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는 회전이 빠르다. 온 커뮤니티를 달구던 게임이 몇 해만에 자취가 희미해지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각자의 생존 전략으로 오랜 시간 틀을 갖추고 다져나가는 게임 역시 존재한다. 7주년을 맞이한 'R2(Reign of Revolution)' 역시 그중 하나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R2'가 '재탄생'을 선언했다. 어떤 게임이든 긴 시간 이어지다 보면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아쉬웠던 점을 훌훌 털어내고 싶어서였을까. 유저간담회가 5년 만에 진행되었고 그간 두었던 유저들의 불만을 받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7월 25일, 'Re:birth'라는 이름으로 획기적인 규모의 대형 업데이트가 이뤄지게 되었다.

긴 역사를 가진 게임의 흐름을 돌아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얼마나 본받을 만하느냐의 여부를 떠나서 오랜 서비스의 기록은 이어 나올 후배 게임들이 참고 자료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일곱 살이나 먹은 'R2'는 무슨 이유로 기본 틀부터 보강해나가는 업데이트를 계획했을까. 출발선으로 시계 바늘을 돌려 'R2'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았다.


2006년, R2의 첫 막을 열다

▲ 'R2'의 최초 공개 이미지

2006년 4월에 첫 CBT를 열고, 석 달 가량의 공개테스트를 거친 'R2'는 10월 26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정액 요금제를 기본으로 이용 시간에 따라 요금을 차등화한 정량 요금제를 혼합한 방식으로 진행했고,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신규 영지 '바이런'을 업데이트하면서 구색을 빠르게 갖췄다.

8월 20일 저녁 동시접속자수가 4만 7천명을 넘어서고, 평균 4만 명의 동시접속자수를 유지하고 있으며, 게임 리서치 사이트의 조사에서 리니지 1,2 와 WOW에 이어 4위 자리에 머무르기도 했다.

연말에는 오프라인 게임 대회인 ‘R2 배틀 랜파티(LAN Party)’를 전국 9개 도시에서 실시했다. 참가자들이 팀 단위 전투를 통해 지역 우승자 3인 1개 팀을 가리는 게임 대회로 행사 당일 각 지역의 지정 PC방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2007년, 열다섯 개 서버에 성이 세워지다

▲ '3rd Revolution'에서 추가된 신규 지역 '메테오스의 레어'

2007년 3월, 두 번째 에피소드 '2nd Revolution'을 공개했다. 이 업데이트의 중심은 오픈 이후 최대 규모인 신규 영지 '로덴'과 신규 클래스 '어쌔신'. 천공성의 웅장한 규모와 은신, 맹독 공격 등 타클래스와 차별화된 어쌔신의 독특한 기술로 신규 게이머에게 어필하고 있었다. 업데이트와 함께 오픈한 15번째 서버 '벨켄'은 하루에 1만 개 이상의 신규 캐릭터가 생성되며 만원 사례를 기록했다.

5월에는 레이드를 위해 모임의 규모를 최대 30명까지 확충할 수 있게 되었고, 당시 최강의 레이드 몬스터로 추가된 '이프리트'는 8명의 엘프(NPC)를 게이머의 편으로 혹은 적으로 만들 수 있는 '마인드컨트롤'이라는 독특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R2'의 업데이트 러시는 하반기에도 계속되었다. 지스타2007에서 공개된 '3rd Revolution' 에피소드는 신규 지역 '메테오스의 레어'와 단계별 퀘스트 업데이트, '성'과 '스팟' 등의 게임 내 편의시설 및 신규 아이템 공개가 주요 골자였다. 유럽의 고대 신화에 나오는 신전과 같은 디자인을 바탕으로 안개가 자욱히 낀 몽환적인 분위기를 테마로 했다.


2008년, 해외 무대와 무료 서버가 열리다

▲ 'R2' 중국 서버 로그인 화면

2008년 'R2'의 새로운 무대는 중국이었다. 중국 현지 법인 롄종을 통해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R2'는 3월부터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중국과 대만뿐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을 포함한 동유럽 15개국에서도 공략이 계속 이어졌다.

무료 서버를 열기도 했다. 기존 정액제 방식과는 별도로, 무료화 기반 위에 게임 내 아이템 샵을 통해 일부 아이템을 구매하는 부분 유료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이 무료 서버는 지금까지 사전 테스트를 포함해 정식 서버와 같은 이벤트의 장이 되어 순조롭게 유지되고 있다.

