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와 담원 팬이 많지 않아 관심있게 경기를 들여다 본 사람이 드무리라 생각합니다.

대부분 실제로 수행하는 팀 택틱보다 밖으로 드러나는 컬러를 더 흥미롭게 보고, 

선수 개개인의 스타일과 이슈에 더 집중해서 관전했을 테니 그간 놓쳤을 만한 포인트가 제법 있거든요.




포인트 1 -  무거운 아프리카의 서포터 / 가벼운 담원의 서포터


스프링 시즌 아프리카 경기에서 젤리가 보여줬던 폼이 벤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그럼에도 벤을 기용한 이유는 원딜인 미스틱 때문인데요, 

스프링 2라운드 아프리카 몰락의 시작에는 항상 이 미스틱의 고립사가 있었고,

미터기야 잘 찍어내지만 공격적인데다 감정적인 이 원딜러를 케어하기 위해 아프리카는 벤을 기용했습니다.

그 결과로 너구리와 함께 고립사의 대명사로 불렸던 미스틱은 서머시즌 들어와 고립사가 가장 낮은 원딜이 되었지요.

당연합니다. 서폿이 항상 옆에 붙어 원딜 위주 시야를 먹어주거든요. 

그 대가로 아프리카 상체에서 벌어지는 싸움에는 벤이 항상 상대 서폿보다 늦게 등장합니다.

관심있게 보시면 아프리카의 미드 싸움에서 머리수를 맞추는 방법이 대단히 특이함을 알 수 있는데요,

상대는 미드 + 정글 + 서폿  / 아프리카는 미드 + 정글 + 탑이 대부분 머리수를 맞춰줍니다.

그래서 상대팀 탑이 등장하기 전에 싸움이 끝나면 아프리카의 승리, 그 후까지 이어지면 상대팀이 승리하는 그림이 나오죠.

여기에 담원은 정반대의 색깔을 갖고 있습니다.

베릴은 서머시즌 들어 되도록이면 상체에서 싸움을 하려는 로밍 위주의 게임을 합니다.

상대보다 되도록 상체에 먼저 조인해서 상체의 유리함을 가져오고, 이후에 유리하게 굳혀진 상체가 바텀의 위기관리를 하지요.

의외로 담원의 미드정글은 2:2교전을 초반 단계에서 빠른 박자로 가져가지 않는데요, 이것은 쇼메이커의 안정감에 기인합니다.

성급하게 가지 않고 좋은 타이밍에서 유의미한 공격성을 가지기 위해 90%의 이득까지만 취하다 명확한 포인트에서 서포터의 개입까지 가져와 100%의 이득을 취하는 거죠.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느낌이 오겠지만, 당연히 후자 담원의 게임 스타일이 더 매스게임적으로 발달되어 있는 좋은 공조의 방향입니다. 

2 / 2 로 명확히 나누어져 있는 아프리카와. 완급을 조절해서 2+1 / 2+2 로 싸우려는 담원과 어느 쪽이 좋은 기회를 많이 가져갈 지는 안 봐도 당연하니까요.

단순하게 선수 개인만을 놓고 플라이가 못한다, 쇼메이커가 잘한다, 하는 것은 저차원적인 시각이죠. 

이미 롤은 연구가 많이 된 게임이고 순수한 개인 역량만으로 1:1을 겨루는 게임이 아니니까요.

물론 투자대비 리턴이라는 치환비가 다르긴 합니다. 당연히 쇼메이커가 플라이보다 더 좋아요. 

그러니 아프리카와 담원의 스타일이 각기 다른 스타일로 나뉜 것이지요.

정리하자면 첫 관점에서의 포인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베릴의 보다 빠른 지원을 받은 상체에서 담원이 얼마만큼의 이득을 가져갈 것인가.

2) 바텀을 되도록 떠나지 않으려는 벤은 바텀에서 얼마만큼의 이득을 취할 수 있는가.

3) 당연하게 주도권을 가져간 담원은 아프리카 바텀에 다이브 등의 개입이 가능할 것인가

4) 1~3항의 사고로 커다란 기울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이득을 가져간 담원의 미드정글과 아프리카의 원딜 중 누가 더 강한 캐리력을 보여줄 것인가.





포인트 2  -  역할의 차이, 기인과 너구리 


너구리는 특유의 공격성 때문에 감정적인 선수의 이미지가 있는데요, 실은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실제로 라인전이 강한 기인과의 맞라인을 섰을 때 스프링부터 서로 픽의 양상을 보면 

(왼쪽이 기인, 오른쪽이 너구리입니다.)

루시안 : 오른  /  루시안 : 오른  /  칼리스타 : 케넨  /  세트 : 소라카  /  케일 : 퀸 

이었습니다. 마지막 경기를 제외하면 전부 받아치는, 혹은 방어적인 입장이었죠. 마지막 경기도 인게임은 수비적이긴 했습니다만.. 여기서 지난 아프리카의 챔프 티어정리가 얼마나 부실했나도 보여지네요.

