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는 정부여당과 권력자들을 비판하는 것만이 국회의원의 소명이라 여기며 살았다.

그것이 국회의 존재 이유이며 곧 국민을 대변하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내가 대변해오던 것은 추상적인 국민이었다.

탄핵정국 청문회에 힘입어 이름을 알렸다.

언론에도 꾸준히 이름이 올라 나는 내 지지자가 많은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막상 까보니 내 지지자는 얼마 안 되더라.

그러다 워마드 이슈에 관한 신년사 발표 이후 청년층에서 큰 호응이 일어났다.

그 호응을 따라가보니 언론이 비춰주지 않는 2030 자기들만의 세계가 있더라.

네이버 포털과도 맞먹는 조회수, 댓글수를 지닌 별도의 세계.

나 또한 결국엔 여의도에 갇혀 기성미디어 중심으로 보좌관이 필터링한 여론만 읽던 그런 국회의원이었다.

그들이 우리 기성세대들과 사회에 던지는 비판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며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20대가 경제적, 사회적 억압을 받는 동안 기성세대는 뭘 했느냐"

"남존여비 사회는 자기들이 누려놓고 왜 역차별받는 20대에게 짐을 돌리냐"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하나같이 틀린 말이 없더라.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지.

누구를 위해서 정치를 해야 하는지.

최근 청년들이 힘든 사정에도 몇천원씩 보내오는 소액 정치후원금이 늘었다.

진심 어린, 애틋한 후원금에 정말 많은 것을 느낀다.

정치의 본질과 정치인의 보람이 무엇인지.

지금까지는 완전히 헛정치를 했던 것이다.

2030 청년들을 위해 남은 정치인생을 바치기로 마음 먹었다.

주사파 운동권 시절 이래로 제 2의 전향을 한듯한 기분이다.

출처 - 1차 롤갤 2차 펨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