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을 읽다가 군대에 관한 썰이 하나 올라와서 저도 썰을 하나 풀어 볼까 합니다.

100%실화이고 제가 직접 겪었던 일입니다.

신막사 말고 구막사는                 이런 느낌이잖아요. 딱 저랬습니다.(개판이넹)

아무튼

제가 운이 좋게 상병 달자마자 분대장을 달았는데,
그날 첫 점호 보고를 하고 뭔가 뿌듯한 마음과 군 생활 폈다 라는 기쁨으로 잠을 청했습니다.

그 가위 눌려보신 분들은 아실 거에요. 난 분명히 자고 있는데, 그걸 아는데 주변 환경이 보이는 듯한 ? 
그런 현상이 있다고 하는데, 저 역시 천장에 취침등이 점점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 하는 거에요.


그래서 '어?뭐지;;' 하고 몸을 움직이려고 하는데 진짜 뭔가 위에서 짖 누르고 있는 것 처럼 몸이 안움직여서 
엄청난 공포감에 사로 잡혀 있는데..예전에 가위가 눌렸을 때 엄지 손가락을 안으로 해서 주먹을 꽉 쥐면 금새 
풀린다 라는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라서 그 즉시 주먹을 꽉 쥐며 풀려라 풀려라 기도를 했죠. 


그때 갑자기 창가 쪽에서 '까드득 까드득' 식판을 포크 수저로 긁는 소리가 나더군요. 
참고로 제가 생활 했던 내무실은 2층 이었습니다.


그 짜증 나고 소름 돋는 소리의 발원지를 보고자 고개에 힘을 주고 움직여서 창가 쪽으로 돌렸습니다.


진짜 그 형체를 아직도 잊을수가 없습니다..정말 씨뻘건 안광을 내뿜는 하얀 천보다 더 하얗게 보이는 형체가
고개를 박고 저희 내무실을 들여다 보는듯이 살랑살랑 움직이면서 창문을 긁고 있는 소리였습니다.


진짜 무서웠던게 그때가 초여름이라 창문을 다 닫지 않고 살짝 틈을 주고 열어 놓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정말 그때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창 틈 보인 빨간 안광체와 눈이 맞은 순간 제 온몸의 털이 다 서는 느낌이 들었고, 
정말 무서우면 '억' 소리 이외에 아무소리도 안난다는 말을 실감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 하얀 물체는 저와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내무실로 들어 오려는 듯 마구 방충망을 휘갈기는 
행동을 하였고 그럴수록 그 소름 돋는 소리도 심해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방충망이 뜯기고 창문을 열려고 붉은색 발톱이 창문에 걸리는 순간 내무실 문 쪽에서 소리가 났고, 
그 순간 눈 깜짝 할 사이에 그 흰 물체는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저를 톡톡 치는 느낌에 가위는 풀렸고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습니다. 


네 불침번을 서고 있던 이등병이었습니다..... 제가 고개를 창가쪽으로 두고 너무 신음을 심하게 해서 깨웠는데 
하도 안 일어나서 어깨를 툭툭 쳤다 라고 하더군요.


전 그 이등병에게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와 리얼한 꿈인지 가윈지 하고 내일 애들한테 얘기 해 줘야겠다 하고 
좀 뒤척 거리고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상 나팔이 울리고 일어난 저희 소대에 당직 사령이 온겁니다.
"3소대 방충망이 왜 저모양이냐 ! 이따구 상태로 벌레가 참 안들어오겠습니다?"
라는 말씀을 하심과 동시에 창문을 열어 보고 저는 얼이 빠졌습니다.
방충망이 대각선으로 비정상적으로 뜯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된건지 소댐과 부소댐에게 제가 눌린 가위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었더니  
분대장 잘 하라고 액땜 했다 치라고 하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 이후로는 가위를 눌린 적은 없지만 트라우마 비슷하게 남아서 무슨일이 있어도 
창문은 꼭 걸어 잠구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아직도 문득 문득 그 빨간 안광이 생각 나서 소름이 돋는 일이 있습니다 ㅠ
뭔가 상상되는 이미지와 부합 하는 짤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