여하튼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탑라이너를 상대로 뒤 없는 공격 일변도를 보여줬던 너구리지만 라인전이 강한 기인을 상대로는 팀적 이득을 취하는 선택지를 골라왔지요.

위에서 말했듯 담원과 아프리카의 게임스타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미드 주도권이 담원으로 기울게 되어 있습니다.

더군다나 아프리카의 서포터가 탑으로 선 로밍을 오는 그림도 그려지지 않아요.

유불리를 떠나 서폿이 봇에 묶여 바텀게임을 한다 > 미드주도권을 상실한다 > 탑이 위태해진다. > 그 대가로 바텀이 이득을 취한다.

아프리카의 이 공식 때문에 아프리카의 상체는 팀게임에서 상대적으로 고립됩니다. 

담원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을테고 결국 (보기보다)스마트한 너구리는 이번에도 '굳이 기인을 뚫을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게 되겠지요.

여기서 서로 방향성이 다른 타임어택이 생깁니다.

(아프리카 후픽일시)

* 기인의 임무 - 주도권을 가지고 어떻게든 너구리를 뚫어내서 약우세를 가져간 바텀에 텔을 지원해 굳힌다.

* 너구리의 임무 - 중후반에 좋아지는 챔프를 골라서 아군에서 올라올 지원을 기다린다.

하지만 현재 탑 라인은 선후픽에 따라 상성이 특히나 크게 갈리는 양상이죠. 기인이 선픽을 가져가야 할 경우는 아예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담원 후픽일시)

* 기인의 임무 - 불리한 중에도 어떻게든 타 라인의 개입을 흘려내고 흘려내며 버틴다. 때문에 성장 위주의 챔프를 마냥 택할수도 없으며, 다른 라인에 개입을 해주기 힘들어진다.

* 너구리의 임무 - 정글이나 타 라인의 개입을 받아 탑차이를 벌려내고 이후 스플릿에서 이겨낸다.

이런 양상이 되지요. 두 시나리오 모두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들일 겁니다. 

아프리카는 이렇게 세 라인이 각기 고립이 되기 때문에 기인이 탑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가지 못하면

각자가 서로 다 말라 죽는 그림이 나옵니다. 

가끔 바텀의 우세가 굳어져 확실한 주도권을 잡고 빠른 시간에 올라와버리는 드문 장면을 제외하고는요.

래서 가능하다면 기인에게 후픽을 주려고 애쓰는 거에요. 팀은 바텀 게임을 하지만 기인은 탑 라인전을 이겨내야만 하니까.

안타깝게도 원딜 원맨캐리롤만 오랜 시간 해온 바텀의 시대에 맞지 않는 방향성 때문이죠.

정리하자면 두 번째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굳이 혼자 기인을 뚫지 않아도 되는 너구리, 반드시 너구리를 뚫어야만 하는 기인. 과연 기인은 탑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2) 주도권을 가져온 기인은 그 이득을 미드의 손해복구에 쓸 것인가, 바텀의 굳히기에 쓸 것인가. 혹은 이도저도 아닌 오브젝트로 끝날 것인가.

3) 시간이 흐르면 필연적으로 성장우위를 가져가게 될 너구리는 과연 그 기인을 상대로 투자비에 맞는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아, 항상 그렇듯 쓰다가 또 현타가 왔습니다. 

네 개 포인트를 잡았었는데 내가 양 팀 관계자도 아니고 뭐 이렇게 정성을 들여서...

여하튼 양상이 그렇습니다. 보통 관중보다 위 두 팀의 경기를 조금 더 즐겨 보고 많이 본 사람이 추천하는 관전포인트니 

맞고 틀리고 어쩌고보다 그냥 한 번 관심을 가지고 보면 재밌을 겁니다.

여담으로 제가 코치라면 담원같은 스타일의 팀이랑 게임을 해야 하면 반드시 젤리를 쓸 겁니다.

아니 애초에 어리광부리는 미스틱을 혼쭐내고 모든 팀과의 게임에 처음부터 젤리를 썼겠죠. 

먼저 상체에 개입해서 주도권을 가져오고, 미드정글이라는 어마무지한 개입력을 데려와 꽝 때리는 방법과

되도록 하체에서 떠나지 않고 조금조금씩 이득을 챙겨먹으려는 방법과

위는 제쳐놓고 바텀만 놓고 봐도 어느 쪽이 맞는지는...... 글쎄요. 뭐 다 생각이 있겠죠. 있는게 맞나? 



3줄요약

1. 앞담전은 3라인이 분리된 팀과 3라인 공조가 긴밀한 팀의 싸움이다. 이 공조의 코어는 서포터,

2. 의외로 팀게임에 더 맞는 픽을 할 것이 분명한 너구리, 무슨 수를 써서든 주도권을 가져야만 하는 기인.

3. 이 문제들의 원인, 공공재인 서폿을 독점한 미스틱은 과연 투자비에 걸맞는 결과를 내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