소 사람들도 다같이 함께 고민해주셨습니다.



치료법은 수술과 방사선 치료 2가지.

수술 쪽의 위험부담은 혀의 모양이 달라져서 발음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

방사선 치료의 위험부담은 치아와 뼈가 약해지고, 성대 쪽에 영향이 갈 수 있으며, 침이 잘 나오지 않아 오랫동안 말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검토하는 사이, [혀도 근육이니까 발음이 어려워진다 하더라도 단련하면 어떻게든 될거야.] 라는 의견이 점점 강해졌고, [그럼 수술로 할까.] 하는 분위기로 결정했습니다 (웃음)



전신마취 후 서너시간에 달하는 수술이었습니다.

잘라낸 부분에는 체내에 흡수되는 시트가 착 달라붙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물론 마취가 풀리고 나니 맥박에 따라 아픔이 찾아오고, 진통제 없이는 버틸 수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산을 넘고나니 혀에 아무 것도 나지 않았다는 게 느껴져 쾌적했습니다.






■성우로서 발성과 발음을 되찾는 것이 어려웠다



수술 후 1주간은 코에 튜브를 넣어 액체로 식사를 대신했고, 그 후 일주일 간 서서히 입으로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혀의 형태가 달라졌기에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씹는 것도, 과거처럼은 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목소리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일반적인 대화를 하는데 있어서도 입원 중 재활로 큰 지장이 없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거기서 더 나아가, 프로 성우로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발성과 발음을 되찾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수술 도중 예상 이상으로 암이 진행되어 있었던 탓에, 퇴원 후에도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2, 3일 간격으로 총 20번 이상 치료를 받았습니다.

성대에 영향이 가지 않게 얼굴 밖에서가 아니라, 혀에 직접 방사선을 쬐이는 방법을 취해주셨습니다.

혀를 오른쪽으로 최대한 밀어붙인 채로 방사선 치료 도구를 물어야 했기에, 매번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야만 했습니다 (웃음)



다시 일을 하기까지는 기나긴 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사시스세소' 나 '챠츄쵸' 하는 발음을 낼 수가 없었거든요.

같이 활동하던 성우들의 활약을 바라보는 게 괴로운 나머지 고민에 빠진 시기도 있었습니다.



혀가 굳어서 움직이기 어려운데다, 상처가 난 쪽으로 치우쳐서 똑바로 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혀를 마는 건 물론이고, 혀를 입천장에 붙이는 것조차 할 수 없어 스스로도 안달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척 좋은 보이스 트레이너분과 우연히 만나, [혀의 중심을 새롭게 찾아보자!] 하고 함께 시행착오를 겪어 나갔습니다.

그 덕분에 반년여만에 혀를 말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이 되었어요.



저에게 있어서 설암이라는 병은, 성우라는 직업을 더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오가사와라 사키

아오모리현 출생.

2007년 신인 발굴 오디션에 합격하여 성우 데뷔.

TV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중심으로 극장판 애니메이션, 웹 애니메이션 등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대표작은 '마법과고교의 열등생' 의 나카죠 아즈사 역,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의 켄도 이츠카 역, '아이돌 마스터 밀리언 라이브!' 의 노노하라 아카네 역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