무료 서버와 함께 도입된 것이 '메터리얼 시스템'이었다. 무기와 방어구 이외에 캐릭터 자체에 옵션을 장착시켜 강화할 수 있는 메터리얼은 'R2'에서 드물게 복잡한 시스템 중 하나였다. 캐릭터 성장이 더욱 다채로워지는 효과가 생긴 한편 랜덤성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평가 역시 받았고, 지금까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2009년, 공성전이 새 옷을 입다

▲ '4th Revolution'에서 추가된 클래스 '서모너'

2009년의 시작은 네 번째 혁명과 함께 했다. 새로운 에피소드 '4th Revolution'는 1년 만에 내놓는 대형 업데이트였다. 3개의 지역과 1개의 던전으로 구성된 신규 지역 '아크라'와, 높은 지능과 민첩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마법 구사에 능한 소환사 캐릭터인 '서모너'가 이 시기에 추가되었다.

다음 전략은 '공성 혁명'이었다. 핵심 콘텐츠인 공성전 및 스팟전을 새로운 방식으로 2년 만에 전면 리뉴얼한 것. 이어 다음달에는 전 서버 통합전장 '카오스 배틀'을 추가해서 전장 활성화를 꾀했고, 여세를 몰아 9월에 제2회 '한중일(韓中日) 공성대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어 연말에 당시 최대 규모 업데이트 '라이칸의 복수'를 선보였다. 2곳의 신규 던전과 최고급 레어 아이템, 13으로 상향 조정된 아이템 강화수치, 신규 변신가능 몬스터 30여종, 매터리얼 시스템 보강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신규 에피소드였다.




2011년, 유저 편의와 볼륨을 돌아보다

잠시 숨을 고르던 'R2'는 2011년에 재도약을 기획했다. 캐릭터 밸런스 조정과 콘텐츠 추가 및 개편을 포함하는 대형 업데이트 'Extreme Part3'이 그 주체였다. 레이드 보스 '바포메트'를 추가하면서 '엘프' 클래스의 능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켜 밸런스를 맞췄고, 변신 스킬, 무기와 마법 등도 상당수를 추가했다. UI와 및 전투 시스템도 이때 전면 개편되었다.

'R2'가 장수 게임의 반열에 오르면서 한 해 여러 번의 격변이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1년에 한 번 꼴로 이뤄진 대형 업데이트는 언제나 꾸준한 규모를 갖추고 있었다. 2013 초에도 'R2'는 최고 난이도 사냥터를 추가하는 한편 각 캐릭터별로 스킬을 대거 보강하는 동시에 '변신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등의 다양한 업데이트를 시도했다.

▲ 몬스터 등으로 잠시 모습을 바꾸는 변신 시스템


2013년 7월, 'R2 Re:birth'는 무엇을 탄생시킬까

혁명과 강화라는 말을 버린 'R2'가 새로 꺼내든 무기는 재탄생이었다. 2013년 7월, 신규지역 및 몬스터, 새로운 퀘스트가 등장하는 업데이트와 함께 적용되는 새로운 업데이트 BI 'Re:birth(리버스)'가 공식 홈페이지에 처음 등장했다. 'R2'의 하반기 초대형 업데이트 'R2 Re:birth'는 오는 7월 25일 정식 서버에 적용되었다.

그간 'R2'의 주요 배경이었던 '콜포트 섬'을 벗어나 신규 대륙 '천공의 섬-엘테르'에서 전개되는 새로운 게임 콘텐츠들이 공개되었다. 30여 종의 신규 몬스터와 16개의 사냥터가 처음 등장하며, 업데이트와 함께 신규 퀘스트와 아이템들도 게임 내에 추가된다. 신규 대륙에 성이 추가되면서 기존의 4개 성이 벌이던 공성전은 5개 성의 공성전 방식으로 확대된다. '퀘스트 메이킹'과 '업적시스템' 등 새로운 요소 역시 포함되었다.

▲ 이미지가 공개된 '천공성 에틸리움' 공성전


서비스 7년차, 이제는 중견 게임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R2'는 아직도 계속된 개발을 통해 현재진행형에 놓여 있고, 'Re:birth'라는 이름대로 근본부터 재창조하는 또 한 번의 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도 확고한 고정 유저층을 확보하고 있는 'R2'의 행보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이고, 조심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어떤 대형 MMORPG 게임이 탄생 이후 어떻게 자신의 그림을 덧붙여나갔고, 지금까지 걸어온 흔적을 어떻게 표현하게 될지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 나올 게임들에게도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R2'의 재탄생에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