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모술 서부에서 미군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의 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가 당초 알려진 200여 명이 아니라 500명 이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동 전문매체 뉴아랍은 지난 2주 동안 오폭으로 모술에서 숨진 민간인이 현재까지 511명이며, 이중 15세 이하 어린이 187명이 포함돼 있다고 이라크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동맹군은 지난 17~23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타격하기 위해 모술 서부 폭격을 실시했다. 당초 오폭 지점으로 알려진 곳에서 수백m 떨어진 곳에서도 사망자가 나온 만큼 민간인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뉴아랍은 전했다. 현재 수습된 시신 중 200여 구는 심하게 훼손돼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조사단은 27일 모술에 도착해 진상 규명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사건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 이후 오폭으로 인한 가장 큰 규모의 민간인 희생이 될 가능성도 있다.

국제동맹군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기를 폭격에 사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뉴아랍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이라크군 관리는 “국제동맹군이 투하한 폭탄 중 6발이 타깃이었던 거리와 인접한 골목 3곳을 파괴했다”며 “현장에서 살펴본 희생자들의 상태와 폭탄에서 나온 금속 파편, 폭발로 생긴 구덩이 등을 볼 때 통상적인 폭탄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하지만 정확히 어떤 폭탄이었지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NN은 동맹군의 공격으로 폭발물을 실은 IS의 트럭이 폭발하면서 인근 주택에 있던 민간인들이 숨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라크군 측은 “주택들이 공중에서 바로 폭격을 당한 흔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모술의 이라크 대테러부대 팀장인 문타타르 알 샤마리 대령도 “이라크 대테러부대가 폭탄 트럭을 제거해줄 것을 동맹군에 요청했고, 트럭 폭발로 민가들이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파괴된 주택 중 한 곳에서는 모여있던 130명 가량이 희생당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살림 알주부리 이라크 의회 의장은 25일 이번 사건에 대해 “매우 심각한 일이 발생했다”며 “왜 대규모로 민간인이 숨졌는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동맹군은 25일 낸 성명에서 “공습 자료를 본 결과 지난 17일 연합군이 IS 전사와 장비를 공격한 지역은 모술 서부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지역과 일치한다”며 오폭을 사실상 시인했다. IS 공습을 지휘하는 미 중부사령부도 “민간인 사상자를 내지 않는 게 우리의 목표이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 끔찍한 비극의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민간인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IS가 ‘인간 방패’를 앞세우고 학교·병원·종교기관 등 민간 시설에서 전투하는 비인도적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IS 축출작전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