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적으로 몸이 정말 많이 안좋았고, 심적인 스트레스가 더해져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죄책감에 악몽도 많이 꾸고요.

제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나쁜 짓을 해서가 아니라,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뭔가를 더 했어야하지 않나?하는 제 성격 때문입니다.

저를 해설자로 아시는 분들이 더 많겠지만, 실제로는 리그오브레전드 아마추어-세미프로 리그를 만드는 업무를 5년 넘게 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부모님들을 설득하기도, 때로는 만류하기도 했었습니다. 수많은 선수들을 케어하며 밥을 먹이기도, 잠을 재우기도, 장비를 챙겨주기도 했습니다. e스포츠에 관심이 있지만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후원사, 관계자 역시 수도 없이 많이 만나 때로는 기꺼이 환영하고 때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을 해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리핀 역시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팀 활동을 하던 초창기 멤버들이 문제가 발생하여 독립하게 되었고, 이후 부진한 성적으로 큰 고생을 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즈음 팀 창단에 관심있어한다는 분을 소개 받아 조언을 해드리고 이후엔 한걸음 뒤에서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성장을 쭉 지켜보며 조용히 응원했었습니다.

공정한 리그 운영을 위해, 팀 또는 선수들과는 가까이 지내면서도 제가 정한 선을 항상 지켰었습니다. 방송에서도 밝혔던 적이 있지만 리그 중에 팀 대표 등의 관계자들과는 사석에서 밥 한번을 먹은 적이 없습니다. 술 한번 마신적도 없고요. 선수들 역시 확실하게 팀 소속이 되었다 싶으면 의도적으로라도 어느정도 거리를 두었습니다. 딱 거기까지만 케어하는게 제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이상은 온전히 그들, 또는 다른 누군가의 몫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건가.. 언제나 더 긴밀한 관계를 모두와 유지하고 내가 뭔가를 더 했어야하는건가.. 내가 뭘 더 안하고 잘 모른게....  결국 내가 잘못한건가.. 그런 죄책감이 저를 옭아맸습니다. 이런 죄책감 조차 떨쳐내지 못한 상태로 그렇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언제나 e스포츠의 근간 중 하나는 순수함과 공정성이라 생각해왔습니다. 그걸 어기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 누구라해도 걸맞는 벌을 받아야합니다. 죄를 지었던 사람은 두려움에 떨어야하고 그 두려움이 무서워서 더이상 죄를 짓는 사람이 나와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그만큼 중요한 것이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 억울한 일을 겪지 않게 하는 것 입니다. 억울함을 풀다가 또다른 누군가를 억울하게 만든다면, 훼손된 공정성이 바로서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것 또한 또다른 죄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유난히 추운 겨울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가기를 기원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억울한 사람은 생기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저도 스스로를 갉아먹기만 하는 죄책감은 조금 내려놓아보겠습니다.

내용 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